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0~40%...OECD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 필요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박경철(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장마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우스나 채소, 과일 재배하시는 분들에게는 정말 심각하고, 농민들도 곡식이 잘 여물지 않아 걱정일 것입니다.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노점하시는 분들에게는 생계의 문제죠.

박: 네 치명적이죠. 이렇게 궂은 날씨처럼 해병대 문제 등 사회면에 자살 소식이 많군요.

집단 우울증을 앓는 사회...감싸 안는 사회 시스템 필요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우리나라가 나쁜 쪽으로 상위권에 속해 있는 게 많습니다. 교통사고 발생률이라든가 산업재해율도 높은 쪽에 속합니다만, 자살률은 2005년부터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30명꼴로 자살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경쟁주의가 한 번 떨어지면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그래서 한 번 밀려나면 도저히 자신의 삶을 회복할 수 없는 극단적인 상태로 사람들을 밀어내면서 많은 이들이 자살을 선택하나 봅니다. 그런데도 이런 아픈 마음을 사회나 가정에서 받아줄 틀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뉴욕타임즈가 최근 한국의 자살이 심각하다고 보도하면서 가부장적인 유교사회의 극단적 책임주의와 이걸 커버할 수 있는 사회적인 상담시스템이 부족한 것을 지적했습니다. ‘집단적인 우울 상태에 빠져있다’는 지적도 했고요.

박: 이대로 가면 큰일입니다. 제 주변의 정신과 의사들을 만나면 ‘이 정도면 집단적 우울증이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게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고 자주 이야기 합니다. 결국 사회문제에 원인이 있는 것 같은데, 제 교수님께서는 우리 사회에서 풀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 조 위원님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장제일주의, 승자 독식의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경쟁에 뒤처지거나 혹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사람들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마음들을 감싸 안아줄 사회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살률이라는 참담한 기록을 갖게 된 것이죠. 또 최근 뉴스 중에 군대 내 자살 사건이 특히 눈길을 모았는데,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군대 내 인권침해, 가혹 행위 등이 극단적인 사건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아들이 군대에 가 있거나 혹은 곧 갈 가정들은 고문을 당하는 심정일 것입니다. 군대는 사회적인 감시의 햇살이 잘 비치지 않는 곳이죠. 햇볕이 쪼이지 않는 곳에서 곰팡이가 피어나듯 우리가 신경 쓰지 못하는 곳에서 문제가 계속 누적돼 온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한 유명배우가 해병대에 간다니까 해병대의 용맹을 찬양하는 기사들이 언론에 쏟아지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이번에 ‘기수열외’니 하는 폐습 얘기가 나오니까 ‘사실 그것보다 더 한 일도 있었다’하는 고발들이 뒤늦게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차근차근 이런 문제들을 감시하고 보도하고 토론했다면 훨씬 일찍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가혹행위의 진상 등을 제대로 밝혀내고 응분의 조치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군대 내의 인권교육이 제대로, 대대적으로,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합니다. 불행한 사건들을 확실한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할 것입니다.

박: 네, 무언가 집단적인 고민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 위원님 이번 주 경제 이슈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 우선 올해로 법제화 10년째를 맞는 사외이사 제도입니다. 어떻게 되고 있나 점검해봤더니 ‘여전히 기능을 못하더라, 거수기 사외이사더라’하는 말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국세청이 올 상반기에 편법으로 재산을 증여한 기업체 사주 205명에 대해 조사해서 4595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또 한 가지,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4320원에서 260원 올라 4580원으로 결정됐는데, 노동계가 원천 무효를 주장하고 있고 최저임금결정구조에 대한 논란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제: 저도 최저임금 부분은 조 위원님과 같습니다. 이와 함께 그리스,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 유럽의 재정위기가 악화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는 소식에 주목했습니다. 또 이달부터 복수노조가 공식 허용된 후 삼성의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자발적 노조가 처음으로 출범했다는 소식도 대단히 의미 있다고 봤습니다.

박: 저도 삼성계열사 노조 출범 소식을 꼽았는데, 좀 더 범위를 좁혀서 출범하자마자 그 다음날 부위원장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는 뉴스를 주목했습니다. 먼저 최저임금 얘기부터 할까요. 책정된 금액은 시간당 4580원으로, 하루 10시간 일한다고 했을 경우 하루 45,800원, 한 달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면 1백37만4000원입니다. 조 위원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6% 인상? 여전히 기준 미달인 최저임금
 
조: 네, 일단 임금상승률이 6%라고 하면 물가상승률하고 비교해봤을 때 괜찮은 거 아니냐고 할 사람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최저임금제가 88년 도입돼서 지금까지 운영해 왔습니다마는 출발점부터 굉장히 낮게 책정했기 때문에 이 수준도 매우 낮은 것입니다. 6%를 올렸다고 해도 5인 이상 근로자 고용사업장 평균 시급의 30%를 조금 넘을 정도입니다. 근로자 평균임금의 50%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것이 최저임금의 원래 의도가 아닌가 생각한다면 매우 낮은 것이죠. 그래서 앞으로 물가상승률 이상, 10% 정도를 꾸준히 인상해야 50% 수준에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생산성 향상가치를 포함하고 물가 오른 것을 감안했을 때 이번 증가율은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하는 의견도 있는데, 제 교수님은 최저임금이 어느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포함해서 전체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따졌을 때도 현재의 최저임금은 40% 정도에 불과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자살률은 1등인데, 최저임금수준은 꼴찌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그런데 사업주들,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에 대해 항상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중소영세기업들이 경영난에 봉착한다. 그러면 최저임금수준 근로자의 고용이 더 악화된다. 과연 그럴까요? 그렇다는 증거가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의 유명한 연구를 보면 최저임금을 적정하게 올린 주와 낮게 유지한 주를 비교했더니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이 고용이나 성장 측면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니까 근로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져 이직이 줄었습니다. 또 최저임금 수준의 근로자는 기본적으로 생활비가 부족하니까 돈을 더 벌면 거의 다 쓰지 않습니까. 즉 버는 만큼 쓰는 한계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경제 전체로 보면 내수를 촉진하는 효과가 나타나더랍니다. 지나치게 올린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적정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은 고용안정과 내수 촉진을 통한 성장 유도에도 도움이 된다는 실증결과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적정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OECD 평균 수준인 50%까지는 올려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당장 내년에 다 올려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몇 년간의 계획을 세워 적정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올려가는 노력을 해야 할 것입니다.

박: 그런데 대기업의 논리는 자기들은 최저임금보다 많이 주니까 상관없고, 최저임금 올라가면 중소기업이나 편의점 등이 걱정이다, 이 말 아닙니까? 그거 걱정해주시지 말고 납품단가나 제대로 해주시면 좋을 텐데요. 편의점 같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마진율과 이익률을 정상화 하면 최저임금이 올라갈 수 있는 환경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 그 근로자가 다시 소비자가 돼 제품을 사줄 테니 선순환의 에코생태계를 만들 수 있겠죠. 참, 이번에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도 문제였다는데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조: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죠.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과 노동계를 대표하는 위원들, 사측을 대표하는 위원들로 구성됩니다. 그런데 노동계는 항상 높은 인상률을 요구하고 재계는 안 된다, 줄여라 하는 식이죠. 올해도 노동계는 처음에 25.2%를 올려달라고 했고 재계는 동결을 주장했습니다. 협상과정에서 노동계는 10.6%, 재계는 3.1%까지 좁혀졌는데 타협점을 못 찾고 노사 양쪽 위원들이 다 사퇴를 했죠. 그러다 공익위원 측에서 6~ 6.9% 올리자는 수정안을 냈는데, 사퇴했던 사측 위원들이 슬쩍 돌아와서 6% 인상안에 투표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계에서 ‘날치기다’ ‘무효다’ 하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죠.

박: 이렇게 밖에 처리할 수가 없었을까요? 국회에서 배웠나요?

제: 정말 해마다 반복되는 비효율성입니다. 항상 노동자 측과 사용자 측이 타협을 못하고 공익위원이 타협안을 내놓는데 공익위원은 정부한 선임한 위원이니 가급적 높이지 않으려는 동기가 있어 보입니다. 그래서 항상 정하고 나면 노동자는 불만이고 사용자는 너무 많이 올려줬다는 뒷얘기를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기준으로 올릴 것인가 하는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법에는 근로자의 평균임금 수준과 물가, 생산성 등을 고려해서 정하라는 기준이 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없이 노사간 밀고 당기기만 하다 보니 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로 노사가 합의해서 결정한 경우가 4번에 불과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국회의 논의가 필요합니다. 어떤 수준을 지향점으로 삼는 것이 옳은지 토론하고, 합리적인 목표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최저임금위원회가 그 틀 안에서 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현재 우리의 최저임금이 어떤 수준이며, 어떤 목표선을 지향해야하며, 어떤 방식으로 결정해야 하는가에 대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토론해서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네. 참 많은 고민을 해야 하겠습니다. 최저임금 문제와 더불어 ‘거수기 이사회’ 문제가 있었습니다. 어떤 뉴스죠?

무늬만 사외이사... 손만 들어주면 역할 끝인가

조: 사외이사제가 도입된 지 10년을 맞아 조사를 해보니, 지난 해 100대 상장사의 이사회전체 안건 2685건 중 사외이사의 반대로 부결된 건 1%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겨우 4건, 전체의 0.15%입니다. 경제개혁연구소가 지난 2월에 낸, 사외이사의 실질적 독립성에 관한 리포트를 보면 278개 상장회사의 사외이사 854명 가운데 회사 측과 이해관계가 있는 사외이사 비중이 32.2%입니다. 특수 관계에 있는 사외이사들이 맡다보니 제 기능을 못하는 악순환인 것 같습니다.

박: 누구는 손 한번 들어주는데 받는 돈이 연간 1억 원, 누구는 한 시간 꼬박 일하고 받는 돈이 4580원. 조 위원님,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조: 네, 참 문제입니다. 국내 100대 상장사의 지난 해 사외이사 보수내역을 보면 제일 많은 곳은 연봉 1억 수준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대우를 받기 때문에 사외이사 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고, 경영진이 추진하고자 하는 일을 그대로 통과시켜 주는 역할을 하기 쉽습니다. 물론 소액주주를 대신해서 최대주주를 감시하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경영을 못하게 한다면 1억 이상도 충분히 지급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그 돈은 낭비가 됩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때 한창 한국을 때렸던 외국인들이 ‘한국 사람들은 정실에 의해 경제를 움직이는 것 같다, 정실자본주의다’ 하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식의 사외이사 운영이 정실자본주의의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박: 제 교수님,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습니까?

제: 조 위원께서 지적하신 부분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외이사를 최고 경영자나 고위경영진과 친분이 있는 사람 중 선정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원래 사외이사를 두는 취지는 소액주주를 대표해서 회사를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것인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죠. 그래서 사외이사를 경영진이 자의적으로 선임하게 놔두지 말고 외부자문기구 등 독립된 제삼자들이 선정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능력 있는 전문가의 풀을 만들고 투명하게 선정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또 지금은 사외이사가 기업 내부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제한된 자료만 제공하고 있고, 자료를 많이 요구하는 사외이사도 드뭅니다. 앞으로는 사외이사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정보, 자료들을 엄밀하게 규정해서, 사외이사가 제대로 알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물론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 고추장 양념의 비밀’ 같은 영업 비밀은 밝힐 수 없겠죠. 그러나 그 이외의 것들은 되도록 상세히 제공해서 제대로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합니다. 또 많은 회사가 명망가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데요, 너무 바빠서 충실하게 사외이사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분들은 선임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박: 기업 이사회가 마치 친목회처럼 해외사업장 가서 이사회 연다는 명분으로 일주일 동안 골프치고 오고, 이렇게 서로 잘 놀다가 이사회를 하면 반대를 못하지 않습니까. 다음으로 유럽 재정위기 문제인데요,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로 한국은행총재가 유럽 재정위기를 들었습니다. 제 교수님은 현재 세계 경제 상황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세계 금융위기 근본 해결 요원... 우리 경제에도 불안 요인

제: 지금 세계경제 상황은 2008년 금융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라고 봐야겠습니다. 우리나라가 빨리 위기를 극복했고 세계 경제도 회복되는 중이라고 얘기들을 하지만 그건 기대 일 뿐입니다. 실제로는 2008년 금융위기를 불렀던 질병의 원인들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지나친 규제 완화로 세계 금융시장이 카지노처럼 투기판이 되게 만든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개혁하자’는 논의만 무성했지 변한 건 별로 없습니다. 대충 봉합만 해놓은 상태에서 진정제, 영양제 역할을 하는 돈을 풀어서 버텨온 것입니다. 이제는 미국, 유럽이 더 이상 풀 돈이 없어 기진맥진한 상태로, 원래의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약한 고리였던 피그스(PIIGS), 즉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에서 문제가 나타나고 있죠. 유럽연합 국가 중 상대적으로 튼튼한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들이 도와줘야 하는데 이들 나라의 내부 여론이 좋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안 도와주면 유럽통합 자체가 깨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국가부채가 상한선까지 쌓였는데 돈을 더 쓰려니 의회에서 법적상한선을 올려주지 않습니다. 야당인 공화당이 반대하는 것이죠. 8월 초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미국이 디폴트, 즉 채무불이행 사태에 빠지는 전무후무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밀고 당기다 결국 합의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만 이런 논란이 벌어진다는 자체만으로도 세계경제가 얼마나 불안하고 불건강한 상태인가를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경제도 긴장하고 경계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박: 우리나라도 민간부채와 공공부채를 합한 총부채를 보면 세계 최고수준을 다툴 정도로 증가율이 높은 상황인데,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조: 일단 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세계 경제의 문제가 해결된 게 아니라 잠재하고 있었다는 데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돈이 엄청나게 풀렸는데, 앞으로 유럽과 미국 상황이 약간 봉합이 되는 것처럼 보이면 신흥국 쪽으로 이 돈들이 다시 몰리게 될 것입니다. 특히 부동산시장을 부추겨 투자 수익을 올린 뒤 돈을 빼내가려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원화의 변동성이 세계 4위 정도로 높은데, 우리처럼 내수 경제보다 해외부문과의 관계가 중요한 나라는 이런 환율변동성이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특히 가계부채, 국가 재정 문제가 제대로 조율되지 않으면 환율변동성과 결합해서 한 번에 크게 떨어져 나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박: 제 교수님, 그렇다면 통화 정책이 어떻게 가야 하겠습니까?

제: 지금 우리가 6개월 연속 소비자물가 4%대 상승이라는 문제를 겪고 있는 게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얘기했던 금리정상화를 제 때 단행하지 못 한 탓이 크죠. 제 때 금리를 올리지 못한 후유증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도 보면 금리 결정 과정에서 부동산 시장을 걱정하고, 주저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현재 물가가 너무 불안하고, 금리는 아직 매우 낮은 수준이니까 우리가 갈 방향은 지속적이고 적정한 금리인상이라고 할 것입니다. 또 우리에게 시급하고도 장기적인 과제는 지나치게 높은 대외개방성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우리 경제는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굉장히 작은데 개방성이 너무 높습니다. 항공모함이 아닌 조각밴데 풍랑이 몰아치니 막 휘둘리는 거죠. 그렇게 대외의존성이 높은 것은 금융의 성장을 강조하면서 우리 실력에 비해 규제를 너무 빨리 푼 것, 수출 위주로 경제를 성장시키다보니 무역의존도가 너무 커진 것 등에 원인이 있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금융규제완화를 통한 성장보다 금융외환시장의 안정성입니다. 한 방에 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수출 대기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해왔던 실물경제 정책도 내수 위주로 돌려 중소기업을 탄탄하게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어느 정도는 우리끼리 먹고 살 수 있어야 대외 경제 변수에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제구조의 전환, 빨리 시작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과제입니다.

박: 오늘도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7월 16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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