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문산책] 트럼프

   
▲ 전광준 기자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의 1원칙으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바구니 하나에 ‘올인’했다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계란이 다 깨지니 여러 바구니로 분산해 투자하라는 의미다. 수십년 동안 수출에 ‘올인’한 한국 경제는 그 1원칙을 어겨왔다. 그 결과는 한국 수출의 위기다. 보호무역주의자 트럼프가 원화 절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덕에 한국 경제는 ‘트럼프 리스크’에 정면으로 부닥쳤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를 보자. 한국은 미국 주요 무역 적자국 5위다. 그 규모만 2015년 기준 280억 달러다. 게다가 미국이 맺은 총 17개 FTA 중 대한국 무역수지가 가장 많이 악화됐다. 저평가된 원화를 무역 적자 원인 중 하나로 여기는 미국은 이미 한국에 인위적으로 원화 가치를 낮추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트럼프의 요구대로 원화가 절상되면, 수출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 수출에 '올인'한 한국 경제는 그 원칙을 어겨왔다. ⓒ Flickr

수출 침체는 한국 경제 침체로 이어진다. 한국 경제가 수출이란 바구니에 계란을 ‘올인’했기 때문이다. 2015년 국민총소득 대비 무역의존도 비율은 88.1%다. 한국의 무역의존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의존도는 각각 18%, 30%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은 무역 대신 내수 경제에 의존하는 정도가 크다. 외부 요인에 휘둘릴 가능성이 그만큼 적다. 경제의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뜻이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외부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내수라는 바구니를 소홀히 한 업보다.

과거와 달리 내수중심경제가 성장률을 더 높인다는 주장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70~2012년, 내수중심국가 평균성장률은 3.1%, 수출중심국가 평균성장률은 3.5%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수치는 역전된다. 금융위기로 전세계 무역 규모가 줄어 수출중심국 경제성장률은 2.6%로 감소하는 대신 내수중심국 경제성장률은 3.4%로 늘었다. UN무역개발협의회가 내놓는 해법에도 답이 담겼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개도국의 주요 수출시장인 선진국 수요 둔화가 예상돼, 개도국 자립적 성장을 위해선 내수확대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가계구매력 증가를 통한 소비 진작.’ 한 보수 경제지가 전문가 210명을 대상으로 ‘내수 살리기’ 방안을 물은 결과 나온 해법이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노동 탄압과 인건비 억제, 원화 절하 등을 포함한 원가 절감을 통해 수출에만 매달려왔다. 수출 중심 대기업은 성장했지만 그 과실은 가계에 분배하지 않았다. 원하 절하 때문에 비싸진 수입품을 사느라 가계만 이중고를 겪었다. 대기업 위주의 수출 정책으로 한국 경제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유리몸’을 얻었다. 수출 대신 내수라는 바구니에도 계란을 담아야 하는 이유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박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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