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재래시장 되살리기, 서울 신림동 신원시장 달빛축제
도시의 거리마다 대형 유통매장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재래시장들은 ‘깔끔하고 편리한 마트’에 손님을 점점 뺏기고 있다. 국내외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매장에 이윤이 집중되고, 지역 상권은 무너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울시는 지난 2014년 재래시장을 살리는 ‘신시장 모델 선도시장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낡고 불편한 동네 시장을 정감 있고 신나는 소통의 장으로 되살리자는 취지다.
25일 오후 2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원시장에서 열린 ‘신원시장 달빛축제’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오후부터 밤까지 달빛과 시장을 즐기자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시장 상인들과 지역 활동가, 지역 주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서울시 신원신시장사업단과 신원시장상인회가 마련했다.
낡은 천막으로 옷과 가방 등을 만드는 업사이클전문 사회적기업 딸기맘과 생활협동조합 한살림 등 100여개의 사회적기업과 마을기업이 이날 신원시장 옆 일방통행도로를 막아 마련한 행사장에서 다양한 체험 부스와 판매 부스를 운영했다. 이 중 자전거로 전기를 생산해 솜사탕을 만드는 에너지자립마을의 체험 부스에 특히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아들에게 줄 솜사탕을 만든 한 아버지는 “솜사탕을 4개나 만들었다”며 “기분은 좋은데 힘들다”고 웃으며 말했다. 에너지자립마을 김숙희(54)팀장은 “시민들이 직접 전기를 만드는 체험을 함으로써 전기를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하려고 부스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군것질할 만한 음식과 음료들이 1회용 컵에 먹음직스럽게 담겨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대부분 1000원대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가격이었다. 서울 도봉구 신창시장에서 인기를 모았던 ‘군것질 데이’의 아이디어를 빌려왔다고 한다. 신원시장에서 생과일주스를 파는 조경선(51)씨는 “경기가 안 좋아 시장도 많이 힘들었는데 이런 축제를 추진해준 덕분에 평상시보다 많은 사람들이 오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닭강정을 파는 김성현(45)씨는 “평상시 보다 4배 이상 팔린 것 같다”며 “이 축제가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를 총괄한 서울시 신원신시장사업단 김소영(31) 팀장은 “신원시장이 50년이 넘었지만 지역주민이 잘 모른다”며 “축제를 알리기 위해 관악구 시설관리공단 공영주차장과 체육시설에 전단지를 뿌리고, 현수막을 거리에 걸기도 했다”고 말했다. 신원시장상인회 송기춘(62) 회장은 “처음으로 하는 행사라 걱정이 많이 됐지만, 정말 하기를 잘했다”며 “시장을 잘 이용하지 않는 젊은 층들이 찾아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날 달빛축제에서는 인디밴드 작은따옴표의 어쿠스틱 음악공연과 경품추첨, 타임세일(일정시간에만 할인판매) 등도 열려 고객들을 즐겁게 했다. 신원시장은 7월과 8월의 넷째 주 토요일인 7월 23일과 8월 27일에도 같은 행사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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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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