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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 없는 미래의 부조리는 막아야
[역사인문산책] 연정
2017년 03월 19일 (일) 13:58:10 민수아 기자 sooahmin09@gmail.com
   
▲ 민수아 기자

"오나라와 월나라는 원수처럼 미워하는 사이지만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갔다가 풍랑을 만난다면 원수처럼 싸우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서로 긴밀히 도울 것이다." 손자(孫子)의 말이다. 《손자(孫子)》 구지편(九地篇)에 나오는 ‘오월동주’는 서로 원수지간이면서도 특정 목적을 위하여 부득이 협력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더불어민주당 121석, 자유한국당 94석, 국민의당 38석, 바른정당 32석, 정의당 6석, 무소속 8석. 20대 국회는 어느 정당 대선후보가 승리한다 해도 대선 이후 행정-입법부 사이 대립이 불가피하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180석 이상이 아니면 개혁입법을 이루어낼 수 없다. 이 상태로 2020년 총선까지 간다. ‘원수라도 더 큰 목표를 위해 한 배를 타고 개혁을 이루자.’ 안희정 충남지사의 논리다.

   
▲ 국회선진화법은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5월 2일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 대한민국국회 홈페이지

유럽은 연정이 흔하다. 양당제 전통이 짙은 영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다당제 정치지형이기 때문이다. 총선에서 제1당이라도 과반의석 확보가 쉽지 않아 다른 정당과의 연대로 과반을 확보한 뒤 연정을 꾸린다.

대연정은 의원내각제에 적합한 구조다. 개헌 주장 세력이 안 지사의 대연정을 개헌과 연결 지어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승자가 독식하는 대통령제에 대연정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하는 우리나라에서 대연정은 동력이 떨어진다. 보수와 진보가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는 국내 정치 풍토 역시 대연정의 큰 걸림돌이다.

조기 대선을 앞둔 현 정국을 보면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차이를 떠나 근본적인 의문점에 부딪힌다. 20대 국회가 진정 다당제인가 하는 점이다. 당명만 가리면 어느 당의 정책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당의 정체성이 모호하다. 말로는 보수와 진보로 갈리지만 정책지향점은 하나로 몰린다. 안보문제 해법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느 세력과 타협을 하든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국민은 모두 눈 감고 있어야 하는가?

장덕진 서울대 교수는 칼럼을 통해 ‘교체와 청산도 중요하지만, 미래가 더 중요하다’고 짚었다. 과거보다 미래가 더 중요하다는 장 교수의 말대로 진지하게 연정을 논의해 볼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대결 정치에 대한 반성과 협치의 필요성도 인정된다. 하지만 협치나 연정을 근거로 국정농단의 책임자 처벌 요구까지 비판하는 것은 국민 다수의 적폐 청산 요구와 동떨어진다. 협치가 필요한 만큼 오히려 더 책임 있는 반성과 성찰이 선결과제다. 마치 우리가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진정한 화합의 조건으로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정치에서 역사적 맥락은 극복 대상이 아니라 실체다. 같은 배를 탄다는 이유로 과거 정치 문화의 반성 없는 미래의 부조리를 그대로 맞아들일 수는 없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김평화 기자

[민수아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시사현안부 민수아입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안다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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