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낙하산 인사로 끼리끼리 챙기고 정책 실패 덮어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최근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해서 ‘문제의 뿌리는 모피아의 금융권력 장악에 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선 모피아가 뭐기에 이런 얘기가 나올까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모피아(Mofia)는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의 영문 약자인 MOF(Ministry of Finance)와 이탈리아 폭력조직 마피아(Mafia)를 합성한 말입니다.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관료들이 마치 조폭처럼 상명하복의 위계질서 속에 똘똘 뭉쳐서 자신들의 이권을 추구한다고 해서 이렇게 비꼬아 부르는 것이죠. 이들은 규제 대상인 은행, 증권, 보험, 저축은행 등 금융업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낙하산’ 인사 등을 통해 전직과 현직 간의 끈끈한 공생관계를 형성합니다. 특히 금융권 등에 나갔다가 다시 관직에 복귀하는 이른바 ‘회전문’ 인사로 인해 이들의 집단적 영향력은 더욱 강화돼 왔습니다. 현 정부에서도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지식경제부 등 주요 부처 장관과 청와대 비서진은 물론 금융관련 기관과 협회장 등에 모피아가 대대적으로 포진해 있습니다. 

정권 바뀌어도 모피아의 금융권력 장악 여전 

홍: 옛 재무부 시절부터니까 모피아의 폐해에 대한 비판과 원성은 꽤 오래된 것인데, 왜 여전히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일까요?

제: 사실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고, 현 이명박 대통령도 출발할 때는 모피아에 대한 깊은 불신과 개혁 의지를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과 부위원장 자리에 모피아가 아닌 민간 전문가가 임명되기도 했죠. 그러나 ‘권력투쟁’과 ‘위기대응’에 능한 관료세력은 곧 새로운 집권층을 사로잡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라인은 출범 2년 여 만에 이정우 전 정책실장 등 개혁적 인사들을 밀어내고 모피아 중심으로 재편됐습니다. 이명박 정부도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모피아들을 전면 배치했습니다. 이들은 일단 실무경험이 풍부합니다. 그리고 일사불란한 조직력을 과시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간 민간전문가가 당해내지 못한다는 후문입니다. 그래서 ‘정권은 바뀌어도 모피아는 영원하다’하는 얘기가 회자된 것이죠. 

홍: 최근에는 모피아 중심의 회전문 인사가 더욱 노골화했다는 지적이 많더군요.
 
제: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을 지내고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연구원장을 하다 금산분리 완화 정책에 반대하며 사퇴한 이동걸 한림대 교수가 언론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경제 부처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전체가 모피아에 장악 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만큼 모피아가 광범위하게 득세하고 있다는 얘기죠. 정권 초기마다 모피아가 잠시 숨을 죽였다가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는 과정에는 ‘회전문 인사’가 작용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퇴직한 장차관 등이 김앤장 같은 대형법률회사나 회계법인, 대기업 등에서 고문, 자문역 등의 이름으로 사실상 로비스트의 역할을 하다가 다시 정부 요직에 기용되는 것이죠. 이렇게 회전문을 들락거리다 보면 아무래도 인연을 맺은 민간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정책을 다루게 돼 정책의 공정성, 합리성은 뒷전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홍: 같은 맥락에서 ‘낙하산’ 인사도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죠?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저축은행 감사로 간 것은 ‘작은 낙하산’이고, 진짜 ‘큰 낙하산’은 모피아라는 말들이 많더군요.

제: 네. 저축은행 감사 자리는 이를테면 ‘피라미’가 가는 자리고, 몇 배나 대우가 좋은 시중은행, 국책은행, 금융지주회사 등에 내려가는 낙하산은 모피아와 정치권 실세 몫이라는 지적이 있죠. 문제는 이렇게 모피아가 금융권과 낙하산 인사 등으로 얽히면서 정책이 왜곡된다는 것입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 본 것처럼 ‘퇴임 후 자리’를 보장해 줄 금융회사에 유리하게 일을 처리하려는 동기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런 관행은 금융정책의 예측가능성, 신뢰성을 해치고 결국은 금융사들이 법을 지키는 것 대신 모피아에 대한 로비에만 열중하게 만드는 폐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검사권, 한국은행ㆍ 예금보험공사와 공유해야

홍: 이번에 금융감독원 비리를 수술하기 위해서 총리실 산하에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는데요, 이 기구도 사실상 모피아 중심이어서 근본 개혁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구심이 제기되더군요.

제: 지난 9일 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가 발족했습니다. 민간위원 7명과 차관이상 정부관료 6명 등 13명으로 구성됐는데요. 명단을 보면 일부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모피아로 부를 수 있는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출신 관료들이 주축을 이루고, 민간위원 중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만한 인물은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과연 ‘모피아의 이해를 벗어난 근본 개혁이 되겠나’하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관료들의 책임을 묻고 기득권을 박탈하는 방향의 논의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입니다. 지금 많은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개혁 방향 중의 하나는 금감원이 독점하고 있는 금융회사 검사권을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와 공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상호 견제와 감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인데요. 특히 중앙은행에 보다 강력한 검사권을 주는 것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미국, 영국 등 주요국들이 대부분 가고 있는 방향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은행에 독립적 조사권을 주는 한은법개정안이 2년째 표류 중입니다. 바로 모피아와 이들을 편드는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입니다.  

홍: 결국은 모피아의 기득권 구조를 깨지 않는 한 근본적인 금융개혁이 어려울 것이란 얘긴데요, 어떤 대안이 필요할까요.

제: 모피아 중심의 회전문 인사, 낙하산 인사의 가장 중대한 폐해 중 하나는 정책 실패의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을 묻는 근본 수술을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전직이나 현직이나 끈끈한 이해를 공유하기 때문에,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도 덮어주고 무마하기 바쁘지 냉정한 원인 규명과 문책을 좀처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책 실패의 당사자가 민간에 가 있다가 회전문인사를 통해 재등용되면서 개혁을 적극적으로 막는 입장에 서기도 합니다. 현 정부의 경제관료 중에도 97년 외환위기의 잘못된 대응, 고환율정책 실패, 최근의 저축은행 부실 문제에 이르기까지 직접 책임이 있는 이가 여럿 있는데 제대로 된 책임 추궁을 받지 않았습니다. 우선은 현재의 금융감독개편 논의를 관료가 아닌 민간전문가와 국회가 주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제도적 개혁 외에 앞으로 정권 차원에서 회전문 인사와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명시적 선언과 실천이 필요합니다. 이걸 과연 현실적으로 기대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은 있습니다만, 반드시 이끌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적 감시가 철저히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5월 11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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