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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외면하면 정규직도 위험
연대 정신 잊은 현대차 노조 ‘고용세습안’에 비판 쇄도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4월 20일 (수) 17:13:25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우리나라 최대 노조의 하나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단체협약을 통해 ‘정규직 근로자 고용세습’을 추진한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어떤 내용입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을 마련했는데, 그 중 ‘채용 및 신원보증 갱신’ 관련 항목에 이런 내용을 넣었습니다. “회사가 신규채용을 할 때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 그러니까 장기근속자나 정년퇴직자 자녀가 현대차에 입사할 때 가산점을 주는 방법 등으로 신규채용에서 우대해준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고용세습’ 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이 단협안이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오늘(20일)까지 열리는 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이 요구조건을 넣을 것인가 여부를 논의해서 최종 결정한다고 합니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비판 목소리

홍: 얼핏 들어도 상당히 민감한 사안인데요, 노조가 이런 내용을 단협요구안에 넣은 이유는 뭘까요. 
 
   
제:
대외적으로 설명한 얘기를 들어보면 현대차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는데 노동자가 노력했던 만큼, 그 기여도를 인정해서 자녀가 입사를 원할 때 가점을 주는 배려를 해달라는 것이랍니다. 현대차 노조 측은 자기네가 처음 이 주장을 한 것이 아니고 이미 기아차 등 다른 대기업 단체협약 등에도 들어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 무조건 채용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채용 자격조건이 되는 사람에게 약간의 가산점을 주자는 것이므로 ‘고용세습’ 등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홍: 글쎄요, 현대차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데는 국가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온 국민이 밀어준 측면도 있지 않습니까. 어쨌거나 이런 조항을 이미 채택한 회사가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제: 네, 기아자동차와 한국지엠(GM) 등이 노사합의를 통해 비슷한 단체협약을 채택했다고 합니다. 기아차는 신규채용을 할 때 우선 채용 대상이 되는 사람으로 사내 비정규직, 그리고 재직 중 질병으로 사망한 조합원의 직계가족 한 사람, 또 정년퇴직자 및 장기근속자 자녀를 명시했다고 합니다. 한국GM 단협에도 `정년퇴직자, 장기근속자, 업무상 재해나 개인신병으로 불가피하게 퇴직한 자의 직계가족을 우선 채용한다`는 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생산부분의 정규직 채용이 거의 없어 특혜채용 사례는 없다고 해요. 이들 회사는 이 조항이 장기근속자보다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위하는 데 무게중심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홍: 그러니까 이런 단체협약을 둔 곳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거의 실행되지 않는, 사문화된 내용이라는 것이군요. 어쨌거나 현대차가 이번에 이런 단협안을 요구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꽤 높죠? 

제: 여러 곳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정규직 세습’을 추구하는 이기적 요구다, 공개 채용의 평등권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하는 비판들입니다. 사실 지금 현대차 내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데요, 비정규직노조측은 “우리가 사측의 탄압으로 고통 받는 상황에서 지원은커녕 정규직의 이익만 추구하겠다는 것”이라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청년구직자들도 “누구는 부모를 잘 둬 대기업에 혜택을 받고 입사한다면 경쟁자들이 얼마나 참담하겠나”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 내부에서도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해치는 일’이라며 반대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하는군요. 노조가 이런 문제에서 도덕성을 훼손하면 경영세습 등 사회부조리를 어떻게 비판하겠는가 하는 지적도 있고요. 또 이런 식으로 인재를 뽑으면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평등과 연대’ 원칙 아래 노동자 몫 함께 찾아야

   
홍:
정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사안인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차에도 비정규직 근로자가 꽤 많고, 지금 이들의 노동운동이 상당한 탄압을 받고 있는 상황이죠?

제; 현대차는 2004년 이후 생산직 노동자 신규채용을 안 하고 사내하청으로 인력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현재 약 8000명의 사내하청 노동자가 있는데, 일은 정규직과 같이 하지만  임금은 약 60%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지난해 대법원에서 “현대차는 장기 근로하는 사내하청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판결이 나왔죠.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과 점거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정규직이 되기는커녕 갖은 방법을 동원한 노조 탈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이 과정에서 올 들어 울산공장에서 45명, 아산공장에서 39명 등 무더기 해고와 각각 수백 명 대의 징계가 이뤄졌습니다.

홍:  이런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입장은 어떤 것입니까.

   
제:
현대차 노조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단협안에도 ‘기업의 사회적 책무’ 항목에 “회사는 사내 비정규직의 차별을 철폐하고, 비정규직의 단계적 축소를 통한 정규직화에 적극 노력한다”는 조항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신규채용이 있을 때 비정규직을 우선 채용하도록 하는 방안도 이미 실행중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측은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탄압을 방조하고 있고,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에 대해서도 선언적 이야기 외에 구체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 이른바 ‘세습고용’ 조항을 단협요구안으로 채택할 것인지를 오늘 결정한다는데요, 현대차 노조가 좀 더 큰 범위에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겠군요. 

제; 잘 아시다시피 노동운동의 핵심 가치는 ‘평등과 연대’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눌 게 아니라 ‘노동자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연대해야 정규직 자신의 일자리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는 각성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세계적 경쟁’을 내세우며 갈수록 비용절약차원에서 임금부담을 줄이려 하고 있는데 이 와중에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주어진 ‘파이’를 갖고 다툰다면 결국은 노동자 전체에게 돌아오는 몫이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많은 대기업이 정규직 노조의 묵인 아래 비정규직 인력을 사실상 착취하는 고용구조를 고착화하고 있죠. 이 때문에 노동계 전체의 단결력이 떨어지면서 노조조직률은 지난 1989년 약 20%에서 2009년 10% 까지 떨어졌습니다. 비정규직은 800만 명을 넘었고요. 국민소득 중 노동자의 몫으로 볼 수 있는 ‘노동소득분배율’은 점점 낮아져 2006년 61.3%에서 지난해는 60%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현대차 노조에게 지금 시급한 일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연대하는 등 단결권을 키워서 노동자의 정당한 몫을 확보하는, 더 큰 틀의 운동이라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4월 20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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