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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분리 완화 ‘마지막 빗장’ 푸나
재벌 금융소유 활짝 열어주고 경제력집중 부채질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4월 27일 (수) 13:19:19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최근 국회에서 금산분리 완화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이번 달 임시국회에서 ‘처리 한다’ ‘못 한다’ 말이 많은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금산분리’라는 것은 산업자본, 즉 일반 기업들이 금융자본, 즉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금산분리 완화’라고 하면 이러한 규제를 풀어서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선 이미 지난 2009년에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가질 수 있는 한도를 4%에서 9%로 확대하는 내용의 금산분리 완화가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단행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공정거래법을 고쳐서 일반지주회사가 증권 보험 등 금융자회사를 갖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추가적인 금산분리 완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를 허용하되, 일정규모 이상에 대해서는 지주회사와 금융자회사 사이에 금융 부문을 총괄하는 '중간지주회사'를 두어 별도의 감독ㆍ규제를 받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법안 통과 위한 일부 대기업의 로비 정황 드러나

홍: 이렇게 금산분리를 완화하자는 이유는 뭔가요? 

   
제: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하는 정부와 재계의 주장은 우선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재벌그룹의 소유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많은 재벌그룹들이 계열사 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의 지분을 소유하는 ‘순환출자’를 하고 있는데, 금산분리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면 SK, 삼성 등 많은 그룹들이 이런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들 재벌그룹들이 일반지주회사 형태로 지배구조를 단순화, 투명화 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주자는 것이죠. 이와 함께 기업들이 금융자회사를 통해 기밀유지가 필요한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금융업 투자도 확대할 수 있게 하면 전반적인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논리입니다. 또 외국자본으로부터 국내 금융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도 대기업의 금융회사 소유 길을 터주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홍: 그런데 시기적으로 꼭 이번 4월 국회에서 개정안이 처리되어야 한다고 목을 매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면서요?

제: 이 개정안이 빨리 통과되지 않으면 SK증권을 가진 SK그룹, CJ 창업투자를 가진 CJ그룹 등 금융자회사를 가진 지주회사들이 해당 금융사를 처분하거나 과징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지주회사를 만들 때 이미 갖고 있던 금융자회사를 처분하도록 유예기간이 주어졌는데, 그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SK그룹의 경우 금융자회사를 처분해야 하는 시한이 오는 7월2일인데, 법률시행에 따르는 준비기간을 감안할 때 4월 임시회기 내에 개정안이 빨리 처리되지 않으면 7월 초까지  SK증권을 매각하거나, 최대 180억원 가량 과징금 물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SK가 특히 초조한 입장이죠. 

홍: 바로 이런 사정 때문에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술자리를 했다는 게 뉴스가 된 거겠죠?

제: 그렇습니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지난 2월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과 술자리를 함께 했고, 정 수석이 그 후 이 법안의 심사를 맡고 있는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원장 박영선 민주당의원에게 두 차례나 전화를 걸어 법안의 진행 상황을 물었다는 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 수석은 다른 의원들에게도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처럼 SK그룹의 부탁을 받고 국회에 로비를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법안 처리가 오히려 어려워졌습니다. 민주당 등 야당은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방향 자체에 문제가 있는데다, LG그룹 등 이미 금융자회사를 처분한 다른 지주회사들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이번 회기에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기업 경제력집중 심화, 국가 전체 위험 초래할 수 있어

   
홍:
그런데 ‘특정 재벌에게 특혜를 주기 위한 법이다’하는 논란을 떠나서 이렇게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조치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지 않습니까? 

제: 사실은 그게 핵심입니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규제를 두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모험’을 해야 하는 산업자본이 ‘안정성’과 ‘건전성’을 생명으로 하는 금융까지 지배할 경우 산업자본의 위기가 금융부문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재벌이 은행, 증권, 보험 등을 갖게 되면 주력회사가 자금난 등 경영위기에 빠졌을 때 불법적으로 금융사 돈을 끌어다 쓸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금융시스템까지 흔들릴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계 주요국들은 법적으로, 혹은 관행적으로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지나치게 비대해진 금융자본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금산분리는 물론이고 금융권 내의 업종 간 칸막이도 더 강화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산업자본의 금융소유를 터주어서 위험요인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홍; 이번 정부 들어 대기업의 타 회사 투자를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가 폐지되고 금산분리도 완화되면서 재벌의 경제력집중이 더욱 심해진 것 역시 걱정을 낳는 부분이죠?

   
제:
그렇습니다. 재벌들이 몸집을 불리는 데 걸림돌이 되던 규제가 거의 없어지면서 경제력집중이 더욱 심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상위 10대 그룹의 계열사 자산 총액은 지난 1일 현재 약 887조 원으로 3년 전의 547조 원보다 약 57%나 늘었습니다. 계열사 수는 434개에서 649개로 약 50%늘었고요. 이렇게 경제력이 집중된 데는 말씀하신 것처럼 출자총액제한제가 폐지되고 금산분리가 완화된 데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 폐지로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업종까지 마구 진출한 것,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인하, 수출대기업에 유리한 고환율정책도 한 몫 했다고 하겠습니다. 이렇게 경제력집중이 심화되면 계열사들끼리의 봐주기 거래를 통해 시장경쟁이 제한되고, 경영난이 왔을 때 동반부실로 이어져 나라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고 갈 위험이 높아집니다. 여기에 추가적인 금산분리 완화는 경제력집중을 더 심화할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많은 걱정을 낳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4월 27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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