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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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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는 가장 진보적인 시민운동”
[동물도 생명이다] ② 박소연 ‘케어’ 대표 인터뷰
2017년 05월 18일 (목) 15:59:09 윤연정 남지현 박수지 기자 wbdjffl514@naver.com

“동물도 사람도 모두 지구에 꼭 있어야 하는 존재예요. 그런데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잔인하게 오용, 남용, 과용하기 때문에 동물들이 고통을 받고 있죠. 이건 동물들의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아요. 지구의 생물들은 모두 유기적인 질서 안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렇게 다른 생명을 착취하고 인간의 이익만을 취한다면 결국 질서가 무너지고 인간도 영향을 받게 되는 거죠.”

지난달 14일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만난 동물보호단체 케어 박소연(46) 대표는 ‘인간도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보호냐’는 인식에 맞서 ‘더불어 사는 다른 생명체를 존중해야 인간도 행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는 “자연에서는 약자가 아니었던 동물이 인간 사회에서는 약자가 되고 있다”며 “동물보호 운동은 그런 사회의 최약자를 보호하는 가장 진보적인 운동이자 가장 마지막 단계의 시민운동”이라고 강조했다.

지구 생태 질서 무너지면 인간도 위험

   
▲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대표. ⓒ 윤연정

박 대표는 뜻을 같이하는 사람 10여 명과 함께 지난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다 2015년부터 동물권 단체 ‘케어(CARE·Coexistence of Animal Rights on Earth)’를 만들어 이끌고 있다. 케어는 ‘보살핌’이라는 뜻과 함께 ‘지구상의 모든 동물권리 공존’을 의미한다. 회원 4500여 명이 후원해 주고, 30여 명의 활동가들이 동물 학대 실태 고발, 동물보호를 위한 입법 제안, 시민의식 개선 등의 운동에 나서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2006년 ‘인천 장수동 개지옥 사건’, 2013년 ‘로트와일러 전기톱 살해사건’ 등 사회적 파장이 컸던 여러 사건들을 동물사랑실천협회 시절부터 고발하고 해결해 왔다.

   
▲ 2002년 동물사랑실천협회로 시작한 케어는 유기동물 구조와 입양센터 운영, 동물보호정책 제안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케어 홈페이지 갈무리

개정 동물보호법 미흡해 아쉬움

케어의 활동은 지난 3월 2일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동물생산업은 자격 요건만 맞으면 영업을 할 수 있었던 ‘신고제’에서 별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허가제’로 전환된다.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됐다. 하지만 박 대표는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개정 법률에 여전히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21일 공포된 동물보호법 개정안 주요내용. ⓒ 박수지

“반려동물, 유기동물들의 고통 자체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았습니다. 학대하는 가해자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법이 없다는 게 아쉬워요. 동물에게 가해지는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포함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고요.”

동물을 상습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은 반려동물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해야 하는데 지금은 3일 정도의 임시격리조치를 취하는 것이 고작이다. 심지어 동물 학대 현장을 주변 사람이 목격해도 동물구조 권한이 지방자치단체에만 있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다. 박 대표는 “현실적으로 학대 현장을 지자체 관계자가 바로 목격하는 일은 거의 없기 때문에 동물 학대 현장을 목격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폭행을 가하는 소유자로부터 동물을 격리시킬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건물 3층에서 던져지고 철사로 주둥이를 묶는 등 수개월 간 지속적으로 학대당한 부산의 백구 ‘둥이’. ⓒ 케어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도 주목해야

박 대표는 유기동물이 늘어나는 추세와 관련, ‘돈 때문에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이 아픈 경우 말로 증상을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엑스레이, 피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10만~20만 원의 검사비가 든다. 또 병에 따라 주사비, 약값, 추가검사비, 진료비 등이 추가되면 30만~40만 원 정도 드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서울시연구원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던 사람 중 42.6%는 반려동물을 그만 키우고 싶거나 유기 충동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가 식비와 병원비용 등 관리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었다.

케어는 이런 현실을 감안, 서울시에 동물보건소 설립을 요구했으나 박 대표가 희망하는 기능을 갖춘 동물보건소 개설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서울시는 현재 번식확산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을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동물보건소 설치를 추진 중이고, 오는 7월에는 유기동물 관리를 맡는 동물복지지원센터를 열 예정이다. 박 대표는 그러나 “이 정도로는 근본적인 유기동물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적십자병원처럼 (모든 질환을) 저렴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보건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싼 의료비에 큰 부담을 느낀다. ⓒ pixabay

‘보호소’라는 이름의 지옥

케어는 국내 최초로 2007~2009년에 걸쳐 전국 지자체 보호소의 유기동물 관리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보고서로 만들어 국회에서 발표한 일이 있다. 케어는 올해 다시 한번 지자체 보호소 현황을 조사하고 있으며 오는 25일 국회에서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래도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어요. 10년 전에는 보호소에 사체가 널려 있고, 개고기로 보내지고 있는 상황이 허다했어요. 하지만 아직도 (시설) 공개를 꺼리는 보호소들이 있고,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곳이 많습니다.”

   
▲ 전국 시·군 직역 보호소 및 위탁보호소 2016 현황. ⓒ 농림축산식품부

우리나라에는 2016년 현재 시·군 직영 동물보호소가 28곳, 위탁보호소가 279곳이 있다. 총 307개 보호소에 일시 수용할 수 있는 동물은 2만1974마리로 지정되어 있는데, 한해 버려지는 동물이 약 8만~10만 마리라는 점을 감안하며 턱없이 부족하다. 이들 보호소는 마리 당 10만~13만 원의 예산을 배정해 운영하는데 부족한 예산 탓 등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 심각한 곳은 사설보호소다. 박 대표는 “동물보호소는 지자체에 대해서만 기준이 있고 사설보호소는 아무 기준도 원칙도 법도 없는 무법지대에 있다”며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가 극대화된 것이 99%의 사설보호소들”이라고 지적했다. 애니멀 호더란 동물을 잘 돌보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수를 늘리는 데에만 집착하는 ‘반려동물 대량 사육자’를 말한다.

“한 사람이 600마리, 1000마리를 키우는 게 어떻게 보호소일 수가 있겠어요? 저희가 사설보호소 13곳 정도를 찾아가 봤는데 ‘보호소’가 아닌 ‘수감소’였어요. 강아지, 고양이들이 서열에 밀려서 밥도 못 먹고, 다치고,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지난 4월 케어는 자원봉사자들로부터 제보를 받고 경남 마산의 한 고양이 쉼터에서 고양이 100마리를 긴급 구조했다. 20평 남짓한 공간에서 고양이 100마리를 키우고 있던 쉼터의 주인은 전형적인 애니멀 호더였다. 굶어 죽은 고양이들의 사체에서 구더기가 들끓어도 치우지 않았고, 중성화하지 않은 고양이들이 그 속에서 계속 번식하고 있었다.

   
▲ 20평 공간에 고양이 100마리를 키우던 고양이 쉼터의 모습. 굶어죽은 고양이 사체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 케어

쉼터 주인은 이어지는 동물들의 폐사로 봉사자들에게서 항의가 잇따르자 수년간 장소를 바꿔가며 계속 운영했다고 한다. 주인은 ‘동물을 사랑한다’며 보호소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고양이들이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는 어려웠다. 박 대표는 사설보호소에 대한 기준을  법으로 정해 애니멀 호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사설보호소의 동물들도 다 등록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하고, 공간대비 사육 두수를 제한해야 합니다. 이런 수용소와 같은 보호소는 동물, 사람, 이웃 모두에게 고통을 줄 뿐이에요. 현장은 정말 끔찍하거든요.”

반려동물은 사고 버리는 ‘물건’이 아닌 ‘생명’

지난해 정부는 경기 남양주시 경기애견경매장과 충북 청주시 중앙애견경매장 등 전국 19개의 경매장에서만 한해 30만 마리의 강아지가 팔려나갔다고 밝혔다. 그런데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미신고 생산업체에서 나오기 때문에 어떻게 키워져 경매장으로 오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다. 박 대표는 “아무나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 반려동물 생산업을 지속시키면 결국 동물을 ‘물건’으로 인식하고 쉽게 유기하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그래서 개나 고양이 등을 경매장, 펫샵, 대형마트 등에서 아무나 볼 수 있게 내놓고 파는 행위부터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길거리 판매는 이미 금지되어 있지만 여전히 공공연하게 팔리고 있다. 그는 “번식업장에 대한 허가제를 시행할 때 시설기준을 까다롭게 해서 아무나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개 100여 마리가 좁은 철창 속에 빼곡히 갇혀 있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애완견 번식장. 업주들은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어미 개들이 새끼를 배게 해 강아지를 애완견으로 내다 팔고 있다. ⓒ MBC <뉴스투데이> 화면갈무리

미국의 경우 2013년 오바마 대통령이 반려견 번식업장을 규제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동물을 파는 판매자도 생산업 허가를 받도록 하고, 외국에서 들여온 강아지를 되팔지 못하게 하는 내용으로 동물복지법을 개정했다. 세 집 중 한 집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독일과 국민의 절반이 반려동물을 기르는 영국의 경우 동물가게 운영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동물의 번식업과 판매업을 엄격하게 규제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사지 않고 동물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유기동물보호소를 깨끗하게 잘 운영하고, 동물마다 성격과 특징을 잘 파악해서 프로필을 제공하고 훈련도 하고 이런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면 시민들은 굳이 돈을 주고 사려 하지 않아요. 해외에서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반려동물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사람들의 인식도 인식이지만 유기동물보호소가 깨끗하게 운영을 잘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사는 동물을 존중해야 인간도 행복

“예전엔 ‘사람도 먹고살기 힘든데 무슨 동물이냐’라는 반응이 많았죠. 요즘은 ‘좋은 일 한다’, ‘돕고 싶다’는 반응이 많아요. 동물 보호에 대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하죠.”

박 대표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늘면서 동물보호 운동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6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반려동물 보유가구 비율은 21.8%에 달한다. 대략 1000만 명이 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요즘은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제보 전화와 SNS를 통한 영상과 사진 등의 제보가 쏟아진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동물권리의 문제는 반려동물뿐 아니라 축산 등 모든 동물과 환경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며 “동물복지를 다루는 주무부처를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닌 환경부 등 다른 부처로 이관하고, 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 보는 법이 우선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질병 발생, 전염병 대응 과정에서 동물을 생매장하고 매립하는 문제, 그리고 농장 동물의 배설물로 인한 환경오염은 결국 인간에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동물권 보호 약속에 큰 기대

   
▲ 동물권 단체 케어가 19대 대통령 문재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 케어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반려동물 5대 핵심공약’을 발표하며 동물보호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풍산개 ‘마루’와 ‘지순’, 길고양이 출신인 ‘찡찡이’와 ‘뭉치’를 키우고 있는 문 대통령이 동물권에 대한 시민의 요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반려동물 공약 외에도 ‘개 도축 금지’를 약속한 것이 눈에 띄었다. 케어의 활동가들은 문 대통령이 이런 공약을 꼭 지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개고기 먹는 것을 우리나라 문화라고 생각하는데, 자주 먹는 사람은 3%에 불과하고 안 먹거나 거의 안 먹는 사람이 97%”라며 “반려동물 식용에 대해 유예기간을 두어 10년 안에 금지하고 개 도축 산업을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만 국회의 경우 지난 11일 개나 고양이를 먹으면 처벌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개나 고양이를 사고팔거나, 사체를 이용해 만든 음식을 갖고 있다 적발된 경우 5만~25만 대만달러(187만~936만 원)의 벌금형을 받는다.

뮤지컬 배우에서 ‘동물보호의 전사’로

   
▲ 박 대표는 뮤지컬 배우를 하다 동물보호운동에 뛰어들었다. ⓒ 윤연정

박 대표는 10년여간 뮤지컬 무대에 섰던 배우 출신이다. 1992년 <최선생>, 2003년 <난타> 등에서 활동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정육점 앞을 지나다 사지가 달린 냉동육이 운반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아 채식을 시작했다고 한다.

“나중에 돈을 많이 벌어 동물보호 운동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 어린이는 뮤지컬 배우가 되었고, 2002년 서울 명동에서 ‘개 식용 반대’를 외치는 1인 시위를 본 후 그 단체의 자원봉사자가 됐다. 이후 인터넷 동호회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동물보호 운동을 시작했고, 2002년부터 ‘동물사랑실천협회’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동물보호법 추진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적십자 동물보호교육 담당, 농림수산식품부 동물방역위원, 서울시 동물복지위원회 위원 등을 맡고 있다.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 약 1000만 명이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여기며 사는 반려동물 시대다. 반면 버려지는 동물 역시 매년 10만여 마리, 하루 수백 마리에 이른다. 이렇게 버림 당한 생명들은 길게는 20일, 짧게는 10일을 보호소에서 보내다 안락사 당한다. 구조되지 못하고 길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도 한 해 수만 마리다. <단비뉴스>는 ‘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유기동물의 현실과 반려동물 제도의 미비점을 고발한다. 나아가 공장식 사육과 남획, 잔인한 도축 등 이윤논리에 희생되는 짐승의 문제를 ‘동물권(인간의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 차원에서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편집 : 민수아 기자

[박수지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부장, 편집부, 환경부, TV뉴스부 박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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