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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 내고 청소만 해주다 오는 실습
[기획] 사회복지사 실습 이대로 좋은가
2017년 01월 13일 (금) 16:01:15 황금빛 기자 hgb1987@nate.com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26살 A씨는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방학 동안 사회복지 현장실습에 나갔다. 처음 간 곳은 ㄱ지역아동센터. 그 곳에서 A씨가 한 일은 밥하고 설거지, 청소가 전부였다. A씨는 주말마다 8시간씩 총 120시간 일하고 실습비로 20만 원을 ㄱ지역아동센터에 냈다. 점심식사비는 포함되지 않아 추가로 들어갔다.

똑같이 120시간을 일하지만 주중에 일하면 실습비는 15만 원이다. 실습비가 어떻게 책정되느냐고 물었더니, 주말에는 일거리가 없어 더 편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종교시설을 함께 운영하는 ㄱ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A씨에게 종교시설 청소 일까지 떠안겼다. 심지어 그 곳에서 A씨는 밥도 지었다. 실습이 끝날 즈음 센터 후원금 정기 계좌이체 신청을 강요받았다. A씨는 “돈이 어디로 흘러갈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악몽처럼 당시를 떠올린다.

두 번째로 간 ㄴ지역아동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총 120시간 일하고 15만 원의 실습비를 낸 뒤, 청소밖에 한 것이 없다고 A씨는 혀를 내두른다.

“돈을 왜 내는지 모르겠어요. 뭘 배우는 건지….”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은 대학에서 이론을 배우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실습을 한 후 졸업과 함께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딴다. 학생들은 실습기관을 자유롭게 고른다.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을 경우 지역사회 아동복지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로 간다. 아동 보호나 문화, 교육, 정서발달에 관련된 지역사회연계 프로그램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습 기간 동안 청소만 하다 끝나니 학생 입장에서는 배운 게 없다는 볼 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 아동복지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찾는 지역아동센터. ⓒ Flickr

실습비 책정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20만 원으로 기관마다 들쭉날쭉하다. 학생입장에서 적은 돈이 아니다.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하는 경우 더 그렇다. 실습은 보통 방학 때 하는데 방학동안 아르바이트도 못하고 실습비까지 내야하기 때문이다.

‘실습비’라기보다 ‘체험비’

23살 B씨도 맹탕 실습 경험담을 들려준다. B씨는 “이론만을 배워서는 부족함이 많아 현장으로 가는데,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주된 업무를 배우고 경험할 수 없었다”고 털어 놓는다. B씨는 15만 원을 내고 ㄷ종합사회복지관으로 실습을 갔다. B씨가 원한 업무는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진행하거나 실제 클라이언트를 만나 상담하는 등의 일이다. 그런데 자신이 속한 팀에서는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같은 기관에 같은 돈을 낸 실습생 10명의 경험 정도가 다 다르니 불공평하다고 지적한다.

B씨는 두 번째 실습기관인 ㄹ중증장애인거주시설에서는 12만 원을 내고 실습 기회를 얻었다. B씨는 “장애인의 옷을 갈아입히고 장애인과 놀아주고 밥 먹여주고 빨래개고 하는 일밖에 하지 않아 화가 났다”고 말한다. 중증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인 심리 및 정서 치료, 교육 프로그램 등도 운영하는데 이런 분야를 접해볼 수 없었으니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B씨는 ‘실습비’라기보다 ‘체험비’라는 말이 더 맞는다고 꼬집는다. 그는 “실습 지도비라고 이야기하는데 무엇을 지도해준 건지 알 수 없으니 효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실습비 책정 기준 없는 허술한 실습생모집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실습생모집 게시판’이 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거주지와의 거리, 관심 분야를 반영해 실습기관을 선택한다. 원하는 기관을 클릭하면 기관정보와 실습정보, 실습지도자정보(사회복지사) 등이 뜬다. 하지만 실습비 정보에는 금액만 적혀있을 뿐, 구체적 설명과 금액 책정 기준을 찾을 수 없다.

실습생 자격요건과 실습지도자 특이사항, 기관특성 등의 정보도 있는데 충실한 경우가 드물다. 학생들에게는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곳인지, 무엇을 지도하고 배울 수 있는지가 중요한 정보지만 빈칸이 더 많다.

기관 등록제보다 ‘인증제’로 가야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2016 사회복지사 자격관리 지침’을 보면 적정 실습비는 실습생 1인당 10만 원 이내다. 하지만 실습생모집 글을 보면 10만 원 이상을 요구하는 기관이 적지 않다. 지침에는 실습생 식비는 별도 부과 가능하나 실습비 이외 후원금이나 실습 이외의 교육비 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단서가 달렸다. 하지만 별도 부과 가능한 식비가 어느 정도인지, 또 추가 비용을 요구받았을 때 어디로 신고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사회복지현장실습은 교과목이기 때문에 지도 및 감독 권한이 학교에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실습기관의 부정행위 등이 발생하면 학교에 연락해 ‘실습 지도교수’와 상의를 거쳐 행정기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자격관리센터에서 실습기관 모집 글과 자격관리 지침, 매뉴얼 등을 볼 수 있다.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자격관리센터 홈페이지

하지만 실습기관 등록 및 시정권고, 등록 취소 등은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의 몫이다. 문제는 등록이 취소돼도 법령이 정한 기준만 충족하면 기관이 실습을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자율 사업 형식의 ‘등록제’보다 법적 구속력을 갖는 ‘인증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도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실습기관 수가 크게 줄어 실습장소를 찾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질 거라는 우려 때문에 법제화 추진에 어려움이 뒤따른다.

‘표준 실습교육 매뉴얼’ 유명무실... 실습생은 ‘을’

밥, 설거지, 청소 등이 ‘사회복지실습 활동 내용’에 부합하느냐는 질문에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기관의 업무 전반을 파악하는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매일 반복된다면 실습내용으로 볼 수 없다고 답한다. ‘표준 실습교육 매뉴얼’이 있지만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어서 한계가 크다.

사실 실습생은 실습일지에 건의나 의문사항을 적을 수 있고 기관 지도자 평가서도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실습지도자도 1점부터 5점까지로 실습생에 대한 점수를 매긴다. 이는 실습생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따는데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실습생이 실습기관과 실습지도자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적어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A씨는 실습일지 진행내용에 ‘청소’라고 적었다가 기관으로부터 핀잔을 들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표준 실습교육 매뉴얼’에는 ‘실습지도자의 실습생에 대한 평가는 실습생과 공유해야 한다’는 실습지도자 윤리 항목도 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 가운데 자신에 대한 평가를 볼 수 있었다고 대답한 학생은 한명도 없었다.

   
▲ 증가하는 사회복지사 수요. ⓒ Flickr

실습생은 미래의 전문 사회복지인력

물론 사회복지 업무와 학생들 실무교육에 많은 시간을 쏟느라 격무에 시달리는 실습지도자도 있다. 사회복지전공자인 26살 C씨는 실습생 시절 오히려 실습기관에 미안함을 느꼈다고 회고한다. 실습지도자가 실습생들에게 매일 한 차례씩 교육했을 뿐만 아니라 평가서도 매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일이 손에 익지 않은 학생들을 시키다보니 실습지도자의 업무가 많아져 실습생 입장에서 피해를 준다는 생각마저 들었다고 고백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다양한 가족형태의 등장과 증가하는 다문화가정 등으로 사회복지사에 대한 수요는 증가 추세다. 사회복지시설에 온 실습생들은 전문인력 공백을 메워줄 인적 자원인 동시에 복지사회를 책임질 소중한 미래 자산이다. 하지만 지금도 사회복지실습 관련 불만 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사회복지사라는 전문 인력으로 거듭나고픈 학생들에게 허탈감 대신 자긍심을 심어준 알찬 실습이었다는 교육후기는 언제쯤 볼 수 있을까.


편집 : 강민혜 기자

[황금빛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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