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웹툰 '뷰티풀 군바리'에 대한 페미니즘 비평

‘여자가 군대에 간다면?’

네이버에 2015년 2월부터 매주 월요일 정식 연재하고 있는 웹툰 <뷰티풀 군바리>는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한국은 남성만이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이는 남자가 차별받는다는 주장의 근거가 된다. 이 차별은 군 가산점제로 보상하거나, 여성도 똑같이 군대에 가서 없애야 한다. 후자의 경우, 문화방송(MBC)은 <진짜 사나이-여군 특집> 편을 만들어 높은 인기를 끌었다. 네이버 웹툰 <뷰티풀 군바리>도 주변국 위협 증가와 인구 감소로 여성이 군대에 가는 상황을 가정한다. <뷰티풀 군바리>는 10대, 20대, 30대 남성들이 보는 실시간 인기만화 1위일 만큼, 남성 독자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 10월 4일 방영된 MBC <진짜 사나이-여군 특집> 편 갈무리 ⓒ MBC

영화가 제공하는 쾌락, ‘시각쾌락증’

로라 멀비는 1972년 <시각적 쾌락과 서사 영화>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은 페미니즘 영화 비평의 기초가 되는데, 멀비는 “영화는 몇 가지 가능한 쾌락을 제공한다. 그 하나는 시각 쾌락증이다”라고 말하면서 시선에 관해 분석한다.

스크린과 관객의 관계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동일시다. 관객은 영화의 등장인물과 자신을 나르시시즘적으로 동일시한다. 두 번째는 관음증이다. 관객은 영화 속 등장인물을 에로틱한 대상으로 본다. 동일시와 다르게 이 경우 스크린 속 대상과 영화를 보는 관객은 다른 인물이다.

영화에는 세 가지 시선이 있다.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선, 그 등장인물들을 촬영하는 카메라 앵글의 시선, 화면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이다. 영화는 관객들이 카메라의 존재를 잊게 만들어, 자신이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게 해야 한다. 따라서 관객은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볼거리로 묘사된다. 영화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만들어진 창작물이다. 그래서 남성이 이야기를 전개하는 주체로 나타나고, 여성이 수동적인 역할을 담당하며 볼거리로 묘사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성적 대상이거나 보호 대상이거나

얼핏 보면 <뷰티풀 군바리>에서 여성과 남성은 평등하다. 일단 여성도 병역의 의무를 수행하고, 남성과 차이 없이 행군, 각개전투, 화생방‧유격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이 같이 나오는 장면에서 둘은 동등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군인 대 군인이 아니라 남성 대 여성의 관계로 재현되는 것이다. 이 경우 여성은 남성의 성적 대상이 되거나, 남성이 보호해야 할 대상이 된다.

▲ 남성 군인들은 여군인 주인공에게 환호한다. ⓒ <뷰티풀 군바리> 6화 장면 갈무리

6화에서 남성들은 장기자랑을 하는 주인공에게 환호한다. 그 뒤 주인공은 남성들의 꿈에 몽정 대상으로 나온다. 26화에서는 평택 시위를 막으러 간 여군들에게 남군은 어디서 왔느냐며 집적거린다. 이들은 이후 시위 현장에서 수세에 밀린 여군을 도와준다.

여성에 대한 몰이해도 곳곳에 드러난다. 여기서 그려지는 여성의 특징은 ‘가슴’과 ‘월경’이 전부다. 육군 훈련소에서 교관이 주인공을 호되게 훈련시킨 이유는 단지 ‘가슴이 크다’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자대 배치를 받고 선임을 만난 주인공은 가슴이 크기 때문에 거슬린다는 소리를 듣는 등, 주변 인물들은 주인공의 큰 가슴에 ‘열폭(열등감 폭발)’ 한다. 혹은 선임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그날’이라서 화를 내는 게 아니냐며 단순하게 추측한다.

선악의 기준은 가슴 크기

<뷰티풀 군바리>에서 그려지는 선악의 기준은 외형적인 여성성이다. 군대 내 부조리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고, 주인공에게 친절을 베푸는 등장인물들은 대체로 가슴이 크다. 구타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주인공 정수아는 물론, 후임들을 감싸다 맞았던 ‘마리아’, 후임들에게 친절하게 대한 ‘설유라’ 역시 가슴이 크다.

▲ <뷰티풀 군바리>에서 주인공 정수아를 처음으로 폭행한 사람 ⓒ <뷰티풀 군바리> 16화 갈무리

그에 비해 후임을 폭행하는 인물들은 예외 없이 셋 중 하나에 속한다. 가슴이 작거나, 못생기고 뚱뚱하거나, 머리가 짧다. 작가는 ‘악인’을 외형적인 여성성이 부족한 사람들로 설정한 것이다. 민지선, 라시현, 류다희, 육근옥. 후임을 때리거나 괴롭혔던 인물들은 하나같이 가슴이 작거나 머리가 짧은 여성이다. 16화에서 정수아를 처음 때린 인물도 다른 인물에 비해 뚱뚱하고 못생겼다.

이 밖에도 작가는 여성의 가슴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잊을 만하면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나와서 여성의 속옷 차림을 그린다. 짧고 몸에 달라붙은 군복은 주인공의 굴곡진 몸매를 강조한다. 고된 훈련 장면에는 흔들리는 가슴이 부각된다. 심지어 등장인물이 폭행당하는 가학적인 장면에서조차 이런 묘사 방식을 고수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31화의 폭행 장면은 엉덩이를 강조하는 앵글이 ‘포르노 같다’며 연재 중단 청원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시선이 권력이다. 웹툰 <뷰티풀 군바리>의 주인공들은 전부 여성이지만, 이 웹툰은 남성 독자층의 시선을 상정하고 있다. 웹툰 안에서 여성과 남성은 결코 동등하지 않고, 여성의 육체는 남성의 시각적 쾌락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그려지고 있다.

<뷰티풀 군바리> vs <노병가>

<뷰티풀 군바리>의 의도는 다른 군대 웹툰과 비교하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기안84가 그린 <노병가>는 <뷰티풀 군바리>처럼 의경 생활을 그린 웹툰이지만 앵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폭행 장면에서 차이가 난다. 기안84는 폭행 장면에서 대부분 롱쇼트와 미디엄 쇼트를 활용한다. 드물게 클로즈업을 사용할 때가 있는데, 클로즈업할 때는 고통받는 얼굴보다 때리는 손과 맞는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일이 더 많다. 때때로 그는 때리는 장면 자체를 생략하고 의성어로 대체하기도 한다. 자극적인 장면을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긴다.

▲ 기안 84가 그린 웹툰 <노병가>의 폭력 장면 ⓒ <노병가> 갈무리
▲ <뷰티풀 군바리>는 폭행 장면에서 피해자의 얼굴을 클로즈업한다. ⓒ <뷰티풀 군바리> 23화 갈무리

그에 비해 <뷰티풀 군바리>는 미디엄 쇼트나 클로즈업을 쓴다. 작가가 주로 클로즈업하는 것은 폭행으로 일그러진 얼굴과 엉덩이와 같은 특정 신체 부위다. 얼굴은 감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신체 중 한 부분이다. 찡그리는 얼굴을 확대하면 타인의 고통을 보다 자극적으로 묘사할 수 있다.

관음의 대상이 되는 여성

수전 손택은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리 이면에는 관음의 심리가 내포되어 있다"고 말했다. 로라 멀비 역시 “영화를 볼 때 관객은 영화의 등장인물과 자기를 분리시켜서 관음한다”고 주장했다. 관음의 대상은 주로 ‘여성’이다.

두 웹툰이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노병가>의 작가가 피해자에 자신을 투영했기 때문일 것이다. 의경 출신인 기안84는 피해자가 고통받는 모습을 클로즈업으로 상세히 묘사하지 않는다. 자기가 군대에서 겪은 일들을 작품에 담담히 드러냄으로써 독자들이 피해자의 처지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독자들은 폭행 장면을 멀리서 지켜봄으로써 말초적 자극보다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 집중할 수 있다.

그에 비해 <뷰티풀 군바리>의 작가는 본인이 의경 출신임에도, 등장하는 여성 주인공을 '타자화'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피해자의 시선보다는 가해자의 시선, 또는 이를 지켜보는 남성 독자의 시선으로 그려지고 있다. 두 웹툰의 극명한 차이는 바로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있는가, 아니면 철저한 타자의 입장에서 그리고 있는가'이다.

수용자 반응에서도 엇갈리는 남성 vs 여성

<뷰티풀 군바리>가 '가부장적 가치를 강화'하고 ‘피해의식을 가진 남성들을 대리만족’ 시키고 있음은 댓글, 즉 수용자들의 반응에서도 드러난다.

<뷰티풀 군바리>의 댓글에서 나타나는 첫 번째 현상은 '성적 대상화'다. 예컨대 환복 과정을 상세하게 표현해달라는 댓글이나 여성의 특정부위를 강조한 컷에 대해 감사하다는 댓글 등이 수천 개의 공감 클릭을 받아 매회마다 베스트 댓글에 오른다. 이 웹툰을 수용하는 독자가 군대 부조리에 대한 관점보다는 여성의 성적 대상화에 더 몰입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두 번째 현상은 '맨스플레인'이다. 맨스플레인(mansplain)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을 결합한 단어로, 대체로 남자가 여자에게 잘난 체하며 아랫사람 대하듯 설명하는 것을 말한다. <뷰티풀 군바리>의 댓글에서도 맨스플레인 현상이 드러나는데, 댓글에서 여성과 군대에 가지 않은 남자들은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대상이 된다.

세 번째는 남성과 여성을 대립 구도로 보는 시선이다. 남성만이 병역의 의무를 지고 있는데도 이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분노와 피해의식이 댓글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여성혐오 댓글이 대표적 예다. 아무런 근거도 없이 모든 여성을 일반화하는 글들이 베스트 댓글에 오르고 있다. 여자들은 성형을 이유로 뒷담화를 한다는 내용, 여군장교들이 편하게 군 생활을 한다는 내용 등 <뷰티풀 군바리>의 댓글에는 근거 없는 비방들이 판치고 있다. 또 한국 여성들을 군대에 가는 북한 여성들과 비교하며 '전쟁이 나면 우리나라 여자들은 아무것도 못하고 소리나 지르고 있을 것'이라는 비하 발언도 베스트 댓글에 올라있다.

여성들이 '개념녀 인증'을 한 댓글이 베스트 댓글에 올라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개념녀 인증은 여성들이 여성혐오 논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같은 여자지만 나는 개념 없는 다른 여성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변명하는 현상을 말한다. ‘기-승-전-여성부’라고 해도 될 만큼 매회 댓글에 여성부에 대한 비판글이 빠지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수용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뷰티풀 군바리>, 그리고 한국 사회  

<뷰티풀 군바리>는 '페미니즘적 웹툰'이 될 가능성도 있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접근 방식을 가지고 배경을 설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웹툰에서 군대 부조리보다는 여성 대상화에 더 집중하고, 여성혐오를 조장하는 등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웹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웹툰들과의 차별적 요소를 ‘여성’으로 둔 것이다. 남성 독자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이 웹툰을 계속 찾아보게 되고 한국 남성들의 가부장적 가치는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페미니즘을 가장한 반페미니즘이다.

<뷰티풀 군바리>와 같은 작품이 쟁쟁한 네이버 월요 웹툰 중 2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 가부장적 가치가 넓고 깊게 뿌리박혀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남성 독자들의 시선을 끄는 가장 쉬운 방법은 여성을 관음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 즉 성적 대상화하는 것이다. <뷰티풀 군바리>는 이런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가치를 잘 이용한 성공한 상업만화다. 하지만 작가가 간과한 것이 있다. <뷰티풀 군바리>가 군 부조리라는 사회문제를 고발하는 만화로서는 실패했으며, 오히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부장적 가치관, 여성 혐오 등 우리 사회의 갈등을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편집 : 박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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