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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탐사보도 살리겠습니다”
팀원 4 명 뭉쳐 심층기사 승부, ‘신문위기 돌파구’ 확신
[신문쟁이방송쟁이] 안수찬 한겨레 탐사보도팀장
2011년 07월 14일 (목) 20:11:26 민보영 기자 orintee@danbinews.com

쾅. 굉음이 귀를 찢었다. 기식의 눈앞에서 두 사람의 몸이 바닥 아래로 사라졌다. 2∼3초도 아닌 한순간이었다. 굉음 속엔 두 사람의 비명 소리가 섞여 있었다. 마르지 않은 콘크리트는 무너지면서 먼지조차 내뿜지 않았다.

이것은 소설도, 영화의 한 장면도 아니다. 4대강 공사 현장에서 스러져간 노동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전하는 <한겨레> 탐사보도기사의 한 부분이다.

“최대한 담담하게, 있는 그대로 글을 씁니다. 문장의 화려함이나 기교보다는 사실이 갖는 충격을 통해 독자의 희로애락을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한겨레in', 차별화된 심층보도로 승부수

   
▲ 한겨레in은 참신한 방식으로 현상을 제시한다.

최근 ‘한겨레in’으로 이름 붙인 지면을 통해 굵직굵직한 심층보도물을 내놓고 있는 안수찬(40) 탐사보도팀장은 깊고 정밀한 취재와 사실적인 묘사로 읽는 이의 공감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탐사보도란 사건의 이면을 밝히기 위해 대상을 깊게 취재하는 방식을 말한다. 권력기관을 감시하고 비판하기 위해, 사회의 복잡한 이면을 파헤쳐 본질을 드러내기 위해 언론은 탐사보도를 수행한다.

안 팀장은 자신이 추구하는 기사가 권력 감시에 초점을 맞춘 탐사보도(Investigative Reporting)보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과 사건에 집중하는 심층보도(In-Depth Reporting)의 성격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in’은 지난 5월 16일 선보인 첫 기획에서 한국의 모슬렘(무슬림/이슬람교도)을, 두 번째 기획에선 4대강 공사 현장에서 희생된 노동자들을, 최근엔 국회의 예산낭비를 다뤘다.
 
   
▲ 인터뷰 중인 안수찬 기자. ⓒ 김인아
심층보도의 필요성은 노보를 통해 3년 전부터 <한겨레> 내부에서 제기돼 왔다. 그러다 지난해 대표이사와 편집국장을 새로 선출하면서 논의가 본격화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다른 언론사와 차별화된 콘텐츠가 필요하고, 총체적인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사를 내놓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런 얘길 가장 적극적으로 한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안 팀장이었다.

“지난 3월 말 탐사기획보도팀장이 됐습니다. ‘그렇게 떠들던 네가 한 번 해 보라’는 식으로 맡긴 거죠.”

하지만 인력은 자신을 포함해 고작 4명. 탐사보도의 전통이 있는 세계일보가 8명, 한국방송(KBS)의 탐사기획팀이 ‘전성기’ 때 30명까지 됐던 것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그는 현실을 인정했다. 그리고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기존 보도에서 볼 수 없었던, 진실의 저변을 드러내는 아이템(대상)을 선택하자. 시의성도 중요하니 취재 기간은 2 달을 넘기지 말자.

시작부터 신중해야 했다. 기사의 내용 뿐 아니라 전달방식도 신선하고 인상 깊게 하고 싶었다. 지면 편집, 그래픽 디자인 등에 대해 관련 부서에 자문을 구했다. ‘내러티브’라고 하는 이야기 방식의 기사체에 대해서도 선후배들의 의견을 들었다.

취재팀 안에서도 심층 보도란 무엇이며 어떤 것을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 함께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다. 일단 취재가 시작되자 그 진행 과정도 만만찮았다. 4대강 공사현장에서 숨진 노동자의 유족들은 건설사에서 보상금을 받은 탓에 취재에 응하면 돈을 뺏기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노동청이나 검찰, 경찰 등은 안 팀장을 다그쳤다. ‘대수롭지 않은 일인데 왜 들추느냐’는 식이었다. 스트레스를 받아 위궤양에 걸릴 정도였다. 
 
“그래도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 4대강 기획이 실린 지면.

충격적인 내용과 화려한 그래픽 등 ‘비주얼’이 어우러진 기사가 나가자 다른 언론사 국장들이 소속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런 기사를 쓰라”고 주문했다는 얘기가 들렸다. 4대강 기획을 보며 울었다는 기자들도 있었다. 언론학 전공의 한 교수는 “심층 보도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책을 내자는 출판사도 있었다.

독자들의 반응도 뜨거웠지만, 한 가지 색깔은 아니었다. 모슬렘을 다룬 기획에 대해서는 “너도 개슬람이냐”, “반민족 매국노”, “테러를 당하고 싶냐”는 등의 욕설도 쏟아졌다. 반면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노력하신 기자 분들께 존경을 표한다”, “기대해도 될 언론”이라는 호평도 쇄도했다. 안 팀장은 기사가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해보고 싶었습니다. 때를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요. 제 목표는 저희만 좋은 기사를 쓰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한겨레 탐사기획팀을 언론의 지속가능한 발전 선상에 올려놓고, 능력이 닿는 데까지 이 지평을 넓히고 싶어요. 다른 곳에서도 양질의 기사가 나올 수 있었으면 합니다.”

위기의 신문, 양질의 기사로 기본에 충실해야

최근까지 우리나라의 탐사보도는 축소되는 추세였다. 갈수록 신문사 운영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탐사보도팀을 두고 있던 여러 신문사에서 비용과 인력난 등을 이유로 인원을 줄이거나 팀을 없앴다. 방송 보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던 KBS 탐사보도팀은 정연주 전 사장이 퇴임한 후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 사실상 해체됐다. 별도의 탐사팀을 두지 않은 상태에서는 각자 출입처에 드나들며 격무에 시달리는 기자들이 장기적인 심층 보도를 추진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런 상황이기에 한겨레의 시도가 더욱 돋보인다. 

안 팀장은 탐사·심층보도가 저널리즘의 미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기존 신문방송을 위협한다고들 말하지만, 문제는 소통의 ‘수단’이 아닌 ‘내용’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기사 콘텐츠의 질적 수준이 높아지지 않은 상태에서 소통방식을 고민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정보가 범람하고 기사를 소비하는 방식이 다양해질수록 (질적으로 뛰어난 기사라는) 기본에 충실한 언론이 살아남겠죠.”

   
▲ 인터뷰 중인 안수찬 기자. ⓒ 김인아

안 팀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97년 <한겨레>에 입사한 뒤 민권사회부, 체육부, 여론매체부, 정치부, 문화부 등을 거쳤다. <한겨레> 자매지인 주간 <한겨레21>에서 사회팀장을 하던 지난해엔 ‘노동오티엘(OTL)’ 연재기획으로 제 41회 한국기자상을, ‘탐사기획 영구빈곤보고서’로 제 236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한국언론재단 기자교육과정 강사를 거쳐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강의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기자 그 매력적인 이름을 갖다>, <스트레이트를 넘어 내러티브로> 등 여러 권의 책도 냈다.

그는 독자들에게 ‘충만하고 뿌듯한 느낌, 온전히 이해했다는 느낌, 이 기사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기사를 쓰는 게 목표라고 말한다. 기자로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 안 팀장은 언론인으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팀장을 영원히 할 순 없을 텐데, 지금은 생각할 여력이 없습니다. 이 일에 몰입 중이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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