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 전중환 교수
주제① 진화된 인간본성: 도덕

‘소녀시대’ 윤아에게 호감이 가는 이유

"사람들은 왜 ‘소녀시대’ 윤아의 얼굴에 호감을 갖는 걸까?"

“사람들은 왜 단 것을 좋아할까?"

첫째 질문에 대해 진화심리학은 여성미 넘치는 얼굴을 지닌 이성과 짝짓기하는 것이 번식에 유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단 것을 좋아하는 성향은 당이 높은 에너지원이어서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 강의 중인 전중환 교수.  ⓒ 최원석

다시 말해 인류의 먼 조상들이 계속 부딪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유전자가 자연선택되어 지금의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진화심리학을 한국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이가 전중환 교수(경희대)이다. 그는 진화심리학의 대가인 데이비드 버스 교수(텍사스대)의 제자로서, 귀국 직후 <오래된 연장통>을 써 ‘2010 올해의 과학책’으로 선정될 만큼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전 교수는 찰스 다윈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는 데 얼마나 중요한 구실을 했는지 강조하면서 강의를 시작했다.

“빵은 빵 굽는 사람이 만들었고, 시계는 시계공이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누가 만들었습니까? 더 정교하고 위대한 존재가 만들었다는 게 하향식 창조이론입니다. ‘더 복잡한 생물이 덜 복잡한 생물을 만든다’는 하향식 창조이론은 다윈의 진화이론이 나오면서 철저히 깨졌습니다. 다윈은 ‘단순한 것이 더 복잡한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상향식 창조이론을 주장한 거죠. 그의 ‘위험한’ 아이디어는 많은 이들을 격분시켰지만 생명체를 이해하는 데 큰 업적을 남겼습니다.”

다윈이 말하는 생태계는 작은 개선들이 긴 세월을 거치며 누진적으로 발전해왔다. 전 교수는 “복잡한 무언가를 보았을 때 그것의 진화적인 기능을 묻는 것, 곧 그 성질이 어떤 목적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진 것인지를 묻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것의 진화론적 목적을 이해하면 사회현상에 대한 깊은 성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삶을 이해하는 여러 패러다임 중 우리의 도덕심은 진화론적 관점에서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가시적인 인간의 외형과 달리 내면의 정신이 진화했다는 주장은 왠지 낯설다. 종종 진화론은 ‘마음과 같은 비물질적 부분도 과연 진화가 가능한가’라는 공격을 받곤 한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장인이 가끔 진화의 증거를 물어올 때면 가정의 평화를 위해 침묵을 택합니다.”

냉동닭과 하는 성행위는 용납될 수 있나?

그러나 전 교수가 신봉하는 다윈은 정신과 물질의 분리 자체를 깨부쉈다. 그는 인간 마음의 영역인 도덕적 행위 또한 진화론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떤 남자가 매주 한 번 슈퍼마켓에 들러 냉동닭을 구매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가 냉동닭과 성행위를 한 다음에 요리를 해서 먹는다면 그 남자의 행동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있을까요?”

순간, 대답 대신 강의실 공기가 싸늘해진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남자는 그릇되지 않다’고 도덕철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로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께름칙하다.

 ▲ 전중환 교수의 저서 <오래된 연장통>
전 교수는 도덕심리학자 조나단 하이트를 인용하며 도덕 판단에 관여하는 심리적 작용은 크게 도덕적 직관과 도덕적 추론, 두 요소로 분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노, 감사, 죄책감, 동정 등에 의해 작동되는 도덕적 직관은 어떤 사건의 옳고 그름에 따라 즉각적인 판단을 한다. 위 이야기를 듣자마자 느낀 불편한 감정을 되짚어보면 알 수 있다. 그러나 도덕적 추론은 정서의 개입 없이 합리적 이성에 의해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다. 위 행위에 잘못이 없다고 보는 견해는 도덕적 추론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도덕적 추론에 의해 사후 정당화를 한 것이다.

하이트에 따르면 보통 사람들의 도덕 판단은 도덕적 직관을 거쳐 도덕적 추론에 이른다. 인간의 직관적 부분은 많은 유인원들과 공유한다. 즉, 정서적인 감성 부분이 먼저 진화했고 도덕적 추론은 사후에 정당화하는 역할만 한다.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다. 동성애의 경우 우리는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직관적으로는 싫어할 수 있다.

처벌을 통해 걸러진 비도덕적 행위

전 교수는 “도덕심은 사회가 공통적으로 나누는 보편적 규칙이며, 사회는 비도덕성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덕심이 사회의 안녕을 이루고 지켜왔기 때문에 모든 인류는 그것을 공유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브로콜리에 대한 호불호는 나뉘지만 살인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없다. 비도덕성에 대한 처벌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만일 당신이 목욕탕에 가서 모르는 사람의 등을 밀어주었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 사람이 도움만 받고 그냥 목욕탕을 나가버렸습니다. 당신의 호의만 받고 당신의 등을 밀어주지 않은 그 사람은 개인적인 이득이 당신보다 크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개인적 이득만 챙기는 행위는 사회의 결집을 약화시킵니다. 이런 배은망덕을 줄이거나 골라내기 위해 비도덕적인 행위들은 처벌을 통해 걸러지고 도덕적 행위들만 진화된 거죠”

 ▲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들. ⓒ 최원석

각 사회와 문화에 나타나는 도덕성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인 것 같지만, 인류학자들이 조사한 바로는 몇 가지 주제들로 수렴된다고 전 교수는 설명했다. 우리의 도덕성을 구성하는 요소는 5가지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타인을 돕는 행위와 공정과 상호성을 중시하는 문화는 서구사회에서 특히 강조된다. 여기에 더해 자기 집단에 대한 충성과 권위에 대한 존경, 그리고 순결과 신성으로 이뤄지는데, 비서구사회에는 이 다섯 요소가 비교적 골고루 나타난다고 한다.

우리를 비롯한 동양사회에서는 집단에 대한 충성심, 윗사람에 대한 공경, 아랫사람을 이끄는 포용력, 성적 방종을 멀리하는 절제심이 도덕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그 이유를 전염성 병원균이 더 득세했다는 환경적 차이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실제로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에 역사적으로 전염병이 많았다고 한다. 도덕성의 보편적 심리기제가 각 지역에 고유한 생태적, 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받아 알맞은 도덕심을 만들어 낸다는 명제가 확인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인간에게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려준다면 인간은 더 개선 될 것이다”라는 소설가 안톤 체호프의 말을 인용했다. 인류는 끊임없이 본질을 알고자 노력했지만 다가서기에는 너무 멀었다. 이런 상황에서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여러 학문 중 하나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진화심리학은 너와 나를 설명하는 정확한 답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이해의 폭을 넓혀주는 데는 분명히 유용한 듯했다. 


* 저널리즘스쿨특강은 <사회교양특강> <인문교양특강> <저널리즘특강> <문사철특강>으로 구성되며, 매 학기 번갈아 개설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서울 강의실에서 일반에 공개됩니다. 저널리즘스쿨이 인문사회학적 소양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그것이 언론인이 갖춰야 할 비판의식, 역사의식, 윤리의식의 토대가 되고, 인문사회학적 상상력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학기 <사회교양특강>은 김두식, 전중환, 박상훈, 구갑우, 김동춘, 박명림, 홍기빈 선생님이 맡는데, 학생들이 제출한 강연기사 쓰기 과제는 강의를 함께 듣는 지도교수의 데스크를 거쳐 <단비뉴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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