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1인 미디어 개척자 ‘미디어몽구’ 김정환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로 누구나 동영상을 찍어 인터넷에 올릴 수 있는 ‘1인 미디어’의 시대. 그 중 단연 돋보이는 이는 ‘몽구’라는 별명을 사용하는 김정환 씨(34)다. 김 씨는 2005년 12월부터 개인블로그 <미디어몽구>를 운영하면서 대학생들의 등록금시위,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등 ‘뜨거운 현장’의 기록을 올리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때 봉하마을에서 추모객을 촬영 중인 '몽구' 김정환 씨.

지난 8일 현재 김 씨의 블로그 방문자 수는 2400만 명이 넘었고 트위터에서는 3만 3천여 명의 팔로워가 그의 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그는 지난 4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메타블로그 서비스인 다음뷰(view)에서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블로거로 뽑히기도 했다. 그가 작성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김제동 어록 탄생’ 포스트는 4만6047건의 기록적인 추천수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달 10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김 씨는 당시 한창이었던 대학생들의 등록금 시위를 취재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직업 기자도 아니면서 왜 이런 일을 하는 것일까. 

“현장에 있을 때 제 가슴은 뜁니다. 어제도 갔고, 그저께도 갔고, 촛불집회가 열린 뒤엔 하루 빼고 매일 간 것 같네요.”

그는 일단 가고 싶은 곳에 간다고 한다. 그리고 현장에 가면 끝까지 남는다. 집에 돌아가면 관련기사와 댓글을 보면서 사실관계 등을 확인한다. 그리고 블로그에 올리는 영상을 꼼꼼하게 손질한다. 요즘엔 트위터로 속보를 전하는 데도 신경을 많이 쓴다. 늘 현장을 지킨 덕에 “트위터 소식은 연합뉴스보다 몽구가 더 빠르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말했다.

시켜서 가는 기자와 좋아서 가는 몽구

“전에 한 네티즌이 저와 언론사 기자들을 비교했더군요. ‘몽구님은 취재현장이 좋아서 가는 것이고 기자는 시켜서 가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저도 그것이 (직업적인 기자들과의)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저 스스로 궁금해 하는 것과 네티즌이 궁금해하는 것이 맞아떨어질 때, 취재를 합니다. 가고 싶은 곳에 간다는 얘기죠. 그것이 1인 미디어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보여준 김정환씨의 블로그 '미디어몽구'.

그의 블로그에는 기록, 핫이슈, 일상생활, 스포츠스타, 여행후기, 연예계 등의 카테고리가 있다. 그 중 핫이슈 코너에는 ‘김여진 진심이 담긴 눈물 인터뷰’, ‘[반값등록금]학생들을 이렇게 연행 했어야 했나’, ‘[언론탄압]MBC 최승호 피디 증언’ 등의 기사와 동영상이 올라가 있다. ‘핫’한 이슈인 만큼 네티즌의 반응도 뜨겁다. 반응이 좋은 만큼 그를 부르는 곳도 많다.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특강을 해달라는 주문도 많이 들어와서 신기해요. 그런데 (취재하느라) 항상 바빠서 대부분의 요청을 거절해요. 집에 들어오면 대개 밤 12시가 넘습니다. 편집하다 잠이 들어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전날 한 작업을 인터넷에 올리지도 못한 채 또 촬영하러 나가기도 하죠. 취재가 가장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에 가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잘 나가는’ <미디어몽구>지만, 1인 미디어의 어려움도 많다. 이해관계가 날카롭게 대립하는 사안들을 다루다 보니 시비를 거는 측도 많은데, 고소를 당했을 때 언론사 소속인 것과 개인인 것의 차이를 크게 느낀다. 언론사 기자는 회사 법률팀이 다 해결해주지만 김 씨의 경우 혼자 알아서 대처해야 한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7월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일이 있다. 2008년 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당시 한 보수단체 대표가 노인을 폭행했다는 내용의 동영상을 올렸는데, 이 동영상에 대해 고소를 당한 것이다. 해당 고소는 아직도 취하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서 흐지부지된 면이 있다고 한다.

“특종이 있어도 법적으로 문제가 생길까봐 못 올리는 경우도 있어요. 언론사 기자가 (비판적인)기사를 쓰면 이해관계가 걸린 상대방, 예를 들어 정부나 단체는 해명자료를 배포합니다. 하지만 1인 미디어인 블로거가 쓰면 해명을 하기보다 일단 고소나 고발을 하죠. 일종의 제재가 들어오는 겁니다.” 

1인 미디어는 경제적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그는 블로그에 광고를 싣지도 않는다. 광고목적의 배너를 달아달라는 제안을 많이 받지만 ‘네티즌의 신뢰’를 생각해서 다 거절한다고 한다. 
  
 

 ▲ 촬영 중인 김정환 씨.

“시작은 황우석 사건 때인데요, 이랬죠. 주류 언론 기자들의 카메라가 서울대 병원에 나타난 황우석에게 쏠렸을 때, 전 황우석을 찍는 카메라 기자들을 찍었어요. 신선한 앵글에 누리꾼들이 열광했고, 덕분에 저는 다음(Daum)에서 특종상금을 받았어요.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었죠.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적은 시간에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으니까요.”

그의 주 수입원은 각종 사이트나 방송국 등에 동영상을 제공하고 받는 돈과 특강 등을 통해 버는 돈이다. 김 씨의 안정적인 생활을 돕기 위해 후원자들도 생겼다. 한창 때는 40명 정도의 후원을 받기도 했지만 현재는 6명 정도가 도와준다고 한다. 해외에서 후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는 후원을 받을 때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고 말했다.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하라는 분들도 많이 있지만 한 사람에게 1만 원 이상은 받지 않아요. 돈이 항상 문제가 되잖아요. 만약에 제가 MB(이명박대통령)를 지지하는 글을 썼다고 가정해 봐요. 돈을 보내주신 분이 너 어떻게 날 배신하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냐고 하시면 받은 돈을 돌려줄 수 있도록 적은 액수만 받는 거죠. 후원금을 받을 때 ‘혹시 제가 엠비를 찬양하는 글을 쓰더라도 태클을 거시지 말라’고 얘기를 하죠. 중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요.”

시사블로거 너무 힘들어 ‘울컥’ 할 때도 

지난해 8월 25일 홍대 커피밀에서는 ‘미디어몽구 후원의 밤’이 열렸다. <독설닷컴>을 운영하는 시사인(IN) 고재열 기자가 제안한 이 모임에는 120여 명의 후원자가 참석했다.

 

 ▲ 3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실시간 뉴스를 볼 수 있는 '미디어몽구' 트위터.

“한국언론진흥재단과 한국블로그산업협회가 주최한 ‘2009 대한민국 블로그어워드’에서 시사/비즈니스 부문 우수상 수상자로 상을 받았어요. 맨 끝에 상을 받았기 때문에 다른 수상자들을 지켜봤는데, ‘광고를 찍었다’, ‘사람들이 알아본다’며 자랑하더라고요. 순간 시사블로거들이 힘들어하는 게 생각나면서 울컥했습니다. 수상소감을 얘기해야 하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말을 못했죠. 결국 한 마디 했습니다. 시사블로거들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고재열 기자님이 후원의 밤을 준비하신 것 같아요. 고마웠죠.”

그는 전업을 생각하고 있는 시사블로거들에게 할 말이 있다고 했다.
 
“블로그는 꾸준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절대 남과 경쟁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서로 경쟁해서 ‘상대방이 이렇네 저렇네’ 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그저 욕심내지 않고 한 분이라도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묵묵히 해나가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김 씨는 “계획은 잘 안 잡는다”고 말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삶의 모토(신조)란다.

▲ 통화 중인 '미디어몽구' 김정환씨. ⓒ 정혜아
“앞을 (미리) 내다보고 가는 것보다는 현실을 열심히 사는 게 나은 것 같아요. 그냥 지금처럼 항상 현장에서 겸손하게 많이 배우며 살고 싶습니다. 이 정권에서는 기록만 잘 해놓아도 가치가 있을 것 같은 사건이 많아 기록을 계속합니다. 그래서 나중에 현장을 기록한 테이프 400-500개를 다 모아 ‘촛불집회’, ‘언론장악’, ‘전직대통령서거’ 등의 이슈별로 정리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 씨는 부산 한진중공업의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에 대한 영상기록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한진중 등 현장에 나타나지 않으면서 마음대로 기사를 쓰는 주류 언론 기자들에게 할 말이 많았다.

“현장에 오지도 않고 트위터에 올린 글 같은 걸 가지고 짜깁기해서 ‘완성도 높은(?)’ 기사를 생산해 내는 기자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님들아, 저 보기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제 앞에서 ‘내가 기자다’ 외칠 자격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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