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담합 행위에 따끔한 사법처리 필요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영화 <괴물>은 주한미군이 한강에 독극물을 몰래 버리고 이게 문제가 되어 한강에 괴물이 출현한다는 내용이었는데, 현실에서 미군이 전국 곳곳에 맹독성 고엽제를 몰래 파묻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일본에서 날아온 방사능이 저농도 위험이라면 고엽제 다이옥신은 정말 고농도의 위험인데, 주권국으로서 대충 넘어갈 일은 아닙니다. 5월 넷째 주 한국 경제 진단해보겠습니다. 한국일보 이성철 경제부장,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모셨습니다. 고엽제 사건, 어떻게 보십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영화 <괴물>도 2000년에 실제로 있었던 미군의 독극물 투기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고엽제 사건을 보면서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현실의 이면, 그 실상이 상상 이상으로 무시무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칠곡에서 고엽제 사건이 터지니까 다른 데서도 ‘여기에도 묻었다’ ‘저기에도 묻었다’ 하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끔찍한 사실이 또 드러날까 두렵습니다.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사실 우리가 잘 모릅니다. 주둔군이 무얼 하고 있는지 우리 행정력이 미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둔군인 미군과 우리 정부 간에 행정의 틀, 제도의 틀을 정비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SOFA 개정해 국민의 생명, 안전, 건강 지켜야

박 : 고엽제 말이죠, 저는 지금도 환자분들을 가끔 만납니다. 말단신경염 때문에 피부가 껍질처럼 일어나고 밤마다 손으로 너무 긁어서 피딱지가 생기고, 의사소견서가 필요하다고 해서 떼어 주면 고엽제 환자로 인정받기까지 한참 걸리고, 이런 일들이 반복되고 있어요. 이런 증상이 10년, 20년 만에 나타나면 고엽제와의 직접적 인과관계를 규명하기도 어려워요.

제 : 미군이 수십 년 전에 고엽제를 묻었고 아무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지역 주민들 중에는 원인도 모르고 병을 앓았던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백혈병 등 관련 증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맹독성 물질에 토양과 지하수가 오염됐을 텐데, 그 지하수를 누군가 마시고 거기서 난 농작물을 누군가 먹었겠죠. 그런 분들이 원인도 모른 채 난치병으로 고통 받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실 미군기지 주변에 사는 분들, 대부분 어렵게 농사를 짓거나 조그맣게 장사하는 돈 없고 힘없는 분들일 텐데, 우리의 의료현실이 큰 병에 걸렸을 때 돈이 없어 끝까지 치료 못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그 과정에서 얼마나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착잡해집니다. 

박 : 제가 캠프 캐롤 주변을 잘 아는데, 농경지가 많습니다. 앞으로 2차 3차 피해들에 대해 광범위한 역학 조사를 통해 인과관계를 규명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이 부장님, 이번에 환경부 장관 후보자께서 “미군이 설마 고엽제 위험성을 알면서도 그랬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문제가 됐어요. 사적으로 미군을 신뢰한다고 해도 일국의 환경부 장관이 광범위한 역학 조사로 이 모든 것을 밝혀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해도 시원치 않은데 이런 발언이 나왔어요.

이 : 국민들을 화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러진 않았겠죠. 고엽제를 포함한 중대 이슈를 중요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현 정부 들어 역대 환경부 장관에게 유감스런 부분이 많습니다. 4대강 사업도 국책사업이니까 환경부 장관이 근본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겠지만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환경 파괴적 요소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부분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게 사실입니다. 정부에 여러 장관이 있고 여러 부처가 있고 여러 위원회가 있지만 각자 왜 그 부처가 만들어졌고 왜 장관이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정권뿐만 아니라 역대 장관들이 너무 정권과 임명권자에 매이는 것 같습니다.

박 : 더 답답한 게 소파(SOFA·한미주둔군지위협정)규정인데요. 그나마 전보다는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우리가 주권국으로서 잘 행사를 하고 있느냐 의심스럽습니다. 심지어 바로 눈앞에서 미군이 범죄를 저질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요.

제 : 이제는 적어도 미군이 우리의 주권을 침해하고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행위를 방치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지금 여야에서 많은 분들이 SOFA개정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환경 부분의 경우 현재 미군기지 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조사권이 우리에게 없습니다. 개정이 필요합니다. 한미 공동조사를 하든, 형태가 어떻게 되든 간에 미군이 우리 국토를 오염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는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 문제가 발견 됐을 때는 미군에게 오염 원인을 제거하고 피해를 보상하는 책임을 지우도록 협정이 개정되어야 합니다.

이 : 우리나라 안보나 경제 현실을 봤을 때 한미관계는 앞으로도 더욱 굳건하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국민들이 갖고 있는 반미 정서가 없어져야 하거든요. 그런데 바로 이런 일에서 반미 정서가 생기는 겁니다. 한미 동맹의 건전한 미래를 위해서도, 우리 사회의 반미 정서를 근원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도 바꿀 건 바꿔야 합니다.

박 : 주한미군은 우리의 동맹, 우방의 군대인데 과거의 침략군과 같은 인상을 주면 서로에게 불행한 거죠. 5월 마지막 주, 어떤 경제 이슈에 주목하셨습니까? 

이 : 네, 한나라당 신임 원내 사령탑인 황우여 대표가 언급해서 확산되고 있는 반값 등록금 문제와 감세를 둘러싼 한나라당 내부의 논란에 주목했습니다. 두 번째는 정유사에 대한 거액의 과징금 부과입니다. 세 번째는 성추문으로 물러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후임은 누가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꼽았습니다.

제 : 정유사 담합에 대한 거액의 과징금 부과 문제는 이 부장님과 같고요, 두 번째는 ‘주간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며 파업했던 유성기업 노조를 경찰이 강제 진압한 이후 노동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세 번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추가로 해제돼 이명박 정부 들어서 토지허가구역제도가 사실상 거의 와해됐다는 점 주목했습니다.

리니언시 등 담합 규제에 관한 제도 보완 필요

박 : 저도 정유사 과징금을 첫 번째로 놓았고요. 그 다음은 반값 등록금, 마지막은 유성기업 노조 문제를 꼽았습니다. 정유사 얘기 일단 먼저 해보죠. 우리 사회에서 공정 잣대 얘기를 할 때 틈만 나면 시장주의자들은 시장 경제, 자유 시장을 얘기하는데, 시장의 존립 근거인 공정과 유효경쟁, 이 부분을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들지 않습니까?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또 걸렸습니다. 이 분들은 자주 걸려요.

제 : 담합은 가격경쟁을 막아 기업들이 돈을 쉽게 벌면서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에겐 바가지를 씌우는 일입니다.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죠. 그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담합행위를 적발하고 과징금을 물린 것은 제 역할을 한 것이라고 평가할 만합니다. 특히나 국내 정유업계는 대기업 네다섯 군데가 과점을 하고 있는데, 별다른 경쟁 없이 엄청난 수익을 내는 구조입니다. 실상을 들여다보니 주유소 원적관리를 하면서 스스로 경쟁을 제거한 결과였다는 점이 드러난 거죠. 정유사들이 담합 등으로 과징금을 받은 일은 아까 지적하셨지만 전에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관행을 고치지 않았다는 것은 사법당국이 엄정하게 제재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 모르고 실수했을 때 벌금을 물리지만, 반복할 땐 상습적이라고 봐서 가중 처벌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법체계 내에서 최대한 엄격하게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 공정위가 조사하고 벌금을 물리는 과정이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한 결과라기보다는 대통령이 “기름 값이 묘하다”고 하니까 그때서야 행동했다는 점에서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박 : 얼마 전에 삼성인가요, 국내 대기업이 미국에서 카르텔(기업담합구조)에 관여했다가 직원이 몇 년씩 징역을 살게 되지 않았습니까? 제 친구가 주유소를 하는데, 저는 이런 얘기를 오래 전부터 들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벌써부터 알 수 있었던 사안인데, 왜 이제야 폭탄을 터뜨리나 하는 냉소적 시각도 있습니다.

이 : 고스톱이라도 짜고 치면 화가 난다는 얘기가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담합 문제에 대해 왜 나쁜지에 대한 의식 자체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박 : 이런 담합과 부정은 곧 소비자 피해로 연결되지 않습니까?

제 : 그렇습니다. 이번 정유사들의 담합은 직접적인 가격 담합이 아니라 거래 주유소 확보경쟁을 하지 말자는 담합이었습니다. 만일 담합을 하지 않고 서로 주유소를 많이 확보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면 시설 지원도 해주고 공급 가격도 낮춰주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런 경쟁을 안 하기로 했기 때문에 시설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하고, 공급 가격도 낮출 필요가 없었던 것이죠. 소비자들 입장에선 정유사들이 가격 경쟁을 했다면 더 싸게 살 수 있었던 기름을 그만큼 비싸게 구입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정유사들은 돈을 쉽게 벌지만 소비자들은 그만큼 피해를 본 것입니다. 담합은 몇 개의 기업이 시장을 과점했을 때 생기기 쉬운 것이라 시장에서 더 많은 기업들이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고, 만일 과점이 불가피하다면 담합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체제가 필요합니다.

박 : 정유사들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하죠? 공정거래위원회 고위직이 물러나면 로펌(법무회사)에서 모셔가는 게 이런 이유 아니겠습니까? 이러다 나중에 또 흐지부지 될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이 : 이런 소송에서 공정위가 지는 경우도 꽤 있습니다. 이번 건 어떻게 결론이 날 지 모르겠지만 공정위가 담합 혐의를 입증해야 하겠죠. 정유사들은 공정위가 증거를 잡은 게 아니고 한 전직 영업사원의 말에 의존해 담합으로 몰고 갔다면서, 실제로는 담합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면책제도)’라는 게 있잖습니까? 자수를 하면 과징금을 깎아주는 것이죠. 리니언시 1순위 업체에 대해선 과징금을 아예 안 물게 하고요, 두 번째 업체에 대해선 50 퍼센트를 깎아주는데 이 자체에도 논란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리니언시 같은 당근이 없으면 조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아무리 그래도 자수하면 죄를 면해주는 게 말이 되냐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진신고자는 검찰 고발까지 면해주기도 합니다. 현실적으로 아무런 제재도 안 받는 셈이죠. 정유사들이 작년에 액화석유가스(LPG) 담합으로 과징금을 받을 때는 SK 쪽에서 리니언시가 됐고요, 이번엔 GS 칼텍스가 리니언시를 활용한 걸로 아는데, ‘업체들이 리니언시도 돌아가면서 하나’하는 농담도 나옵니다. 이 제도에 대해서도 리뷰(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연봉 7천 받는 사람이...” 발언, 자동차업계 고질적 문제 덮어버려 

박 : 이번엔 유성기업 노조 파업 얘기입니다. 언론에선 일방적으로 유성기업 사례는 용납될 수 없다는 시각을 보였고,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아예 처음부터 결론을 내놓고 공권력을 투입했죠. 파업인원 500명에 투입된 경찰이 2천 명, 그 뒤엔 2만 명까지 주변에 투입된 걸로 아는데, 이 부장님, 어떻게 봐야겠습니까?

이 : 참 어려운 문젠데요. 경찰이 이렇게 신속하게 투입된 이유는 아무래도 자동차 산업이 국가 기간산업이고 유성기업이 현대차, 기아차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에도 중요 부품인 피스톤링을 독점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유성기업이 멈추면 자동차 산업이 피해를 보고 그렇게 되면 국가 경제가 피해를 본다’는 삼단 논법이 작용한 것 같습니다. 여기엔 또 앞으로 있을 노사관계, 즉 노사 대립 구도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는 배경이 작용한 걸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단지 유성기업 문제만으로 경찰이 신속하게 투입된 건 아닌 것 같고요. 경찰은 “명백한 불법 파업이고 거기에 정당한 공권력을 행사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하는데 일견 타당한 부분이 있겠지만 아주 신속하게 대규모의 공권력을 투입한 것은 다른 사례와 비교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일국의 장관이라면 최정상의 의사결정자 아닙니까. 그렇다면 같은 말씀을 하셔도 “오죽했으면 파업을 했겠냐”는 레토릭(수사)이라도 쓸 수 있었을 텐데요. “연봉을 7천만 원이나 받으면서 불법파업을 해서 되겠냐”는 어법은 인식의 수준을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연봉 내용도 사실과 달랐다고 하죠?

제 : 일국의 장관, 민주 국가의 각료가 “연봉이 많으면 파업하면 안 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은 자라나는 초중고생들 교육에 매우 나빴다고 생각합니다. 연봉이 7천만 원이 아니라 1억, 2억이 되는 고임금 근로자라도 사측의 부당한 행위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결사의 자유’가 우리 헌법에 보장되어 있고, 노동법상 단결권, 단체행동권이 있거든요. 그건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리고 실제 연봉도 장관의 말과 달랐습니다. 노조의 설명을 들어보면 연봉 7천만 원이라는 것은 30년 가까이 근속한 근로자가, 정규 근로에 잔업까지 포함해서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고 주말에 특근까지 꽉 차게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 유성기업 근로자들이 집에 가져가는 월급은 보통 300만 원 정도랍니다. 그 중에도 기본급은 120만~130만 원정도고요, 나머지는 초과근로를 해야 받아갈 수 있는 수당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 과로를 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고 합니다. 최 장관은 이론적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대금액을 마치 모든 근로자들이 받는 것처럼 오해할 수 있게 말했죠. 금융감독원 공시자료에 이 회사의 평균 연봉은 16년 정도 근속한 근로자들이 받는 5700만원 수준으로 나와 있다고 합니다.

이 : 과거에 항공사 기장들이 파업한 일이 있어요. 이 분들은 꽤 높은 연봉을 받고 있죠. 이른바 억대 연봉도 있고요. 그 당시에도 그런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야,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들이 어떻게 파업을 하냐, 너무한 것 아니냐.” 얼마 전엔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감독원 의 저축은행 부실 감사에 대해 “금감원 평균 연봉이 9천만 원이 넘는데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했죠. 이런 발언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정서적으로 공감을 호소할 순 있지만  문제의 본질에선 벗어난 것이죠. 이렇게 접근하면 해결책이 안 나옵니다.

박 : 한 쪽에선 이런 말을 하지 않습니까. 자유경쟁시장에서 부자를 존경해라. 일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버는 것을 가지고 나쁘게 말하면 안 된다. 그런데 한 쪽에서는 연봉 많이 받는 노동자들이 왜 파업하냐고 이야기 한다는 것이죠.

제 : 그런 얘기를 많은 언론에서 여과 없이 보도하니,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옵니다.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나는 3천만 원만 줘도 거기 가서 밤 새워 일하겠다”하는 반응들도 많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연봉이 높고 괜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단결권이나 단체행동권을 자제해야 한다든지,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사고에 순응하게 되면, (전반적으로 노동자의 단결권이 약해지면서) 저임금 근로자들의 처지는 더 열악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노동자 개개인은 힘이 없습니다. (일자리에) 밥그릇이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당한 상황에서는 뭉쳐서 함께 해결하라는 것이 노동법에 단결권, 단체행동권 등을 보장하고 있는 이유입니다. 정부에 계시는 분들이 그런 전제를 흔드는 발언은 하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박 : 저도 이게 비겁하다고 생각되는 게, 방금 제 교수님 지적하신 바로 그 지점인데요. 딱 논점을 ‘연봉 7천만 원 받는 근로자들이......’로 말해버리니까 실제로 더 열악한 환경에 있는 분들이 ‘야, 나 너의 반만 돼도 좋겠다’는 식으로 분열이 일어나더란 말이죠. 굉장히 나쁜 맥락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이 분들이 왜 파업했느냐 하는 진짜 이유, ‘어떻게 사람이 일주일은 낮에 하루 12시간 일하고 일주일은 밤에 하루 12시간 일할 수 있겠느냐, 그러니까 주간 2교대로 해 보자, 전부 수당으로 받는 것을 월급제로 해 보자’ 이런 주장은 아예 논의도 안 돼 버렸죠. 사측은 협상 테이블에서 협상하자고 해 놓고는 한 마디도 안 하고 파업으로 몰고 갔다, 또 현대기아자동차가 여기에 개입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이 : 이번 파업의 원인이 됐던 주간 2교대제 문제나 월급제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에서 전체적으로 한 번 고민해봐야 할 이슈인데 이 부분이 아예 묻혀버렸습니다. 이미 회사는 정상가동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아예 당분간은 논의조차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해제는 부동산가격 떠받치려는 정책 중 하나

박 : 이번엔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대한 얘기를 해야겠는데요. 제 교수님, 토지거래허가구역 추가 해제와 함께 신임 국토해양부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까지도 간다는데 우리 부동산 시장에 어떤 움직임이 있는 걸까요?

제 :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막고 농지 같은 토지의 원래 목적을 지켜 난개발을 막자는 취지로 유지 된 것입니다. 이게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 부동산 경기를 살리자는 차원에서 거의 다 풀려 이젠 7분의 1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땅값이 안정됐기에 더 이상 규제할 이유가 없다, 소유주가 겪고 있는 불편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 측면이 아주 없진 없겠죠. 문제는 지금 당장 풀었다고 해서 부동산 투기가 확 일어날 거라 보기는 어렵지만, 부동산 경기 상승기가 되면 이렇게 풀어놓은 땅들이 불쏘시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특히 내년에 총선이 있잖습니까? 대선도 있고요. 그러면 각 지역에서 앞 다투어 개발 공약이 나올 겁니다. 그 때 지금 풀어놓은 지역들이 망국적 투기의 붐을 일으키는 토대가 될 수 있기에 굉장히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 : 이 부장님, 투기 세력들이 제 교수님 말씀대로 나중에 어떤 반응을 할까 두려워지는데요, 지금의 부동산 정책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십니까?

이 : 아파트 투기로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은 토지 투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입니다. 물론 아파트 투기도 나쁜 거지만, 토지는 정말 큰 손입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에 규제가 풀리면 그 땅의 80에서 90 퍼센트를 외지인들이 사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외지인들은 실소유 목적이 아니겠죠. 차익을 노리는 것이죠. 저도 타이밍이 안 좋다고 보는 게 내년 총선, 대선 때 후보들이 온갖 개발 공약을 내놓을 겁니다. 그러면 현실화가 되든 안 되든 공약과 함께 땅값은 오르게 됩니다. 결국 이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땅을 산 외지인들 배만 불리게 되는 셈입니다. ‘저출산 고령화’로 부동산이 기조적으로 하락세라고 얘길 합니다만, 언제라도 국지적이든 전면적이든 뛸 소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집 값 땅 값은 높은 수준인데, 정부가 가격 안 떨어지게 하려고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박 : 오늘 두 분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5월 28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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