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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 주도 금융감독혁신 좌초 위기
금융위 권한강화 시도에 민간위원 ‘들러리 못 선다’ 사퇴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7월 13일 (수) 20:57:36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지난 5월 9일 출범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가 삐걱거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사실상 좌초했다는 분석도 나오고요. 왜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태스크포스 출범 때 제기됐던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아시는 것처럼 금융감독혁신 TF는 저축은행사태를 통해 드러난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자는 목적으로 출발했죠. 그런데 출범 당시부터 개혁의 대상인 ‘모피아’, 즉 전현직 금융관료들이 혁신TF의 주요 멤버가 됐으니 개혁안이 제대로 나오겠느냐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초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던 6월말이 되자 돌연 8월로 시한이 연장됐고, 민간위원 중에 김홍범 경상대 교수가 “정부 각본의 들러리가 될 수 없다”며 사퇴했습니다. 이어 민간 측 공동위원장인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 국제대학원 교수가 언론인터뷰를 통해 정부 측 독주에 불만을 드러냈고, 나머지 민간위원들도 ‘더 이상 활동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정부 측 위원들의 월권 행위와 금융위 권한 강화.. 민간 위원들 '그만두겠다'

홍: 민간위원들이 이렇게 반발한 구체적인 이유는 뭔가요.

   
제:
사퇴한 김홍범 교수가 언론에 밝힌 내용은 이렇습니다. 처음부터 대다수 민간위원들은 저축은행 사태를 낳은 ‘정책’의 문제와 ‘감독’의 문제를 함께 짚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합니다. 금융정책을 다루는 금융위원회와 감독을 맡은 금융감독원을 둘 다 혁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죠. 반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 출신 관료 등으로 구성된 정부 측 위원들은 금융위의 정책 문제는 빼고 금감원의 감독업무만 개혁하자는 주장이어서 마찰이 있었다고 합니다. 결정적인 사건은 정부 측이 막판에 ‘제재위원회’와 ‘소비자보호기구’등 금감원의 일부 조직을 금융위로 옮겨서, 금융위의 권한을 더 강화하는 내용을 보고서에 끼워 넣었다는 것입니다. 또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자리에 민간 측 공동위원장을 배석시키지도 않는 등 월권을 했다고 합니다.

홍: 정부 측 행동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데요, 그래서 민간 위원 쪽에서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는 얘기가 나온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이런 비판에 대한 정부 측의 설명은 뭔가요?

제: TF의 정부 측 위원장인 임채민 국무총리실장은 “일부 민간위원들이 오해를 했다”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TF의 시한을 연장한 것은 쇄신안을 둘러싸고 위원들 내부에 이견이 있기 때문에 이를 조정하기 위해 위한 것이란 설명이었습니다. 임 실장은 또 정부가 지금까지 각본을 짜놓고 밀어붙인 내용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홍:
금융감독 TF가 출범할 때는 ‘저축은행 부실사태 같은 감독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지금 상태라면 기대하기 어렵겠군요.

제: 현재 7명의 민간위원들 중 사퇴한 김 교수 외에 다른 위원들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연장한 시한에 맞춰 TF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 8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 정부 측 인사들이 마무리를 해서 보고서를 내는 반쪽짜리 TF가 될 가능성이 높죠. 이렇게 되면 대책의 권위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워 금융감독혁신 작업 자체가 유야무야될 수도 있습니다.  

위원들의 구성부터 바꿔야...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도 중요

홍: 금융감독혁신 작업은 우리 금융의 건전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차대한 과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제: TF 출범 때부터 지적된 것처럼 위원들의 구성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셈입니다. 심하게 표현하면 ‘피고석’에 있어야 할 사람들을 ‘검사석’에 앉힌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입니다. 위원장을 포함해서 정부 측 위원 6명 중 4명이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의 고위관료들입니다. 이들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TF에서 저축은행사태를 빚은 금융 정책의 잘못을 지적하고,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수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제 살을 베는 것’처럼 어려운 일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질병’을 초래한 금융위를 건드리지 않고, 질병으로 인한 ‘증상’을 드러낸 금감원에 대해서만 치료법을 찾다보니 대책이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금융위가 이 틈에 ‘권한강화’까지 노려 파국을 초래했다는 게 김홍범 교수의 지적입니다.
   
홍: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대통령에게 진정한 개혁 의지가 있다면 TF구성부터 바꿔야 할 것입니다. 위원장부터 관료가 아닌 외부의 권위 있는 전문가 중에서, 관료들 입김에 휘둘리지 않을 무게 있는 인사로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 위원들도 거의 전원을 민간위원으로 구성하되, 지금처럼 교수들로만 뽑지 말고, 금융감독을 당한 경험이 있는 전현직금융인들을 포함시켜서 보다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관료는 한 두 명만 포함시켜서 정책의 실현가능성 등에 대한 검토 의견을 내는 정도의 역할만 맡기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또 논의범위를 제한하지 말고, 당장 실현할 정책과 중장기적 과제를 나눠서 금융감독권을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등과 공유하는 방안을 포함한 근본적 개혁을 추구해야 할 것입니다.

홍: 만일 TF 구성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관료이기주의를 벗어난 개혁안이 나오긴 힘들겠는데요, 사회적인 관심과 압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금융감독체계가 잘못되면 이번 저축은행 사태처럼 수많은 예금자가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금융시스템이 부실해져 나라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물론 국민 개개인에게도 사실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입니다. 따라서 지금 진행되는 금융감독혁신 작업에 대해 국민들도 관심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의 지속적이고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합니다. 우리 언론들, 사건이 터졌을 때 반짝 관심을 보였다가 조금만 지나면 문제 자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중대 사안에 대해서는 진행상황을 적극 추적해서 국민들이 바른 의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이를 토대로 확실한 정책변화를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기사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7월 13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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