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인 산은지주, 우리금융 인수 추진 논란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어제(17일) 우리금융지주 매각 작업 재개를 선언하면서 금융계에 ‘메가뱅크’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메가뱅크란 뭘 의미하는 것이고, 왜 화제가 되는 것인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메가(mega)라는 말은 원래 ‘100만’이라는 단위를 나타내는 접두어인데, ‘매우 크다’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그러니까 메가뱅크라고 하면 ‘초대형 은행’이라는 의미가 되겠죠. 우리 정부와 금융계에서는 전부터 ‘메가뱅크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실물분야에서 삼성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온 것처럼 이제는 금융분야에서도 세계적 은행들과 경쟁할 수 있는 초대형 은행이 나와야 한다”는 게 그들의 논지입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지난 3월 산은금융지주회장이 된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입니다. 강 회장은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메가뱅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민영화 작업이 재개되고,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두 은행의 합병으로 곧 ‘메가뱅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입니다.

세계적 수준 메가뱅크 만들어 금융의 경쟁력 높이자는 정부

홍: 메가뱅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제: 우리 경제가 지금 세계 10위권 대에 있는데, 은행의 경우는 가장 커도 세계 70위권에 불과하다, 그래서 금융 산업이 상대적으로 뒤처졌고,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대형공사를 수주하는 경우 등에도 자금조달에 불편이 있다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지난 2009년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우리가 원전공사를 수주하지 않았습니까. 그 때 UAE측이 신용등급 더블에이(AA)이상, 그리고 세계 50위 이내의 은행으로부터 보증을 받아오라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내에는 조건에 맞는 은행이 없었기 때문에 영국 에이치에스비시(HSBC) 은행에 약 2천억 원의 수수료를 내고 보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대형은행간 합병을 통해서 세계 50위권에 들 수 있는 메가뱅크를 만들 필요가 있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홍: 그런데 이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은 것 같더군요. 특히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유럽은 메가뱅크의 위험성이 크다며 규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도 하고요.
 
제: 그렇습니다. 금융계와 학계의 전문가들 중에 메가뱅크에 대해 회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당장 인수대상이 된 우리금융지주의 이팔성 회장 등 금융계 인사들은 “업무 능력과 효율성 등 은행의 실력이 좋아져야지, 덩치만 커진다고 저절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느냐”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글로벌금융위기 당시 지나치게 비대한 은행들이 부실해져서 경제시스템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것을 보지 않았느냐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미국과 유럽 각국이 대형은행들의 업무 영역을 규제하거나 조직을 쪼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거꾸로 가려 한다는 것이죠. 사실 크기로 따지자면 중국 은행들이 자산규모 세계 10위권 안에 줄줄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들 중국 은행을 ‘선진 은행’으로 보는 곳은 없습니다. ‘외형’을 따지는 메가뱅크론은 구시대적 사고란 비판입니다.

은행 몸집 불리기보다 기초체력 향상이 우선

홍: 그런 측면이 있고, 또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와 관련해 인수 희망자로 거론되는 산은금융지주가 사실 100%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과연 이것을 민영화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측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죠?

제: 그렇습니다. 우선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12조7천여억 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회사입니다. 이 공적자금 중 아직 7조 원가량이 회수되지 않아서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지분의 57%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예보지분을 팔아서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게 민영화 요체지요. 그런데 공기업으로서 역시 민영화 대상인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결국 재정자금으로 공적자금을 ‘돌려 막기’ 하는 것이지 결코 민영화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산은 측은 두 회사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우선주 발행과 상장 등을 통해 정부지분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어쨌든 덩치가 커진 만큼 합병한 두 은행을 민간기업이 사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입니다. 

홍: 그런데 산은금융지주 외에 다른 대형 금융지주는 우리금융을 인수할 의사가 없나요?

제: KB금융, 하나금융, 신한금융 등이 인수에 참여할 수 있는데, KB금융은 어윤대 회장이 ‘당분간 내부 혁신에 집중하겠다’며 포기를 선언했습니다. 하나금융은 잘 아시는 것처럼 외환은행인수에 목을 매고 있죠. 또 신한금융은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 등 기존의 인수합병 건으로 자금 여력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계에서는 KB와 신한 등이 욕심은 있지만 정부가 우리금융을 산은에 주는 것으로 이미 정리를 했다는 판단 하에 안 나선다는 관측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금융위원회가 금융지주회사법상의 지분요건, 즉 한 금융지주가 다른 금융지주를 살 경우 지분의 95%이상을 사야한다는 규정을 50%로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는 등 산은의 인수를 쉽게 해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 해 줍니다. 

홍; 우리금융노조와 금융노련 등은 산은금융지주의 인수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고 하죠?

제: 우선은 합병 과정에서 정리해고 등 인력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고, 메가뱅크가 시대에 역행하는 흐름이라는 인식도 있어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금융노련차원에서도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이고요. 그러나 이런 반발보다 먼저 ‘덩치를 키우면 경쟁력이 생긴다’는 단순한 사고가 바탕이 된 메가뱅크 정책은 현실적으로 안 맞기 때문에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 은행들은 인적자원의 전문성, 경영 노하우 등에서 선진국 은행들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는 게 현실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치밀한 경영 능력이 뒷받침 되지 않은 채 몸집만 커지면 관리가 더 안 되고, 쉽게 부실화하고, 그로 인해 국가 경제를 치명적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이미 글로벌금융위기 때 여러 나라에서 현실로 확인이 됐고요. 또 한 가지는 이미 국내 4대 민간금융지주 중 3곳의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절친’인 대학동문들로 구성된 상황입니다. 여기에 공기업인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해 국내 제 1의 금융지주회사가 된다면 ‘관치’를 벗어나 자생력을 키워야 할 우리 금융산업에 불행한 퇴보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는 것 역시 걱정스런 부분입니다.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5월 18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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