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탈세 전력 불구 “깨끗한 조직 훼손” 부하에게 호통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 한국경제 키워드는 저축은행과 등록금이었습니다. 저축은행은 비리의 끝을 모를 정도로 여러 갈래로 얽혀있는 상황입니다. 프라임 저축은행이 불법 대출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되면서 대규모 예금인출사태가 재현되기도 했습니다. 등록금 문제는 갈수록 복잡해지는 분위기인데, 어떻게 풀어야 하겠습니까?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저는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주변에 대학생 자녀를 둔 친구들, 선배들을 보면 정말 힘들어합니다. 등록금을 낮춰야 한다는 공감대는 분명 있는 것이고 다만 어떻게 낮춰야 하는가에 대해 의견을 모아야 하는데요. 한 가지 걱정되는 건 이런 논의에 정치가 끼게 되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입니다. 논의 자체가 지속성을 갖지 못하고, 진지해지지 못하죠. 처음엔 한나라당이 시작했습니다만, 한나라당 주장이 먹히니까 민주당이 더 낮추자고 하는데 이렇게 갈 문제는 아니거든요. 지난해에 있었던 무상급식이나 무상의료 논쟁은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가 지금은 얘기도 없지 않습니까. 이런 게 반복이 돼서는 안 될 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정치적 논의와는 별도로, 진지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저는 대학생 아이도 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니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는 편인데요,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국민 소득에 비춰봤을 때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절대 액수로 봐도 미국 다음으로 높고요. 살림살이에 정말 엄청난 부담을 줍니다. 가난한 대학생들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서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고, 아르바이트 하느라 공부도 제대로 못하고, 심지어는 사채 빚에 시달리거나 사회의 첫 출발을 엄청난 대출금 빚과 함께 시작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엊그제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의 두 자녀가 모두 대학생이라고 하더군요. 1년에 2천만 원 가까이 대학 등록금으로 쓰는데 그것 말고도 학원비와 용돈 등 수입의 대부분을 아이들 밑에 털어 넣고 자기 부부는 못 입고 못 먹고 해도 빚을 진다고 하소연 하시더군요. 그런데 이런 집이 한 두 집이 아닐 겁니다. 이 문제를 이렇게 방치하는 것은 기성세대가 죄를 짓는 것이란 생각이 들고요. 다만 이를 어떤 방법으로 풀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체계적이고 진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재정이 들어가야 할 부분은 그렇게 해야 할 것이고, 한편으로 사립대학들이 엄청난 적립금을 쌓아놓고 그 돈을 엉뚱한 데 쓰고 있는 것 등을 수술해서 등록금 수준 자체를 낮춰야겠죠. 정치권과 정부가 일단 등록금을 낮추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선언하고, 시민단체 등에서 마련한 여러 연구 결과와 아이디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모아야 합니다. 세금을 쓰는 문제이기 때문에, 가급적 재정투입을 최소화하고 사립대학 구조조정도 하면서 교육의 질도 높이는 방안을 진지하게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등록금 인하 위한 구체적인 재정투입 방안 강구해야 

: 김황식 국무총리가 이참에 기여입학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십니까?

이: 검토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을 운영하고 있는 나라도 많으니까요.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건 결국 기여입학제를 하다 보면 이름 있는 명문대 쪽으로 몰리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에서 명문대 졸업이라는 건 현실적으로 상당히 많은 기득권과 연결되는데, 결국 돈이 있는 사람이 대학 졸업장에서도 혜택을 받고 출발하는 결과가 됩니다. 기회의 균등 면에서 굉장히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에 불평등 요소가 많은데 끊어진 사다리를 타고 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교육마저도 이렇게 된다면 사회적, 정서적인 문제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상당히 많은 불균형을 낳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만일 기여입학제를 도입하더라도 기준이 굉장히 투명하고 엄격해야 할 것입니다. 또 돈이 있는 사람들한테 좀 더 대학문호를 넓혀준다면 반대로 돈이 없는 사람들, 농어촌특례라든지 장애인, 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외계층 가운데 똑똑한 친구들에게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는 문호를 기여입학 하는 것의 몇 배 이상 넓혀줘야 균형이 맞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제 교수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제: 대학이 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나라마다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대학입시에 전 국민이 목을 매는 나라에서 기여입학제가 도입된다면, 그래서 돈을 많이 쓰면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제도가 등장한다면 우리 사회의 정의, 공정에 대한 개념이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부장님도 지적하셨습니다만 지금도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서 자녀의 학력이 좌우되는 상관관계가 굉장히 높지 않습니까? 학력의 대물림, 기회의 대물림, 부의 대물림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명문대 입학 티켓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우스갯소리로 아이들이 엄마 아빠를 원망할 거라는 얘기도 나옵니다. “돈 좀 많이 벌어서 나를 좋은 데 보내주지 왜 머리 싸매고 공부하게 하나”하고요. 그래서 기여입학제는 바람직하지 않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에 대한 기여나 기부는 활성화될 필요가 있지만 성공한 동문들, 기업인들, 큰 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공익적인 마인드로 대가를 바라지 않고 후세를 위하는 자세로 해야 할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우리가 검토해 볼 수 있는 것은 정치자금 10만원 소액 기부하면 세액공제 해 주지 않습니까? 그런 식으로 동문들이 자기 학교를 위해 기부했을 때 세액공제를 해주는  등 기부나 기여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린다면 약간의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요.

박: 기업들이 대학에 기부를 할 경우에 전면 세제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하면 그나마 시늉만 내던 교육 사업에 대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론 기부금 관리는 어떻게 하느냐, 감사할 수 있는 감사단도 만들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어쨌든 논란의 시작은 등록금이지만 명문대의 과도한 정원, 학벌위주의 사회 구조, 학력 인플레이션, 대학에 대한 초과수요 등 이런 근본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 얽힌 실타래를 어디서부터 풀어야할지, 참 힘든 게 사실입니다. 다만 표를 계산하면서 정치문제로 연결하다 보면 반드시 산으로 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과 유권자들도 무조건 찬성을 하기보다 재원 대책은 있는 것인지, 또 다른 교육 개혁은 어떻게 연결이 될지 냉정하고 꼼꼼하게 검토를 해야 할 것입니다. 학생들이 거리시위를 하면서 정치권의 논의를 압박하는 것은 좋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방향이 어디로 가는지도 반드시 검토와 검증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명문 대학의 정원문제라든지 우리나라 전체의 대학진학률, 대학을 못 가는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금 당장 학생들을 짓누르는 등록금 문제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재정을 투입하는 것과 사립대학의 지출구조 개혁, 경영 개혁을 동시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보도를 보니까 사립대학들이 10조원 정도의 적립금을 쌓아놓고 있는데, 주식투자 했다가 돈을 잃는 등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낭비와 비효율을 제거하면서 등록금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개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일 이슈가 되는 게 반값 등록금을 위해서 재정 투자를 늘린다면 그 돈이 어디서 나올 거냐는 문제죠. 그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감세, 즉 부유층과 대기업에 집중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소득세나 법인세 감면 등을 철회하면 된다고 봅니다.

박: 이번 주 주요 경제뉴스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이: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음이 들리고 있습니다. 신용등급 강등경고도 많았고요. 그래서 미국경제를 첫 번째 이슈로 꼽았습니다. 두 번째는 순항할 것 같던 메가뱅크가 큰 암초를 만나서 좌초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는 애플이 ‘아이클라우드(i Cloud)’를 새롭게 내놓으면서 상대적으로 노키아는 계속적으로 굴욕을 당하고 있는데, 이런 모바일 시장의 변화를 세 번째 뉴스로  꼽았습니다.

제: 저는 반값 등록금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가장 먼저 꼽았고요, 두 번째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테크윈 비리에 관해서 “삼성의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그건 당연한 우려였다고 생각합니다만 삼성 비자금 사건을 생생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는 본인 스스로가 비자금 사건의 주역이었는데 어떻게 저런 이야기를 하시나 하고 어리둥절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프라임 저축은행이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과 함께 수백억 원의 예금이 인출되는 ‘뱅크런'이 일어났다는 뉴스입니다. 저축은행의 추가 퇴출에 대한 전망과 함께 주목되는 뉴스였습니다.

메가뱅크, 여야 반대 속 실현가능성 미지수

박: 저도 이건희 회장의 ‘깨끗한 삼성’ 발언을 꼽았고요, 두 번째는 뱅크런, 세 번째는 미국 경제 논란을 꼽았습니다. 우선 이 부장님께서 말씀하신 메가뱅크 이야기 있지 않습니까? 자꾸 꼬이는 것 같은데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이: 이명박 정부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만수 회장이 산은금융지주를 맡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등 강 회장과 가까운 인맥이 주요 자리에 있기 때문에 애초에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가 잘 될 것 같은 분위기가 있었죠. 그런데 반론이 많았잖습니까? 산은금융지주은행도 정부은행이고 우리금융지주도 정부은행인데 정부은행과 정부은행을 합치는 게 어떻게 민영화가 되는가, 이게 국유화지 민영화냐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박: 그건 (민영화를 지지하는) 보수정권의 정체성과도 안 맞지 않습니까?

이: 그렇죠. 지금 우리은행을 민영화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더 큰 국유은행을 만들어서 어느 세월에 민영화를 할 거냐는 이야기도 있었고요. 당연히 야당에서는 반대가 나왔고 금융노조에서도 들고 일어났고, 또 심지어는 여당 내에서도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해서 반대의견들이 많습니다. 지금 메가뱅크가 논리에 맞느냐라는 측면도 있고, 저축은행 사태 때문에 골치 아픈데 메가뱅크까지 들고 나와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드느냐는 불만도 있고요. 그래서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그렇게 해서 메가뱅크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들어지는 상황입니다.

박: 제 교수님, 당초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까지 해가면서 밀어붙일 분위기였는데, 어떻습니까?

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와서 잘 안되는 분위기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면 95% 이상의 지분을 사야한다고 묶어 놓은 게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인데요, 산은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다 보니 덩어리가 너무 커서 이를 낮췄으면 하는 분위기가 있었겠죠. 그래서 금융위원회에서는 95%를 50%로 낮추려는 시행령 개정안을 이미 갖고 있었고, 원래는 오는 15일 금융위 전체 회의를 열어 통과시키겠다는 일정을 내놨는데 상황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조영택 의원은 ‘95%로 규정한 시행령을 못 바꾸도록 아예 법에 명시하자’고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강만수 전 장관이 밀어 붙인 MB노믹스, 즉 고성장 고환율 정책 때문에 당의 입장이 지금 이렇게 어려운데, 이 건까지 끌려갈 수 없다는 저항의 분위기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를 강행하고 싶어도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어렵지 않을까하는 관측입니다.

악순환 계속되는 미국경제

박: 이번엔 글로벌 뉴스로 가보죠.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신용평가회사의 경고가 나왔는데요.

이: 일단 경고고, 실제 액션까지 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물론 진짜로 미국경제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으로 가면 신용등급을 안 떨어뜨리려 해야 안 떨어뜨릴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지금 연방정부의 채무한도가 꽉 차 있는 상태인데, 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를 갚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 의회에 국채발행 한도를 늘려달라고 한 상태인데 의회는 지금 공화당이 잡고 있고 공화당에서는 ‘획기적으로 지출을 축소하는 예산안을 만들지 않으면 통과를 안 시켜 주겠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건강보험 관련 지출을 줄여라’고 압박을 하고 있고요. 그런 정치적 공방 속에서 국채발행 한도를 늘리지 못하면 8월 초에 디폴트가 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무디스나 피치에서 했던 경고는 국가채무 그 자체를 문제로 삼았다기보다는 의회를 겨냥한 포석인 측면이 강합니다. 의회에 ‘한도를 늘리는 데 동의하라’고 한 압박인 셈이고 그러다 보니 이런 경고에 대해서 행정부 쪽에서 약간 반가워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지금 미국의 신용등급이 최상급인 트리플A 아닙니까? 미국이어서 그렇지 재무상태로 본다면 나라도 아니죠. 미국이기 때문에 유지가 되고 더구나 트리플A인데, 어째든 글로벌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기축통화국이라는 것, 동시에 세계에서 가장 빚을 많이 진 세계최대 채권국이라는 것, 이 두 가지 상황이 맞물려 있는 문제를 과연 언제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큽니다. 

박: 제 교수님, 이런 논란 와중에서 미국경제 자체가 방향성이 이상하다,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더블딥 논란이 나와요. 미국경제는 어떻습니까?

제: 글쎄요. 미국경제를 특별히 깊이 들여다보지 못해서 단정적으로 전망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위기를 맞을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재정 적자 엄청나죠, 국가 부채 엄청나죠, 거기다 금융부분의 구조개혁이 상당히 지연되고 있고, 월가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반항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게 문제를 잔뜩 안은 상태에서 과거 두 차례의 양적완화, 즉 돈 풀기를 통해서 버티고 버텨온 게 지금의 미국경제거든요. 이런 상황에서는 국채채무한도를 조정하는  문제를 포함해 정말 작은 변수 하나라도 잘못되면 와르르 무너져 위기로 갈 수 있는 게 미국경제의 상황이라고 봅니다. 상당히 긴장하고 주목해야 할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이: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지표가 안 좋으니까 이른바 ‘소프트패치’다, 일시적인 숨고르기에 불과하다고 그랬는데요. 소프트패치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목소리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습니다. 하반기 상황을 낙관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3차 양적완화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국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교적 빠르게 회복됐는데 그게 결국 유동성 효과였거든요. 돈으로 만들어낸 효과였고, 그 약발이 떨어져나가니까 다시 근본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결국은 근본적 수술은 하지 않고 일종의 모르핀 주사에 지탱해서 나가는 경제가 어떤 결과가 나오는 건지, 미국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 병원에서도 그래요. 종기 있는 사람이 안 째고 항생제 먹으면서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통째로 들어내는 대수술을 받게 되거든요. 마지막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진노’에 대해 얘기해 보죠. 왜 이분이 말씀하시면 언론이 ‘진노’, ‘격노’ 이런 표현을 쓸까요? 그냥 크게 화를 냈다고 쓰면 되지 않습니까? 일단 제 교수님이 주목하셨던 이유는 무엇입니까?

제: 삼성테크윈을 포함해서 조직 내부에 비리가 있었다면 엄정처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특히나 대기업 사람들이 이른바 ‘갑을 관계’ 즉 하청업체와의 권력 불균형을 이용해서 부정과 횡포를 저지르는 것은 어느 CEO든 엄정하게 다뤄야 하고, 조직의 책임자를 문책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것은 이건희 회장의 발언, 즉 “삼성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고 말한 부분이죠. 삼성 비자금 사건, 즉 삼성이 수조 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그걸 차명계좌에 넣어 놓고, 탈세를 하다 이건희 회장 자신을 포함해 최고경영진이 줄줄이 사법처리를 당하지 않았습니까? 나중에 금방 사면복권이 되어 그 역시 논란이 됐습니다만. 그런 불법행위의 당사자였던 분이 아랫사람 때문에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고 얘기하는 건 좀 어이없지 않나 하는 반응이 트위터 등에 많이 돌았습니다. 우리 속담에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이야기가 있고, 성경에 보면 ‘남의 눈에 있는 티끌은 보면서 네 눈에 있는 들보는 못 보느냐’는 지적도 있죠. 이 회장이 아랫사람을 호통 치기보다 “나부터 반성하겠다”, “나부터 달라지겠다”는 화법으로 접근했다면 훨씬 보기 좋지 않았을까요. 우리나라 최대 기업의 CEO이고, 많은 학생들이 가장 존경하고 닮고 싶은 CEO로도 자주 뽑히시는 분인데, 조금 더 자기 성찰적인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합니다.

박: 하필이면 ‘행복한 눈물’사건을 떠올리는 그림 관련 소송 사건까지 터진 날 그랬죠? 이부장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 삼성 내에 ‘경영진단팀’이라는 이름의 감사팀이 있는데 굉장히 세기로 소문이 나 있어요. 감사팀이 한 번 뜨면 암행어사가 뜬 것처럼 벌벌 떨 정도로 내부 통제가 강하게 작동 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삼성테크윈이라는, 국가에 무기를 공급하는 방산업체에서 비리가 있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뉴스를 접하면서 드는 의문은 삼성이 내부적으로 덮고 가려면 갈 수 있었던 문제를 왜 드러냈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은 삼성 사장단 회의가 끝나고 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인용 부사장이 직접 기자 브리핑을 통해서 설명했고, “이건희 회장께서 이러이러해서 화를 냈다”고 얘기했습니다. 또 다음 날 이 회장이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먼저 “궁금한 게 없냐, 질문할 게 없냐”고 던졌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삼성에서는 작정을 하고 이 얘기를 드러낸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데 저는 두 가지 정도로 그 이유를 추정해 봤습니다. 하나는 애플이 앞서가는 상황, 그리고 최근에 노키아가 무너지는 상황을 보면서 어떤 식으로든 삼성 조직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야겠다고 이건희 회장이 판단했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정부에서 굉장한 정도로 상생압박, 이른바 동반성장 압박을 하는데, 그런 차원에서 오히려 문제를 선제적으로 터뜨림으로써 정부의 압박에 한발 더 앞서 치고나가는 의도가 아닌가 추정됩니다.

박: 같은 뉴스라도 다양한 각도로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궁금한 게 더 많아지네요. 두 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6월 1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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