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몰래카메라 어디까지 허용되나

몰래카메라는 예능의 단골 포맷이다. 비교적 쉽게 웃음과 감동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몰래카메라는 특정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속이고자 하는 대상을 그 속에 밀어 넣는다. 대상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한 편으로 움직이니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몰래카메라가 재밌고 감동적이진 않다.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몰래카메라의 성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 가봉에 있는 아들 박상철 씨가 어머니의 음식을 먹고 있다. ⓒ MBC <무한도전> 갈무리

몰래카메라는 목적이 분명하고, 과정이 치밀할수록 웃음과 감동이 극대화된다. MBC <무한도전-배달의 민족> 편은 몰래카메라로 감동을 극대화했다. 정준하는 가봉에 있는 박상철 씨에게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배달하며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아들에게 직접 밥을 대접하고 싶다고 말하고 실제로는 어머니 음식을 대접한 것이다. 어머니의 만두인지 모르는 아들은 만두를 먹으며 어머니가 생각난다 말한다. 정준하는 조심스럽게 사실을 말한다. 사실 어머니의 만두라고. 아들이 처음부터 어머니의 만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감동은 절반에 미쳤을 것이다. 아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만두를 먹고, 어머니를 떠올렸기에 감동이 배가 된 것이다.

몰래카메라가 수단이 되면 희롱으로 전락한다. 최근 MBC는 군대 예능 <진짜사나이 2>를 폐지하고 몰카 예능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편성했다. 몰래카메라를 통해 재미와 웃음, 감동을 전하겠다는 의도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타깃 & 의뢰인 맞춤형 몰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대상을 잘 아는 절친의 의뢰를 받아, 깨알 고급 정보를 이용해 타깃을 속인다. 그러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목적이 존재하지 않는다. 속이는 과정만 있을 뿐이다.

▲ 모니터로 상황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출연진들. ⓒ MBC <은밀하게 위대하게> 갈무리

설현은 운세와 타로를 이용한 몰래카메라에 당했다. 평소 설현이 운세에 관심이 많고, 운세를 철석같이 믿는다는 정보에 의한 것이었다. 설현은 방송 내내 거짓 타로와 제작진이 설정한 상황에 기뻐하고, 당황하고, 놀라는 모습을 보인다. 이외에도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귀신을 무서워하는 사람에게 공포감 조성하고, 기계를 조작하여 운동을 못 하는 사람 놀리는 등 게스트에 맞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과정은 다 다르다. 그러나 끝은 같다. “몰래카메라 대성공!“

<은밀하게 위대하게>에는 메시지가 없다. 게스트는 몰래카메라에 당하고, 시청자는 그 모습을 보고 웃기만 하면 된다. 게스트가 누구보다 자신을 잘 아는 사람에게 철저하게 분석 당하고, 웃음의 소재로 이용되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믿고 아끼는 사람에게 희롱당하는 프로그램이다.

▲ <그랬구나> 게임을 통해 몰래카메라를 진행하는 I.O.I. ⓒ JTBC <아는 형님> 갈무리

과도한 설정은 몰래카메라의 목적을 흐리게 한다. JTBC <아는 형님> I.O.I 편은 과도한 몰래카메라로 논란을 일으켰다. I.O.I 멤버들은 리더 나영을 대상으로 깜짝 이벤트인 몰래카메라를 진행했다. 평소 하지 못했던 말을 털어놓는 자리인 양 멤버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몰래카메라가 진행될수록 나영은 목이 메고 촬영에 집중하지 못한다. 멤버들의 불만은 대개 나영의 성격과 관련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몰래카메라의 원래 목적은 ‘수고했다’는 말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설정으로 인해 이미 나영은 상처받았다. 멤버들이 몰래카메라가 끝나고 "고생했어!", "사실은 그렇지 않아!"라며 나영을 다독였지만, 몰래카메라 앞에서 한 말들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배우 김수로는 자신의 트위터에 몰래카메라에 대한 일침을 남겼다. “아무리 방송 몰카지만 상황파악은 하고 몰카를 해야지. 해외에서 일보는 사람을 서울로 빨리 들어오게 해서 몰카짓 하는 건 도의에 어긋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트위터는 삭제되었고,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수로 사건은 몰래카메라 방송을 제작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명확히 보여준다. 몰래카메라가 감동과 웃음을 주는 장치가 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과 치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지나친 설정과 목적 없는 수단으로서의 몰래카메라는 희롱에 불과하다.


편집 : 황두현 기자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