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분배 나아지고 소비 촉진, 실증 연구로 입증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최저임금위원회의 활동이 지난 8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됐는데요, 지금 어떻게 돼 가고 있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말씀하신대로 지난 8일 최저임금위원회의 90일간 공식 일정 시작됐습니다만, 출발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최저임금위에는 노조측, 사용자측, 그리고 공익측 위원이 각 9명씩 27명이 참여하고 이 중 노사위원들은 각 3명 이상 참여해야 회의가 성립되는데, 이날은 노동계 위원이 2명밖에 참석하지 않아 회의가 파행됐습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가 최저임금위원장에 성신여대 교수인 박준성 공익위원을 내정하고  밀어붙인다면서 회의 참여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사용자 편향 인물 위원장 선임에 노동계 반발

홍: 노동계가 박 교수를 위원장으로 뽑는데 반대하는 이유는 뭔가요?

제: 사용자 측에 치우친 편파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는 이유입니다. 박 교수는 지난 2월 노동부 용역으로 ‘최저임금 국제비교의 문제점’이라는 보고서를 썼는데,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이라는 기존 분석이 사실이 아니고, 6위 정도로 상당히 높다는 결과를 내놔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노동계는 ‘통계를 자의적으로 가공해 사용자 측에 유리한 주장을 폈다’고 공격했습니다. 어쨌거나 첫 만남부터 이렇게 차질이 빚어지면서 오는 6월29일이 시한인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 상당한 난항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홍: 노동계가 최저임금위원장 후보의 편파성을 문제 삼았습니다만,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도 최저임금 관련 발언으로 편파성 시비에 휘말렸죠?

제: 네, 역시 지난 8일 일어난 일인데요. 박 장관이 최저임금위원회 위원들과 점심을 하는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인상할 경우 물가상승 압력으로 서민생활에 직격탄이 되고 한계기업 도산 등으로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고 발언한 게 문제였습니다. 노동계는 이 얘기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재계의 논리를 그대로 대변한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현 정부의 각료들이 거의 모두 기업 편인데, 노동부 장관마저 노동계가 아닌 사용자를 대변하고 있다며 ‘배신감을 느낀다’ ‘앞으로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이 걱정된다’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 내년도 최저임금과 관련해 노사 양측은 각각 어떤 안을 내놓고 있나요?  

제: 노동계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상급노조와 진보신당 등 28개 단체가 ‘최저임금연대’를 결성해 단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년 법정최저임금을 시간당 5410원으로 올해보다 25.2% 올리자는 안을 내놨습니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계산해서 월 113만690원입니다.  반면 경영계는 올해보다 3% 오른 4450원, 또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지난 2000년 이후 최저임금이 급속히 인상되면서 영세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고용불안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억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양측이 꽤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지난해도 노동계는 전년대비 29.5%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해 더 큰 격차로 시작했지만 결국 5.1% 인상안으로 타협했습니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감안한 최저임금 인상 필요

홍: 노동계와 경영계의 주장이 극과 극인데요,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어떻습니까?

제: 2011년 현재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 주당 40시간 기준으로 월 90만3천원인데, 민간연구소인 한국노동연구소에 따르면 이것은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32% 수준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임금제도가 있는 나라 중에서는 멕시코 다음으로 가장 낮은 형편이랍니다. 프랑스 뉴질랜드 등 선진국들은 평균임금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50%대입니다. 특히 현재의 우리 최저임금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4인 가족 최저생계비 143만9천원에도 50만 원 이상 부족한 수준입니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최저생활도 할 수 없는 정도라는 얘기입니다. 

홍; 최저임금 수준이 낮을 뿐 아니라 잘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지적이 있더군요.

제: 그렇습니다. 지난 2010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청구한 자료를 봤는데요, 그해 5월까지 최저임금법위반 적발건수가 2104건이었지만 모두 ‘덜 준 임금을 지불하라’는 시정조치에 그쳤고 사업주를 처벌한 경우는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 이전에도 위반건수는 2006년 3천여 건에서 2009년 1만5천여 건으로 급증한 반면, 처벌건수는 같은 기간 중 21건에서 6건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법에는 최저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을 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이하 벌금을 물리게 돼 있는데, 대부분 시정조치에 그치기 때문에, 회사들이 겁을 안 내고 그냥 버티는 것입니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근로자수가 지난 2001년 전체 임금근로자 4.3%에서 2010년에는 11.6%로 늘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홍: 최저임금을 많이 올릴 경우 영세기업이 도산하고 고용불안이 더 커질 것이라는 재계의 우려와, 오히려 소득분배를 개선하고 내수를 촉진할 것이라는 노동계 의견이 맞서는데, 최저임금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제: 양 쪽 주장이 이론적으로는 다 가능한 얘기니 실증적 결과를 보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의 경제학자들이 인접한 2개 주의 ‘맥도널드’ 매장들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가 있는데요, 최저임금이 높은 주가 낮은 주에 비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안정성도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왜 그런가 했더니 종업원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더 오래 성실히 근무하고, 저임금층의 구매력 높아져 소비가 늘었다는 것입니다. OECD와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최저임금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미미하고 임금격차 해소와 소득분배구조 개선에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낮은 최저임금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 중 하나인데요, 최저임금의 영향을 받는 250만 명가량 근로자들의 소득이 나아지면 소비가 늘어 내수가 촉진되고, 관련 산업분야의 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기업이 견디기 어려울 정도의 급속한 인상은 곤란하겠지만, 최소한 전년도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하면서 점진적으로 OECD평균 수준으로는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기사는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4월 13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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