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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는 기자를 춤추게 한다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인터뷰 ① 김기수 '크리티커스' 대표
2016년 09월 09일 (금) 20:58:28 신혜연 기자 s01928@naver.com

<단비뉴스>는 지난 26~27일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6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참가했다. 올해는 ‘스토리텔링의 진화’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34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연사로 참여해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스토리텔링 전략을 설파했다. <단비뉴스>는 전체 강연 기사에 이어 연사로 섰던, 주목할 만한 청년 뉴미디어 매체 운영자를 심층인터뷰했다. (편집자)   

 <크리티커스> 김기수 대표

 <뉴스퀘어> 박태훈 창업자

“제 점수는요?” 화려한 조명 아래 긴장한 표정의 지원자와 무대를 노려보는 심사위원. 오디션 현장을 뒤집어보자. 지원자는 한국 언론이고, 심사위원은 독자다. 독자들은 한국 언론에 몇 점을 줄까?

무대를 꾸린 주인공은 <CRITIQUERS(크리티커스)> 김기수(26) 대표다. 지난달 27일, <미디어오늘> 컨퍼런스 강연을 갓 마친 김 대표를 건국대학교 안 카페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하던 그는 한국 사회에 제대로 된 공론장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언론 평가 프로젝트’를 고안해냈다. 독자들은 <크리티커스> 홈페이지에서 각각의 기사에 0~5개의 별점을 줄 수 있다. 좋은 기사가 널리 퍼져 독자도, 기자도 만족할 수 있기를 김 대표는 바란다.

   
▲ 김기수 대표가 <크리티커스> 사이트가 띄워진 태블릿PC를 들고 자세를 취했다. ⓒ 신혜연

정보가 시장을 움직인다

김 대표가 처음 <크리티커스>를 기획한 건 2011년이었다. 당시 일본 대학에 유학 중이던 김 대표는 일본에도 우리나라처럼 재학생 간 중고 생활용품 거래를 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7명의 동기, 후배와 의기투합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재학생들에게 일일이 홍보물을 뿌렸더니 한 달 만에 사이트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사이트를 통해 자발적인 거래가 생기는 걸 보니 재밌기도 하고, 학생들이 고마워하니 보람도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습니다. 제가 경제학 교과서에서 배우기로 시장은 수요와 공급으로 형성되는데, 실제로 중고장터가 생기는 과정을 보니 정보가 시장을 작동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고요. 그 후로는 경제학 중에서도 정보에 관한 공부를 하게 됐어요.”

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김 대표는 공부한 내용을 뉴스 생태계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나 코레일 파업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제대로 알리는 좋은 기사가 널리 전파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까웠다. 편향되고 단편적인 기사들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사회를 잘못 이끈다는 생각을 해오던 차에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한 것이다.

   
▲ 온라인 매체 <ㅍㅍㅅㅅ> 기사가 상단에 게재된 <크리티커스> 홈페이지. ⓒ <크리티커스> 홈페이지 갈무리

포털이 뉴스 골라주는 나라

맥루언의 <미디어의 이해>, 하버마스의 <공론장의 구조변동>, 빌코바치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 정보가 뉴스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했던 경제학도는 언론학 책을 펼쳐 들었다. 공부 끝에 김 대표는 공론장이 사회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국의 공론장은 포털이라는 유통업자가 꽉 쥐고 있었다.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온라인으로 소비되는 뉴스 중에서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80%까지가 포털을 통해 소비되고 있었다.

“인터넷 사업자인 포털에게 공론장의 기능을 맡겨도 될까? 이런 의문이 들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그 문제점을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더라고요.” 

김 대표가 꼽는 포털 뉴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계적 중립’이다. 관점이 개입된 기사는 배제하고, 단순 사실을 보도하는 뉴스만 큐레이션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포털 상단의 80%는 <연합뉴스>같은 통신사 기사가 차지하게 됐다. 김 대표는 뉴스의 ‘중립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단순 사실은 진실을 담아내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지난해 4월 정부는 세월호 시행령을 통과시키면서 ‘유가족이 받게 될 보상금이 8억 원’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뿌린다. 유가족은 시행령에 반발해 밤샘 농성을 하는 와중이었지만, 언론은 이런 맥락 설명 없이 보상금을 강조한 정부 발표를 그대로 보도했다. 결국, 여론은 유가족들에게서 멀어졌다. 단순 사실보도는 진실을 가리는 무기가 됐다.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은 사업자입니다. 택시, 미용실, 메신저 등 사업을 확장 중인 기업으로서 정부 협조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니, 어쩔 수 없이 정치성을 탈색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봐요. 막강한 영향력이 있지만 저널리즘적인 가치보다 사실 보도를 우선시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문제는 객관성이 진실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 네이버 정치기사와 <크리티커스> 홈페이지 기사 목록을 비교한 표. 네이버에는 통신사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반면, <크리티커스>에는 <The Gear>라는 소규모 언론사의 기사가 상단에 올랐다. ⓒ 김기수

포털은 저널리즘의 성숙도 방해했다. 김 대표는 공론장 생태계를 살리려면 언론 생태계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작은 매체라도 좋은 기사를 쓰면 널리 읽힐 수 있고, 대형 언론사라도 잘못된 기사를 쓰면 비판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유력 매체 보도만 보여주는 포털 환경에서 작은 매체가 독자의 선택을 받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도전도 줄어든다. 기성 매체에서 신입 기자 공채가 뜨면 천 명 이상 지원자가 몰리지만, 합격자는 한 자릿수다. 대다수 지원자는 또 다음 시험을 기다려야 한다. 누구나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는 환경인데도, 잘못된 뉴스 유통구조 때문에 모두가 대규모 언론사 공채에 매달리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내가 선정하는 ‘좋은 기사’

<크리티커스>는 페이스북에 공유가 많이 된 순으로 날마다 2만여 개 기사를 배열한다. 독자들은 기사들을 읽고 0~5점까지 별점을 준다. 독자가 매긴 별점이 높으면 기사는 목록 상위 자리를 차지한다.

   
▲ <크리티커스> 작동 방식을 설명한 도표. 백여 개 언론사에서 RSS 피드 정보를 받아 하루 2만 여 건의 기사를 수집한다. 각 기사는 페이스북에서 많이 공유된 순서대로 <크리티커스> 사이트에 배열된다. ⓒ 김기수

초기에 기사를 배열하는 기준이 페이스북 공유 수로 정해진다는 점은 <크리티커스>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통신사 보도가 상단에 배치되는 포털과 달리, <크리티커스>에선 독특한 시각이 담긴 기사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 평범한 기사보다는 논쟁적이거나 실험적인 기사가 페이스북상에서 공유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잘 반영하지만, SNS의 주요 사용자가 젊은 층이라는 점에서 표본이 편향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전체 기사의 공유 수를 보면 진보 매체의 기사가 상위권을 휩쓰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 끝에 기사를 카테고리별로 나눠서 보여주는 기능을 추가했다. 지금 <크리티커스> 홈페이지에서는 전체 기사 순위와 함께 보수, 진보, 중도, 인디, 블로그, 소셜 등 카테고리별로 정렬된 기사 순위를 확인할 수 있다.

김 대표는 “포털이 기계적인 중립성을 지키려고 주관성 있는 기사를 배제한다면, <크리티커스>는 오히려 양쪽 의견 들려주면서 공정성을 유지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기레기’와 ‘스포트라이트’ 사이

김 대표는 <크리티커스>가 ‘상시로 기사에 대한 평가를 대중에게 공개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평가로 언론을 감시하고, 격려하는 역할을 하는 게 <크리티커스>의 목표다. 김 대표는 한국 언론의 문제가 기자들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믿는다. 직접 기자들을 만나면서, 좋은 기사가 널리 읽히는 구조라면 기자가 ‘월급쟁이’로 변하지 않고 언론인의 자세를 지킬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생겼다.

“기자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문제 있는 현장을 뛰어다니고, 대안을 모색하고, 보고 들은 것에 대한 자책감 짊어지며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적어도 제가 만나본 기자들은 그런 정서를 공유하는 것 같았어요.”

혼자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았지만, <크리티커스>같은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믿음이 김 대표를 버티게 했다.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를 겪을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서비스를 개선해나갔다.

남은 과제는 이용자 수를 늘리는 일이다. 대중성이 있어야 좋은 기사를 퍼뜨린다는 설립취지를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티커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2016년 9월 1일 현재 <크리티커스>에 누적된 언론 평가는 4,453건이다. 김 대표는 “기사를 평가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방문할 동기가 부족하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합당한 지적이라 생각하고, 대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달 미국으로 돌아간다. 캘리포니아공과대학에서 정치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학업과 <크리티커스> 운영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연구 분야가 겹쳐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얻을 거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크리티커스>를 5년간 운영해오면서 연구 분야도 구체적으로 정해졌다. 정치현상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정치경제학에 빠졌던 대학생은, 이제 바람직한 언론 생태계를 만드는 실험에 빠져 있다.

“<단비뉴스>도 그렇고, 이제 많은 청년들이 직접 글을 쓰는 시대가 됐습니다. <크리티커스>가  큰 사이트로 발전해서, 그런 새로운 저널리즘 시도들을 밀어줄 수 있는 지지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미국 <보스턴글로브> 탐사보도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기자들은 보스턴 지역 교구에서 은밀하게 반복돼오던 사제 성추행사건을 집요한 취재로 세상에 알려 퓰리처상을 받았다. 기자가 ‘기레기’로 불리는 사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향한 기자들의 꿈은 지켜질 수 있을까? 크리티커스(비평가들)는 말한다. “공론장에 답이 있다.”

   
▲ 미국 <보스턴글로브> 탐사보도팀의 ‘보스턴 사제 성추행 사건’ 취재 과정을 다룬 영화 <스포트라이트>. ⓒ <스포트라이트> 공식 포스터

편집 : 민수아 기자

[신혜연 기자]
단비뉴스 전략부, 국제부, 시사현안부 신혜연입니다.
함께 걷겠습니다. 우리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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