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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로 쑈!하다
[미디어] '쑈사이어티' 창업기
2016년 11월 18일 (금) 10:50:27 박기완 기자 wanitrue@gmail.com

창업을 했다. 특히 장사가 잘 안 된다고 다들 판을 접고 있는 뉴미디어 분야다. 창업을 지원해주는 곳은 눈 비비고 찾아봐도 없다.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고,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 돼 ‘미디어 창업’이라 부르기 민망하지만 그동안 해왔던 과정과 실험들을 공유한다.

팩트맨 이성훈과 의기투합하다

올 3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에 입학했다. 다른 언론고시생처럼 스터디를 꾸려 언론고시를 준비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언론을 더 깊이, 제대로 알고 싶었다. 수업은 만족스러웠다. 기자정신을 비롯하여 정치, 에너지, 소득불균형 등 잘 몰랐던 사회이슈의 본질을 고민하게 됐고, 지금도 꾸준히 배우고 있다.

어느 날 의문이 들었다. 신문을 읽고 시사를 공부할수록, 어렵고 현학적인 단어들이 난무하는 시사현안을 ‘시’자도 모르는 보통사람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뉴스를 좀 더 쉽고 재밌게 만들어 노동자들이 읽게 할 수는 없을까?

1학기가 마무리되어 갈 무렵, 밤늦게 공부를 마치고 기숙사 가는 길에 7기 이성훈을 만났다. 그는 각종 시사현안에 빠꼼해 학우들 사이에서 '팩트맨'으로 불리는 학우다. 그 역시 기성언론 기사가 너무 어렵다며 쉬운 뉴스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기숙사 방에서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며 방학 때 재회를 약속했다.

방학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매주 하나씩 기사를 쓰고, 남는 시간에는 시사 공부를 하는 동안에 그와 한 약속도 잊혀지고 있었다. 먼저 연락이 왔다. 얼굴이나 보고 이야기나 나누자는 심정으로 그를 만났다. 그는 진지했다. 리어카에서 자며 폐지를 주어 생계를 이어가는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며 “내가 생각하는 언론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만들어 함께 공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심이 느껴졌다. 세상의 공생은 이웃의 아픔이 알려지고, 어려운 시사현안들이 공유되어야 가능하다. 우리는 ‘쉽고 재밌는 뉴스’라는 목표를 세우고,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함께 고민하자고 약속했다. 매주 한 번씩 만났다. 그의 집 근처인 고려대 빈 강의실에서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하고 토론했다. 무더운 7월, 에어컨이 없는 곳에서 만 원짜리 미니 선풍기를 서로 돌려주며 더위를 식혔다.

타깃이 먼저인가? 콘텐츠가 우선인가?

미디어 스타트업은 녹록치 않았다. 일반 창업에 관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미디어 스타트업에 조언을 구할 사람도 책도 많지 않았다. 창업의 교과서라는 ‘스타트업 바이블’을 읽었지만, 알려준 대로 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우선 ‘사회문제’가 모두 알아야 하는 공익적인 문제이니 사회문제에 천착한다는 결론을 냈다. 그리고 구체적 타깃 설정보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지 먼저 얘기해보기로 했다.

콘텐츠 제작의 힌트를 얻은 데가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였다. 1학기 제정임 교수 수업 때 봤던 <식코>는 사안의 불편한 진실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풍자와 해학, 위트를 더해 의료보험 문제의 본질을 쉽게 전달했다. 무어는 “유머와 비난은 특히 권력을 쥐고 있는, 권력을 이용하여 다른 이를 압박하는 사람들을 적대할 수 있는 매우 날카로운 칼과 같다”고 했다.

   
▲ 마이클 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식코>는 의료보험에 관한 중대한 사실을 풍자와 위트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다. ⓒ 네이버 영화

또 다른 힌트를 얻은 데는 유튜브 BJ들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지렁이 젤리를 먹는다든가, 치약 한 통으로 이빨을 닦는 등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올려 주로 십대와 이십대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이들의 인기 비결은 간단한 행동과 표정만으로도 재미를 준다는 것이었다. 재미와 풍자는 정보 피로에 쌓인 이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콘텐츠 제작방식으로 판단되었다.

재미를 위해 표정과 행동만으로 시사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쑈(show)’와 ‘소사이어티(society)'의 합성어인 '쑈사이어티(Showciety)' 팀을 만들었다. 사회문제를 ‘쑈’의 영역으로 가져와 재미있게 풀어보기로 했다.

팀원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7기 이성훈, 8기 김이향, 9기 박기완으로 구성됐다. 팀원들은 매주 역할이 유기적으로 변했지만 대개 편집은 박기완과 김이향, 기획·자막·기사는 이성훈이 맡았다. 매주 월·화·수 한 시간가량 회의, 목요일 촬영, 금요일 편집, 토요일 10시 탑재의 빡빡한 일정이었다.

   
▲ 사회문제로 쑈!하다, <쑈사이어티> 페이스북 커버. 쑈(Show)와 사회(Society)를 합쳐 ‘쑈사이어티(Showciety)’라는 이름을 만들었다. ⓒ 쑈사이어티

‘녹조 개봉기', ‘생리통 체험' 등 기상천외한 사회문제 체험

9월 17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고, 처음 시도한 콘텐츠는 ‘녹조 개봉기'다. 녹조를 구해, 그것으로 그림을 그려 4대강 사태의 심각함을 알리자는 아이디어였다. 녹조를 잘 알지도 못한 채, 무작정 녹조가 가장 심하다는 경상북도 영주댐으로 향했다.

버스도 다니지 않는 곳을 카메라 두 대와 삼각대를 메고 걷기를 1시간, 드디어 영주댐에 도착했다. 웬걸 녹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입추 무렵의 기온 하강과 며칠 전 내린 비 때문에 녹조가 다 사라져 버린 것이다. 허탕 치고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오마이뉴스>에서 ‘4대강 청문회’ 캠페인을 진행하는 김종술 녹조전문기자를 알게 됐고, 녹조를 택배로 보내주겠다는 약속도 얻어냈다.

   
▲ 무작정 찾아간 영주댐에서 녹조를 만나지도 못하는 좌절을 맛봤다. 다음부터는 사전조사를 철저히 한 뒤 실천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 박기완

우리는 녹조를 택배로 받아 개봉하는 기상천외한 실험을 했다. 녹조를 개봉하고 녹조라떼를 만들어 보는가 하면, 물감을 만드는 명반에 섞은 녹조로 그림을 그렸다. 이 실험은 <오마이뉴스>와 <네이버뉴스>에도 뜨면서 4대강 문제에 분노하는 많은 누리꾼을 자극 했다. 누리꾼들은 '참신하고 재미있다', '녹조가 저렇게 지독한 것인 줄 몰랐다', '전국 4대강이 이만큼 오염된 줄 몰랐다',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등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 코를 막고 진행해야 할 정도로 지독했던 ‘녹조 개봉기'. 학교에서 진행된 탓에 복도에 녹조 냄새가 진동했다. ⓒ 쑈사이어티

두 번째로 진행한 실험은 ‘생리통 체험'이다. 여성인 8기 김이향이 아이디어를 냈다. 어떻게 남성이 생리통을 체험할 수 있을까? 여성이 생리가 나올 때 복근이 쥐어짜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는 데 착안해 ‘윗몸 일으키기’로 고통을 대신하기로 했다.

생리대를 착용한 채 윗몸 일으키기 총 750회. 정말 끔찍했다. 사타구니에서 느껴지는 찝찝함과 불편함 그리고 축축함, 등과 배의 욱신거림과 메슥거림은 일주일 내내 지속됐다. 한 달에 한 번 이 고통을 50대까지 느껴야 할 여성들이 절로 존경스러워졌다.

이 영상은 지금도 꾸준히 검색돼, 유튜브 조회 수 1만 회를 달성했다. 여성 누리꾼들은 '허리도 못 꾸부리겠어요. TT', '생리할 때 바늘로 쑤시는 거 같고 말을 하고 있으면 말을 못할 정도예요ㅠ' 등의 댓글을 올려 아픔을 호소하거나 위로했다.

▲ 지난 12일 100만 광화문 촛불집회 때 만든 시위 꿀팁 GTA편. ⓒ 쑈사이어티

멀지만 가야 할 길

시작한 지 2달 남짓, 그동안 9편을 올렸다. 앞에서 언급한 ‘녹조 개봉기', ‘생리통 체험기'를 비롯해 'GMO 먹방',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 '순시리 게임 해보기', '시위할 때 알면 좋을 꿀팁 GTA'에 이르기까지 사회문제를 쉽고 재밌게 표현해왔다. 좌충우돌하는 우리들의 열정을 높이 샀는지 <오마이뉴스>가 10월 '이달의 기자상'을 주었다. 하지만 아직 스스로 공유되는 횟수가 적어 어떻게 하면 공유할만한 콘텐츠를 만들지 고민중이다.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지속성을 보장하는 수익구조 개발이다. 지금은 제작한 콘텐츠를 매주 <오마이뉴스>에 올려 제작비 정도를 지원받는 상태다. 하지만 창창한 29살 청년들이 이 업무에 몰입해 지속적으로 영상을 올리려면 안정적 수입이 필요하다. 꿈이 있다면 사회문제를 쑈로 만드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다. 디자이너와 영상제작자 등 인재 영입도 해야 한다. 사회문제를 좀 더 쉽고 재밌게 만드는 데 열정이 있는 동지를 구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1년은 버텨볼 생각이다.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에서 특강을 한 KBS '예띠 스튜디오' 고찬수 PD는 “1년은 해야 그 콘텐츠가 빛날 수 있다”며 지속성을 강조했다. 매주 한두 개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지속적인 홍보를 해야 할 것이다.

맨 처음 <쑈사이어티>를 시작했을 때 뉴스를 보여주고 싶은 타깃은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평생 시사를 배워본 적도 없고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모르는 그들에게 언론이란 어렵고 가치 없어 보이는 정보들뿐이었다.

최근에 젊은 노동자 친구들이 ‘좋아요’를 눌러주기 시작했다. 비록 적은 숫자지만 내가 만든 콘텐츠가 그들에게 먹힌다는 사실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이들에게 꼭 필요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번 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편집 : 박진우 기자

[박기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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