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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 태우고 안전성 시험하는 고속철
인력 구조조정 속 잇단 고장, 대형사고 전조 아닌가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1년 05월 15일 (일) 20:18:08 안세희 기자 seheea@danbinews.com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요? 이번 주엔 ‘설마’ 했던 일들이 현실로 일어났고 큰 문제를 일으킨 경우도 많았습니다. 4대강 공사 시한을 정하고 밀어붙이는 중에 내심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구미에서 단수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고도 사고지만 뒷수습이 엉망이었다는 게 문젭니다. 계속되는 철도사고는 대형사고에 대한 우려를 키웠는데, 급기야 코레일은 운행 감축을 통한 정비 강화라는 수습카드를 내놓았습니다. 국가의 역할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인데 이번 주 국가는 이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5월 둘째 주 한국경제 진단해 보겠습니다. 조용래 위원님, 코레일을 보면 버나드 쇼가 한 말처럼 “우물쭈물하다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탄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습니까?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지금 운행되고 있는 고속열차(KTX)가 일반 KTX와 국내 기술진이 개발한 KTX 산천이 있는데, 작년 3월부터 KTX 산천이 계속 고장 나고 있어요. 최근까지 41건, 일반 KTX보다 고장률이 세 배 이상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다가 최근에는  KTX산천 2호 차의 모터감속기에 결함이 발견되어서 운행직전에 차를 세웠죠. 만일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면 0.5톤이나 되는 모터감속기가 고속철이 시속 300km로 달리는 상황에서 떨어질 수 있었고 엄청난 사고가 일어났을 지도 모릅니다. 조그만 사고가 자주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지게 되는데 지금 그런 지경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경영효율화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더 중요

박: 대형사고가 나기 전에 반드시 작은 사고의 전조들이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죠. 만약 감속기의 균열을 운행직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저는 지방에 많이 다니기 때문에 KTX를 많이 타는 편인데, 어떤 경우는 심각할 정도로 차가 좌우로 흔들려 직접 문의한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문제없다는 얘길 들었죠. 제가 어릴 때 경북 경산에서 일어난 열차사고를 목격했는데 얼마나 끔찍했는지 아직 잊히지 않는데요, 열차는 대체로 안전한 반면 사고가 일어나면 대형 참사 아닙니까? 제 교수님, 대표적으로 영국이 철도 민영화 이후 큰 사고들을 겪었었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그렇습니다. 영국 철도가 민영화 이후 수익극대화를 위해 비용절감을 추진하다 안전을 소홀히 했고, 그러나 몇 번의 대형 참사를 겪고 다시 국영화했죠. ‘철의 여인’으로 불린 대처 수상의 보수당 정부가 국영 철도를 민영화했는데, 그 이후 철도 운임은 올리면서도 안전에 대한 투자는 소홀해져 1999년에 패딩턴역 사고라고, 31명이 숨지고 4백 여 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그 이후에도 몇 번의 대형 참사를 거치면서 ‘아 이래선 안되겠다, 이윤 논리에만 맡길 일이 아니다’는 각성이 일어나 2001년에 다시 정부 관리 하에 들어갔습니다. 일본 민간기업이 운영하는 신칸센도 2005년 효고 현에서 대형 참사를 냈죠. 기관사가 바로 직전 역에서 1분 30초 지체된 것을 만회하려고  곡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다가 탈선해 107 명인가 숨졌어요. 이런 얘기가 지금 거론이 되는 건 우리 코레일, 철도공사는 아직 공기업입니다만 경찰청장을 지낸 허준영 사장이 부임한 이후 ‘철도 선진화’라고 해서 굉장한 실적 압박을 주고 있는 모양입니다. 노조 주장에 따르면 이 분이 부임한 다음 2만여 직원 중 5천여 명을 감원하고,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고, 정비담당 직원들을 줄이고, 3천km 뛰고 정비하던 걸 5천km를 뛰고 하는 식으로 정비주기를 늘리는 등 급격한 변화가 추진되고 있다고 해요. 이런 과정에서 정비나 안전장치에 대한 관리가 느슨해졌다는 것이죠. 이번에 발견된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껏 나타난 크고 작은 사고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런 얘기, 굉장히 유념해야 합니다. 경비절감, 경영효율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승객의 안전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돈 몇 푼 줄이는 경영효율화가 아니라 ‘고속철도는 정말 안전하다’는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 이게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박: 고속철도가 이 정도로 문제가 되면 주무부처인 국토부에서 운전중단을 지시하고 안전점검을 명해야 할 텐데, 코레일 측이 눈치보고 고민하다 제작사인 현대 로템에 리콜을 했죠. 이런 상황에서도 고속철의 해외 수출을 고려해 ‘정부의 공식적 입장을 밝히기가 곤란하다’ 이러는데 이게 말이 되는 소립니까?

제: 그 부분에서 가슴이 아프더군요. 많은 승객들의 안전, 생명이 최우선이 아니고 만약 산천에 설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비쳐지면 앞으로 브라질 수주, 미국 수주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계산을 먼저 하다니요. 

조: 이번에 잦은 사건이 일어나는 와중에 허 사장이 이런 얘길 했어요. “사람도 안 다쳤는데 무얼 그러냐?” 상당한 안전 불감증입니다. 지금 KTX 산천은 현대로템이 독점 공급하는데, 공급업자 역시 “우리도 함께 따져보겠다”고 나왔어야 하는데 리콜 얘기가 나오기 전까지 별 얘기가 없었습니다. 한쪽에선 안전 불감증, 다른 쪽에선 책임감을 전혀 안 보이는 상황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제: 왜 이렇게 사고가 자꾸 나냐고 물어보니까 현대로템과 코레일 간부들이 이런 얘길 했다더군요. “원래 고속열차를 처음 운행하다보면 크고 작은 사고가 난다. 1년, 2년은 안정화 과정이다.” 그런데 아까 언급한 사건, 용접이 잘못되어서 대형 감속기가 떨어져 나갈 뻔한 것이 열차 초기 운행 과정의 적응 문제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또 산천을 납품할 때 현대로템 측이 기한을 못 지켜 독촉을 받았다고 합니다. 지연 납품 때문에 배상도 하고 그랬다는군요. 원래 새 열차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시운전을 하고 운행해야 한다는데 이렇게 되면 시운전 기간이 굉장히 짧았거나 아예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안전성을 미리 시험하고 사람을 태워야지, 사람을 태워놓고 안전성 시험하면 어떡합니까?

박: 진짜 국익이 국민의 생명입니까, 아니면 밖에서 벌어오는 달러입니까? 브라질 경우엔 고속철도가 경제성이 없어서 다른 나라들 다 빠지고 있다는데, 우리는 어떻게든 한건주의 실적주의로 국민의 생명과 바꾸겠다는 거 아닙니까? 답답한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아요. 조 위원님. 이번 주 어떤 뉴스 주목하셨습니까?

   
조:
예,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감독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닌가 해서 9일에 출범한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관련 소식입니다. 또 최근에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정상화하기 위해 배드뱅크를 만들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마지막으로 비상장 회사의 과잉 배당 문제,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제: 저는 조금 전 우리가 얘기했던 KTX 산천 리콜 얘기를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다음은 4대강 공사가 속도전 양상으로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낙동강의 가물막이가 무너지고 구미, 김천의 50만 가구가 심각한 식수난을 겪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특히나 장마철을 앞두고 있기에 굉장히 걱정됩니다. 세 번째는 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지난 10일 일본 원전 증설 계획을 전면 재검토 하고 신재생 에너지와 에너지 절감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는 뉴스를 꼽았습니다.

박: 저도 비상장 회사 과잉 배당 문제 때문에 일주일 동안 열이 살짝 났었고요, KTX 산천 리콜 파문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뚜껑이 열렸었습니다. 세 번째는 산은 금융지주가 우리 금융지주를 인수하겠다고 해서 나온 논란입니다. 먼저 4대강 공사 사고를 짚어볼까요?

속도전보다 강을 살리고 보전하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조: 사실 4대강 공사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 입장이 크게 엇갈리지 않았습니까? 대표적으로 찬성하는 쪽이 이번에 문제가 된 구미, 김천, 칠곡 지역인데 이쪽 주민들은 4대강 사업이 굉장히 보탬이 될 거라고 기대했는데 이번에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4대강 공사 과정에서 강바닥을 깊이 팠기 때문에 유속이 빨라지니까 가물막이가 무너져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보고 보강 공사를 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를 했는데 수자원 공사가 이걸 무시한 거죠. 주민들이 5일 정도 식수난을 겪었는데, 그래서 4대강을 열심히 지원했던 곳에서조차 엄청난 속도전에 대한 민심 이반이 생기고 있다고 합니다. 야당은 또 ‘이때다’ 해서 4대강 사업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이 4대강 사업 자체의 문제인지 아니면 충분한 대응이 없어서 생긴 문제인지는 따져봐야 할 것 같고요. 지금 가물막이가 무너졌다든가 하는 사고는 구미 말고도 여주, 영산강 등에서도 있습니다. 이미 일이 이렇게 진행된 상황에서 4대강 사업 덮으라고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여름철 집중 호우가 일어났을 때 생길 수 있는 사고에 대해 대응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박: 제 교수님. 조 위원님 말씀 하신 것처럼 ‘이미 이만큼 와 버렸다’ 이게 속도전의 원인 아니겠습니까? 소위 말하는 ‘말뚝 박기’죠. 그러다보니 이왕 이렇게 시작해서 돈이 너무 많이 드니 수변도시 건설해서 원금을 좀 거둬야겠다, 지류 하천 물이 범람하게 생겼으니 재정비해야겠다는 얘기도 나오지 않습니까?

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는 목적을 들어보면 수해도 예방하고, 수자원도 확보하고, 친환경 생태하천 조성 등 좋은 이야기는 다 나옵니다. 정말 이런 목적으로 순수하게 한다면 아무도 반대할 이유가 없겠죠. 그런데 지금 구체적으로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강의 ‘물그릇’을 키운다며 강바닥을 깊이 파고 물을 가두는 보를 16개나 만들고 습지를 없애고 콘크리트 제방을 쌓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수질을 악화시키고 환경을 파괴한다는 게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죠. 특히 심각한 건 두 분이 지적한 ‘속도전’ 부분입니다. 임기 중에 다 끝내자, 홍수 오기 전에 다 해놓자, 남들이 뭐라고 하기 전에 되돌릴 수 없게 빨리하자 등의 심산으로 속도전을 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공사 전에 거쳐야 할 문화재 영향평가나 환경 영향평가 등 법적 절차를 하는 척만 하고 다 지나갔습니다. 지금 공사장 주변의 문화재와 환경 크게 파괴되고 있고요, 빨리빨리 해야 하니까 안전을 생각하고 꼼꼼히 추진해야 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거예요. 통계를 보니 4대강 공사 시작한 이후에 인부 20 여명이 목숨을 잃었더라고요. 정말 인명을 희생시켜가며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 구미와 김천에서 식수난을 겪은 걸 포함해서 구체적인 기업과 주민 피해도 나타나고, 앞으로 장마 홍수철에 더 큰 피해가 나타날까 두려운 게 현실입니다. 4대강 공사를 지금 당장 다 덮으라는 건 무리한 얘기겠지만 오폐수 처리 등 정말 강을 살리고 정화하는 사업만으로 대폭 축소해야한다고 봅니다. 수변도시 건설 등으로 확대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진행하고 있는 계획안에서도 보를 쌓는 것 등은 취소하고 정말 물을 깨끗하게 하는 일부분만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나 속도전 부분 있잖습니까? 안전 생각 안하고 환경과 문화재 생각 안하고 밀어 붙이는 것은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각종 영향 평가와 안전한 작업을 위한 장치를 제대로 해가면서 필요한 부분에 한해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4대강의 공과는 역사가 평하겠지만 제가 살고 있는 지역은 물 동네인데요, 하회 지방, 영천 지방, 그리고 상주 지방의 아름다운 금모래 등이 사라지고 있어요. 이런 게 사라지는 대신 수 백 수 천 개의 피라미드가 생기고 있습니다. 공사장에서 파 낸 오염된 흙을 버릴 곳이 없으니까 주변 땅을 임차해서 대량으로 쌓아두고 있는 것이죠. 원래 그 모래 팔아서 공사비 해결하겠다고 했던 것 아닙니까? 나중에 이걸 쌓아두고 어떻게 할 거냐는 문제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경제뉴스에 몇 주째 등장하는 금융감독원 이야기를 해 봐야겠습니다. 금감원 비리, 막상 뚜껑 열어보니 정말 엄청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금융위원장은 여전히 “아무나 검사권 가져가는 거 아니다”라고 합니다. 여기서 ‘아무나’란 말은 한국은행 등을 겨냥한 말이잖아요? 한은을 보고 ‘아무나’라고 표현했단 말이죠. 금감원의 감독권 독점, 무슨 검찰의 기소독점권도 아니고요. 어떻게 보십니까?

‘회전문인사’ 관행으론 정책실패 청산 못해

조: 금감원을 혁신하기 위한 TF팀을 만들었는데 위원이 13명입니다. 여기서 저는 위원들의 구성을 문제 삼고 싶은데, 일단 공동대표가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준경 박삽니다. 나머지는 현직 대학교수 6명, 정부위원 5명. 이 5명 중에서 소위 ‘모피아’라고 불리는 기획재정부 출신이 4명, 그 중에서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위원회로 파견되어 금융위원회 실제적 멤버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두 사람입니다.

제: 참여한 학자들 중에도 그동안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입장에서 발언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조: 그렇습니다. TF가 어떤 조직을 대표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 건 참 문제라고 봅니다. 저축은행 문제만 보더라도 상호신용금고를 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것, 인수 합병을 적극적으로 해 대형화를 유도한 것, 부실저축은행을 인수 합병한 은행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조치를 전부 금융위에서 했습니다. 문제들을 일으켰던 주체들이 TF팀에 들어와 있다는 건유감스러운 대목입니다. 감독 당하는 쪽, 즉 금융회사들과 금융소비자들이 아예 빠져있다는 것도 아쉽고요. 게다가 금융위 수장인 김석동 위원장은 “우리가 해왔으니 다른 곳은 못한다”며 엉뚱한 지배구조를 만들지 말라며 헌법까지 들먹여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이었습니다. 또 TF팀이 다음 달에 결론을 내겠다는 것은 굉장히 오만한 겁니다. 한 달 안에 매듭짓겠다는 것은 결론을 이미 내놓고 장난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정말 문제가 있다면 업계 이야기도 들어보고 소비자들 불만도 들어보고 그래서 지배구조가 문제라고 한다면 지배구조를 바꾸고 해야죠. 사실 금융감독 지배구조에는 모범답안이 없습니다. 세계 어디를 봐도 통합이 옳다, 분산이 옳다 등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권력 쏠림 현상이 심하면 쪼개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런 논의 없이 한 달 만에 결론을 내겠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봅니다.

박: 제 교수님, 조 위원님 말처럼 모피아들의 이너써클(내부모임)을 깨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분들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사태 터뜨렸던 분들이고, 신용카드 위기를 방조하고, 지금의 저축은행 사태까지 정책 책임을 져야하는 분들 아닙니까? 그런데 나중에 보면 어느 새 또 장관을 하고 있고, 경제계 수장으로 등장하고, 그러면서 과거 문제들은 다 잊고 이상한 이름 대면서 ‘카리스마가 있다’는 등 복귀하지 않았습니까? 무슨 대안 없습니까?   

   
제:
정권 차원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인사를 할 때 과거에 잘못한 사람들을 다시는 재활용하지 않겠다는 결단이 필요한 것이죠. 이른바 ‘회전문 인사’를 통해서 장차관 등 고위직 했던 분이 법률고문이나 회계법인, 대기업, 금융회사 등으로 가서 조금 있다가 다시 기용됩니다. 그 분들이 정부에 들어오면 자기가 신세를 지고 있던 민간 기업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정책을 만듭니다. 이런 인사의 가장 심각한 폐해 중 하나는 정책실패가 청산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의 잘못으로 폐해가 누적되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모피아가 들락날락 하면서 도저히 수술을 할 수 없는 사람을 수술을 주도하는 위치에 올려놓는 거예요. 그 밑에서 반론을 제기해야 할 사람은 그 사람을 ‘형님’으로 생각해요. 이의 제기를 할 수가 없죠. 모피아란 말이 예전 재무부, Ministry Of Finance를 줄인 앞 글자(MOF)에다가 이태리 조폭 마피아(Mafia)를 붙인 것 아닙니까? 당사자들 들으면 기분 나쁘겠지만 조폭처럼 끈끈한 의리로 뭉쳐서 서로 봐주기 때문에 후배가 칼을 휘둘러서 선배의 잘못을 고치고 새로운 길로 나가지 못하는 거죠.

박: 그런데 (직접 만나보니) 모피아란 말을 당사자들도 좋아하더라고요. 웃던데요.

조: 특권층이라고 사회에서 평가해주는 걸 한편으로 으쓱해 하는 거죠.
 
제: 저도 예전에 기자로서 만나고 해서 모피아 라고 할 만한 분들을 많이 아는 편인데, 그 안에도 양심적인 분들이 있어서 그런 이름들을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달라져야 겠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들도 분명 있다는 것, 또 그런 분들이 중요한 자리에 간다는 게 문제입니다.

공정거래법 등 관련제도나 법 존재하지만 정부 의지 없어

박: 조 위원님, 다음 문제는 비상장 회사의 편법 상속입니다. ‘열 포졸이 한 도둑 못 잡는다’는 말을 실감케 하는데요. 한때는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하더니 그걸 못하게 하니까 비상장 회사 세워서 일감 몰아주고 과잉 배당을 하고 있어요. 해결책이 없겠습니까?

   
조:
배당의 경우 상법상 정해진 한도 내에서 배당을 하고 있다면 제재할 방법은 없죠. 다만 한도 내 배당이라고 해도 재벌기업에선 몰아주기 수주를 한다든가 해서 만들어진 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생각을 해야 하고요. 만일 배당 한도를 뛰어넘는 배당을 했다면 그건 배임에 해당하는 거죠. 하지만 비상장기업에 대해서는 직접 들어가 파헤치지 않는 한 한도를 넘은 배당인지 여부를 알기 힘들죠. 비상장 회사도 세금을 책정해서 결산 보고하는 건 마찬가지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체크해볼 수 있는 부분은 없지 않아 있다고 봅니다. 이번에 비상장 기업 중에 현금 배당을 결의한 곳이 1688곳인데 1억 원 넘게 받은 사람이 578명, 100억 원 넘게 배당을 받은 슈퍼배당부자도 14명이나 되더군요.

박: 제 교수님. 현실적으로 배당문제를 건드릴 수 없다면 상장기업의 대주주가 그 자녀들에게 회사를 세우게 하고 거기에 일감을 몰아주는 건 배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제: 일감 몰아주기도 그렇고요, 과다 배당도 사실은 정책당국이 의지만 있으면 개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일감 몰아주기는 공정거래법상 부당내부거래나 차별대우금지 조항을 적용해서 과연 공정한 경쟁을 거친 것인지 파고들면 안 그런 부분을 적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과잉 배당의 경우 엄청난 금액을 배당하려면 배당 가능 금액 범위를 벗어난 것일 가능성이 있고, 그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봅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나 세정당국이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런 문제들을 근절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있거든요. 우리 정부의 문제가 뭐냐면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중과세 하겠다’는 등 말은 합니다. 칼집에서 칼을 꺼내 살짝 보여주는 거죠. 그런데 실제로 빼서 휘두르지는 않습니다.

박: 법과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란 지적이었습니다. 오늘도 말씀 감사합니다.  


*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5월 14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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