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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9.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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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왼손 차별’을 넘어서
[상상사전] ‘좌우’
2017년 09월 02일 (토) 23:30:23 손준수 기자 andrewson88@naver.com
   
▲ 손준수 기자

야구에서 왼손은 좀 특별하다. ‘강속구를 던지는 왼손투수는 지옥이라도 가서 데려와라’는 말처럼 야구는 왼손에 큰 가치를 둔다. 한국야구 통산기록은 거의 왼손이 세웠다. 200승 투수 송진우, 투수 최다경기 출장 류택현, 현역 최고령 투수 박정진 등 투수기록 보유자는 좌완투수가 대부분이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홈런왕 이승엽, 기록의 사나이 양준혁 등 좌타자들이 수많은 통산기록들을 갖고 있다. 이들이 기록의 주인공이 된 건 타고난 실력과 철저한 개인관리뿐 아니라 왼손도 한몫했다. 오른손이 즐비한 야구에서 왼손은 승부처에 투입되어 큰 활약을 한다. 왼손은 베테랑일수록 팀의 핵심전력으로 분류된다.

   
▲ 야구는 왼손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스포츠다. ⓒ pixabay

야구와 달리 왼손은 그동안 천대받아왔다. 왼손 차별은 뿌리깊다. 오른쪽은 ‘올바르다’에서 온 말이다. 영어 ‘right’도 ‘옳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에 견주어 왼쪽인 ‘left’는 오른쪽의 반대이자 나머지를 뜻하며, ‘그릇되다’를 어원으로 한다. ‘간통 행위(left-handed marriage)’, ‘잘못된 추론(left-handed wisdom)’ 등 부정적 의미를 담은 어휘에는 왼쪽이 들어간다. ‘권리’(rights)처럼 긍정적인 단어에는 오른쪽이 들어간다. 세상이 우파의 시각을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걸 반증하는 대목이다.

한국 사회도 우파가 장기집권할 만큼 좌파를 바라보는 다수의 태도는 여전히 곱지 않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으나, 지금도 노조나 동성애를 두둔하거나 남북대화를 주장하면 공격당하기 쉽다.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를 채택한 나라지만, 한쪽의 존재를 박멸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살아있다. 특히 좌파를 박멸의 대상으로 보는 수구보수세력들은 권력독점을 위해 반공을 내세웠다. 조봉암, 통합진보당 등 자신들보다 조금이라도 왼쪽에 서있으면 탄압했다. 얼마 전 한 대선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친북좌파를 골라내서 박멸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민주화한 지 30년이나 됐지만, 자신의 분석과 해결 방법만이 옳다는 독선적 주장은 여전하다.

“나는 민주주의에 두 가지 갈채를 보낸다. 하나는 다양성을 용인하기 때문이요, 또 하나는 비판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영국 소설가 E.M 포스터 말처럼 민주주의는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는 걸 중시한다. 좌‧우파는 적대관계가 아닌 서로 경쟁하며 공존하는 관계다. 서로를 적이 아닌 ‘경쟁적 동반자’의 관계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맹목적 비난이 아닌 집단 간의 절제 있는 경쟁이 자리 잡아야 한다.  왼손과 오른손은 결국 한 몸이다. 좌파와 우파가 서로 추구하는 노선이 달라도 개인과 국가의 발전을 어느 쪽이라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 왼손과 오른손 한 몸인 것처럼, 좌‧우파는 적대관계가 아닌 서로 경쟁하며 공존하는 관계다. ⓒ pixabay

야구는 왼손을 아낀다고 하지만, 오른손 자리는 항상 남아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장단점이 바뀌기 때문에 각자 쓰임새가 있다. 진보정권이 들어섰다고 해서 보수의 가치는 소외되지 않는다. 현안을 푸는 데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뒤섞이면 더 나은 해법을 모색할 수도 있다. 보수와 진보는 세상을 움직이는 두 바퀴다. 서로를 잘 이해해 더 나은 미래로 함께 굴러가길 바란다.


보들레르가 ‘모든 능력들의 여왕'이라고 말한 상상력이 학문 수련 과정에서 감퇴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저널리즘은 아카데미즘과 예술 사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을 옥죄는 논리의 틀이나 주장의 강박감도 벗어 던지고 마음대로 글을 쓸 수 있는 상상 공간이 바로 이곳입니다. 튜토리얼(Tutorial) 과정에서 제시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여러분만의 ‘상상 사전’이 점점 두터워질 겁니다. (이봉수)

편집 : 안형기 기자

[손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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