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그로' 호칭 추방한 흑인 민권운동가

키스 베어드(Keith Ethelbert Baird)는 미국에서 흑인을 지칭하던 말인 ‘니그로’(negro)를 추방시키고, 대신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을 쓸 것을 공론화한 미국의 언어학자다. 1923년 1월 20일 영국 식민지 바베이도스에서 태어났다. 이후 베어드는 1947년 미국으로 떠나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문학과 언어학 학사 학위를, 신시내티대학교에서 언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언어학자답게 영어 뿐 아니라 스페인어, 프랑스어, 포르투갈어 등 7개 국어에 능통했다. 1966년 “니그로라는 단어는 노예와 노예 지배를 묘사하는 데 전적으로 사용됐다”며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표현을 쓰자고 주문했다. 다만, 베어드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쓰자고 주장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다. 언어학자이자 역사가로서 문제를 쟁점화 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흑인들에 대한 호칭에서 그들의 ‘뿌리’를 찾아준 언어학자 키스 베어드(94)가 7월 13일 애틀랜타에서 별세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25일 보도했다. 뉴욕에서 고교 교사와 교육 행정가로 일하던 베어드가 ‘니그로 추방’에 나선 것은 흑인 민권운동의 본격화를 앞둔 1966년부터다. 교사들이 참석한 콘퍼런스에서 “니그로는 노예 혹은 노예로 삼을 수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니그로는 ‘검다’는 뜻의 라틴어에 기원을 두고 있다. 유럽 출신은 ‘아일랜드계 미국인’ 식으로 부르는데 왜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표현은 불가능하냐는 얘기였다. 베어드의 사상에는 아프리카인들의 노예화와 식민화에 대한 역사적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는 “미국을 지배하는 유럽계가 강요하고 유지시키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억눌린 사회·경제적 처지는 ‘니그로’라는 저속한 호칭에 의해 상징되는 동시에 촉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생각하는 대로 말하는 게 아니라 말하는 대로 생각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결국 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라는 표현을 창안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런 신념에 따라 미국 흑인 호칭을 바꾸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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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니그로 추방’ 미 언어학자 베어드 별세

-뉴욕 타임스

Keith Baird, Linguist Who Fought the Use of ‘Negro,’ Dies at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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