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정임의 문답쇼, 힘] ②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박승(70) 전 한국은행 총재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위기가 아닌 ‘가계로 돈이 안 흘러 생긴 민생위기’를 겪고 있다고 진단하고, 법인세 등을 더 걷어 복지확충 등 적극적인 소득재분배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은 물론 전국의 실업계 고등학교 교육도 전면 무상으로 전환하고 정부가 실업계 졸업생의 취업까지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 전 총재는 지난달 31일 저녁 9시 방영된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해 이같이 밝혔다.

▲ 지난달 31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한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은퇴 이후의 삶과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여성과 지방대생을 배려했던 한국은행 총재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한국은행에서 퇴임하신 지 10년 정도 되셨죠. 지금도 한국은행 직원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총재가 어느 분이냐’고 물으면 박 총재님을 떠올린다고 해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박승(전 한국은행 총재): 과분한 말씀입니다. 다만 제가 한국은행에서 재직할 때 한국은행과 직원을 많이 사랑했습니다. 아내에게 “우리 직원들 뒤통수만 봐도 예쁘다”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을 알아준 것이 아닌가 합니다.

: 당시 한은 여직원들이 교육이나 연수 기회에서 소외돼 있었는데, 일부러 쿼터를 늘려서 해외 공부도 보냈다 그런 얘기를 들었어요.

: 제가 총재가 되고 국제회의에 나가 보니, 우리나라 중앙은행에 여성들의 진출이 너무 미약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당시 여성으로서 가장 높은 지위는 과장이나 차장급뿐이었습니다. 외국에는 총재, 부총재도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재직 중인 여성들을 위해 해외 연수 기회나 승진 혜택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50~60년 전 과거에는 한국은행에 지방대 출신 학생들도 많았는데, 취임하고 보니 15년간 지방대 출신 신입사원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겁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각 도에서 한 명씩 ‘지역 경제 전문가’라고 이름을 붙여 지방대 출신을 채용했습니다. 이들은 최소 10년간은 출신 지역을 위해 일하고 그 이후엔 다른 곳에 갈 수 있었죠. 한국은행 사원을 배출한 한 지방대학에선 학교 정문에 플래카드를 걸기도 했습니다.

수업료 때문에 시험 날 교문에서 쫓겨난 소년 

: ‘내 인생의 키워드’, 첫 번째로 수업료를 꼽아주셨어요.

: 제가 수업료 때문에 가슴에 맺힌 게 있습니다. 저는 전라북도 김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기차와 도보로 하루 14km를 왕복하는 통학을 했습니다. 당시는 전쟁 중이었습니다. 학교도 어려웠습니다. 시험을 치를 때 교문에서 수업료 영수증을 검사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영수증이 없는 사람은 시험에 응시할 수 없었죠. 저는 가정 형편상 수업료를 내지 못한 때가 많았습니다. 아침부터 오후 5시 반까지 밖에 있다가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공부를 안 해서 성적이 나쁘다면 내 잘못이지만, 수업료를 못 내서 시험을 못 본 건 누구의 잘못인가? 내 책임인가, 부모의 책임인가, 사회의 책임인가?” “앞으로 자녀를 낳으면 절대 수업료 걱정은 시키지 말아야지.”

그때 정신적으로 내가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다음에 제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는데, 수업료는 여전히 걱정이었습니다. 매년 9월엔 빚을 내서 등록금을 냈어요. 당시 빚은 ‘곱빼기’라는 게 있었습니다. 쌀 한 가마를 빌리면 두 가마로 갚아야 했던 고리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학교에 등록만 해놓고 고향에서 농사를 지어 등록금을 충당하고 시험 때만 학교에 가곤 했죠. 수업료 때문에 빚 얻으러 다니면서 겪었던 일들, 그런 것들이 지금도 마음에 맺혀 있습니다.

: 지난해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급식비를 안 낸 학생은 밥을 먹지 말라’고 막아서 학생들이 상처를 받고 사회문제가 된 일이 있죠. ‘수업료를 못 낸 것이 누구 책임인가’를 물었을 때, 부모 책임일 수도 있고 사회의 책임일 수도 있지만 학생에게 책임을 지울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 그것은 사회의 책임입니다.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빈부에 관계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해요.

자식의 부모 사랑은 ‘개똥 옆의 감을 드리는 사랑’

: 두 번째 키워드는 감나무를 꼽아주셨네요.

: 제가 자랄 때는 시골 아이들의 유일한 간식거리가 감이었습니다. 하루는 감나무 밑에 먹음직스런 빨간 감이 떨어졌는데 그게 개똥 옆에 있었어요. 개똥이 묻진 않고 바로 옆에 있었는데, 먹자니 꺼림칙해요. 고민을 하다가 그걸 어머니께 드려야겠다고 결심했죠. 어머니께선 ‘왜 이렇게 좋은 감을 나를 주냐’고 물었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니 크게 웃으셨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 잡수셨는지 버리셨는지 모르겠어요. 그때 일을 떠올리면 ‘자식의 부모 사랑이란 개똥 옆 감을 드리는 사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라면 자기 먹기 꺼림칙한 걸 자식에게 주겠어요? 감나무를 볼 때마다 그때 생각이 납니다.

: 어머님은 어떤 분이셨나요?

: 제 어머님은 마흔셋에 저를 낳으셨습니다.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분이죠. 시집와서 새벽부터 보리방아에 밭일에 길쌈을 하며 생계를 꾸려나가셨습니다. 제가 대학에 등록만 해놓고 고향에 내려가 농사를 지을 때, 어머니께선 깨, 콩, 팥 등 곡물을 이고 5km 거리에 있는 김제 시장에 팔러 나가곤 하셨습니다. 고생하신 게 지금까지 마음에 걸립니다. 저는 지금도 어머니가 시집오실 때 가져오신 나무 궤짝 안에, 옷, 틀니, 보청기, 사망진단서를 넣어두고 제 책상 바로 밑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쓴 일기

: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평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일기 쓰는 습관은 제가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어릴 땐 주변 선배들로부터 건방지다는 주의도 받았는데 항상 스스로 감시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기는 어려울 때 용기를 북돋아 주기도 했습니다.

: 옛날에는 어떤 종이에 어떻게 일기를 쓰셨는지 궁금한데 한번 보여주실 수 있으실까요?

▲ 박 전 총재가 60여년전 직접 종이를 잘라 만든 일기장을 방송에서 공개했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 제가 중학교 고등학교 다닐 때는 돈이 없어서 노트를 사서 쓰지 못했습니다. 지물포에서 종이를 사다가 직접 노트를 만들어 썼죠. 1955년 3월 15일은 서울대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제가 이리공업고등학교를 그 전해에 졸업하고 농촌에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등잔불에 입시 공부를 했습니다. 시험을 잘 못 봤지만, 합격자 발표를 보러 서울에 갔죠.

“오늘이 서울상대 합격자 발표일이다. 걱정과 초조가 쌓인다. 오후에 종암동 서울상대에 나가보았다. 두 시 반에 발표라고 하는데, 아직도 두 시간이나 남았는데, 문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 듯하다. 두시 반, 드디어 어떤 분이 합격자 발표 번호를 쓴 종이를 두르르 말아서 강당에 붙이기 시작한다. 내 심장은 끓기 시작했다. 오, 하나님이여. 1749번의 이름을 넣어 주십시오. 합격자 처음 번호가 18번이다. 그러면 1번부터 17명이 모두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정말 겁이 난다. 100번 단위, 200번 단위, 300번 단위… 드디어 1700번 단위에 이르렀다. 합격자 1700번, 다음에 1704번, 1726번, 그 다음 1749번. 나는 소리 높여 외치면서 놀란 토끼처럼 뛰어나갔다. 그러나 나가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 본 듯만 싶다. 나는 혹시 그 번호가 오자가 아닌가 해서 서무과에 가 보아서 이름을 확인했다. 박승, 내 이름도 분명했다. 쾌재. 이젠 소원풀이 했다. 온 세계가 내 것인 듯한 기분이다. 매일 저녁 정화수에 기도를 드린 어머니의 정성인가 싶었다. 가난에 찌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성취를 이뤄 낸 나의 승리다. 이 어려움을 이기고 성취를 일궈낸 이 정신을 평생토록 지켜나가자.”

한국 자본주의는 미국보다 더 심한 개인주의

: ‘인생의 지혜를 나누는 강의’ 순서입니다.

: 오늘 강의의 제목은 ‘한국의 자본주의 바르게 가고 있는가’ 부제는 ‘나만 잘살면 되는 것인가’입니다. 우리나라 경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입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미국형과 유럽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미국형은 유럽형에 비해 자기 책임을 강조하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자본주의입니다. 유럽형은 사회 보장의 틀 안에서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우리나라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개인주의적 자본주의인 미국형보다 더 심한 개인주의적 자본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부동산중심의 성장을 한 것입니다. 지난 60년 동안 물가는 30배가 올랐는데 땅값은 3000배가 올랐습니다. 개인이 땅값 상승으로 이익을 얻은 만큼 사회는 손해를 봤습니다. 주거비가 가파르게 올랐고, 열심히 일해도 집을 사기 어려워졌습니다. 또 하나는 대기업 위주의 압축성장을 하면서 ‘선 성장 후 복지’ 정책을 내세운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경제가 성장했는데도 복지 수준이 크게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개인주의적인 색채가 확고합니다. 나만 잘살면 된다는 질서가 분명하게 서 있습니다. 지금도 돈만 모으면 그만이다는 질서가 팽배합니다. 그 결과 어떤 문제가 있는가. 가장 큰 문제는 빈부계층의 대물림입니다. 저는 어떻게 보면 개천에서 용 난 경우였습니다. 지금은 개천에서 용 나는 걸 전혀 상상할 수가 없어요.

▲ 박 전 총재는 한국식 자본주의를 미국형 자본주의보다 더욱 심한 극단적 개인주의 성향이라고 진단했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 지금은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끊겼다는 말들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 과거엔 교육이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됐는데, 지금은 계층 대물림의 사다리가 되고 있어요. 또 집값이 너무 비싸 부모가 집을 물려줄 수 없으면 평생 집을 마련하기 어렵습니다. 거기서 또 계층이 갈리는 거죠. 사람이라는 게 자식이 더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어야 사는 거지, 후손들이 대대손손 못 산다고 생각하면, 대단히 위험한 사회가 되는 겁니다. 헬조선, 흙수저, 금수저,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등의 말이 회자된다는 건 한국에 경고가 울렸다는 거죠. 이 이상으로 가면 한국 자본주의는 굉장한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사회 통합도, 안정도 안 되고 치안도 불안해집니다. 작년 11월 <신동아>를 보면 젊은이들 70%는 빈부격차가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라 답변했습니다. 그러면 과연 지금 나 혼자 잘 살려면 잘 살 수는 있는 것인가? 과거엔 ‘예스’, 지금은 ‘노’입니다. 지금 사람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건 ‘공공재’입니다. 공기, 환경, 교육, 사회보장 등이 그것입니다. 억만장자도 자기만 좋은 공기를 마실 순 없습니다. 자기 자식을 위해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만들어서 공부 못 시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공재를 외면합니다. 자기 자식만 잘 가르치려고 사교육시키고, 유학 보내고. 교육은 공공재라 공교육을 강화해야 하는데, 교육세는 안 내려고 하고, 내 자식만 가르치려고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정신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한국은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국민총생산 중 정부 복지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2%인데, 한국은 10%로, 28개국 중 28등입니다. 국민행복지수, 청소년생활만족도, 국민 정신건강, 출산률 모두 꼴등입니다. 노인빈곤률, 자살률만 1등입니다. 경제는 선진국 수준인데, 삶은 바닥입니다. 공공재에서 막혀서 그렇습니다. 공동체를 함께 살리려는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입니다. 옆 사람과 함께 잘사는 시장경제를 만들어가자는 겁니다. 사회 전체 틀에서 개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불평등한 소득분배

: 지금 한국사회의 소득분배는 어떤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 얼마 전 IMF(국제통화기금)에서 ‘아시아의 소득분배’라는 연구자료를 냈습니다. 소득 상위 10%가 전체 국민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이, 20년 전에는 29%였는데, 지금은 45%로 커졌어요.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늘었습니다. 한국의 소득불평등은 일본보다 커서,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고 나왔습니다. 한국의 소득분배는 역주행하고 있습니다. 과거엔 경제서 8% 성장하면 대기업 소득도 가계소득도 각각 8%씩 늘었습니다. 선순환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세우고 투자하고, 번 돈은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둡니다. 대기업이 버는 돈이 순환이 안 되니까 국민 소득은 느는데 가계는 계속 가난해지는 겁니다. 게다가 가계부채 많고 자녀 교육비 많이 들고 전월세 오르고 하다 보니 삶이 어려운 거예요. 지금 경제위기의 본질은 성장 문제가 아니라 민생 문제입니다.

▲ OECD 가입국 평균 국민총생산 대비 정부 복지지출은 약 22%. 반면 한국은 10%에 불과하다. 박 전 총재는 공공재 확충을 정부의 주요 과제로 꼽았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수출이 하강하는 게 위기의 본질이 아니다. 더 핵심적인 위기는 민생의 위기다. 그 민생의 위기는 가계로 돈이 흐르지 않는 것, 가계 빈혈 때문이라는 거죠.

: 그렇습니다. 대안은 정부가 나서야합니다. 소득재분배 정책을 써야 합니다. 대기업 소득을 법인세로 더 걷고, 고소득자의 소득세, 부동산 금융자산의 자산세를 더 걷어야 합니다. 한국 세금이 높다고들 하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선진국에는 ‘자산이득세’가 있습니다. 땅값 오르고 주식가격 오른 것에 대해서도 세금을 냅니다. 이렇게 있는 사람 세금 늘리면서 일반국민도 동참하자는 의미에서 부가가치세도 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 정부는 지금 어떻게 수출을 늘릴까, 투자를 많이 하게 할까 고민하면서 세금을 더 깎아주고 규제를 풀 생각을 하고 있는데….

: 구시대적이죠. 과거에는 수출, 투자가 성장을 이끌었어요. 하지만 이제 달라졌습니다. 수출과 투자의 성장 주도력이 떨어졌어요. 물론 이 부분에서 노력은 계속해야 하지만 국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므로 우리 마음대로 안 됩니다. 대신 소비는 우리가 얼마든 늘릴 수 있습니다. 이젠 소비가 주도하는 성장을 해야 합니다.

급식과 보육은 물론 실업계 교육도 무상으로 해야

: 일단 세금이 더 들어온다고 치고, 가장 시급하게 확충해야 할 복지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 우리가 못사는 이유는 공공재 부족이라고 말씀드렸죠. 공공재는 정부가 만드는 겁니다. 지금 무상보육을 가지고 중앙이 하냐, 지방이 하냐 다투는데, 아주 웃긴다고 생각합니다. 또 어떤 데는 무상급식은 하고 보육은 안한다고 하는데 웃긴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좀 봐라, 지금이 어느 세상입니까. 세금을 더 걷어서 무상 보육도 하고 급식도 하고 두개 다 해야지. 교육도 해야 합니다. 지금 대학 졸업자가 너무 많습니다. 대학 졸업자는 50% 이하로 하고, 직업교육을 늘려야 해요. 직업교육을 무상화하고 기업과 협력해서 정부가 취업보장도 전폭 지원해야 합니다. 공고 등 직업교육 졸업한 사람들은 걱정 없이 공부하고 취업할 수 있게 해야 해요. 

 

경기침체가 있을 때 불경기..이것이 순환적인 거냐...구조적인 거냐...그런데 순환적인 것이면 그런 정책(금리를 낮춰서 집을 사게 하고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기조) 이 일시적으로 깜짝 효과는 낼 수 있으나.... 구조적인 것이라면 내성만 키운답니다. 금리나 재정 당겨쓰고 이런 것으로는 안된다고 합니다. 그런 어떤 정책과 개혁을 해야 될까요...박승 총재의 정부에 대한 고언은?SBSCNBC 채널 안내 SK B tv 26번/Olleh KT 25번/LG U 27번

SBSCNBC에 의해 게시 됨 2016년 3월 31일 목요일

: 지금 현재도 정부 정책은 금리 낮춰 집 사게 하고 부동산 통해 경기 부양시키고 그걸 성장으로 이어보려는 기조인 것 같아요.

: 경기 침체가 순환적인 거라면 유효하겠죠. 그러나 구조적인 침체라면, 그런 정책은 일시적인 깜짝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내성만 키우는 꼴입니다. 우리 경제는 구조적 위기에 처해있어요. 이대로 가면 성장률 떨어지고 빈부격차 계속 커지고, 민생문제 계속 깊어집니다. 그 대책은 금리나 재정으론 안 된다. 구조적 접근을 해야 합니다. 성장개혁과 분배 개혁을 같이해보자는 겁니다. 

노동개혁 등 성장을 높이는 정책을 펴면 진보계층과 야당이 반대한단 말이에요. 또 세금 더 걷는 분배개혁은 돈 있는 사람, 보수, 기업 반대할거고, 정부도 여당도 반대할거고. 그래서 이 둘을 패키지로 묶어서 해야 합니다. 보수 개혁과 진보 개혁을 한번에. 파업 안하고 노사평화를 가져오도록 하면서, 대기업이 법인세 더 내도록 주고받는 거예요. 이걸 하는 게 정치인의 리더십입니다. 박 대통령께서 이걸 해주면 참 좋겠지만, 아마 어려울 것 같은데 다음 정권이라도 이걸 해줬으면 합니다.

‘나누는 삶’은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

: 한은 총재 시절, 월급의 일부를 꼬박꼬박 기부했고, 출신 초등학교에 도서관을 지어주셨고, 재산의 사회 환원과 장기 기증을 결정하셨는데 어떤 생각에서 그런 실천들을 해온 건지 궁금합니다.

▲ 박 전 총재는 청년들에게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으로써 얻는 ‘큰 행복’을 누리라고 조언했다. ⓒ <제정임의 문답쇼, 힘> 화면 갈무리

: 제가 가난한 농민 아들로 태어나서 평생 직업이 교수였는데, 저축했으면 몇 푼 되겠습니까. 근데도 그렇게라도 나누려고 한 건, 제가 수업료 못 내고 쫓겨날 때 이게 사회책임이란 생각을 했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사회를 도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몇 푼 안 되지만 기부하는 건 물론 사회를 위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저 자신의 보람과 행복을 위해서이기도 하지요.

사회에 도움되는 ‘큰 행복’을 누려라

: 다섯 남매 중 네 남매를 출가시킬 때 청첩장도 함도 예단도 없는 작은 결혼식을 했다고 들었어요.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하셨나요.

: 저는 우리나라 결혼식을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선 청첩장이 세금 고지서나 마찬가지예요. 바쁘니까 돈 내고 얼굴 도장 찍고 돌아옵니다. 나부터 이걸 고쳐야겠다 싶어 일체 청첩장, 혼수 없이 했습니다. 두 명을 이렇게 치렀는데,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날 사돈 측은 축의금과 화환도 받고 그러는데, 우리는 달랑 서 있기가 좀 그랬죠. 근데 그 어려움은 하루면 됐어요. 정말 어려운 건, 친구들이 "네가 공자 맹자도 아닌데" 하면서 절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겁니다. 대인관계가 거북해져요. 한 번은 기회를 줘야겠다 싶어서 셋째 딸 결혼식에서는 청첩장도 보내고 축의금도 받았어요. 그런데 축의금을 정리하면서 누구 얼마 냈다 이걸 보게 되는 거예요. 내가 이게 할 짓인가 싶더군요. 그래서 넷째 다섯째는 다시 처음대로 했습니다. 

: 자녀들이 이런 아버지를 보고 자랐으니 남다르리라 생각하지만, 자녀분들을 포함해서 젊은 사람들에게 이런 인생의 마음가짐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조언을 하신다면.

: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행복에는 큰 행복과 작은 행복이 있다고 봐요. 작은 행복은 자기가 건강하고 먹고 사는 데 지장 없고 자녀 잘되고. 큰 행복은 남과 사회를 위해서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할 때 느끼게 되는 행복입니다. 차원이 다른 큰 행복이죠. 젊은이들이 부디 성취를 이뤄서 작은 행복뿐 아니라 큰 행복도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또 하나는 일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엄청난 시련을 겪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시련과 실패는 누구에게나 있는 거다, 언제 올지 모른다, 그런데 이 실패와 시련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항상 맞을 준비를 해라. 그리고, 이 실패와 시련을 성공의 자산으로 전환시킬 지혜를 가져라. 잘나갈 때는 참 위험할 때다. 자만하기 쉬울 때다. 그 잘나가는 게 항상 영원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자만하지 마라. 잘나갈 때 나오는 과실은 함께 나눠라. 그렇지 않으면 남이 날 질시하고 그게 나한테 해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런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경제방송 SBSCNBC가 지난 3월 24일부터 제정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가 진행하는 명사 토크 프로그램 ‘제정임의 문답쇼, 힘’을 신설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 9시부터 50분간 방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 각계의 비중 있는 인사를 초청해 정치 경제 등의 현안과 삶의 지혜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간다. <단비뉴스>는 매주 금요일자에 방송 내용을 전재한다. (편집자)  

* 전체 영상은 아래 링크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http://sbscnbc.sbs.co.kr/read.jsp?pmArticleId=10000793905

편집 :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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