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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쓰는 국책사업 ‘정치 게임’ 그만
과학비즈니스벨트 ‘과학’은 빠지고 ‘정쟁’ 제물 될까 걱정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이성철의 생생토크
2011년 04월 10일 (일) 23:05:18 윤성혜 기자 yoonsh@danbinews.com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이번 주에 그 어떤 경제 이슈보다 뜨거웠던 것이 카이스트(KAIST)대 학생들의 안타까운 죽음이었습니다. 올해 들어 벌써 4명 째 입니다. 학교 측은 부랴부랴 뒷수습을 하고 있는데 ‘징벌적 수업료 폐지’만으로 문제가 해결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4월이 시작 된 이번 주, 주요 경제 흐름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국일보 이성철 경제부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두 분 나오셨습니다. 제 교수님은 학교가 제천이시죠? 오가면서 ‘방사능 비’ 안 맞으셨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보통 때라면 보슬비 정도는 의연하게 맞고 다닙니다만, 이번에는 한 방울도 안 맞으려고 애를 썼습니다. 특히나 아이한테는 우산을 꼭 챙기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하게 되더군요.

이성철(한국일보 경제부장): 저는 회사 안에서 기자들이 써오는 기사를 데스크 보니까 나다닐 일은 많지 않습니다. 저희는 아침에 편집회의를 할 때 ‘언론이 있는 그대로 얘기하고 괜한 공포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저 역시 인간인지라(웃음) 왠지 떨어지는 빗방울이 괜찮은 건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더군요.

박: 사실 뭐 과학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좋지 않은 것은 일단 피하고자 하는 게 사람의 당연한 마음인데요, 문제는 우리나라 기상청이 ‘혹시 방사능비가 내릴 수 있다’고 얘기 하는 게 아니라 ‘괜찮을 걸, 걱정하지도 않아도 될 걸’하니까 신뢰성의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정부가 있겠습니까만,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면 안심을 시키려는 건지 더 불안하게 만들려는 건지 구분이 잘 안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건 이번에 일본이 더 했다고 그러죠? 일본인은 처음에 정부에 대한 신뢰가 높은 것으로 보였는데 갈수록 정부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고 정부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였죠. 집단적인 불안감, 공포감이 생겼을 때 정부가 솔루션(해법)을 제공할 수 없더라도 흔들리는 심리를 진정시켜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 말을 들으면 손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몇몇 사례를 통해서 실제로 입증되다 보니 불신감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이죠.

박: 꼭 방사능의 문제 뿐 아니라 뭔가 감췄다가 드러나는 게 자꾸 생기니까 이번에도 당연히 그렇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제:
이번에도 보니 김황식 총리가 국회에서 “내리는 비를 맞아도 된다”고 얘기해서 많은 사람들의 비난을 샀더군요. 그 발언을 이해하는 시각에서 보자면 ‘국민들이 과도한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진정시키려고 그랬겠구나’ 생각할 수 도 있겠는데, 다른 한편으로 보면 ‘국민들 수준을 뭘로 아나’하는 기분도 들더군요. ‘방사능 비’라는 것이, 실제로 비가 내리기 전까지는 그 안에 방사성 물질이 어느 정도 섞여 있는지, 그리고 그 물질이 실제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는 것 아닙니까? ‘잘 모른다’는 것에 대해 겸허하게 접근해야 하고, 이럴 때는 ‘위험하진 않겠지만 사전예방의 원칙에 따라 가급적 비를 맞지 말고 야외 활동은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말하는 게 성실한 정부가 할 일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서둘러서 ‘비를 맞아도 상관없다’고 한 건 경솔한 태도라고 봅니다. 정부가 필요한 정보 공개를 좀 더 투명하게 하면서, 동시에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진정으로 걱정하는 언행을 보여줬으면 합니다.

박: 왕조시대에야 우매한 백성들을 계도와 계몽의 대상으로 삼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국민들이 정치하는 분들을 계도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이 부장님, 최근 재벌가와 대기업에 관한 기사가 꽤 많이 나왔죠?

이: 글쎄요, 저는 가급적 재벌을 일부러 나쁘게 보려고 하지 않고, 재벌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최근에 나타나는 몇 가지 행태들은 정말 실망스럽습니다. 부실건설사 꼬리 자르기의 경우, 건설 경기가 좋을 때는 헐값에 인수합병을 했다가 한껏 활용하고, (상황이 달라지니) 그야말로 도마뱀 꼬리 자르기 식으로 나 몰라라 내던지는 것이죠. 해당 기업들도 할 얘기는 있겠습니다만 그런 행태는 정말로 없어져야 할 일입니다. 또 상장사의 유보율이 1200%까지 올라가고 있다는 소식도 있었죠. 기업들이 이익 많이 내고 유보 많이 하는 것은 재무구조 측면에서 좋죠. 그런데 한편으로는 ‘소는 누가 키우나’ 하는 우스개처럼 ‘투자는 누가 하나’하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카이스트 사태, 교육개혁의 방향 고민하는 계기되어야

박: 그에 덧붙여서 카이스트 학생들 얘기, 비극적인 소식과 함께 많은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국가가 학비를 대주는 학교로서 개혁의 필요는 있었겠지만 상대평가와 ‘돈’으로 접근한 것 등 방법론에서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제 교수님은 교육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 교육자이기에 앞서 자식을 기르는 입장에서 아이들이 목숨 끊는 뉴스를 보면 정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일손이 안 잡힙니다. 물론 자살이라는 걸 단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들을 종합해보면 ‘서남표(KAIST 총장)식 개혁’, 그러니까 학생들을 성적 경쟁에 매달리게 만들고, 그 도구로 차등 등록금을 활용한 개혁 아닌 개혁이 이들을 죽음으로 몬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이 사건을 보면서 ‘과연 대학이 뭐하는 곳이고 교육이 뭔가’하는 근본적 회의를 하게 됐습니다. 인간에 대한 성찰이 없는, 실적 위주의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파탄으로 가는 길이라는 생각이 들고요. 카이스트라는 곳이 내로라하는 영재들을 모아 놓은 곳인데, 이들에게 중요한 건 창의성을 최대한 북돋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수업을 좀 빼먹더라도 가치 있고 관심 가는 프로젝트에 밤낮없이 매달릴 수 있는 여지를 줘야 우리 사회에도 빌 게이츠가 나오고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않을까요. 오직 성적, 점수에만 매달리게 하는 교육이 과연 제대로 된 교육일까요. 이 시점에서 저는 서 총장이 물러나시는 게 옳다고 보고, 카이스트는 ‘근본적인 교육개혁이 어떤 방향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성찰과 고뇌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학생들이 잇달아 4명 씩 자살한 것을 도저히 정상적인 학교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분명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과 고찰이 필요한데, 다만 서남표 총장에 대한 평가는 우리 사회의 상반된 두 가지 시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서남표 총장을 진정한 교육개혁가라고 조명하기도 했고, 이번에는 비인간적인 교육의 상징처럼 각인되고 있는데요. ‘돈으로 애들을 무한경쟁 시켰다’는 시각이 있는 반면, ‘국민의 세금으로 공부시키는 국립대학이고, 대학생들이니 치열한 경쟁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기회에 진지한 고민을 통해서 카이스트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전반적인 길을 바로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제: 대학교육에서 경쟁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고요, 미국의 대학 신입생들도 잠을 잘 시간이 없다고 할 정도로 엄청난 경쟁을 합니다. 그러나 아까 박 원장님이 말씀하셨다시피 그 경쟁을 가속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는 상황에서 ‘차등 등록금’을 도입해 아이들을 꼼짝달싹 못하게 밀어붙인 방법의 문제에 대해 반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성적이 나쁜 경우 연간 1500만 원까지 징벌적인 등록금을 내게 만든 것 말이죠. 뒤늦게 폐지하기로 했습니다만 굉장히 잘못된 방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박: 이 문제는 개혁이라는 것의 당위성과 수단의 적정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주 어떤 이슈에 주목하셨습니까?

이: 변죽만 울리고 끝난 기름 값 문제를 첫 번째 뉴스로 꼽았고, 두 번째는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신청입니다. 이게 유럽재정위기의 끝인지 또 다른 시작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삼성그룹이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하는데 그 진실은 뭔지 그것을 둘러싼 궁금증, 이렇게 세 가지를 꼽아봤습니다.

   
제:
저는 충청권에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과학비즈니스벨트’를 영호남으로 분산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정치권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유가나 유류세를 둘러싼 논란은 이 부장님과 같은 얘기고요, 세 번째는 국제적인 망신을 산  일이죠?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의 협정문 번역 오류 파문에 이어서 한·미 FTA와 다른 FTA 협정문에서도 번역 오류가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 이렇게 세 가지 꼽아봤습니다.

과학벨트위 민간위원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 기대

박: 저도 당연히 기름 값 문제 꼽았고요, 두 번째는 기업에 현금이 쌓이고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세 번째로는 주식워런트증권(ELW) 불법매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것인데, 자본시장의 비대칭성과 불공정성의 문제를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카이스트에 이어서 과학 이야기부터 해보죠. 이부장님, 과학비즈니스벨트 얘기 어떻게 된 겁니까?

이: 간단하게 설명 드리면 이렇습니다. 처음에 충청권에 세종시를 짓기로 하고 자족기능이 부족하니까 거기에 대규모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두자고 했죠. 대략 3조 5천 억 원이 들어가는 대형 프로젝트라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충청권에 가서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올 초 대통령 신년기자회견에서 재검토 방침을 시사했고 “공약집에 있었던 것도 아니다”는 발언을 했죠. 그러니까 영호남 등 각 지자체들이 달려들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자 충청권은 ‘원래 우리한테 주기로 했는데 왜 다른 얘기를 하느냐’고 반발하고, 대구 경북은 ‘신공항도 놓쳤는데 이거라도 줘야하는 게 아니냐’고 하고, 호남권은 ‘어떻게 영남만 주고 호남은 안 줄 수가 있느냐’고 하는 것이죠.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박:
제 교수님,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이렇게 쪼개져도 괜찮은 겁니까?

제: 과학비즈니스벨트의 원래 취지는 연구자들의 소통, 협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관련 시설을 한 곳에 집중시켜 시너지를 창출하자는 거였죠. 지금도 대부분의 과학전문가들은 한 지역에 모으는 게 옳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까 이 부장님이 설명하신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금 분위기가 ‘삼각벨트’니 뭐니 해서 분산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유력 정치인은 “벨트라는 게 원래 긴 거 아니냐, 여러 군데 걸칠 수 있는 거 아니냐” 고 말하기도 했고요. 중대한 국책사업의 입지선정이 사업 자체의 목적과 취지에 맞게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정치적 고려, 지역이기주의적인 다툼의 제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참 심각한 상황이라고 봅니다. 국책사업은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것인 만큼, 정말 그 돈이 가치 있게 쓰이는 쪽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박: 이부장님, 사실 이런 문제는 지역주민보다 정치인들이 자꾸 의제화하고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그렇습니다. 정치인들과 지자체장들이 본인 재임시절에 중요한 실적이 된다고 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확인해 본 것은 아니지만 그 근처에 땅 많이 가진 분들도 거기에 뭐가 왔으면 좋겠다고 할 거고요. 소수 이해관계자들에 의해서 마치 지역 전체의 숙원사업인 것처럼, 이것이 안 오면 지역 전체가 어떻게 되는 것 마냥 포장이 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동남권 신공항’ 문제에서 정부가 백지화한 건 잘 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대선 공약을 3년 이상 방치하다가 이명박 대통령 집권 4년차에 결론을 내고 단 한 번 사과하고 끝내니까 문제가 커진 것이거든요. 이번 사안도 빨리빨리 결론을 내야지 골치 아프니까 미루고 또 골치 아프니까 둘로 쪼개고 셋으로 쪼개고 하면 정말 정치하는 분들이 국가에 죄를 짓는 겁니다.

박: 제 교수님, 솔로몬의 이야기처럼 양쪽으로 찢어가질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어떤 해법이 있겠습니까?

제: 글쎄요, 지금 유일하게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건 입지선정을 위해서 민간전문가들로 구성된 과학비지니스벨트 위원회입니다. 이 분들이 정말 전문가적 양심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주길 기대하는 것, 그게 남은 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원회 구성이 20여 명 중 절반 가까이 영남 인사라는 분석도 나오고, 과연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줄 수 있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걸 유치 못하면 내년 총선 끝이다’고 이야기하는 정치권과 정부에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냉정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내려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구조적 문제 손 못대고 변죽만 울리다 만 기름 값 인하

박: 이제 기름 값 이야기를 해 볼까요. 제 교수님은 (정유회사들이 리터당 100원을 내리기로 한) 기름 값 인하에 대해 이렇게라도 된 게 다행이라고 보십니까?

   
 
제:
일단 저는 이 뉴스가 굉장히 씁쓸했습니다. 정부가 석유가격관련 태스크포스(특별팀/TF)를 만들고 팔을 걷어 부칠 때는 정유업계의 담합 문제라든지 ‘비대칭적인 가격조정’, 그러니까 국제유가가 올라갈 때는 재빨리 가격을 대폭 올린 다음에 내려갈 땐 아주 찔끔찔끔 조정하는 이런 문제를 바로 잡겠다고 거창하게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뚜껑을 열어보니 구조적인 문제는 하나도 잡아내지 못하고, 기업들의 팔을 비틀어서 한시적으로 리터당 100원을 인하하는 방안으로 끝이 난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고육지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당국이 어떤 경우에는 ‘시장원리’ ‘기업 자율’을 얘기하다가 또 어떤 경우에는 노골적인 관치로 나가는 이중성이 굉장히 씁쓸했습니다.

박: 이부장님, 정부가 무려 78일 동안 TF팀을 가동하고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촉진방안’을 발표했는데, 획기적인 방안이 뭐라도 담겨 있습니까?

   
이:
아까 제가 ‘변죽만 울리다 만 기름 값’이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그런 겁니다. 사실 정부가 당장 폭리구조를 낱낱이 뜯어 해부해서 기름 값을 확 낮출 것 같은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였는데, 당시 정유업계에서는 ‘뭘 건지는 지 나중에 두고 보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일부에서도 이렇게 개별제품 가격에 대해서 태스크포스까지 구성해서 하는 게 과연 옳은가 하는 얘기도 있었고요. 결국 예상대로 비대칭성은 있었으나 그게 정유사의 담합이나 폭리의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는 결론을 내렸더군요. 애초에 이 문제가 왜 시작됐냐면 이명박 대통령이 “기름 값이 묘하다”는 얘길 한 것 때문이죠. 그러다보니 공무원들이 답을 내놓느라고 나서서 일이 이렇게 커졌는데, 대통령이 개별 가격을 지적하면 뒷수습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정부가 자꾸 민간에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건 뭐가 있는지 봐야 하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유류세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체 기름값을 뜯어보면 그 중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지 않습니까. 정부도 기름 값 안정을 위해서 뭔가를 보여주고 민간한테 얘기를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저는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서는 조금 다른 생각인데요. 가격문제만 놓고 보면 지금 국제유가가 인상되고 세금이 많이 늘어나니까 유류세를 인하할 여지가 있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저는 크게 봐서 우리나라 전체의 에너지 소비구조 문제, 에너지원의 대외의존성 문제, 지구온난화 대책 등을 따질 때 에너지에 대한 세금을 오히려 강화해서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방향이 맞지 세금을 경감하는 쪽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절약할 사정은 안 되고, 높은 기름 가격 때문에 고통당하는 분들이 분명 있다는 것인데요, 배달을 한다든지 생계형으로 에너지를 쓰는 분들이죠. 그런 분들의 현실적 고통에 대해서는 유류세를 일정부분 환급해 준다든지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에너지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류세를 전반적으로 낮추는 건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대신 석유시장의 진입장벽 완화와 경쟁의 활성화 쪽에서 문제를 풀어가는 게 옳지 않을까 합니다.

삼성 세무조사 '이건희 발언 괘씸죄' 추측도

   
박:
  다음으로 이성철 부장님이 꼽아주신 삼성그룹 세무조사의 진실, 요거 호기심이 가는데요. 국세청이 지난 4일에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어요. 정기 세무조사다, 아니다 하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이: 제가 ‘삼성그룹 세무조사의 진실은 뭘까?’라고 제목을 달았는데 사실 드릴 말씀이 마땅치가 않습니다. 다만 이걸 한번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정기적인 세무조사로 봐야 한다’는 쪽의 근거는 이렇습니다. 해당되는 2개 계열사들이 대략 4~5년 주기의 정기세무조사를 받을 시점이 됐다는 것이고요, 삼성 계열사가 수 십 개다 보니 일년 에 늘 두 세 곳은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특별한 목적의 세무조사라면 서울지방 국세청의 조사 4국이 담당하는데 이번에는 통상적인 조사를 담당하는 1국과 2국이 나갔습니다. 또 이번에 조사받는 회사들이 삼성의 핵심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됩니다. 반면에 이번 세무조사에 뭔가 특별한 게 있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우선 이건희 회장이 현 정부의 경제성적에 대해서 “낙제는 아니다”고 시니컬한 평가를 한 이후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는 부분을 지적합니다. 또 동반성장 문제, 공평과세 차원에서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에 과세한다는 방침이 나온 것, 변칙적인 상속증여와 과잉배당 문제 등에 대한 정책이 최근 꽤 강조되고 있다는 측면도 지적됩니다.

박: 제교수님, 음주 불시 검문하다가 살인범을 잡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웃음) 이 부분에 대한 판단 어떻습니까?

제: 국세청에서 필요하면 세무조사 할 수 있는 것인데, 과거의 여러 가지 사례들을 종합하면 정부가 평소에는 기업이 불법을 저지르든, 비리가 있든, 편법을 쓰든 대충 눈 감고 있다가 뭔가 ‘손을 봐야겠다’는 동기가 있을 때 세무조사를 동원하고 공정거래위원회를 동원해서 조사시키고 금융감독원이 검사하도록 하는 일들이 있었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이건희 회장의 발언 이후 삼성에 대한 ‘손보기’ 차원의 조사가 시작된 것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언론보도를 통해 관측한 것만으로 말하긴 어렵고, 다만 총체적으로 평소 정부의 행정 행위가 공정하냐에 대한 불신이 이러쿵저러쿵 얘기들이 나오게 되는 배경인 것 같습니다.

박: 어쨌건 이런 오해가 나온 건 피차 ‘자승자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한국일보 경제부 이성철 부장이었습니다. 두 분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4월 9일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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