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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렛 헤이그는 물가를 잡을 수 있을까
근로장려 조세이론 공공요금 적용 추진...역효과 우려도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6월 22일 (수) 20:11:13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요즘 정부의 물가대책과 관련해서 ‘콜렛 헤이그 규칙’이라는 말이 자주 거론되는데요, 이게 무슨 뜻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조세이론의 하나인데요, 노동과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세금을 덜 물리고 여가와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에는 많은 세금을 물려서 근로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유인체계(인센티브 시스템)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생산성, 효율성이 향상되고 사회적 공평성이 높아진다는 이론입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세를 전공한 학자 출신인데요, 물가안정을 위한 대책의 하나로 공공요금 책정 등에 이 콜렛 헤이그 규칙을 응용해보겠다는 얘기를 해서 최근 언론에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박 장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기업들의 팔을 비트는 강제적 수단보다는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시장 친화적 수단을 쓰겠다는 취지에서 이 말을 꺼냈다고 합니다. 

근로에는 낮은 세율, 여가에는 높은 세율

홍: 그렇다면 이 규칙을 적용해서 구체적으로 공공요금 체계를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긴가요?

   
제:
예를 들면 고속도로 통행료를 평일 출퇴근 시간대엔 깎아주는 반면 주말과 공휴일, 휴가철 같은 성수기엔 지금보다 올려서, 일하는 사람에겐 혜택을 주고 놀러 다니는 차량에는 더 많은 부담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버스나 지하철 요금도 출퇴근 시간대에는 깎아주고 낮이나 심야시간대에는 올리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또 가정용 전기요금도 냉난방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더 많은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물가대책은 아니지만 고용확대를 위해 콜렛 헤이그 규칙을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습니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해서 기업이 상시근로자를 1명 추가로 고용할 때마다 약 1천만 원 정도의 세금을 깎아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하네요. 

홍: 이런 방안들이 물가안정 등 기대하는 효과를 실제로 거둘 수 있을까요?

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직접적인 세금감면의 효과가 있기 때문에 세액공제한도 설정 등에서 설계를 잘 할 경우 상당한 일자리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은 임시투자세액공제라고 해서 기업 투자에 대해 일자리 창출여부와 상관없이 세액공제를 해 주고 있는데, 이 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고용창출세액공제를 도입한다면 기업들이 신규고용을 늘릴 유인이 될 것입니다. 반면 공공요금에 콜렛 헤이그 규칙을 적용할 경우엔 기대한 것과 반대 방향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각 사안별로 가격 인센티브가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홍:
공공요금에 콜렛 헤이그 규칙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는 어떤 예가 있을까요?

제: 출퇴근 시간대에 버스나 지하철 요금, 고속도로 통행료를 깎아주고 그 외의 시간에 상대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꼭 출퇴근 시간에 해당 교통수단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몰릴 가능성이 있거든요. 그러면 원래의 출퇴근 시간 이용자들은 교통비용을 조금 아끼는 대신 혼잡에 따른 시간 손실과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경제 전체로 볼 때 승객이나 교통량 집중에 따른 비용이 물가 하락 효과보다 더 클 수가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교통량 분산의 목적으로 본다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시간보다 낮이나 심야시간대에 가격을 깎아주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영국 런던에 갔을 때 보니까 철도와 지하철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아닐 때 요금을 대폭 깎아주더군요. 교통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이런 요금체계를 적용하는 나라가 선진국 중엔 꽤 있습니다. 
   
콜렛 헤이그, 공공요금 정책 적용에 신중한 검토 필요

홍: 콜렛 헤이그 규칙을 적용하면 내수가 침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던데 이건 무슨 얘기입니까?  

제: 콜렛 헤이그 규칙은 여가와 관련된 상품이나 서비스에 높은 세금을 물리는 것이라고 설명 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취지로 지방의 회원제 골프장에 대해 개별소비세를 감면하는 조치 같은 것은 폐기해야 할 것입니다. 또 이 논리에 따라 주말이나 공휴일에 고속도로통행료를 올리는 것도 지역관광 수요를 늘리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요.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각 부처에 내수 활성화방안을 마련하라고 특별 지시까지 하면서 대체휴일제 도입 등 여가 시간을 늘리고 관련 소비를 촉진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는데, 이런 정책 방향과도 콜렛 헤이그 규칙은 맞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요금이 싼 시간대에 사용자가 몰리고 휴일 이용객이 줄어들면 고속도로나 지하철을 운영하는 공기업의 경영수지가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 요즘 물가고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이 심각한데요, 얘길 들어보니까 콜렛 헤이그 규칙을 도입한다고 해서 물가안정에 꼭 도움이 된다고 기대하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이런 말이군요. 

   
제:
그렇습니다. 박 장관 스스로도 물가안정을 위한 창의적 대안의 하나로 예시했을 뿐이지, 모든 공공요금, 혹은 경제정책에 적용하겠다는 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런데 공공요금 정책에 적용해도 이 규칙이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사안별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박 장관이 국회의원시절 콜렛 헤이그 규칙을 적용해서 고속도로통행료 체계 개편법안을 제출했었는데, 아까 따져봤던 것처럼 이게 오히려 ‘혼잡비용 상승’이라는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결국 물가안정은 한두 가지 아이디어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인플레심리를 억제하는 금리인상, 수입 물가를 안정시키는 환율정책, 부동산 가격거품을 억제하는 정책, 독과점과 담합에 대한 규제, 유통구조 개선 등 근본적 대책들이 조화롭고 일관되게 추진돼야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다만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처럼 일자리 창출을 직접 촉진하는 세제개편에서는 조세이론인 콜렛 헤이그 규칙이 긍정적 효과를 발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6월 22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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