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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왕국에 노조 건설’ 카운트다운
7월 시행 복수노조 ‘양날의 칼’ 평가 속 삼성 변화 주목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6월 08일 (수) 17:05:17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지난해 개정된 노동법에 따라 다음달부터 복수노조가 허용되는데요, 구체적으로 관련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 것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한 사업장에 가입 대상이 같은 노동조합이 2개 이상 생겨도 법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한국노총, 민주노총 같은 전국단위의 상급단체는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있죠. 또 항공사의 일반직노조와 조종사노조처럼 가입대상이 명확하게 다른 경우도 복수노조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가입대상이 같다면 복수노조를 만들 수 없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자동차회사에 생산직이 가입하는 노조가 이미 있다면 같은 생산직을 가입대상으로 하는 제 2의 노조는 만들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는 7월부터는 가입대상이 같아도 제2, 제3의 노조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게 됩니다. 노동자들이 뭉칠 권리, 즉 결사의 자유를 확대하자는 취지입니다.
 
홍: 이렇게 되면 사용자인 기업 측은 물론 노조에도 유리한 점과 불리한 점이 다 있겠는데요?

   
제:
그렇습니다. 우선 노조의 경우 회사 측이 이른바 ‘어용노조’를 만들어 진짜 노조의 출현을 막고 있는 경우,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론 제 2 노조를 만들어 당당하게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장점이죠. 반면 이른바 ‘강성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는 보다 타협적인 노조가 생겨서 대표성을 놓고 경쟁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 이것은 부담 요인입니다. 기업의 경우 지금까지 노조가 없거나, 있더라도 유명무실했던 경우 복수노조 허용으로 보다 투쟁적인 노조가 생겨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을까 하는 부담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노조끼리 대표성 경쟁을 하는 경우 근로자 내부의 분열로 단결력이 떨어져 회사가 이른바 ‘온건노조’를 지원하는 등 유리하게 활용할 수도 있겠죠.

노동계, “교섭창구 단일화 조건은 복수노조 인정한 취지에 어긋나”

홍: 복수노조 제도가 기업과 노조 입장에서 각각 명암을 갖고 있다는 얘긴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노조단체들은 다음 달 이 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노동법을 다시 개정하자고 주장합니다. 왜 그런가요?

제: 노동계도 복수노조 자체에는 찬성하는데, 여기에 수반되는 ‘교섭창구 단일화’라는 조건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다음 달 시행되는 복수노조관련법은 제 2, 제3의 노조를 허용하되 단체협상의 교섭창구는 단일화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두 개의 노조가 있다면 서로 의논해서 단일한 협상팀을 꾸리거나, 전체 가입대상자의 과반 지지를 받는 노조가 대표로 단체교섭에 임할 것을 규정하고 있는 것이죠. 노동계는 이렇게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면 이른바 ‘어용노조’가 단체협상의 대표권을 갖고 노동자들의 진정한 요구를 봉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복수노조를 인정한 취지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개별적 단체교섭권이 없는 복수노조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게 노조단체들의 주장입니다.

   
홍:
하지만 기업들과 정부는 여러 노조와 개별 교섭하는 데서 오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그런데 교섭창구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복수노조 시행에 특히 부담을 갖는 기업들이 있다는데요.

제: 그렇습니다. 그룹 차원에서 ‘무노조’ 정책을 통해 노조결성을 막아왔던 삼성 등 일부 대기업들이 특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삼성의 경우 70여 계열사 중 노조가 결성된 곳이 7곳 정도 있는데, 사실상 신고만 해 놓고 활동하지 않는 이른바 ‘유령노조’ ‘어용노조’라는 게 노동계의 지적입니다. 노조가 있으면 근로자들의 욕구가 분출되면서 노사분규로 생산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삼성을 비롯한 일부 대기업들의 시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노조를 결성하려는 직원들을 감시, 통제하거나 해고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는 것이 이런 저런 사건을 통해 드러났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삼성, 포스코, 씨제이(CJ), 엘지(LG)전자 등을 ‘반노동적 기업’으로 보고 복수노조 허용을 계기로 이들 회사의 노조 결성을 적극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기업들이 특히 신경을 쓰고 있죠.   

노조를 파트너로 인식하고 공생하는 기업의 자세 필요

홍: 기업들이야 노조가 있으면 없는 것보다 귀찮고 부담이 되겠지만, 노조 결성을 방해한다면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대상이 되는 것 아닙니까?

   
제:
맞습니다. 노조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우리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입니다. 노동자에게 이렇게 노동3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노동자 개인과 사용자가 1대 1로 협상할 경우 힘의 불균형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약자인 노동자들이 뭉쳐서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게 해주자는 취지죠. 사용자측이 이를 방해한다면 당연히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교묘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기업들의 노조설립 방해에 대한 감시와 제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노조 설립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이 최근 노동부 국장출신을 노무담당 임원으로 스카웃했다고 합니다. 혹시 전직 노동관료의 정보와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노조 결성과 활동을 막겠다는 의도는 아닌지 노동계에서는 의구심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세계 초일류를 지향하는 기업의 격(格)과는 아주 안 어울리는 일이죠.

홍: 우리나라엔 노조를 만들거나 가입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수백만의 비정규직근로자가 있는데요, 복수노조 허용이 이들에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제; 각 사업장 노조가 더 많은 조직원을 확보해 대표성을 가지려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비정규직을 적극적으로 가입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면 비정규직의 근로조건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죠. 반면 교섭창구 단일화로 어차피 정규직노조가 교섭을 맡기 때문에 비정규직의 애로가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쨌든 복수노조는 노사정 모두에 위기이자 기회의 요소를 갖고 있는데요, 특히 노동자들에게 복수노조는 단결권을 확장시킬 수단이지만, 여러 노조로 분열될 가능성은 위험요인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노조가 하나로 뭉쳤을 때 협상력이 커지기 때문에, 노동계는 비정규직까지 끌어안고 단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또 기업은 노조를 적대시하고 억압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경영의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공생하자는 자세를 보여줘야 기업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부당노동행위를 엄벌하는 등 공정한 심판의 역할을 해서 건전하고 생산적인 노사관계가 정착되도록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6월 8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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