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저널리즘과 저작권> 펴낸 김기태 교수

국내 한 뉴스통신사는 지난 2003년부터 약 1년 간 <연합뉴스>의 기사를 5백여 건이나 도용했다가 최근 손해배상과 함께 홈페이지에 해명서를 게시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지난 2005년 시작돼 최종판결까지 5년이나 걸린 이 소송은 저작권 개념이 그리 뚜렷하지 않았던 우리 언론계가 확실히 변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사건이다. 

▲ 김기태 <저널리즘과 저작권>.
“저널리스트의 가장 큰 임무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신속하게 보도하는 것이죠. 그 자체는 공익적인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직접 발로 뛰며 만든 기사를 이름만 바꿔서 자기가 취재한 것처럼 가져다 쓴다면 윤리적으로 어긋나는 일이 됩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저작권 전문가의 한 사람인 김기태 세명대 교수(미디어창작학과)의 말이다. 그는 저널리즘 영역에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저작권 관련 이슈들을 정리해서 최근 <저널리즘과 저작권>이라는 책을 펴냈다. 기사, 칼럼, 사진 등을 둘러싼 저작권 분쟁을 사례와 함께 정리하고 취재 및 기사 작성, 저작물 인용 과정에서 언론인들이 겪는 고충을 소개했다. 또 합법적으로 기사를 이용하는 방법과 언론사 내부의 저작물 관리 방법도 친절하게 설명했다.

SNS활용 늘면서 저작권 논쟁 본격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이 미디어가 다양해지면서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언론계에는 윤리강령만 있고 저작권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요. 저작권 관련 시비가 생기면 회사 외부로 문제가 번지지 않도록 막거나, 나중에 합의를 하는 방식으로 해결해 미봉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죠.”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해외에서는 이를 둘러싼 저작권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에이에프피(AFP)통신은 트위터에 올라온 아이티 지진참사 현장 사진을 출처와 저작자를 밝히지 않은 채 무단으로 사용했다가 원작자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11월 연평도 피격 사건 당시 방송뉴스들이 개인의 휴대폰에 찍힌 동영상을 방영하는 등 SNS 활용이 늘어나고 있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시급하다. 

▲ 세명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기태 교수. ⓒ 전은선

“저작권 문제는 직업윤리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우리 언론계도 저작권과 관련된 조항을 윤리강령에 넣어 (기자와 피디 등 종사자들이) 확실히 알고 실천하도록 해야 합니다.”

언론인 윤리교육 선행 필요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위반행위에 대해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혹은 5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상당히 엄중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법적 처벌 혹은 소송 문제로 비화하기 전에 종사자들이 법 개념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지키도록 하는 윤리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인은 기사 및 영상물에 대한 저작권자가 될 수도 있고, 남의 저작물을 이용하면서 법적 권리를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제대로 지킬 수 있는 개념적 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의 말과 글을 가져올 때는 그 내용을 왜곡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성명표시권에 위배되지 않도록 저작자 이름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저작물을 복제할 때는 저작권자의 허락을 꼭 받아야 합니다. 불가피하게 내용을 바꿀 때는 양해를 구해야하고요. 책의 출처를 밝힐 때는 저작자의 이름 뿐 아니라 출판사 이름까지 포함시켜야 하고, 화면 캡처를  했다면, 어떤 사이트인지, 어떤 드라마에서 나온 것인지, 어느 방송사인지를 명시해야 합니다. 인물사진은 초상권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곳에 사진이 쓰이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것도 알아야 합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저작권 상담실 전문위원으로 10년 째 활동하고 있는 김 교수는 한국방송(KBS) 서울방송(SBS) 등에서 PD․기자․작가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관련 강의도 하고 관련 기관 등을 대상으로 저작권 및 출판정책 관련 자문도 하고 있다. 그는 “이 책을 신입 기자 피디 등을 포함, 언론계 종사자들이 널리 읽어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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