생계와 보육 부담 홀로 짊어진 ‘싱글맘’은 웁니다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 3부] 애 키우기 전쟁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김희진 (26·가명)씨는 1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네 살배기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최근까지 네 번이나 직장을 옮겼다. 백화점과 화장품 매장 등의 판매원, 카페 종업원 등을 거쳐 지금은 작은 공장의 경리사원으로 일한다. 고졸인 희진 씨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판매원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인데, 잔병치레가 많은 아이가 아플 때마다 휴가를 얻는 대신 사표를 쓸 수밖에 없었다.

 “매장에서 잠시 자리 비우는 것도 힘든데 조퇴는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였어요. 조퇴하면 월급에서 일당을 제하겠다는 으름장도 들었죠. 아이가 아파 며칠 씩 병원에 가야 할 때마다 그냥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있는 직장도 언제 그만 두게 될지 모르는 거죠.”

다섯 번째 직장인 현재의 공장에서 김 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일하며 월급 90만 원을 받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지만, 화장품 매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던 때보다는 낫다. 유치원 야간반에 맡긴 아이를 사정사정하며 제일 늦게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되고, 전화라도 맘 편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직원으로 일 할 땐 아이를 맡긴 유치원에서 연락이 올까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물건을 팔다가도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한 마음으로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번번이 밖으로 나와 통화를 했죠. 엄마 손 잡고 매장에 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돌봐주지 못하는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어린 나이에 덜컥 결혼해서 3년을 함께 살다 별거 끝에 이혼한 김 씨는 아이 아버지로부터 위자료를 못 받은 것은 물론이고 아이 양육비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좋지 않게 헤어져 그냥 인연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 집에 아이와 함께 얹혀살면서 싫은 소리도 듣고, 말다툼도 하지만 달리 대책이 없다.

“면목 없죠. 자식이 이혼한 것도 못 마땅하실 텐데 얹혀살아야 하니까요.”

그녀는 90만원의 수입에서 25만 원을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로 아이 유치원 비용과 생활비 등을 쓰고 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식당 일을 나가기 때문에 양육을 도와줄 형편이 못 된다. 김 씨는 법정최저생계비 대비 월 소득이 100%에 못 미치기 때문에 ‘한 부모 가정’으로 인정됐지만 지원이라고 해야 한 달에 5만원 나오는 양육비가 고작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 부모 가정에는 영구임대주택 우선지원 혜택이 있지만 현재의 수입으로는 월세를 부담할 수 없어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늘 불안해요. 아이는 부쩍부쩍 자라는데 저축할 여력은 없고, 부모님 댁에 언제까지 얹혀 살 수도 없고, 직장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홀로 자립 준비하지만 쉽지 않아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배화진 (26)씨는 2년 여 결혼생활 끝에 올 1월 이혼하고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친정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별거 후 미용실,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불규칙한 근무시간,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어린이집에 종일 아이를 맡길 수 없어 일을 그만 뒀다. 별거 초기엔 생계와 육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생계와 보육 부담을 모두 홀로 짊어진 싱글맘들의 어깨는 무겁다. ⓒ구슬이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아이를 생각해서 절대 그럴 수 없지만요.”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혼자된 딸을 못마땅해 하며 “집에서 나가라”고 구박할 때도 있지만 배씨가 미용학원에 다니며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월 30만 원 가량을 도와주고 있다. 잦은 외도로 풍파를 일으킨 배씨의 남편은 결혼 중에도 영업사원, 택배일 등을 전전하며 일정한 생활비를 주지 않았고, 지금도 양육비 한 푼 보태주지 않는다. 배씨가 학원에 다니는 낮 동안 아이를 맡기는 어린이집 비용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녀는 기술을 익히는 대로 제대로 된 미용실에 취직해 자립할 계획이지만 대부분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미용실의 특성상 아이를 맡아줄 어린이집을 구할 수 있을지, 아이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아이가 가끔씩 아빠를 찾을 때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다고 말했다. 

 

▲ 보육의 부담을 혼자 떠안는 싱글맘은 마음 편히 아이를 맡길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 구슬이

한부모 가정, 국가가 나서서 복지체계 마련해야

200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부모 가정은 약 147만 가구 정도다. 이 가운데 모자 가정이 116만 가구(79%), 부자 가정이 31만 가구(21%)다. 하지만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 2007년 10월 ‘한부모가정지원법’이 생겼지만 ‘12세 미만 어린이 가정 월 5만 원 양육비 지급’ ‘모·부자 보호시설 3년 이용’ ‘창업을 원하면 복지자금으로 2000만 원 대출’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권’ ‘고등학생 학자금 지원’ 등이어서 피부로 느낄만한 혜택은 별로 없다.

▲ 147만여 가구의 한부모가정을 위한 복지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 구슬이

사단법인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조사에 따르면 한 부모들은 번거로운 행정절차(33%), 지원정책 홍보부족(32.4%), 공무원의 불친절(11.4%) 등으로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은숙 한부모가정사랑회 회장은 “국가가 나서 한부모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원스톱으로 의료 및 행정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일수록 한 부모 가정에 대한 복지제도가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프랑스는 주거보조금과 함께 싱글맘 1인당 매달 80 유로의 양육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한 부모들은 가족 수당도 받을 수 있다. 공립유치원은 식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이 무료고 식비도 저소득층은 적게 낸다.

독일은 법적으로 ‘가족과 취업의 조화 보장’을 명시하고 있는데, 일단 공공보육시설에서 3살 이상부터 취학 전까지 모든 아동을 무료로 돌봐준다. 한 부모 가정을 포함한 모든 집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동양육수당을 받고, 한 부모 가정은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보육비용을 정부에 신청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영국은 19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아동급여를 지급하고,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는 부인에게는 미망인 급여를 지급한다. 한 부모 가정에 대해서는 집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있다.

경남대 강인순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에서도 한 부모 가정이 전체 가정의 10%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사회 전체가 이를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이해하고 필요한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저소득층의 편부, 편모일수록 2교대, 3교대, 연장근무 등 길고 불규칙한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실태와 요구를 반영해서 아동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보육비 지원을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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