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저널리즘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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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저작권은 언론사 것 아니다
[김기태의 저작권특강] 기고물 활용 땐 필자 동의 얻어야
2011년 05월 04일 (수) 14:38:12 김기태 kkt21@hitel.net

   
▲김기태 세명대 미디어창작학과 교수. ⓒ김기태 
어느 유명 칼럼니스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제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금은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아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라고 하는데요.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딸아이의 표정이 그날따라 매우 상기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아빠를 보자마자 더욱 흥분된 표정으로 다가와 하는 말인즉, “오늘 학교에서 아빠 글을 가지고 논술 공부를 했어요”라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한없는 존경스러움을 담아 제 아빠를 우러러보며 꺼내 보인 건 유명 논술잡지였는데, 거기엔 그 칼럼니스트가 일간지에 게재했던 여러 편의 칼럼이 실려 있었다고 합니다.

딸아이의 자랑스러워하는 표정과 달리 그 순간 칼럼니스트의 뇌리를 스친 건 “내가 언제 저 글들을 논술잡지에 실어도 좋다고 했지?” 하는 의구심이었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용허락을 한 기억은 도무지 없는데, 어떻게 논술잡지에 내 글이 실렸을까 싶어 궁금증은 커져만 갔고, 그 실마리는 다음 날 해당 논술잡지의 편집 책임자와 통화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윤곽이 드러났다고 합니다.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으며 칼럼니스트가 한 말은 이랬습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유명 일간지와 인기 높은 논술잡지 같은 매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믿을 수가 없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먼저 그 논술잡지를 발행하는 회사의 편집진이 논술 주제로 삼기에 적합한 의제를 정하고 나면 거기에 합당한 글이나 이미지를 확보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해당 칼럼니스트의 글 여러 편이 선택되었다고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논술잡지 편집자가 해당 칼럼을 게재한 언론사에 이용허락을 요청하면서 생긴 겁니다. 논술잡지 측에서는 해당 언론사에 연락하면 되는 줄 알았고, 해당 언론사에서는 또 당연히 자사 일간지에 실린 글인 만큼 자기들이 이용허락을 해도 되는 줄 알았던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던 겁니다.

일반적으로 언론매체(일간신문 등)에서 외부 필자에게 원고를 청탁하는 경우 해당 저작물의 이용권은 해당일자 매체에 1회 게재하는 것에만 미칠 뿐입니다. 다음과 같은 원고청탁서를 한 번 보기로 할까요.

원고청탁서

○○일보 고정칼럼 <문화사랑방> 집필을 흔쾌히 허락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칼럼 내용 및 원고마감 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알려드리오니 차질이 없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원고 내용 : 문화 관련 칼럼인 만큼 문화 전 분야에 대해, 혹은 다른 분야나 시사적인 이슈를 다루는 경우에는 문화적으로 접근해 주시면 좋습니다. (○○일보 홈페이지 참고)
□ 원고 분량 : 200자 원고지 10매(2,000자) / 제목은 10자 내외
▶ 선생님의 원고는 원고 분량과 편집 분량의 차이, 또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수정될 수 있습니다.
□ 원고 마감 : 게재일 전일 오전 10시
□ 원고료 : 1회 ____만 원 (월말정산)
□ 게재 기간 : ________년 __월 ~ ________년 __월까지(○개월) / 매주 ○요일 게재
□ 송고방법 E-mail : _______@_____.com
   담당자 : ○○○ (☎ ____________)
□ 일정 조정이 필요할 경우 게재인 2주 전까지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_______년 __월 __일

○○일보 논설실장 ○○○

모든 언론사가 똑같지는 않겠지만, 필자의 경험으로 보건대 위의 청탁서와 비슷한 내용으로 원고 청탁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칼럼을 작성하는 사람, 즉 저작권자가 이러한 청탁에 응하여 원고를 보낸 행위는 해당 일자에 칼럼이 실리는 것에만 동의한다는 것일 뿐, 그 밖의 어떠한 저작권적 권한도 언론사에 부여한 바 없음을 알 수 있지요. 곧 1회 게재와 동시에 해당 저작물의 저작권은 원래의 권리자에게 귀속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해당 언론사가 제3자를 상대로 외부필자의 저작물에 대해 이용허락을 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겠지요.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이용허락’에 대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46조(저작물의 이용허락)

① 저작재산권자는 다른 사람에게 그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허락을 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허락에 의하여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이를 양도할 수 없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저작물의 이용에 관한 배타적 권리(exclusive right)는 저작재산권자에게 있기 때문에 저작재산권자는 자기 소유의 저작물을 양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용 형태에 따라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도 있습니다. 곧 저작권법 제46조에서는 저작물의 이용허락(license)에 따르는 저작재산권자의 권리와 그 성질 및 내용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것이지요.

먼저, 저작재산권자에게는 자기 저작물의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을 스스로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다른 사람에게 이용을 허락하고 적당한 대가를 받음으로써 재산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제46조 제1항의 규정은 저작물의 이용허락에 관한 저작재산권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밝힌 것이며, 저작재산권자로부터 허락을 얻지 않고 어떤 방법으로든지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위법임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당하게 이용허락을 받은 이용자가 획득하는 권리의 성질에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작재산권자가 저작물에 관하여 갖는 권리는 배타적 권리, 즉 누구를 상대로 하든지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이지만, 이용허락을 받은 사람이 갖는 권리는 이용에 따르는 채권적인 권리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저작물의 이용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가진 저작재산권자는 같은 이용 방법으로 여러 사람에게 이용허락을 할 수 있으며, 이용자는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규정에 따라 이용허락을 얻은 이용자라고 하더라도 허락받은 이용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만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여기서 ‘허락받은 이용방법’이란, 복사ㆍ인쇄ㆍ녹음ㆍ녹화ㆍ공연ㆍ방송ㆍ전송, 그리고 전시 또는 디지털음성송신 등과 같은 이용형태는 물론 이용 부수, 이용 횟수, 이용 시간, 이용 장소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이용 방법을 모두 포함합니다. 그리고 ‘허락받은 조건’이란, 저작물을 이용하는 대가로서 얼마의 금액을 언제까지 지급하기로 한다든가, 별도의 특약을 하는 것 등이라고 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연극의 상연을 위한 목적으로 어느 저작물에 대한 이용을 허락받았는데 연극이 아닌 책으로 꾸며서 출판의 방법으로 이용했다면 문제가 되겠죠. 또한 저작물을 1년 동안만 이용하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년이 지난 후에는 이용할 수 없으며, 모든 권리는 다시 원래의 저작권자에게로 복귀된다는 뜻을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또, 저작물을 일정한 용도에 의한 이용허락을 얻어서 이용에 관한 정당한 권리를 갖게 된 사람이라도 저작재산권자의 동의가 없이 제3자에게 이를 양도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용자의 권리’란, 곧 ‘허락받은 이용 방법과 조건의 범위 안에서 그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앞선 예에서 본 것처럼, 1회 게재를 목적으로 원고청탁을 한 이용자(언론사)가 게재 후에도 계속 다른 이용자에게 저작물 이용을 허락하거나 해당 이용권을 양도할 때에는 반드시 저작재산권자의 허락이 있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때에는 역시 위법이 됩니다. 따라서 위의 예에서 논술잡지 편집자는 전혀 권한이 없는 언론사에 이용허락을 요청한 것이고, 해당 언론사는 자기에게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바탕으로 이용허락을 한 것이므로 양쪽 모두 칼럼니스트의 저작권을 침해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업무상저작물에 대한 권리와 외부 필자에 기고물에 대한 권리의 차이를 명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언론인들은 내부 저작물뿐만 아니라 외부 기고물에 대한 관리에 좀더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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