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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시선에서 해방된 내몸을 위해
[현장] 서울 여성걷기(Seoul Women's Walk) 영화제
2016년 10월 29일 (토) 23:48:51 김소영 기자 kim314sy@gmail.com

“어릴 때 남자애들이 축구하고 땀냄새 풍기면서 또각또각거리며 오잖아. 난 그게 좀 부러웠는데.”

젊은 여성 4명이 스포츠 매장에서 축구화를 고르며 나눈 대화다. 처음 사보는 축구화의 가격에 화들짝 놀란다. “최대 10만원 잡고 왔는데...” 이틀을 돌아다닌 후에야 적절한 가격의 축구화를 손에 넣는다. “그거 부모님이 사준 거 아냐!” 남자였다면 부모님이 첫 축구화를 사주었을 터이다. 어린 시절일 테니까. 여성으로 20대가 넘어 용돈을 털어 스스로 첫 축구화를 사려니 공연히 심통도 난다.

영화 <육체미 소동>의 정서인 감독은 새로 산 축구화를 신고 운동장을 뛴 뒤 눈시울이 붉어진다. 감격에 겨워서가 아니다. 마음과 달리 몸이 잘 움직여주지 않는 현실 탓에 힘들어서다. 충혈된 정감독의 눈에 띈 ‘초등학생 남자애들'. 그들은 다르지 않은가. 몸이 가볍다. 자연스럽게 축구를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자라면서 여성이란 이유로 축구와 멀어졌던 정감독. 나이 들어 축구를 다시 시작하며 체력의 한계에 부딪히고... 축구가 싫어진다. 그래서 묻는다.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해왔다면 지금 더 즐거웠을까?” 이 단순한 질문의 수준이 격을 높인다.

“여성은 자신의 몸과 대체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것일까.” <육체미소동>은 바로 이 화두를 풀어나가는 영화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몸은 남성의 시선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여성의 몸은 “내 것이 아니다. 그 시대 가부장제도의 것”이다. 가부장제 아래 남성의 시선에서 해방되려면 어떻게 해야지? 친구 3명과 학내 여성 축구 동아리에 가입해 훈련을 받으며 “내 몸은 곧 ‘나’다”라는 정답을 찾아간다.

   
▲ 영화를 소개하는 정서인 감독. ⓒ 김소영

<여자답게 싸워라>, 덤벼라! 남자와도 동등하게 싸운다

영화 <육체미소동>이 남성의 시선을 내면화한 여성들과 그러한 현실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이야기한다면 <여자답게 싸워라>는 차원이 다르다. 남녀의 선천적 차이를 극복하고 남성과 동등하게 싸우려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 “요가나 하지.” <여자답게 싸워라>에서 이윤영 감독의 아버지가 딸의 주짓수 열정을 염려하며 툭 내뱉으신다. 남성들과 험한 몸싸움 벌이며 몸 상하기 십상인 운동이기 때문이리라. 다이어트나 몸매 가꾸기 요가 같은 ‘여성 전용’ 운동을 하면 좋으련만... 딸의 행동이 못내 마뜩치 않다.

   
▲ ‘서울 여성 걷기’ 단편영화제 입장권을 받는 관객들. ⓒ 김소영

물론 이 감독이 주짓수를 바라보는 시선은 아버지와 다르다. 그에게 주짓수는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운동”이다. 주짓수 시합에서는 신체적 열세에 있는 여성이라도 기술을 연마한다면 얼마든지 남성을 넘어선다. 국내 여성 주짓수 선수 중 유일하게 블랙벨트를 받은 이희진 관장이 영화에 출연해 꿈같은 현실을 스크린으로 옮겨 놓는다. 이 관장은 자신을 처음 본 남자 관원들이 시험해보려고 도전하지만 이내 자신의 기술에 제압당한다고 들려준다.

주짓수 도장들은 여성에게 주짓수를 다이어트에 좋다고 홍보하는데만 열을 올린다. 이 감독은 이 지점에 비판의 메스를 들이댄다. 주짓수를 배우면 여성이 ‘강해진다’고 왜 말하지 않는 걸까? 영화 기획의도에서 밝힌 대로 “싸우는 걸 평생 피할 수 없는데” 말이다. 현실은 이상만큼 다정하고 친절하지 않다. 여성은 언제든 남성의 물리적인 힘에 맞서야 하는 상황과 부닥친다. 이윤영 감독은 “싸우긴 싸우되, 잘 싸우려”고 남녀의 신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주짓수 기술 연마에 오늘도 땀을 흘린다.

‘페미니스트, 관점이 좋은 사람, 열정과 용기를 가진 사람’

지난 25일 종로3가 서울극장에서 열린 서울여성가족재단 주최 “서울 여성 걷기(Seoul Women’s Walk)” 여성영화제는 <육체미소동>, <여자답게 싸워라> 외에도 흥미로운 시선으로 여성을 다룬 영화들을 선보였다.

△브래지어에 대한 여성들의 다양한 시각을 말해주는 <춤춰브라> △범죄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 창문을 항상 닫아두는 1인 가구 여성의 불편함을 그린 <환기> △엄마와의 저녁식사에서 커밍아웃 하려다 어려움에 부딪힌 20대 여성 얘기 <최후의 만찬> △성폭력 위기에서 벗어난 태권도 유단자 여성이 오히려 범죄자가 되는 <터질 줄 몰랐어요> △페미디아 운영자 '진달래' 씨의 고민을 다룬 <실패한 페미니스트> 등 9편이다.

9명의 2030 청년여성 감독들은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받는 억압을 포착해 카메라에 담았다.  이 영화들을 어떻게 관람할까? 9개 작품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하는 성평등도서관 ‘여기’에서 관객을 기다린다. 2명 이상의 시민이라면 언제든 성평등도서관 ‘여기’ 홈페이지(www.genderlibrary.or.kr) 에서 신청 가능하다. 지방에서 관람을 원한다면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공동체팀(02-810-5190, 이보미)에 문의하면 기회를 얻는다. 깊어가는 가을. 여성이 보면 흥미롭고 남성이 보면 새로운 깨우침을 얻는 색다른 영화 관람 기회가 찾아왔다.

   
▲ 사회자 손희정 영화평론가와 감독들. ⓒ 김소영
   
▲ 메갈리아 티셔츠를 입고 교회를 얘기하는 남성. ⓒ <교회언니들> 갈무리 화면

 ▲ <서울 워먼스 워크> 트레일러 영상. ⓒ 서울시여성가족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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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곽호룡 기자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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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의 질문에 대해 답변 중인 이윤영 감독. ⓒ 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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