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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의병 후예들 서대문형무소 간 이유
[현장] 자전거 순례로 시작한 제천의병제
2016년 10월 08일 (토) 02:19:56 민수아 박진우 기자 sooahmin09@gmail.com

7일 아침 7시 서울 서대문형무소 앞. 노란 단체복을 맞춰 입은 남녀 70여 명이 설레는 표정으로 자전거에 걸터앉았다. 이날부터 충청북도 제천에서 열리는 ‘제천의병제’를 알리기 위해 행군을 시작하는 자전거순례단이다.

이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제천에서 출발한 시각은 새벽 4시쯤. 행군 채비를 하고 집에서 나선 시각은 3시쯤. 잠을 설치게 하는 일정에 불평을 털어놓을만도 한데 그런 이는 아무도 없었다. 헐벗고 굶주린 채 군경에 쫓기는 의병들에게 어디 편안한 밤이 있었으랴. 도보로 행군하던 의병에 견주면 자전거는 미안한 마음이 드는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의병들의 우국지심을 되새기는 데는 자전거순례도 모자람이 없었다.  

   
▲ 제천의병제 자전거순례단이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정식을 하고 있다. ⓒ 박진우

치열하기로 유명했던 제천의병

제천은 빼어난 풍광만으로 알려졌지만 전국 그 어느 곳보다 치열했던 의병활동의 본고장이다. 1895년 을미사변을 계기로 일어난 ‘을미의병’과 1907년 고종의 강제 폐위를 계기로 일어난 후기 의병봉기의 터전이 제천이었다.

특히 후기 의병봉기는 을미의병 때보다 상황이 더 열악했다. 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 군경이 토벌을 위해 제천 시내를 전부 불태우다시피 하는 등 의병의 본거지를 잔인하게 파괴했다. 당시 영국 <데일리 메일> 프레더릭 매켄지 기자는 우리나라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을 활약상을 취재하면서 일본이 초토로 만든 제천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 영국 <데일리 메일>의 매켄지 기자는 1907년 일본군의 공격으로 폐허가 된 제천을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제천의병제는 1995년에 을미의병 창의(倡義) 100주년을 기념해 창설된 행사로 올해 창의 121주년을 맞았다. 제천의병제는 제천음악영화제와 함께 제천을 대표하는 축제다. 7일부터 사흘간 자양영당고유제, 의병횃불봉송, 의병제전, 박달가요제, 의병유적지순례 등 행사가 계속되고, 다양한 전시회와 특산품전시판매전이 열린다.

제천의병제 자전거순례단 출정식에는 이근규 제천시장, 박원순 서울시장,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김영배 성북구청장 등이 참석했다. 이근규 제천시장은 1945년 8월 15일 이전에 순절한 애국지사를 뜻하는 ‘순국선열’의 의미를 자전거순례단에 설명하며 의병정신을 다시금 되새겼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항일운동을 한 독립지사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고 대한민국이 있다”며 “도전과 위기를 맞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스스로 일어나 목숨을 바치고 나라를 지키는 의병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자전거순례단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박진우

이강년 의병장이 순국한 서대문형무소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을사늑약 이후 국권 침탈을 시작하면서 일제가 만든 시설인 서대문형무소는 해방 이전까지는 독립의 역사, 해방 이후에는 민주화의 역사를 지닌 장소임을 알렸다. 특히 1908년 청풍 까치성 전투에서 일제에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서 순국한 운강 이강년 의병장을 소개하며 순국의 길을 되짚어가는 자전거순례단이 제천까지 의병의 정신을 잘 전달해주길 당부했다.

   
▲ 자전거순례단이 출발 직전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박진우

출정식이 끝나자 이근규 제천시장이 선두로 나선 자전거순례단은 용산구 서빙고동과 서초구 반포동을 잇는 잠수교를 지나 남한강변 자전거도로를 달렸다. 1시간쯤 주행 뒤 팔당역에 도착한 순례단은 양평 을미의병 묘역을 탐방했다.

   
▲ 이근규 제천시장을 선두로 자전거순례단이 잠수교를 지나고 있다. ⓒ 박진우

금방 모집된 포수 4백명

양평군 양동면의 을미의병 묘역에는 안종응, 안승우, 김백선, 이춘영 등 여러 의병장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다. 일행이 헌화를 위해 묘역에 도착하자 양평문화원 양동분원 최봉주 원장이 안내를 했다.

   
▲ 을미의병 묘역에 안치된 의병장들. ⓒ 박진우

“이춘영씨가 지평 곡수에 있다가 잠깐 왔어요. 김백선 의병장이 지평 현감한테 가서 의병을 일으키자고 했죠, 동학혁명 때 같이 가서 벼슬을 얻었으니까. ‘동학난’을 평정한 공으로 벼슬을 얻었거든. 그런데 현감이 ‘나는 벼슬하면서 편안히 살겠다’고 하자 김백선이 분통이 터져서… 원래 포수 출신인데 포를 무릎으로 꺾어서 머리통에다 집어 던지고 집에 와 씩씩거리고 있는데 안종응 선생이 이충영을 김백선에게 소개시켜준 거예요. 단박에 의기투합해 김백선이 원래 포군이라서 포수 400명을 모집할 수 있었지.”

설명이 끝나고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과 헌화식이 거행됐다. 비록 전투에서는 졌지만 늦게나마 후손들의 추모를 받게 된 것이다. 일행은 다시 제천으로 향했다.

   
▲ 제천시자전거협회 김세영 회장 등이 을미의병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 박진우

제천에도 들어서는 ‘평화의 소녀상’

이날 오후 제천시내에서는 교통통제가 이뤄진 가운데 보건복지센터에서 의병광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의림대로에서 의병광장으로 꺾어지는 구간 도로는 군중으로 가득 메워졌다. 두학농악보존회,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제천시해병전우회, 홍광초등학교 등은 단체로 가두행진에 참여해 의병제를 빛냈다. 의병제 개막식장에는 ‘태극기 풍선 아트’ ‘독립운동가 휘호와 가훈 쓰기’ ‘태극 마크 페이스 페인팅’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져 의병제를 구경 나온 이들의 흥미를 끌었다.

   
▲ 제천의병 거리행진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 민수아

‘평화의 소녀상’ 제막을 시작으로 사흘간 열리는 의병제는 8일에는 의병유적지 순례와 동춘서커스 공연, 9일에는 영화 <덕혜옹주> 상영 등이 이어진다.


편집 : 황두현 기자

 

[민수아 기자]
단비뉴스 지역농촌부, 시사현안부 민수아입니다.
사람이 된다는 것은 바로 책임을 안다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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