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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백억을 2조로 ‘기적의 뻥튀기’
재벌들 ‘일감 몰아주기’로 재산증식·편법상속 놀라워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1년 07월 04일 (월) 00:23:05 이슬기 기자 shyny47@naver.com

   
박경철(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지난 수요일에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발표됐습니다. 획기적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지만, 내용은 ‘사후약방문’이라는 게 일반적 평가인 것 같습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앞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도 내놓았는데 성장목표는 낮추고, 물가관리에 집중하겠다고 했습니다. 나라밖에서는 그리스의 재정 긴축안이 통과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한 고비를 넘긴 것 같지만, 미국 경제에 대한 고민은 역시 깊습니다. 이번 주도 비로 인한 사건사고가 많았는데, 매번 그렇듯이 무엇보다도 ‘인재’라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구호와 슬로건 넘쳤던 상반기, 실질적 문제 해결 언제 하나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경원선 선로 이동공사를 하는데요, 비가 많이 와서 토사 1500톤이 쓸려 내려와 도로를 덮쳤습니다. 도로를 달리던 자동차 3대가 사고를 당했죠. 한 사람이 죽고 세 사람이 중상을 당했는데 나중에 그 현장을 들여다보니 계곡 경사면이 심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고 합니다. 특히 배수로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만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안전 불감증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박: 호국의 다리가 무너진 것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그 다리가 100년이 넘은 문화유산 중 하나라고 하더군요. 4대강 준설 때문에 그런 사고가 났다는 진단도 나오고요, 다리를 보수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된 절차를 안 거쳤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조심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것을 막지 못하고 후회하는 것, 착잡한 심정이었습니다.

박: 감당할 수 있는 자연재해에 대해 준비하지 못하고 인재를 겪었다면 우리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이번 상반기 경제 이슈 중 어떤 게 가장 기억에 남으십니까?

조: 역시 저축은행 문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규제완화가 지나쳐서 결과적으로 그런 일이 벌어졌죠. 단순히 저축은행의 부실 문제만이 아니라 금융감독원의 역할, 감독기능이 완전히 훼손됐고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못했다는 것을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제:
그 사건을 조금 넓게 계층적 시각에서 보면요, 저축은행 문제를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모피아의 문제, 말하자면 우리 사회를 끌고 가야 할 책임이 있는 기득권층의 직무유기와 부정부패가 두드러졌다고 하겠습니다. 그 반대쪽에서는 구제역과 물가고, 대학생들의 등록금 문제 등 서민 생활의 파탄과 고통이 두드러졌고요. 정부가 이런 민생의 고통을 보면서 ‘친 서민으로 가겠다’, 혹은 대기업 중소기업 문제와 관련해서 ‘동반성장으로 가겠다’는 구호를 외쳤는데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은 나오지 않았죠.

박: 네, 구호와 슬로건만 넘쳤던 상반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구호와 슬로건은 스스로의 약점을 감추기 위한 것, 콤플렉스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그런 경우가 많죠. 과거에 부패정권, 독재정권 시절에 ‘부정부패 척결’을 외치지 않았습니까. 돌아보면 굉장한 아이러니죠.

조: 5공화국 때, 80년대에 내놓았던 슬로건이 ‘정의사회구현’이었잖습니까.

제: 그러게 말입니다. 언어의 오염입니다.

박: 자, 이번 주엔 어떤 이슈 주목하셨습니까?

   
조:
우선 저는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대책을 내놓았다는 소식 꼽아 봤고요. 7월 1일부터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이 잠정 발효됐다는 소식,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들의 한국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꼽았습니다. 일본의 대표적 소재기업으로 탄소섬유 등을 만드는 도레이가 제1공장을 2013년 1월까지 완공하는 것을 비롯해 앞으로 10년 동안 1조 3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합니다. 일본기업들이 지진을 계기로 한국과 일본에 공장을 두고 어느 쪽에 상황이 생기더라도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발상인 것 같습니다.

제: 요즘 일본 사람들이 부산 같은 남해안 지방의 아파트도 많이 산다고 해요.

박: 제 교수님은 어떤 이슈 주목하셨습니까?

제: 우리나라 주요 재벌기업들의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가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요, 재벌들이 일감 몰아주기로 10조원 가까운 부를 증식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서 주목했습니다. 두 번째는 총수들 간에 친인척관계죠, 삼성과 씨제이(CJ)가 대한통운 인수를 놓고 진흙탕 싸움 가까이 갔다가 CJ가 승리를 거뒀다는 소식입니다. 마지막으로 국제통화기금(IMF)총재 자리가 공석이었는데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이 결국 선임됐다는 소식입니다. 이분은 IMF 사상 첫 여성총재일 뿐 아니라 월가 출신 협상가라 주목되는데요, 앞으로 그리스 등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선진국 금융회사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해법이 마련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
저는 금융감독체계, 특히 금융감독원 개혁과 관련된 안이 ‘그 나물에 그 밥’이었다는 것을 하나 꼽았고요. 두 번째는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의 결과가 계산된 것만 10조원이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가계부채대책이 ‘사후약방문’이었다는 것 하고요. 우선 가계부채 종합대책부터 따져보겠습니다. 조 위원님, 일단 내용부터 정리해주시죠.

어중간한 서민 대책 진정성과 의지 보여야

조: 대책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대출을 가급적 제한하겠다는 것과 대출 구성 내역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대출을 제한하는 쪽은 예를 들어 은행에 대해 예대율 관리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액 비율을 말하는 건데요, 당초 2013년 말까지 예대율을 100% 이하로 가져가려 했는데요, 이것을 1년 6개월 단축해서 내년 6월 말까지 예대율을 100%로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예금을 받은 만큼만 대출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죠. 다음에 고위험 담보대출에 대해서는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비율)을 계산할 때 위험가중치를 높여서 은행이 스스로 자율규제를 하도록 하는 방안이 있습니다. 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대출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소득증빙제를 통해 얼마나 상환능력이 있는지 따지도록 하겠다는 부분도 있습니다. 대출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은 변동금리대출을 고정금리대출 쪽으로, 거치기간을 두는 관행을 비거치식으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일정기간 동안은 이자만 갚다가 나중에 한꺼번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을, 돈을 빌린 다음 달부터 바로 분할 상환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박: 이번 가계대출 대책엔 어떤 문제점이 있습니까?

조: 대출을 규제하는 방향은 옳은데 이 모든 문제를 금융권에 떠맡겼다는 것입니다. 특히 지금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사이에 이자율 차이가 거의 1%정도 되는데 소비자들은 같은 값이면 싼 이자율로 빌리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자금공급을 훨씬 싸게 해야 하는데 그 방안에 대해서는 거론이 없습니다.

박: 이번 대책이 왜 이렇게 어중간한가에 대해 말이 많은데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한 말씀 하셨죠?

제: 정부 내에서도 근본적이고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강하게 나가면 경제가 얼어붙지 않겠나, 성장에 타격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가계부채 대책 토론회에 나와서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가계부채 대책을 ‘양날의 칼’에 비유했습니다. 대책이 너무 강력하면 경제가 어려워 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문제 자체가 해결되지 않고 악화되어 또 다른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고민은 되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경제가 너무 걱정되기 때문에 미흡하지만 이 정도 수준에서 발표한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하나, 부동산에 대한 고려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습니다. 가계부채 대책을 너무 강력히 해서 돈줄을 조일 경우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는 것이죠. 이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 떨어질까봐 가계부채 대책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나중에 감당 못하고 파국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부동산 가격이나 경기에 집착하지 말고, 보다 종합적이고 일관된 가계부채 대책이 나와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박: 조 위원님, 갚을 능력이 부족한데 자꾸 빌려주는 것도 문제지만 대출 통로를 닫았을 때 특히 곤란해질 사람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조:
가계 부채가 급증한 데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첫째는 기업들이 돈이 많아지다 보니 대출을 잘 쓰지 않자 은행들이 가계대출에 집중했죠. 때마침 불어온 부동산 열풍과 저금리 기조에 수요자와 공급자의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아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입니다. 그러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집을 갖고도 빚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하우스 푸어’가 생겨났습니다. 또 하나는 저소득층입니다. 생활자금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빌리는 경우가 많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자부담으로 허덕이는 하우스 푸어는 그나마 나은데, ‘하우스리스 푸어’,  즉 집도 없으면서 어려운 분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자칫하면 이런 분들은 비제도권 사채시장에 발을 담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것이죠.

박: 제 교수님은 이번 대책에서 어떤 점이 빠졌다고 보십니까?

제: 금융회사들, 대출 창구에 모든 것을 맡길 게 아니라 근본적인 금리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특히 부동산담보대출이 엄청나게 늘어난 데는 금리가 지나치게 낮았던 탓이 큽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의 2% 대에 기존 금리가 오래 유지됐죠. 최근 3%까지 올라갔지만 그것 역시 물가를 감안한 실질 금리로는 마이너스입니다. 미시적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로 바꾸는 등의 대안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금리를 적절한 수준으로 올리는 거시적 수단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더 확장할 필요가 있고요. 큰 칼과 작은 칼을 함께 써야지, 작은 칼만으로는 어려울 것입니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생활자금은 급박한데 은행들이 문턱을 높이니 더 어려워진 사람들, 정말 갈 데가 없어서 사채를 써야 하는 그런 어려운 분들에겐 뭔가 출구를 마련해줘야 합니다.

박: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성장보다 안정을 중시하는 쪽으로 바꿨다고 하는데, 조 위원님 어떻습니까? 정부가 목표를 수정한 것입니까, 아니면 현실을 인정한 겁니까.

조: 현실을 인정한 것이죠.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5%였는데, 올해는 지난해만은 못하다는 차원에서 5% 안팎의 성장을 예상했고 물가도 3% 선에서 해결 하겠다는 입장이었죠. 하지만 물가가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고, 경기가 실제보다 훨씬 더 순조롭지 못하다는 판단에서 목표치를 4.5%로 0.5% 낮췄습니다. 경제 팀의 수장도 바뀌었으니 수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제: 제 생각에도 정부가 현실을 수용한 것이지, 진심으로 정책 기조를 바꾼 것 같지는 같습니다. 하반기 경제운용 방안을 내놓으면서 동시에 분양가 전매제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을 끼워 넣은 것을 보면 드러납니다. 개발이익환수 폭을 줄이겠다는 것도 끼워 넣었는데요. 그게 뭐냐 하면 어떻게든 부동산 경기를 띄워보겠다,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여전하다는 것입니다. 말로는 안정, 분배를 중시할 것처럼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에서는 성장과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집착하는 모습을 아직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이쪽도 저쪽도 안 되고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으로 갈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어떤 정책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 단안이 필요합니다.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해야 성장을 조금 양보하더라도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겠는가? 사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책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이 너무나 수출 대기업에게 혜택을 몰아주고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배제하고 소외시켰거든요. 대기업들은 이제 혼자서도 잘 뛰니 내버려두고, 세금이나 전기요금 혜택 주던 것도 정상화하고, 중소기업, 자영업, 근로자 쪽을 지원해야 합니다. 내수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일자리도 확실히 늘어납니다. 또 한 가지 서민생활을 돌아봐야 합니다. 등록금 때문에 청년들이 울고 있고, 부모들도 고통스러워합니다. 보육, 교육 대책이 없어 고통 받는 서민이 많습니다. 진정한 ‘친 서민’ 정책이라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많이 낙후된 우리의 복지 수준을 제대로 높이는 쪽으로 확실하게 노선을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일자리도 창출하고 서민 생활도 나아지는 하반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과세 방안 마련, 내년 개정안에 반영

박: 크게 공감이 갑니다. 다음으로 재벌의 일감 몰아주기입니다. 우리 방송에서도 마이크가 닳을 만큼 많이 얘기한 이슈인데요, 이번에 어떤 얘기가 나온 것인지 제 교수님께서 정리해주시겠습니까?

   
제:
우리가 이 얘기 많이 했는데, 구체적인 숫자와 이름 등이 나왔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가 운영하는 경제개혁연구소가 있는데요, 최근 재벌기업들의 일감 몰아주기 실태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내용을 보니까 29개 재벌기업에 관련 기업인이 190명인데, 이들이 비상장회사 등을 만든 뒤에 이 회사들에 계열사의 거래를 몰아주는 방법으로 해당 회사의 지분 가치를 늘려 10조원 가까운 돈, 즉 9조 5580억 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얘깁니다. 이들이 해당 회사의 지분을 사느라 처음에 쓴 종자돈, 즉 ‘씨드 머니’가 1조 3000억 원인데, 이걸로 10조 원을 벌었으니 수익률이 755%다, 이런 계산이 나오더군요. 개인별로 보니까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란 물류회사 등에  456억원을 투자했는데 이 돈이 2조 1870억 원이 됐다고 합니다. 엄청난 성장이죠. 이 분이 1위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SK C&C 등에 101억원을 넣었는데 2조 400억원이 됐습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도 글로비스 등에 181억원을 투자했는데 1조 4900억원이 됐다고 합니다.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다는 ‘미다스의 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이렇게 적은 돈을 들여 일감 몰아주기를 해서 큰 돈을 챙겼다는데 끝나지 않고요, 이런 방식으로 키운 계열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그렇게 해서 상속증여세를 내지 않고 그룹 경영권을 편법 상속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사회적 감시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조: 한나라당과 정부가 며칠 전 국회에서 당정협의를 했는데,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상속증여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합의했습니다. 7월 중 과세방안을 마련해서 8월에 제출할 내년도 세법 개정안에 반영하겠다고 합니다. 그 외에 공시제도를 강화해 내부거래 현황을 노출시키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문제는 과연 내부 거래, 일감 몰아주기의 과세를 어떤 근거로,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가 인데, 치밀하게 따져서 대안을 잘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박: 제 교수님. 결국 이것은 세법과 같은 법리 논쟁이 아니라 공정거래제도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공정거래 부분에 대해 유연성을 갖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하더군요.

제: 미국은 멀쩡한 회사를 크다고 자르라고 해서, 기업 분할까지 하는데요? 

박: 글쎄요, 바로 며칠 전에 공정거래규제 완화가 세계적 추세라고 하더군요. 어떤 근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내부 거래에 대한 공시 강화 등 얘기가 나오는데, 그 것만으로 되겠습니까?

제: 공시 강화도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공개적으로 자료를 발표할 의무가 없었거나 제한적이었는데, 분기별로 계열사간의 내부거래 상황을 의무적으로 증시 등에 발표해야 한다면 사회적 감시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상속증여세를 물리는 것도 중요합니다. 일감 몰아주기로 지분가치가 몇 배 뛰었다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만큼 세금을 물릴 수 있어야 하죠. 우리의 상속세법은 ‘완전포괄주의’라고 해서 법에 일일이 규정하지 않았더라도 실질적으로 상속이나 증여에 해당한다면 세금을 물릴 근거가 있습니다. 그 법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세금을 물리는 것은 돈벌이가 다 끝나고 난 뒤, 사후적인 얘기 아닙니까? 대기업 계열사들이 소모성자재 구매 대행업(MRO)나 유통, 물류, 광고 등 중소, 중견기업이 하던 사업을 ‘땅 짚고 헤엄치기’로 잠식하고 난 뒤의 일이거든요. 사실은 부당 내부 거래를 통해 계열사에게 일감 몰아주기가 이뤄지고 그로 인해 공정 경쟁이 무너지고 중소기업들이 숨 막히게 되는 것을 사전에 막는 게 더 중요합니다. 공시 강화와 함께 그런 조짐이 발견됐을 때 제동을 걸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열심히 뛰어야 합니다.

조: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관찰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히어링(청문)을 하러 다녀야 합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치밀한 청취를 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시장에 대한 꾸준한 감시견 역할이 필요합니다.

제: 지금까지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제적으로 그런 일을 하기보다 공정위의 고위직을 맡으셨던 분들이 대기업에 스카웃되어 기업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열심히 만들어줬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 믿고, 현직에 계신 분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주시길 바랍니다.

박: 다음 이슈가 한-EU FTA 잠정발효인데요, 협상 시작한지 4년 만인데, 어떤 변화를 가져오겠습니까?

조: 국책연구기관들, 즉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나 한국개발연구원 등의 주장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실질 GDP가 5.6%, 매년 0.56%씩 늘어나고 고용도 25만여 명 늘어난다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어떻게 변하는지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그대로 수용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다만 EU라고 하는 세계 최대의 단일 경제권, 인구가 5억 명이고 작년 GDP 규모가 세계 전체의 26%로 2위인 거대 경제권과 짝을 이뤄다는 것은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큰물에서 놀 장이 마련됐으니 여기에서 어떤 경쟁력과 효율성을 가지고 이익을 창출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다만 이런 시장개방을 하게 되면 플러스와 마이너스 측면이 당연히 있기 마련입니다. 피해를 볼 분야는 농축산물이죠. 또 의약 화학품 분야도 우리가 약하고요. 기업과 개인의 대응, 정부가 피해분야를 어떻게 지원할지 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박: 시간이 부족해 이 부분을 더 다루지 못해 아쉽습니다. 두 분의 좋은 얘기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7월 2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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