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뉴미디어 ‘직썰’ 정주식 편집장

거침없는 정치풍자로 눈길을 끌고 있는 인터넷매체 <직썰>이 지난해 6월 ‘제1회 그네문학상’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을 가장 익살스럽게 흉내 낸 참가자 10명에게 1만원짜리 상품권을 한 장씩 주는 소박한 공모전이었다. 가장 재미없는 응모작에 주는 ‘핵노잼상’에는 박 대통령의 자서전인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가 부상으로 준비됐다. 이 공모전에 페이스북을 통해 461명, 트위터를 통해 75명이 참여했다. 공모과정과 재미난 수상작들의 내용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됐다.

▲ <직썰>이 개최한 ‘제1회 그네문학상’의 입상작 중 하나. ⓒ <직썰> 페이스북

<직썰>은 지난해 4월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모바일에 적합한 글기사와 사진 위주 콘텐츠를 별도로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잡지사 기자와 정치블로거 생활을 거쳐 2014년 온라인 웹진 <직썰>을 창간한 정주식(37)씨. 그를 지난 5월 23일 서울시 금천구 가산디지털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났다. 

▲ 정주식 편집장이 <직썰>의 출범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박기완

“데스크 과정에서 삭제 당하는 기사는 없죠”  

<직썰>은 정주식 편집장을 포함해 6명이 만든다. 에디터가 4명, 만화가가 1명이다. 자체적으로 만드는 보도물 외에 아이엠피터, 뉴스페퍼민트 등 외부 필진의 기고가 있다. 컨텐츠의 대부분은 사진, 동영상, 퀴즈 등 ‘모바일 친화적인’ 형태로 제작된다. 아직까지 외부기고물이 많지만, 인력을 계속 충원하고 있어 올해 안으로 자체 컨텐츠 비율이 더 높아질 예정이라고 정 편집장은 설명했다.

“기성언론의 경우 기자가 취재 아이템을 가지고 갔을 때, 데스크에서 ‘킬’을 당한다거나 대폭 수정이 가해지는 ‘컨펌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저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아주 치밀한 협업을 하고 있어요.”

<직썰>은 하나의 기사가 나오는 과정에서 5번 이상의 치열한 토론을 거친다고 한다. 에디터들 간의 이중확인, 편집장의 점검, SNS 소개글 작성 등 각 단계별로 담당자와 의사소통을 한다. 그래서 작업 과정이 까다롭긴 하지만 데스크에 의해 일방적으로 삭제 당하거나 수정되는 일은 없다.

연합뉴스 같은 통신사를 포함, 기성언론들이 홈페이지 유입자를 늘리기 위해 다른 매체의 기사를 베껴 싣거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키울 때, <직썰>은 이런 유혹을 이겨내고 ‘자신들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것은 모바일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 창의적인 방법으로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일이었다.

준엄한 꾸중 대신 가벼운 패러디로 참여 유도

‘그네 문학상’은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민심과 동떨어진 주장, 어법에 맞지 않는 문장구조 등으로 구설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 발언을 진보언론들이 정색을 하고 비판할 때, <직썰>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패러디를 선택했다.

“대부분이 준엄하게 꾸짖고 있었고, 비슷한 이슈들이 텍스트로만 다뤄지고 있을 때, 어떻게 이것을 우리만의 방식으로 전달할까를 고민했어요. 어차피 대통령이 말을 제대로 못하는 거 우리가 떠들어봐야 뉴스 보는 사람만 볼 거 아니에요.”

▲ 박근혜 대통령의 말투를 따라 하는 공모전인 <제1회 그네문학상>의 포스터. ⓒ <직썰> 홈페이지

지난해 9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거침없는 ‘사자후’ 발언으로 눈길을 모았을 때도 <직썰>은 다른 접근법을 고민했다. ‘미국 힙합 가수 에미넴의 노래와 엮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의 곡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 음원에 심 의원의 목소리를 입혔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질타하는 심 의원의 목소리가 평소 노동법 이슈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의 SNS에도 퍼져나갔다. 색다른 접근법이 통한 것이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모바일 친화적인 컨텐츠가 뉴스를 더 많이 알리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7월 서울시청에서 ‘1인미디어 서울시장 간담회’를 열었을 때도 이 행사를 주최한 <직썰>은 박원순 시장이 ‘굴욕’을 당하는 티저(흥미유발)영상을 만드는 등 머리를 짜냈다. 2회 간담회는 안희정 충남지사를 초청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실험을 하는 에디터들은 정치 컨설팅회사에서 근무했던 사람, 정보기술(IT) 매체에 근무했던 사람 등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이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처음부터 영상편집 등에 익숙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한 땀 한 땀’ 배워가며 만든다고 한다. 정 편집장은 “기술력 보다는 뉴미디어에 대한 감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생매체인 <직썰>은 매체에 대한 정기 후원과 개별 보도물에 대한 기사 후원 등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마련한다. 지난해 10월 이후 200명 이상의 독자들이 정기 후원에 참여하고 있고 개별 기사에 대한 후원에도 종종 ‘놀랄 만큼 많은’ 독자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읽히는 뉴스’ 

“아무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거죠. (이달의 기자상 같은) 상을 타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대중에게 읽히는 게 중요한 거예요.”

풍자 방식을 통해 중요한 메시지를 대중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직썰>의 접근법은 지난해 2월 출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을 다룬 기사에서도 두드러졌다. 책을 읽고 근엄하게 비판한 기사가 다른 매체에서 꽤 나왔지만, 정 편집장과 에디터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화자찬인 이 책이 ‘국민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서평 대신 책을 망치로 써보고, 목침으로 써보고, 한겨울 난방용 땔감으로 태우는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읽을 가치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너무 과격하지 않냐’고 비판한 독자들도 있었지만 ‘통쾌하다’는 반응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을 다룬 보도물. ⓒ <직썰> 홈페이지

정 편집장은 <직썰>을 ‘떠먹여주는 뉴스’라고 표현했다. 많은 언론이 ‘뉴스를 안 본다’고 독자를 탓하지만 그런다고 떠나간 독자가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사람들이 바쁘고 어려워서 뉴스를 안 본다면, 뉴스를 재미있고 쉽게 만들어 떠먹여주면 될 것 아닌가요? 뉴스를 (독자가) 차려먹지 않는다면 우리가 요리하고 차리고 숟가락에 떠서 먹여주겠다는 게 목표예요.”

[직썰무비] 김영란법 : 뇌물을 없애면 망하는 나라
http://www.ziksir.com/ziksir/view/3549  


편집 : 문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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