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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왕’ 차용규와 삼성 관계에 의혹
월급쟁이에서 1조원 거부로...비자금 소문에 탈세 혐의도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1년 05월 22일 (일) 22:31:41 윤성혜 기자 yoonsh@danbinews.com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5월 셋째 주 우리 경제 진단해 보는 시간입니다. 이번 주에도 많은 뉴스가 쏟아졌는데, 어떤 이슈에 주목하셨습니까?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우선 과학비즈니스벨트 대상 지역이 선정 됐다는 뉴스가 있고요,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금융 매각안을 다시 발표했는데 산은금융지주가 인수자로 가장 유력하다는 소식입니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IMF)의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성범죄 사건으로 사임을 했고 이후 IMF의 후임 총재 선정이 논의되고 있다는 뉴스,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산은금융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문제는 조 위원님과 같고요, 국세청이 해외 탈세와의 전쟁을 선언한 가운데 카자흐스탄의 구리광산에서 큰돈을 번 차용규 씨의 탈세 혐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뉴스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차씨의 돈이 삼성의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함께 제기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또 정부가 전관예우 규제를 선언하고도 법무회사 김앤장에서 일하던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차관을 장관으로 지명한 것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뉴스를 꼽았습니다.

박: 네, 저는 산은지주 얘기와 해외 탈세와의 전쟁, 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먼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 이야기를 해볼까요. 일단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습니다만, 총재직을 결국 사임했는데요. 차기 총재 인선과 관련해서 이번에는 신흥국들이 꽤 목소리를 내고 있죠?

IMF 차기 총재 자리 놓고 유럽, 미국, 신흥국의 눈치싸움

조: 오랫동안 IMF 총재는 유럽에서 내 왔습니다만, 이번에도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럽이 재정위기로 어려우니 꼭 유럽에서 총재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브라질, 중국 등 신흥국가 쪽에서는 “이번에야 말로 신흥국에서 총재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귀도 만테가 재무장관이 유력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중국과 터키 인사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에이피(AP)통신과 월스트리트 저널은 우리나라의 사공일 무역협회장을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에서 사공일 회장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맡아 국제적으로 지명도가 높아졌죠. 다만 사공일 회장 연세가 71살이어서 연령제한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요. 신흥국 대 유럽, 이 사이에서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할지 주목됩니다.

박: 제 교수님, 지금 IMF 지원이 가장 급한 곳이 유로존 아니겠습니까. 아시아는 외환위기 때 IMF의 발톱에 상당히 세게 긁혔는데, 지금 유럽은 어루만져주는 형국이죠. 유럽에서는 이 상황에서 비유럽인이 총재가 되면 곤란하다는 반응인데요, 실제로 비유럽인이 총재가 되면 유로존 재정위기에 영향이 있겠습니까?

   
제:
글쎄요, 그건 좀 지켜봐야겠네요. 아까 말씀하신 메르켈 독일 총리 뿐 아니라 스페인, 스웨덴, 네덜란드의 재무장관들도 줄줄이 “유럽인이 IMF 총재를 맡아온 관례는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말씀하신 것처럼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지금까지는 IMF가 유럽의 입장을 많이 봐줬는데 중국인이나 다른 비유럽인이 총재가 될 경우 지금까지처럼은 매끄럽게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외신들이 전하는 걸 종합해보면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이 후임으로 현재 가장 유력하다고 합니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의 조사에서도 1위로 나왔고 유럽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지를 하고 있다는 군요.

박: 아파트 주민 대표를 대형 평형에서 계속 맡으면 소형 평형 입주자들은 기분 나쁘지 않겠습니까? 1946년 이후로 계속 유럽인들이 IMF 총재를 해왔는데, 이걸 도대체 누가 뽑는 것인가요?

   
조:
1946년이라고 하는 건 2차 세계대전 직후거든요. 2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 경제 질서가  크게 세 가지 가닥으로 형성됐습니다. 하나는 무역 및 관세에 관한 일반 협정인 가트(GATT)체제인데 이건 1995년에 세계무역기구(WTO)로 바뀌었죠. 다른 두 개는 세계은행과 IMF입니다. 세계은행 쪽은 미국이 장악을 해 왔고, 대신에 미국은 유럽을 배려한다는 차원에서 IMF 총재를 유럽권에 양보했죠. 그래서 지금까지 10명의 IMF 총재가 있었는데 프랑스에서 4명, 나머지 6명도 전부 유럽인입니다. 다만 최근 들어 IMF 지분 등에서 개혁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예컨대 중국 같은 경우는 2013년에 지분 순위가 3위로 올라서게 되고 신흥국들의 목소리가 전반적으로 커지는 상황인데, 이번에 호재가 터진 거죠. 여기서 미국이 어떤 역할을 할 지 주목됩니다. 예컨대 미국이 세계은행을 쥐고 있는데 IMF도 같이 쥐겠다고 할 수도 있는 거고, 신흥국을 밀어줄 수도 있는 것이고 기존대로 유럽을 밀어주는 상황이 있을 것입니다.

박: 제 교수님, 이렇게 분열이 있는 것 자체가 그동안 IMF 운영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제: 불만이 굉장히 많습니다. 아까 소개해 주신 것처럼 2차 대전 이후에 미국과 서유럽이 중심이 되어 세계 경제 질서를 짰기 때문에, 세계은행은 미국이 맡고 IMF는 유럽에서 수장을 내자는 식으로 ‘갈라먹기’가 된 거죠. 특히 미국은 IMF의 의결권을 혼자 17%나 가져 유일하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유럽 국가들도 합치면 꽤 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의사결정권이 거의 미국과 유럽에 쏠려 있었죠. 그런데 실제로 IMF의 정책 대상이 되는 나라들은 채무국들, 개발도상국들이거든요. 그래서 IMF가 개발도상국들의 발전을 도와주고 채무국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관심을 두는 대신 채권국인 미국과 서유럽 선진은행들이 채무국에 빌려준 돈을 안전하게 회수하는 일에만 치우쳤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우리도 아시아 외환위기 때 경험했지만 IMF 돈을 빌려쓴 채무국 납세자들은 허리띠를 엄청나게 졸라매고 기업은 무너지고 실업자는 늘어나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애초에 방만하게 돈을 빌려주고 높은 금리로 재미를 봤던 선진국 채권은행들은 구제금융 자금을 받아 안전하게 탈출했죠. 그러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과 유럽에서 문제가 생기니까 IMF가 채찍을 드는 대신 해달라는 대로 봐줬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의 운영에 대한 불만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가들이 세계 경제에서 위상이 올라간 것만큼 지분과 의결권을 높여 달라는 요구를 한 것이죠. 이에 따라 2013년부터는 지분이 달라지는데, 이번에 사고로 IMF 총재가 바뀌게 된 상황에서 신흥국들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거죠. 중국은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부총재 출신 주민(朱民)이 IMF 총재의 특별고문을 하고 있는데, 이 사람을 차기 IMF 총재로 밀고 있습니다. 중국이 G2(세계 2강)라고 할 만큼 발언권이 높아졌고 IMF 지분도 높아졌으니까 얼마나 세게 이걸 요구할거냐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유럽이 ‘우리가 계속해야 한다’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고 미국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아 현재로선 유럽 쪽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중국이 얼마나 강하게 나올 것인가가 주목됩니다. 

   
박: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만일 프랑스의 차기 유력 대권후보 정도 되는 분이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일을 했으면 비행기 타기 전에 체포해서 구치소에 집어넣고 보석도 허락 안 하고 그럴 수 있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다음 이슈가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추진 논란인데요. 조 위원님,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은행 규제하고 쪼개는 세계 흐름에 역주행하는 메가뱅크

조: 아주 상징적인 코멘트가 하나 있는데요.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에게 어떤 기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물었더니 “그걸 나한테 물어보는 건 마치 삼성전자 후계자를 퇴직한 이학수 고문한테 물어보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박: 원래 거기 물어봐야 하는 거 아닙니까? (웃음)

조: 어쨌든 5개월 만에 우리금융의 재매각 방침이 발표됐는데, 이전과 완벽하게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워낙에 덩치가 컸기 때문에 (계열사들을) 분할 매각 하겠다는 얘기도 있었고요, 또 지분이 4% 이상만 되면 매각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는 조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계열사들을 별도로 팔지 않고) 통째로 매각하겠다.’, ‘30% 이상의 지분을 한꺼번에 사야한다’는 식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큰 덩치의 물건을 아주 큰 덩치의 주체가 살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 된 것이죠. 현재 우리나라에는 4대 민간금융지주 회사가 있는데 각자 다 사정이 있어서 지금 살 수 있는 주체는 산은지주밖에 남지 않은 거예요. 그랬을 때 산은지주는 소위 말하는 국책은행 아닙니까? 국책은행이 정부에서 지급보증 받은 돈을 끌어들여서 그 돈으로 우리금융을 사는 것을 민영화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됩니다. 통합해서 500조원 대 자산을 가진 국책은행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대형 ‘관치’라는 역코스로 가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박: 제 교수님,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굳이 차관급 자리에 갈 때부터 ‘메가뱅크’를 염두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었는데 초대형 국책은행이 탄생되면 국가적으로 좋은 일입니까?

   
제: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이미 4대 민간 금융지주 중에 3군데가 이명박 대통령과 친한 대학동문들을 회장으로 두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에 대통령의 경제교사라고 할 수 있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산은지주 회장이 되어 우리금융과 합쳐 우리나라 제1의 금융지주회사를 만든다면 벗어나야 할 ‘관치’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우선 걱정이 됩니다. 또 메가뱅크라는 것이 과연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 할 금융산업의 발전 방향인가에 대해서 이견이 많습니다. 우리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원전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세계 50위권 은행의 보증을 받아오라는 요구를 받았다는 것이 메가뱅크가 필요하다는 논거가 되고 있는데, 그런 건 드문 사례고요, 선진국의 대형 은행들도 큰 프로젝트를 할 때는 서로서로 모아서 신디케이트론을 많이 합니다. 그러니까 은행의 덩치, 자산의 규모가 경쟁력이라는 건 잘못된 시각입니다. 특히 선진국의 메가뱅크들은 인적자원의 전문성이나 경영노하우 같은 것들을 100년, 200년 쌓아가면서 실력과 함께 덩치가 커진 거예요. 그런데 우리 은행들은 지금 인적자원의 전문성, 경영노하우, 금융기법 등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일단 덩치를 키우겠다는 거거든요. 그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봅니다. 지금 덩치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해서 부실화하고 공적자금으로 구제금융 받은 상처투성이 은행들인데요, 덩치를 두 배로 키운다면 과연 치밀하게 잘 관리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더 빨리 부실화하고 망하게 되면 경제시스템을 휘청하게 만드는 위기를 부르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시티은행, 메릴린치 같은 선진국 초대형 은행들도 파생상품에 잘못 투자해서 망하기 직전까지 갔고, 구제 금융 과정에서 경제를 멍들게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형은행들의 업무 영역을 규제하고 조직을 쪼개는 방향으로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메가뱅크로 가겠다는 건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자산 규모로만 따진다면 중국의 공상은행이 세계에서 1위죠. 그리고 일본 은행들도 합병을 통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곳이 두 개 정도 되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중국의 공상은행이나 일본 은행들을 경쟁력이 있다고 아무도 얘기하지 않습니다. 억지로 덩치를 키운다고 해서 경쟁력이 저절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 조건 바꿔 다양한 금융주체에게 분산매각 필요

박:  우리금융 매각에 대해 ‘유효경쟁’ 얘기를 하는데, 산은지주와 인수 경쟁을 할 희망자가 나올 수 있겠습니까?

   
조:
지금 거대한 허들(장애물)을 만들어 놨기 때문에 나머지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참여하는 것은 거의 어려운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금융도 자체적으로 뭔가 해보겠다는 움직임이 있었는데 지분 30% 이상을 한꺼번에 사야한다고 하니까 어렵게 됐습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인수 경쟁에 나설 후보가 많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만일 경쟁의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 은행들의 옆구리를 찌른다면 더 나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 제 교수님, 항상 이런 대형 사안들이 처리된 뒤 정권이 바뀌면 청문회 감이 되지 않았습니까? 보다 나은 대안은 어떤 것일까요?

제: 이미 허들을 설정해놨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조건에서는 산은금융지주 외에 누구도 밥숟가락을 얹겠다고 나설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여러 가지 제약 조건들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은행들이 메가뱅크를 지향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금융을 신한이나 KB나 하나가 인수한다고 한들 무리한 몸집 불리기라고 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지난번에 ‘4% 이상이면 분산해서 누구든지 살 수 있다’고 했던 것처럼 지분을 분산 매각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목적은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57%의 정부 지분을 팔아서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거니까, 그런 식으로 소유는 분산하되 아주 실력 있는 전문금융인들이 책임지고 경영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초대형 은행이 독과점 체제로 시장을 장악하는 것보다는 더 많은 은행들이 서비스 경쟁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합니다.

조: 지금 틀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다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고, 6월 29일까지 인수 희망자가 원서를 내게 돼 있는데, 산은이 내지 않으면 된다고 봅니다. 그러면 새로운 조건을 내세울 수 있거든요.

돈은 국내에서 벌고 세금 회피하는 행위 규제해야

박: 저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게, 이걸 찢어 팔면 제 값을 못 받는다고 하던데요. 오히려 (우리금융지주 계열사인)우리투자증권도 KB가 가져가겠다고 하고, 경남은행도 서로 비싼 값에 사겠다고 경쟁하는데, 통째로 산은에게 수의계약 하는 게 제 값 받는 길이냐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 이번에는 ‘구리왕’ 차용규씨 얘기입니다. 삼성물산 과장에서 부장됐다가 엄청난 자산가가 됐는데, 전생에 지구를 구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제: 예, 차용규 씨는 원래 삼성물산 직원이었는데요, 90년대 중반에 독일지사 과장급으로 근무하다가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에서 구리광산을 운영하는 카작무스의 위탁경영을 맡게 됐을 때 책임자로 일했다고 합니다. 카작무스의 경영이 호전되자 삼성물산이 이 회사 지분을 상당히 인수했습니다. 그리고 차 씨는 삼성물산을 상무보 지위에서 그만두고 카작무스 경영자가 됐죠.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차 씨가 이 회사를 잘 키워 런던증시에 상장하겠다고 2004년에 발표했을 때입니다. 상장해서 주가가 오르면 큰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데, 상장계획이 발표되고 두 달 만에 삼성물산은 보유하고 있던 25% 정도의 지분을 차 씨에게 되팔았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에서 손을 뗀 것이죠. 가격도 시가에 한참 못 미치는 헐값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곧 상장돼 큰 돈을 벌 수 있는 회사를 왜 팔았으며, 왜 그렇게 헐값에 팔았는지 이상하게 여겼습니다. 그런데 2005년 이 회사가 상장되고 난 후에 증시에서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고, 차 씨가 모든 지분을 정리한 후에는 1조원 대의 갑부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모두 석연치 않고 이해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그 돈이 삼성물산을 통해서 카작무스로 넘어간 삼성의 차명자금, 비자금이 아닌가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차 씨는 비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일뿐이고 그 돈은 사실 삼성의 비자금이라는 얘기입니다.

박: 그래서 2007년 김용철 변호사가 양심선언을 하고 삼성특검이 출범할 때도 이 이야기가 나왔고, 경제개혁연대에서 수사도 요구했었죠. 그런데 왜 밝혀지지 않고 유야무야 됐을까요?

조: 당시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대해 문제의 본질보다는 삼성에 대한 배신에 초점을 맞춰 비난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일부 언론도 사태를 본질을 호도했죠. 결국 특검도 흐지부지 됐고 삼성 비자금은 눈 먼 돈에서 이건희 회장 개인의 돈으로 확실히 인정받는 결과가 나왔죠. 경제개혁연대가 정확히 조사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용없었고요. 지금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졌으니까 경제개혁연대가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만 과연 검찰이 거기까지 갈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박: 그런데 타이밍이 참 절묘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낙제점’ 운운한 발언을 하고, 동반성장을 압박하는 가운데 잘 안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이 과정에서 청와대 관계자들이 격분을 토로했다는 말도 들려오고요. 그런데 국세청이 이 문제를 들춰냈어요. 물론 국세청이 해외 탈세에 대해 수사하겠다고 얘기했으니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선언 자체가 무언가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제: 맞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국세청은 차용규 씨에 대한 조사가 해외탈세를 바로잡겠다는 정책방향과 관련 있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사실 그 전에 ‘선박왕’ 권혁 씨의 해외 조세회피에 대해 4천억 원 대의 세금을 추징했죠. 물론 본인은 안 내겠다고 하고 있지만요. 그러고 나서 차용규 씨의 해외 탈세를 문제 삼은 겁니다. 차용규 씨의 경우 영국 영주권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주로 거주하는 곳은 홍콩이고요. 본인 얘기로는 한국에는 1년에 28일도 있지 않는다고 하는데, 부인이 강남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본인은 한국에 자주 들어와서 제주, 강남 같은 곳에 부동산 투자를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환사채, 신주인수권부사채 같은 금융투자도 많이 했고 이로 인해 자산차익도 많이 냈다고 합니다. 따라서 국세청은 투자하는 시점에서 분명히 한국 거주자임을 규명하고 대략 7천억 원 대의 세금을 물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이 말레이시아의 라부안, 버진 아일랜드, 케이만 군도 같은 유명한 조세회피지역에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차려놓고 돈은 국내에서 벌면서 세금은 회피하는 행위는 분명히 규제하고 응징해야 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대기업이나 자산가들이 내야할 세금을 안 내니까 재정 충당이 되지 않아 역외탈세에 대해 강경 대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국세청이 조사를 하는 것은 맥락이 있는 것이죠. 그러나 한편으로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국세청이 이런 문제를 기획해서 들고 나온 것이 하필 이건희 회장이 “정부의 경제정책은 낙제점을 겨우 면한 수준”이라고 말하고, 동반성장 정책에 대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고, 그 때문에 청와대 보좌진들이 분노했다는 얘기가 돈 것과 비슷한 시기였기 때문에, 뒷말을 낳고 있습니다. 알고 있었는데도 뒤지지 않았던 삼성 비자금 문제를 새삼스럽게 끄집어 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죠.                            
                        
박: 어쨌거나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또 이럴 때 “결국 규명되지는 않을 것이다”고 예측하지 않습니까? (웃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다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오늘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5월 2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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