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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검찰’이 금융 비리 정조준
중앙수사부 폐지 논란 속 저축은행 비리 ‘몸통’ 잡을까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1년 06월 06일 (월) 01:04:52 이슬기 기자 shyny47@naver.com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
6월이 시작되면서 계절이 여름다워졌습니다만, 경제뉴스 면은 지난달과 같은 이슈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부산 저축은행 수사가 확대되고 있고, 해외에서는 그리스가 디폴트(채무상환불능) 위기에 처하면서 미국 역시 더블딥(경기회복 중 다시 침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6월을 표현할 만한 사자성어는 ‘설상가상(雪上加霜)’인 것 같은데, 나라 안팎으로 좋은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두 분 6월을 맞는 기분 어떠십니까?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 지난 겨울이 유난히 추웠는데 봄이 오나 했더니 곧바로 여름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이란 희망, 비전, 약동을 나타내는데 우리 사회도 봄이 실종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 새해 계획을 세우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절반 가까이 지나갔다니 가슴이 철렁합니다. 지난 5개월여의 민생과 경제를 되돌아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대기업들의 횡포에 중소기업은 숨쉬기 어려웠고, 노동자들은 기가 막힌 탄압을 받았습니다. 대학생들은 허리가 휘는 등록금 때문에 거리로 나왔죠. 정치라는 게 국민을 골고루 잘 살게 해주는데 목적이 있는 건데, 우리나라 집권층, 정치인, 관료들은 무엇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 : 이번 주 어떤 경제 이슈 주목하셨습니까?

: 우선 저축은행 사탠데요, ‘저축은행 게이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통계청의 인구조사 결과 전국 시도군 230개 중 82곳이 65세 인구 비율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소식입니다. 또 MB정부 제 3기 경제팀이 출범했다는 뉴스도 있습니다. 

   
: 저도 저축은행 부분은 조위원님과 같고요, 그리스를 포함한 유럽 경제가 악화하면서 미국 등 세계 경제도 충격을 받고 있다는 뉴스 두 번째로 꼽았습니다. 또 통신사들이 드디어 요금을 낮췄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불만이라는 뉴스에 주목했습니다.

명백한 진상조사 후 사법처리해서 권력형 비리 뿌리 뽑아야

박 :저도 당연히 저축은행은 빠질 수 없는 뉴스라고 생각하고요, 그리스 발 금융위기를 두 번째로 꼽았습니다. 세 번째는 서울시의 세빛둥둥섬 모피 패션쇼입니다. 민자로 포장된 관급사업의 실상,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자, 먼저 저축은행 사건. 벌써 100일이 훨씬 넘었는데 윤곽이 잡히기는커녕 칡뿌리처럼 캐도 캐도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 :
당초에는 부산 저축은행이 고객예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쪽에 무리하게 투자한 것이 초점이었죠. 저축은행의 경영 부실 문제로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부실의 원인이 굉장히 조직적이고 구조적인 데 있었고, 금융감독기구가 저축은행의 비리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의 전현직 고위층 10 명이 의혹 선상에 있는데, 김종창 전 금감원장도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은진수 감사위원 등 감사원도 끼어들었고, 금융위원회로도 칼끝이 향하고 있습니다. 청와대까지 가는 것이냐, 검찰의 최종 목표는 과연 어디냐 등 여러 얘기가 난무합니다. 서민 금융기관으로서 저축은행의 부실이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 정치권도 서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죠. 혹시 자기네에게 불똥이 튈까 봐 지레 상대방에게 화염방사기를 퍼붓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검찰이 중앙수사부 폐지 논의와 관련해서 존재감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비추고 있어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제 : 정치권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검찰이 중수부의 존재가치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이번에야 말로 국민의 박수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총력 수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물론 어디까지나 관측이죠. 지금까지는 권력형 비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적당히 꼬리 자르기를 했다는 비난도 많이 받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동기가 어떻게 됐든 정말 검찰이 끝까지 파헤쳐서 사건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진상규명 후에는 사법처리 과정에서 적당히 무마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과거엔 그런 일이 많았죠. 권력형 비리가 제대로 진상 규명이 안 됐을 뿐 아니라,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재판을 여러 번 하는 과정에서 결국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사면 복권되는 경우가 많았죠. 나중에 보면 도대체 왜 애초에 소동을 벌였는지 허무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됐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뿌리 뽑히지 않고 스케일은 점점 커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사법처리를 통해 일벌백계의 본을 확실히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 여야 의원들은 이 와중에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요.

조 : 여야가 매일 싸움박질 하다가 이것만큼은 국정조사를 하겠다고 금방 합의를 하더군요. 하지만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봅니다. 수사가 끝난 뒤 미진한 부분을 따지고, 또 저축은행과 관련한 법안과 정책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따지는 게 옳을 것입니다.

제 : 맞습니다. 국회는 수사가 한창 진행되는 과정에서 감 놔라 배 놔라 할 것이 아니라 검찰이 수사를 미진하게 했을 때 국정조사를 통해 이 잡듯이 뒤질 수 있다는 신호를 주어야 합니다. 또 정책적인 평가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부실 저축은행을 그나마 나은 저축은행이 인수합병하도록 떠안기면서 ‘앞으로 3년 동안은 검사 안할게’ 하는 식으로 부패의 싹이 트게 만든 부분이 있었거든요. 이런 정책적인 잘못을 국회가 제대로 따져주어야 합니다.

   
박 :
조 위원님. 금융감독당국의 잘못, 정부의 잘못으로 저축은행 예금자들이 피해를 본 측면이 있는데, 그렇다면 범죄를 방조한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 아닐까요?

: 굉장히 조심스런 대목입니다. 예금자 보호 원칙을 뛰어넘어 국가가 배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제 : 국가가 제 역할을 못하고 감독기관이 부패했기 때문에 예금자가 피해를 봤을 때 별도의  구제절차가 가능한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지난번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낸 것처럼 예금보장 한도인 5000만 원을 넘어서는 고액예금도 보상해주고, 후순위채권까지 물어주자는 식은 안 됩니다. 예금자보호법의 원칙을 훼손해선 안 됩니다. 저축은행 피해자 중에는 서민층도 있지만 고위공직자 등 자산가들도 많습니다. 고위공직자들 재산신고 한 것을 보면 저축은행에 수억 원씩 예금한 사람이 많습니다. 저축은행 피해자 대부분이 억울한 서민이니 원칙을 흔들어서라도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로 가면 곤란합니다.

조 : 저축은행을 서민 금융기관이라고 말하지만 고위공직자 등이 고금리를 노리고 재테크 수단으로 많이 쓴 게 사실입니다.

박 : 예를 들면 선의의 피해자들이 국가에 민사배상 책임을 요구하고, 국가는 다시 원인제공자(대주주, 감독책임자 등)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렇게 되면 범죄 당사자는 미국식으로 패가망신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제도를 국회에서 만든다면 함부로 비리를 저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제 : 지금 정치권에서 ‘전 정권 잘못이냐, 현 정권 잘못이냐’ 하면서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는데요, 한편으론 정책적인 면에서 철저히 따져봐야 할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비리의 진상규명을 제대로 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사건의 몸통이 어디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저축은행 사태를 뒤늦게 보고받고 굉장히 분노했다고 하는데, 지금 거명되고 있는 로비 연루자들 중에 청와대 비서진이 많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검찰이 칼을 뺀 김에 정말 이번에야말로 진상을 철저히 파악해서 국민 앞에 명명백백 밝혀줬으면 좋겠고, 법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도록 사법처리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정책보다 서민 위한 물가 안정책 절실

박 : 이번에 3기 경제팀을 맡은 박재환 기획재정부 장관, 어떻게 보십니까.

조 : 지난 2일 취임식에서 박 장관은 네 가지 역점 사안을 밝혔습니다. 물가안정, 일자리 창출, 유럽 재정위기 등 대내외 충격에 대응한 경제체제 강화, 그리고 부문별 격차 완화입니다. 현 정부가 초기에 내세웠던 고성장전략은 안 먹히는 걸로 확인됐는데, 그 부분을 어떻게 수정할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내년에 총선과 대선이 있는데, 표를 끌기 위해 무상, 반값등록금 등에 휘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지금 새로운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 어렵다고 보고요, 안정적인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물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비자 물가가 5개월 연속 4%대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요, 아득바득 사는 서민입장에선 굉장히 부담되는 것입니다. 물가를 잡는 것과 더불어 안정된 마무리가 요구됩니다.

박 : 박장관은 나라 곳간의 파수꾼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얘긴데요.

   
제 :
재정건전성은 중요하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무조건 아끼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봅니다. 국민의 욕구를 고루 충족시키면서 합리적으로 써야 하는 것이죠. 저는 박장관이 나라 살림을 지혜롭고 알뜰하게 하는 주부가 됐으면 합니다. 우선은 재정 지출구조를 재검토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밥을 굶고 등록금을 못 내서 울고 있는데, 인테리어 공사에 돈을 펑펑 쓰는 식이라면 안 되는 거죠. 주어진 예산에서 무엇을 먼저하고 무엇을 나중에 할 것인지를 제대로 따지기 바랍니다. 다음으로 새는 돈이 없어야 합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나 예산집행과정의 부조리, 부패에 철저히 대응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곳간을 제대로 채우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저출산고령화의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고, 양극화도 가속화하고 있는데 우리의 복지 지출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절반 혹은 3분의 1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지지출을 늘릴 재원이 부족합니다. 현 정부 초기에 대기업과 부유층 자산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감세를 많이 해서 곳간에 들어올 수 있는 것을 줄였습니다. 이제는 궤도 수정을 해야 합니다. 사회에서 혜택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부담해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신임 기획부장관이 잘 해줬으면 하는데, 취임사를 보니까 생각이 다른 것 같더군요. 깊이 성찰해주길 바랍니다.

‘팔 비틀기’식 압박보다 경쟁체제 통한 가격제도 개선 필요

박 : 다음은 고령화 사회 얘깁니다. 일본이 우리보다 고령화 사회가 20년 먼저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도 2030년에는 일본 수준이 될 것 같습니다. 노령화라는 것은 자연 수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동력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데요.

   
조 :
한국은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고령화율이 낮지만 속도 면에서는 매우 빠르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문 조사를 해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가운데 자신의 미래, 노후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겨우 5~10%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어떻게 되겠지’ 하는 것이죠. 곧 ‘100세 시대’가 열린다고 하는데, 국가와 개인 차원에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가 한국적 특색을 살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 가정, 국가 3자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은 예컨대 자기 건강을 잘 챙기는 것, 가족도 어느 정도의 책임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박 : 마지막으로 통신요금 문젠데요, 지금 보면 기업과 소비자 양 쪽 모두 불만입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 : 기업들 입장에서는 기본요금을 1000원 깎아주니까 연간 수천 억 원의 수익이 사라지게 돼 불만이죠. 반면 소비자 입장에선 기본료 1000원 인하, 문자 메시지 50건 추가사용이란 ‘간에 기별도 안 가는’ 수준이거든요. 소비자들은 그동안 기본료 철폐를 요구했는데, 그동안엔 인프라 투자가 많았기 때문에 회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물렸지만, 이젠 회수할 만큼 하지 않았느냐는 것입니다. 또 문자메시지 월 50건 공짜는 완전 무료인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도 많은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감동을 주지 못합니다. 지금과 같은 통신시장의 과점 구조를 그대로 두고 정부가 팔을 비트는 식으로 ‘가격 내려’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이동통신업자가 등장하거나 이동통신재판매사업자(MVNO)가 나와서 경쟁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고 가격경쟁을 해야 풀릴 문제인 것 같습니다

박 : 자 이렇게 한 주간 이슈를 돌아보며 급하게 달렸습니다. 항상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6월 4일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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