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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들은 구슬피 울었다
[동물도 생명이다]① 버려지고 죽임 당하는 반려동물
2017년 05월 13일 (토) 11:54:30 윤연정 남지현 박수지 기자 njihyun0116@gmail.com
우리나라 인구 5명 중 1명, 약 1000만 명이 개나 고양이 등을 가족처럼 여기며 사는 반려동물 시대다. 반면 버려지는 동물 역시 매년 10만여 마리, 하루 수백 마리에 이른다. 이렇게 버림 당한 생명들은 길게는 20일, 짧게는 10일을 보호소에서 보내다 안락사 당한다. 구조되지 못하고 길에서 생을 마감하는 동물들도 한 해 수만 마리다. <단비뉴스>는 ‘동물도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유기동물의 현실과 반려동물 제도의 미비점을 고발한다. 나아가 공장식 사육과 남획, 잔인한 도축 등 이윤논리에 희생되는 짐승의 문제를 ‘동물권(인간의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 차원에서 조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아띠’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들릴락 말락 ‘애옹~’ 울음소리를 내던 새끼일 적 어미와 헤어졌다. 큰 도로가 옆에 있었으니, 어미는 차에 치여 죽은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며칠을 구슬피 우는 새끼 고양이를 가엾게 여긴 누군가가 인근 대학가의 한 카페로 데려왔다. 약 4년 전의 일이다.

충북 제천에 있는 이 카페는 10여 년 전 문을 연 후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의 쉼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카페 사장 임모씨는 “개업 전부터 가게 터를 집으로 삼았던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이 있었고, 밥을 주며 함께 지내다 보니 하나 둘 길에서 살거나 버려진 고양이들이 모여들었다”고 말했다. 원래 고양이들이 살던 곳에 자신이 뒤늦게 나타난 것이니 함께 지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단다. 오랜 기간 많은 고양이들을 받아주고 입양 보내다 보니, 아띠를 처음 데려온 이가 누구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했다.

키우려 데려갔지만 포기해야 했던 사연

하얀 털에 옅은 밤색 무늬를 가진 아띠는 카페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주인을 만났다. 카페 근처 대학에 다니던 디자인전공 남학생이었다. 임씨는 “그가 비난을 받거나, 카페가 아띠 사건으로 관심을 받길 바라지 않는다”며 카페 이름과 학생의 신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새끼 고양이 아띠는 주인의 자취방에서 1년 여 만에 어른 고양이가 됐다. 발정기(임신이 가능한 시기)가 되자, 아띠는 애달프게 울기 시작했다. 이런 울음은 일주일 정도 이어지다 짧게는 며칠 내 다시 시작됐다. 시끄럽다는 이웃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아띠를 키우던 주인은 자취방에서 쫓겨날 처지에 놓이게 됐다.

아띠의 울음을 멈추기 위해 필요했던 건 간단한 중성화 수술이었다. 하지만 주인은 졸업 전시를 앞두고 있어 시간이 없었고 20만~30만원의 수술비용도 마련하기 어려운 처지였다. 결국 그는 1년여 만에 아띠를 다시 맡아 달라며 카페를 찾아왔다.

   
▲ 아띠는 카페에 온 손님들 곁이나 계산대 옆에 얌전히 앉아 있곤 했다. ⓒ A카페 임모 대표 제공

누군가에게 맞아 죽은 아띠

다시 돌아온 아띠는 카페에서 세 번의 봄을 보냈다. 앞마당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2016년 추운 겨울에 민들레 씨처럼 보송보송한 새끼를 네 마리 낳았다. 새끼들은 무럭무럭 컸다. 지난 1월의 ‘그 날’도 아띠는 여느 때처럼 가게 안쪽에 있는 새끼들을 둘러보고는 카페 입구 쪽 정원 한 켠에 나와 앉았다.

임씨는 “정원 테이블에 있던 손님들이 ‘누군가 지나가며 고양이를 욕하는 것을 저녁 8시 쯤 들었다’고 했다”고 회상했다. 잠시 후 카페에 들어오던 한 손님이 ‘고양이가 좀 이상하다’며 임씨를 불렀고, 급히 나가 확인해보니 아띠가 옆으로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아띠 옆에 돌멩이가 있긴 했지만 외상이 보이지 않아 어디를 어떻게 맞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배를 맞은 것 같다’며 경찰이 부검을 제안했지만 임씨는 아띠 몸에 칼을 대는 것이 가슴 아파 거절했다고 말했다. 아띠를 닮은 새끼 고양이들은 돌아오지 않는 어미를 찾아 ‘애~옹 애~옹’ 꼬박 하루를 구슬피 울었다고 한다.

   
▲ 2015년 12월 아띠와 새끼 고양이들 모습. ⓒ A카페 임모 대표 제공

목격자들에 따르면 아띠를 죽인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들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붙잡히면 어떤 처벌을 받을까?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한 이들을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던 규정을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례들을 보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헤럴드경제>가 대법원판결종합정보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최근 5년간 동물학대범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8건 뿐이었다. 이 8건도 주거침입이나 절도 등 다른 죄목이 있는 경우였고, 동물학대만으로 실형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 지난해 부산에서 길고양이 600여 마리를 잡아 산채로 끓는 물에 도살해 건강원에 팔아넘긴 업자가 받은 판결도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에 불과했다.

제때 치료를 못 받아 무릎으로 걷는 복이

아띠가 떠난 후 카페에는 새 식구가 들어왔다. 짙은 회색 털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 ‘복이’는 지난 달 초 약간의 사료가 함께 담긴 박스에 유기됐다. 제천의 한 장애인복지회관 앞에서 이 고양이를 처음 보고 A카페로 데려온 사람이 장소 이름을 따서 ‘장복’이라고 작명을 해주었다. 앞다리를 쓰지 못하고 무릎 관절로 걷는 복이를 병원에 데려가니 1~2살 밖에 되지 않은 수컷 고양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임씨는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복이의 다리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타고난 내성발톱(발톱이 살을 파고드는 것)때문에 발이 아파 무릎으로 걷는다는 것이다. 어릴 때 발톱을 잘라주었다면 걷는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수의사가 설명했다. 임씨는 “예전 주인이 앞다리를 쓰지 못하는 복이를 보고 지레 병원비가 많이 들까 유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반려동물에 대한 공공의료보험이 없어, 키우던 개나 고양이가 아프면 병원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민간 의료보험 상품이 있긴 하지만 보험 항목이 제한적이고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아, 적게는 수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의 병원비를 고스란히 부담해야하기 때문이다.

서울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서울시 동물복지지원시설 도입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 문제’(11.6%)는 ‘장기간 부재와 개인 사정 등’(37.5%)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반려동물 사육 포기 이유다. 다음으로는 ‘이웃피해’(8.2%)와 ‘위생문제’(6.2%)가 있었다. 반려동물을 사육하면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도 ‘경제적 비용 문제’(31%)가 1위로 꼽혔다. 특히 ‘동물병원진료비’(27.3%)가 ‘기타 경제적 문제’(3.6%)를 훨씬 앞지르는 주요한 어려움이었다. 반려동물을 기르며 겪는 다른 어려움에는 ‘이웃피해’(13.3%), ‘돌봐줄 시간 부족’(12.7%), ‘위생문제’(12.2%) 등이 있었다.

   
▲ 내성발톱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앞발 대신 무릎으로 걷는 복이. ⓒ A카페 임모 대표 제공

앞 못 보는 귀중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다

지난 2002년 설립된 동물보호단체 케어의 활동가들은 최근 구조한 ‘귀중이’를 잊을 수 없다고 말한다. 약 5년 전 형제들과 함께 버려진 강아지 귀중이는 선천적으로 양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 귀중이의 형제들은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다 핥아 먹은 농약 때문에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났다. 눈이 보이지 않아 멀리 다니지 못한 귀중이만 홀로 살아남았다. 귀중이는 경기도 남양주의 한 외딴 집 시멘트벽에 기대어,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가 챙겨주는 밥을 먹었다.

   
▲ 케어에서 구조하기 전 귀중이의 모습. 눈이 보이지 않는 귀중이는 시멘트벽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었다. ⓒ 동물보호단체 케어 스토리펀딩 갈무리

그 동네는 재개발지역이었기 때문에 귀중이가 의지하던 벽은 곧 철거될 예정이었다. 밥을 챙겨주던 아주머니가 2013년 동네를 떠나기 전 케어에 도움을 청했다. 신고를 받고 달려간 케어가 귀중이를 데려왔고, 인터넷에 올린 귀중이의 사연을 보고 한 한국계 미국인이 귀중이를 입양했다. 귀중이는 지금 미국에서 새 주인의 보살핌을 받고 있다.

케어의 박소연 대표에 따르면 귀중이를 데려간 사람은 이전에도 못생기거나 학대받아 상처를 입은 동물들을 관심 있게 보다가, 여러 번 파양 당했던 강아지를 케어에서 입양해 간 적이 있다. 키우던 개가 한 마리 죽어 입양을 알아보던 중 귀중이를 알게 됐다고 한다. 유기동물이 해외로 입양되는 일은 1년에 2~3차례 밖에 없는 것을 감안하면 귀중이는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농림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전체 유기동물 중 입양된 사례는 32%, 약 2만 6천 마리정도다. 장애가 있는 동물은 입양이 더욱 힘든 게 현실이다.

   
▲ 사설보호소에서 돌보고 있거나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고 죽은 동물을 포함하면 실제 유기동물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 농림축산식품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000만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 시행된 반려동물등록제에 따라 등록된 동물만 해도 100만 마리에 이른다. 그런 반면 버려지는 동물도 매일 수백 마리다. 박소연 대표는 “우리 사회에는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동물도 함께 사는 것인데 인간에 의해 고통 받고 희생당하고 이용당하는 동물들이 너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결국 인간성을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편집 : 고륜형 기자

 

[남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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