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화끈하고 달콤한’ 14밴드의 구로 인디록 페스티벌

인디(독립)음악은 홍대에서만 즐길 수 있다? 록페스티벌은 도시를 벗어난 교외에서만 열린다? 록음악을 즐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서서 뛰어야 한다?

▲ 페스티벌에 참가한 두 남녀가 일어나 공연을 즐기고 있다. ⓒ 김희진
인디록에 대한 이 모든 고정관념을 거부하는 제3회 구로 인디록 페스티벌이 지난 2일과 3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열렸다. 구로 페스티벌은 홍대 중심의 인디문화를 벗어나 새로운 인디음악 공간을 만들어 내자는 취지로 구로문화재단이 2009년 7월에 시작한 음악 축제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벌,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 등 교외에서 열리는 기존 록페스티벌과 달리 서울의 대표적 산업단지에서 열린다는 게 이채롭다. 공연장도 영화관 같은 극장이기 때문에 열광할 땐 일어나서, 힘들면 편히 앉아 공연을 즐길 수 있다. 
 
▲ 밴드 뷰렛의 공연 모습. ⓒ 김희진

화끈한 4시, 달콤한 4시에 만나는 인디록

올해 공연은 2일 ‘화끈한 4시’, 3일에는 ‘달콤한 4시’라는 주제로 각각 7팀씩 다채로운 음악을 선보였다. ‘화끈한 4시’ 공연에는 강렬한 사운드의 인디밴드들이 대거 출동했다. 걸쭉한 여성 보컬의 음성으로 무대를 사로잡은 '예리밴드'를 시작으로 '이지보이' '디아블로' '바닐라 유니티'가 열정적인 무대를 이어갔다. 이미 지상파 방송을 타고 유명해진 '뷰렛'이 대표곡 <거짓말>을 부르며 등장하자 공연은 절정에 달했다. 이어 메탈밴드 '크래쉬', 서태지컴퍼니 소속 '피아'가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 왼쪽부터 바닐라유니티, 뷰렛, 디아블로. ⓒ 김희진
3일 '달콤한 4시' 공연 때는 아침부터 쏟아진 폭우에도 아랑곳없이 더 많은 관객이 몰렸다.  첫 무대를 장식한 '뉴 밴드'에 이어 가수 일락이 밴드로 활동하고 있는 '라킨라드', 소리꾼 이자람이 결성한 '아마도 이자람밴드'가 멋진 공연을 이어갔다. 가수 티티마 출신의 소이가 보컬로 활동 중인 '라즈베리필드'와 경쾌한 펑크뮤직을 지향하는 '딕펑스', 두터운 팬 층을 자랑하는 '안녕바다'가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페스티벌의 마지막 무대는 부드럽고도 감성적인 인디록의 진수를 보여준 '몽니'가 장식했다.

▲ 밴드 디아블로 세션들의 연주 모습. ⓒ김희진
경기도에서 왔다는 김지연(28․여) 씨는 "요즘 인디록 페스티벌이 뜸해서 심심했는데 멀리 안 가고 서울 안에서 다양한 인디밴드들의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고광준(20) 씨는 “홍대 클럽에 가긴 부담스럽고, 동네에서 한다기에 용기를 내서 와봤는데 너무 좋다”며 내년에도 꼭 오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록페스티벌 마니아라는 정명순(27․여) 씨는 “공연이 좋긴 한데 특별한 점이 없다”며 “지산은 야외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페스티벌, 그랜드민트페스티벌(GMF)은 잔디밭에서 즐기는 록페스티벌 등 색깔이 있는 것처럼 구로 페스티벌도 고유의 색깔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관객들이 무대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 김희진
구로 페스티벌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안주용 씨는 "단순히 음악을 전달하는 콘서트에서 나아가 인디 애호가들이 도심 속에서 보다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해마다 페스티벌을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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