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기자.
일부다처제가 되면 모든 남성은 행복할까? 삼천궁녀를 거느렸다던 의자왕이나 첩을 두었던 조선시대 양반처럼 아내 여럿을 둔다고 상상해보자. ‘다다익선’ - 내가 남자라면 쾌재를 불렀을 것 같다.

그러나 일부일처제는 남성의 필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대부분 남성이 선택의 자유를 환영할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손해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경제력과 수려한 외모를 갖춘 1등 신랑감이 10명의 여성을 선택한다면, 2등 남성은 11등 여성과 결혼해야 한다. 일부일처제라면 2등 여성을 만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2등쯤 되면 그래도 괜찮다. 하위권 남성들은 상위권 남성들이 얼마나 많은 여성을 배우자로 맞느냐에 따라 혼인조차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일부다처제로 행복해지는 남성은 1등 뿐이다.

자유가 주어지면 기회는 많아지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1등 남성’이 그 기회를 독차지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부일처제에서는 모두가 한 아내를 가질 수 있지만,  일부다처제에서는 열 명 이상 아내를 갖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홉 명의 남성은 혼자 살아야 한다.  엄청난 수의 ‘혼인낙오자’가 생긴다.

4천 종이 넘는 포유동물 중 10종을 제외하곤 모두 일부다처제라고 한다. 대부분 수컷은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도록 진화했기 때문이다. 인간 수컷도 되도록 많은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려는 본능이 있다. 그럼에도인간이 일부일처제를 선택한 이유는 이런 양극화를 우려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처럼 과도한 ‘자유’는 양극화를 낳는다. 작은정부, 최소규제를 외친 신자유주의 체제도 마찬가지다. 강대국들이 개발도상국의 무역관세를 철폐시키고 유치산업 육성을 막을수록 세계빈곤층은 증가했다. 부국과 빈국 사이 자유무역은 빈부격차를 더욱 벌려놓았다. 신자유주의에 편승한 한국정부도 시장자유화를 서둘렀다.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를 완화해 하우스푸어를 양산했고, 용적률 제한을 풀어 건설사 배를 채워주었다.

국내총생산(GDP)은 증가했지만 상당수 20대는 88만원 비정규직 노동자가 됐고 하위 40% 사람들은 내집마련 꿈을 포기했다. 양극화가 진행되면서 자살자 수가 계속 늘었고 사건사고가 증가했다. 사회가 불안해지자 여성들은 출산을 기피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출산율 최저다.

복지가 화두다. 복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적절한 규제와 제도로 부를 나누자고 한다. 기득권층은 과도한 규제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고 맞선다. 하지만 그들이 간과하는 진실이 있다. 극심한 양극화로 사회가 불안하면 그들도 안전을 위협받고, 출산율이 저하되면 그들이 운영하는 기업의 미래 고객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들 역시 양극화의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

한국은 간통죄 처벌을 여전히 유지하는 엄격한 일부일처제 국가다. 1등 신랑감이 많은 부인을 두지 못하게 규제하면서 왜 부를 축적하는 데는 관대하다 못해 우대하는지 의문이다. 일부일처제는 소수 남성의 유전인자만 자손에게 전달되는 사태를 막았다. 인류 전체로 보면 다양성이 증가하고 사회가 더 건강해진 셈이다. 우리 사회의식 전반에 일부일처제 정신이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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