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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산재 삼성, ‘인권경영’ 눈뜰 때
반도체 생산직 사망․중병...회피 대신 책임감 보여야
[두런두런경제]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1년 06월 26일 (일) 19:50:14 안세희 기자 seheea@danbinews.com

여전히 원가 이하인 산업용 전기.. 인센티브 구조 고쳐야

   
박경철(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 초엔 폭염 특보가 내렸고 주 중반부터 꽤 많은 비가 내렸는데 태풍 ‘메아리’도 오고 있습니다. 옛날엔 비가 내리면 장독 뚜껑 덮으라고 했는데, 이젠 비가 내리면 나라 걱정을 하게 됩니다.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그렇습니다. 지금 4대강 사업을 하고 있는 곳에서 물막이 둑이 완벽하게 된 게 아니기 때문에 큰물이 나면 휩쓸려나갈 가능성도 크고요. 구제역 침출수가 빠지는 것도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습니다. 또 여름이 빨리 오고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용 전력요금 체계가 바뀌었어요. 지금까지는 3단계 누진이었는데 이제 6단계 누진제로 해서 제일 아래쪽과 제일 위쪽은 킬로와트(kw)당 11배 정도 요금 차이가 납니다. 만일 사용량이 500kw가 넘으면 이전보다 3~4배 요금이 오를 겁니다. 가뜩이나 물가 불안도 있는데 전력 요금 때문에 에어컨을 안 쓸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박: 제 교수님, 우리나라는 산업용 전기는 펑펑 써서 춥다고 카디건 입고 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일반 가정에서는 선풍기 돌리는 것도 스트레스 받는 이런 구조가 정당한 겁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요금체계가 사실 왜곡돼 있습니다. 우리가 경제개발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사회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수출기업을 키우던 그 때 산업용 전력요금을 원가에도 못 미치게 책정해서 지원했는데 그 요금체계가 그대로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업들이 쓰는 산업용 전력은 원가에 못 미치고, 가정용은 원가보다 더 많이 내죠. 각 가정은 누진제 때문에 조금만 더 쓰면 요금 폭탄이 나오기 때문에 굉장히 아끼는데, 산업용 전력은 낭비가 심하다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에너지 소비구조가 비효율적이니까 바꿔야한다고 말만 할 게 아니고 가격으로 인센티브를 바꿔야 하거든요. 정당한 원가 이상의 제 값을 내고 산업용 전력을 쓰게 하면 기업들도 공장을 설계할 때부터, 혹은 생산 공정을 개선할 때 어떻게 하면 전력을 덜 쓸지에 대해 투자를 하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그런 의미에서 인센티브 구조가 잘못돼 있고, 시급히 고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실제로 각 가정은 요즘 가계부채다, 이자다, 상환이다, 물가 올라가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나는데 상장 기업들의 내부유보금은 86조 원 정도 되더군요.

제: 많이 쌓아놓고 있죠.

박: 86조 있으신 분들의 전기요금을 깎아주고 적자 보는 가계에 누진으로 가면 이것도 참 아니란 생각이 들고요. 조 위원님, 이번 주 어떤 이슈 주목하셨습니까?

조: 우선 가계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지표가 나왔는데요. 가처분 소득 대비로 해서 가계 부채가 2.8배, 사상 최대였다는 뉴스였습니다.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처음으로 ‘한국을 위한 사회정책 보고서’를 내놓았다는 뉴스, 여당이 등록금 대책을 드디어 내놓았다는 소식 등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제:
저는 삼성전자의 생산직 근로자들이 백혈병이나 뇌종양에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산업재해 인정 여부를 놓고 몇 년간 다툼이 있었는데요, 이번에 법원에서 처음으로 백혈병 사망자에 대해 산재를 인정했다는 뉴스에 주목했습니다. 두 번째는 선진국들이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가는 탈세 자금과의 전쟁을 선언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30대 그룹의 해외 법인 가운데 조세회피 지역에 신설된 법인이 많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 여파로 남북 합작 만화 캐릭터,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박: 저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의 소위 ‘포퓰리즘’ 발언, 그에 이어 상공회의소(상의)와 경영자총협회(경총)까지 약속한 듯 같은 발언을 쏟아냈다는 점을 먼저 꼽았습니다. 원래 단체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약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아무도 안 들어주니까 할 수 없이 뭉쳐서 내는 것인데, 혼자서 말씀하셔도 신문에서 써줄 분들이 똘똘 뭉쳐서 이렇게 하시는 것, 눈길을 끌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전 청와대 수석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 출신 변호사가 대검 중수부가 맡고 있는 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핵심 대주주의 변론을 맡았다가 이번에 철회한 사건입니다. 소위 말하는 ‘전관예우’와 우리 사회의 경제적․권력적 부조리의 상황을 보여준 것이죠. 세 번째로는 OECD 보고서입니다. 먼저 제 교수님이 뽑아주신 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전 직원에 대한 산재인정 판결을 살펴볼까요.

법원, 삼성 근로자 첫 산재 판결.. 기업들 '인권 경영' 주목해야

제: 우선 내용을 정리해 드리면,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라인에서 근무하던 생산직 근로자들 가운데 백혈병이나 뇌종양 같은, 아주 심각한 병에 걸린 환자들이 최근 몇 년간 줄이어 발생을 했습니다. 당사자들의 주장은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벤젠 같은 유독 화학 물질을 많이 쓰기 때문에 그 중독으로 조혈 계통의 난치병을 얻었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삼성전자 측은 물론이고 산재 여부를 판정하는 노동부 산하의 근로복지공단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삼성전자와 정부 측은 작업환경과 백혈병․뇌종양간의 의학적인 인과 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고요, 근로자 측은 인과관계의 의학적 규명을 회사 측이 고의적으로 방해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런 가운데 이미 사망한 근로자 세 명의 유족들과 현재 투병중인 두 명의 당사자가 시민단체와 함께 지난 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이번에 행정법원이 산재를 인정하지 않은 근로복지공단의 조치가 일부 잘못된 것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다섯 명 중 이미 사망한 두 명에 대해서는 작업 환경과 업무 성격 등을 검토한 결과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나머지 사례는 증거불충분으로 기각했는데, 어쨌거나 삼성전자의 작업환경과 직업병간의 상관관계가 처음 법적으로 인정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 판결이라 하겠습니다.

박: 조 위원님, 삼성 전자는 일관되게 ‘우리 작업장과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이었지 않습니까. 이 판결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입니까?

   
조: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산업재해가 아니라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권위 있는 해외 제3연구 기관이 실시중인 반도체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가 곧 나오는데, 이것을 공개하겠다’고 합니다. 이번 판결이 확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계속 재판을 통해서 객관적인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재판부가 내놓은 판결문도 조금 애매모호한 측면이 없지 않습니다. ‘발병 경로가 의학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지진 않았더라도’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심에서 이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죠.

박: 제 교수님, 이런 사안들은 피해자 측에서 입증 책임을 지는데, 사실 거대 기업을 상대로 (근로자가 직업병의 인과관계를) 입증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제: 비전문가들은 어렵죠.

박: 그래서 대개는 이런 경우에 합리적 추정 내지는 정서적인 이해의 폭을 넓히는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어쨌거나 유가족이나 근로자들은 이번 판결로 미약하게나마 마음의 위로는 받은 것 같습니다.

제: 희망을 갖게 되는 거죠. 그 동안에는 회사 측도 인정을 안 했고 정부기관인 근로복지공단도 인정을 안 해서 답답했습니다. 건강한 상태에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야간 근무하고 오랫동안 유해 환경에서 노출돼 일 하다 보니 백혈병이 생기고 뇌종양이 생겼는데, 이게 직업병이 아니면 뭐란 말이냐. 이런 안타까움을 받아주는 데가 없었는데 이번에 법원이 그것을 (일부나마) 인정해 줬으니까요. 피해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반올림’이라는 시민 단체가 있습니다. 반도체 노동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인데, 거기서 집계한 것을 보니까 삼성의 전자와 전기 부문에서 직업병에 걸렸다고 이 단체에 호소해 온 사람들이 120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 이미 뇌종양이나 백혈병으로 돌아가신 분들이 46명이라고 해요. 반면 회사 측은 백혈병이나 뇌종양에 걸려 문제가 된 사람은 22명이고, 그 중  숨진 사람은 10명, 또 몇 명은 완치됐다는 식으로 얘길 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에서 제시한 자료만 보더라도 분명히 그 공장에서 난치병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 인과관계 입증 을 떠나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심증을 가질 수 있죠. 법원이 일단 산재를 인정했고, 좀 더 심각하게 들여다보자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의미에서 근로자들, 피해자들 입장에선 매우 희망적인 판결이었다고 하겠습니다.

조: 산재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도 의의가 있겠습니다만, 건강한 사람이 그 회사에 들어가서 궂은일을 하다 질병을 얻었단 말이죠. 그러면 그 질병에 대해선 본인의 책임도 있지만 회사 책임도 당연히 있는 것이거든요. 그렇다면 거대 기업으로서 도덕적 책임, 이런 것들을 감안한다면 굳이 산재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이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 최근에 이 건과 관련해서 서울에 와 있는 일본 특파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들도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더라고요. 전기 전자 분야의 산재 케이스는 일본에서도 그간 이야기가 없었고, 실제로 있었는데 노출이 안 됐겠죠, 그래서 한국에서 이게 어떻게 처리가 되는가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이 많더라고요.

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이제 본격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인권 경영’에 신경을 써야 될 때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최근에 유행처럼 사회책임경영(CSR)을 얘기하고 있는데, 사실 이 사회책임경영이라는 게 자원봉사 많이 하고, 기부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네 종업원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그 사회의 법과 제도를 지키는 게 출발이거든요. ‘준법 경영’과 ‘인권 경영’을 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이런 인권 경영에 대한 관심은 근로자들 뿐 만 아니라 투자자들도 많이 갖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공무원연금기금을 운용하는 APG자산운용이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편지를 보낸 일이 있습니다. 자기네도 삼성전자 주주인데, 들여다보니까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에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태도가 계속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에 상당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문제는 노동자들이 회사에 대해 원망과 비난을 하게 만들  뿐 아니라 외부 투자자들 눈에도 기업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고요. 그러니 ‘삼성전자가 산재 인정을 받으면 오점을 남긴다’가 아니고 ‘우리 근로자들에게 이런 불만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소하자’ ‘작업장에 문제가 있다면 제대로 고치자’하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 삼성전자의 발전에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소득 불평등 개선' 권고한 OECD, 복지 확충 고민해야

   
박:
다음으로 조 위원님께서 주목하신 뉴스를 보면 OECD가 펴낸 ‘한국을 위한 사회정책 보고서’ 인데요, OECD가 먼저 이런 보고서를 내놓았습니까, 우리가 요청했습니까?

조: 네 우리가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요청한 배경에 대해 정확한 것은 잘 모르겠고요.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서 리포트가 나온 것은 사실상 처음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고용 문제라든가, 소득 분배, 빈곤, 교육, 양성 평등, 중소기업 활성화, 세제 개혁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한국의 소득형평성이 낮아 사회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고요. 임시직 고용 비중이 OECD 평균에 비해서 굉장히 높고, 근로 시간도 길고상대적 빈곤율이 높고, 가난한 노년층이 많다는 등의 이야기도 담고 있습니다.

박: 소득 불평등 개선을 핵심으로 꼽은 것 같습니다. 우리만 보기에 그런 게 아니라 외부에서 보기에도 그런 모양입니다.

제: 맞습니다. 사실 OECD 보고서가 말하는 게 우리가 처음 듣는 내용들은 아닙니다. 자주 하던 얘깁니다. 우리 사회가 경제적인 양극화, ‘부익부빈익빈’이 너무 빠른 속도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얘기는 학자나 정책담당자들이나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해 왔죠. 다만 OECD가 다른 회원국과 비교해서 숫자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대적인 빈곤율은 OECD 국가 중 9번째로 높고, 노년층의 빈곤율은 무려 45%에 달한다는 숫자도 나왔습니다. 가난한 노인들 문제, 이것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죠.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투자하고 자기를 위해 아무것도 남겨놓지 않다가 대책 없는 노년을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독거노인들이 많은데, 복지 안전망은 제대로 돼 있지 않아서 초라하고 처참하게 살아가는 노후가 많다는 게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여러 면에서 복지를 확충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인식하고 제대로 해법을 찾는 계기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박: 복지가 뜨거운 감잔데 OECD는 어떤 방법으로 복지와 세제를 꾸려가라고 권고했습니까?

   
조:
구체적인 복지와 세제에 대한 대안 제시는 없습니다. 사회통합을 달성하기 위해서 성장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한국 경제를 좀 더 공평하고 통합적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만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제기했는데 푸는 것은 우리가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죠. 국내 언론에서도 일부는 성장을 위해 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는 식으로 쓰고, 정반대로 해석한 경우도 있더군요. 그런데 실제 우리는 OECD 평균으로 볼 때 세금을 덜 내는 나라고, 세금을 덜 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복지 혜택을 덜 받는 나라입니다. 그래서 어느 수준까지 복지를 올리고 어느 수준까지 세금을 낼 지는 우리 사회 구성원이 결정할 문제라고 하겠습니다.

박: 그 외에 어떤 것들이 지적됐습니까?

제: 역시 우리가 고민해 온 문제들인데, 한국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너무 열악하다고 지적하고 임금 상의 정당한 대우, 여러 가지 사회 보장 혜택을 넓히는 문제 등에 국가가 신경을 써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인구고령화와 저출산에 대해서도 지적을 했는데요, 한국 기업들이 근로자를 너무 일찍 은퇴시키고 있는데 그것은 생산적이지 않으니 정년제도 등을 손질해야 한다는 권고도 있었습니다. 또 여성 노동력의 활용이 부진하니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힘들게 만드는 보육 정책의 미비점, 직장 문화에 대해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박: 자, 일단 객관화해서 문제를 들려주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 못하면 우리가 바보죠.

제: OECD보고서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복지 수준이 어느 지점에 있는가를 객관화한 것입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지출은 우리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세금도 훨씬 덜 걷습니다. 세금을 조금 걷고 조금 쓰기 때문에 여러 가지 복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고령화로 인한 비참한 노후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따라서 증세와 재정지출구조 개혁, 그리고 복지 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조세 피난처 법인 급증...새는 세금 철저한 감시 필요

박: 이번에는 제 교수님께서 선정해 주신 30대 그룹 조세피난처 법인 급증 소식입니다. 국내 대기업들이 왜 조세피난처에 많이 갑니까?

제: 조세 피난처란 것은 세금이 아예 없거나 아주 적은 동네죠. 세법 적용이 불투명하고 무엇보다도 다른 나라와 세금에 관한 정보를 교류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그러니까 회사 설립이나 외국환 거래에 규제도 없고 정보도 누출될 우려가 없으니까, 뭔가 비밀스러운 작업을 하고 싶을 때, 세금을 안 내고 싶을 때, 조세피난처에 많이들 가는 것이죠. 조세피난처가 어디에 많으냐면 중남미의 카리브해 등 풍광 좋은 섬나라에 많습니다. 이런 섬나라들은 관광 외에 다른 자원이 별로 없기 때문에 유령회사라도 많이 유치해서 먹고 살아야겠다는 목적이 있는 것이죠.

박: 하다못해 그 관계자라도 갈 테니까요.

   
제:
네, 케이만 군도라고, 소설에도 나오는 유명한 섬이 있는데 이곳은 인구가 5만 명 정도 인데 세계 유수의 기업 8만 개가 거기에 법인을 설립했을 정도입니다. 그동안 선진국들은 이런 조세피난처가 횡행해도 그냥 두고 봤어요. 선진국 기업들이 거기 가서 조세를 회피하면서 자기네 정부에 ‘규제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2008년 국제 금융위기로 각 나라들이 크게 타격을 받고 구제금융 하느라 엄청나게 돈을 쓰지 않았습니까. 그러다 보니 재정에 압박이 오고, 이 돈을 어떻게 메울 건지 고심하다가 빠져나가는 세금을 환수해야겠다, 조세피난처를 규제해야겠다는 움직임이 생겼습니다. 주요20개국(G20)회의에서 조세피난처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선진국들이 강력한 규제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난 1년 동안 30대 그룹이 해외에 신설한 법인 가운데 20%이상이 조세피난처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과연 무엇 때문에, 어떤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세우는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박: 조 위원님, 대기업들 입장이 궁금합니다. 왜 세웠다고 합니까?

조: 세금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가장 크다고 추정됩니다. 그런데 세금뿐 아니라 다른 목적에서도 조세피난처에 기업을 세우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컨대 금융상의 혜택이라든가, 해외 투자에서의 장점, 예컨대 홍콩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면 중국에 투자를 할 때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해운업체들의 경우 고용 규제, 환경 규제 등을 안 받기 때문에 그런 곳에 회사를 만들었을 경우에는 외국인 선원을 유치하는 데 수월하고 선박 운영에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이런 순수한 차원에서 조세피난처로 가는 것인지, 다른 의도가 있는 건지 지금 상황으로는 확인할 길이 없는데 다만 최근 들어서 부쩍 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이상 신호라고 봅니다.

박: 제 교수님, 막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제: 조세피난처로 가는 이유에 대해 어떤 기업은 이런 얘기도 하더라고요. 해외기업을 인수합병 했더니 그 회사의 자회사가 조세회피지역에 있더라. 그래서 우리에게 편입된 것이다. 그러니까 조세피난처에 있는 모든 기업들이 세금 회피 목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이미 연구한 내용들을 보면 조세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이 크고, 비자금조성이나 돈세탁 등 범죄와 관련된 목적도 있더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세정 당국이 자세하게 들여다 볼 사안인 것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지금 복지 재정이 많이 필요한데 어디서 돈을 조달할 것이냐, 그래서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논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만일 이런 거대 기업들이 혹시라도 탈세를 하고 있을 경우 그걸 제대로 잡아내면,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알뜰한 복지 운영을 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새고 있는 세금이 있다면 그걸 이를 악물고 잡아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조 위원님, 등록금 문제 짧게 논평해 주시겠습니까.

조: 한나라당이 내놓은 등록금 인하안, 정부하고 상의를 했다고 하는데, 정부는 아니라고 하고 있고요. 그래서 굉장히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습니다. 어쨌든 고지서상의 명목 등록금을 10% 가량 낮추고 3년간에 걸쳐서 6조 8천억 정도 투입하겠다고 합니다. 여기에 플러스알파가 대학들이 참여하는 것인데, 대학들이 과연 돈을 낼 것인지 그것도 걱정입니다. 당장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됐을 때 5조, 6조, 7조 이렇게 돈을 내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물론 등록금을 낮추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봅니다만, 이런 식의 조달 방식은 굉장히 걱정되고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믿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 오늘도 두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KBS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6월 25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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