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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력 분권화·인적청산 시급
금산분리 규제는 풀리고 금융감독원은 썩었고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5월 04일 (수) 12:52:24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금융 감독권 독점한 금감원..실력과 직업 윤리는 어디에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저축은행들의 불법행위를 적발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감시를 제대로 못한 것은 물론, 불법행위를 방조하거나 무마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다’는 말이 나올만한데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그렇습니다.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예금인출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무려 7조 원대의 대출비리 등 대주주 위법행위를 적발했는데, 금융감독원 출신인 계열 저축은행 감사들이 이에 적극 가담했고, 금감원 현직들은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 주었다는 혐의가 드러났습니다. 지금 10여 명이 조사를 받고 있다고 하죠? 이에 앞서 지난 2월 부산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직전에 VIP(중요)고객예금이 불법적으로 인출되는 현장에도 금감원 직원들이 있었는데 이를 방치한 것으로 나타나, ‘금감원은 능력도 직업윤리도 완전 실종된 조직’이라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물론 금감원의 모든 임직원이 그런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상황이 심각합니다.

홍: 금감원 임직원들이 금융회사들을 감시 감독하는 대신 불법행위의 조력자가 된 것은 퇴직 후 금융회사의 이사나 감사로 자리를 옮기는 관행 탓도 크다고 하죠?

   
제:
맞습니다. 국회에 보고된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금감원 퇴직자가 저축은행 감사로 간 경우가 19건, 은행 증권 보험 카드회사로 범위를 넓힐 경우 103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공직자윤리법의 적용을 받는 금감원 임직원은 원래 퇴직 후 2년 내에는 퇴직 직전 3년간 맡던 업무와 관련된 회사로 갈 수 없습니다. 그러나 금감원이 퇴직 무렵 현업과 무관한 곳으로 발령을 내는 이른바 ‘보직세탁’ 등을 거쳐 많은 간부들을 금융회사 임원으로 진출시켜왔다고 합니다. 집단이기주의가 작동한 것이죠. 그러니 현직에 있을 때는 다음 자리 생각해서 금융회사들을 돕고, 금융사에 나가서는 금감원을 상대하는 로비스트로 활약하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홍: 금감원은 거의 독점적으로 금융감독권을 행사하는 기관인데, 임직원들이 이렇게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우선한다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군요.

제: 우리나라의 금융감독체제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까지만 해도 은행, 증권, 보험 각각의 감독원과 신용관리기금으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를 통합해서 효율적인 금융감독을 한다는 취지로 지난 99년에 통합 금융감독원이 출범했습니다. 금감원은 그동안 예금보험공사와 한국은행에 금융감독 권한을 나눠주어야 한다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금융감독권을 독점해 왔습니다. 그러나 ‘반관반민’ 즉 신분상 공무원은 아니면서 공공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금감원 임직원들이 이렇게 강력한 권한에 걸맞는 실력과 직업윤리 신뢰성을 갖췄는가에 대해선 끊임없이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이번 저축은행사태 전후해서도 금감원 전현직 5명이 수뢰 등 혐의로 구속 혹은 체포됐는데, 과거 정현준 벤처비리 등 대형 금융사건이 터질 때 마다 이에 연루된 금감원 직원이 속출했습니다.

철저한 직무 감사·사건 수사 통해 부패 척결해야

   
홍:
임직원들의 개인비리 뿐 아니라 삼성비자금 사건 등과 관련해서 금감원이 조직차원에서 금융회사들을 비호한다는 지적도 있지 않았습니까?

제: 그렇죠. 지난 2007년의 삼성비자금 사건 당시 삼성증권이 특검 수사 등에 대비해서 차명계좌를 통한 주식거래 신청서 등 수십만 건의 관련서류를 폐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를 포함해서 삼성계열 금융회사와 우리은행 등 삼성 거래금융사 10여 곳의 불법행위가 드러났죠. 엄격하게 따지자면 이렇게 금융실명제 등 현행법을 위반한 심각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영업정지나 점포폐쇄 명령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은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미루고 미루다가 기관경고, 기관주의 등 ‘솜방망이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금융 질서, 혹은 나라 경제 질서를 바로잡는 게 아니라 더 어지럽힌다는 비판이 빗발쳤습니다.

홍: 정부는 최근 금산분리, 즉 산업자본이 금융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완화하면서 “금융사가 재벌의 사금고가 될 것이란 우려는 금융 감독을 강화해서 해소할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이런 금감원을 믿고 그런 얘길 할 수 있을까요?

   
제:
금융감독원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개별 금융회사들이 작심하고 저지르는 비리를 일일이 막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더구나 금융상품이 나날이 복잡해지고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기술적 능력의 한계도 있고요. 그런데 지금처럼 금감원이 조직차원, 혹은 임직원 개개인의 이기주의에 함몰돼 감시대상인 금융회사들을 비호하는 입장에 선다면 더더욱 ‘공정한 심판’과 ‘감시자’로서 금융소비자의 이익, 국가경제의 이익을 지켜줄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 것입니다. 서브프라임사태 등 대형 금융위기가 과도한 규제완화와 금융감독의 부재 때문에 초래되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사전적인 규제와 함께 사후적인 금융 감독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지, 지금처럼 거꾸로 가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홍: 금감원이 최근 ‘쇄신’을 내세우면서 주요 보직의 85%를 바꾸는 등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고 하는데요, 이런 인사이동으로 과연 쇄신이 가능할까요?

제: 글쎄요.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데, 자리를 바꾼다고 근본적으로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금감원 내에도 사명감 있고 양심적인 인재들이 적지 않을 텐데, 이들까지 물들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권한을 독점하고 견제가 되지 않는 조직은 썩기 쉽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금감원이 독점하고 있는 금융감독권을 예금보호를 책임진 예금보험공사, 통화신용정책을 책임지는 한국은행과 적절히 공유하면서 상호 견제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중복검사를 받게 되는 불편이 있을 텐데, 이는 검사의 주기를 조절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금감원 퇴직 후 곧바로 금융회사로 가는 관행은 철저히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 통로가 작동하는 한 금감원이 제 기능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의 직무에 대한 철저한 감사, 그리고 관련사건 수사를 통해 부패 관련 임직원을 확실히 물갈이하는 조치도 시급합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5월 4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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