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발언대] 이지현

▲이지현 기자
<You raise me up>(당신이 나를 일으켜 준다)은 국내 팬들에게 아일랜드의 유명 팝 그룹 ‘웨스트라이프’가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곡은 2002년 노르웨이 뉴에이지 음악그룹 ‘시크릿가든’의 앨범에 처음 수록된 것이다. 이 노래는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일랜드 소설가 브랜던 그레엄의 소설 <The Whitest Flower>(최고로 흰 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졌다. 소설의 배경은 1840년대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이다. 굶주림으로 남편을 잃은 한 여인이 혈혈단신으로 호주로 이민을 가서 온갖 고생 끝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가사를 보면 이민 당시 여인의 심정이 잘 드러난다. 내가 힘들 때 당신이 내 옆에 있어주길 바라고, 당신이 나를 일으켜 줄 때 큰 힘이 된다는 내용이다. ‘you raise me up’이란 표현이 총 14번 나올 만큼 그녀가 간절히 일으켜주기를 바랬음을 알 수 있다. 가사의 내용처럼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시작일 것이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 모든 소통의 근본이다. 소통이 되지 않는 세상에는 도처에 일방통행 또는 상호갈등이 존재한다. 그 갈등은 누군가 고통의 소리로 들려오기 마련이다.

1970년 전태일은 노동자의 고통을 대변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기계처럼 일했다. 전태일은 노동자들이 인간적으로 대우받고 적합한 처우를 받기를 원했다. 그는 소통을 원했다. 노동자들의 마음을 이해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가 목숨을 걸고 부르짖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지금도 여전하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노동문제는 소통보다 일방통행이 많다. 2년 전 쌍용차 파업 때도 그랬고, 최근 유성기업 파업이나 현재 진행중인 한진중공업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 모두 소통이 아닌 공권력에 의해 강제 진압되거나 해산됐다. 충돌 과정에서 많은 인명피해가 났다.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은 파업후유증으로 지금까지 15명이나 자살을 선택했다. 그나마 한진중공업은 ‘희망버스’가 있어 그야말로 실낱 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내총생산이 2만 달러가 넘고 경제성장률도 여전히 높다. 그런데도 노동자들의 파업이 계속되는 이유는 뭘까? 단순한 통계 수치가 말해주지 않는 노동자들의 고통이 있다. 그들은 직장이라는 생계수단을 걸거나 때로는 목숨을 걸고 파업을 한다. 그리고 파업을 통해 자신들의 마음을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그들은 소통을 바라고 연대를 원한다. 40여 년 전 전태일이 그러했듯, 오늘날 수많은 전태일의 분신들이 우리를 향해 노래 부른다, 당신이 나를 일으켜 준다고.


♪ You Raise Me Up 듣기 (Secret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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