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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그룹 탈세, 몰라서 안 잡았나
공정한 세정 ‘구호’ 대신 ‘있는 칼’부터 잘 쓰길
[두런두런경제] 박경철 제정임 조용래의 생생토크
2011년 04월 03일 (일) 22:19:23 안세희 기자 seheea@danbinews.com

   
박경철(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4월 첫 주 생생토크, 국민일보 조용래 논설위원,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제정임 교수 나오셨습니다. 이번 주 톱뉴스들은 하나같이 걱정거리였는데, 일단 국내에 계속 계셨던 제 교수님 어떻게 보셨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네,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능 오염 공포가 계속됐고, 리비아에서는 내전과 함께 다국적군 공습이 이뤄졌고, 유럽에서는 우편물 폭탄 사고가 일어났죠. 정말 불안하고 무서운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구나 하는 것을 뉴스를 볼 때마다 느꼈습니다. 더구나 북한 땅에는 굶주리는 동포들이 있고, 그 체제는 불안하고, 천안함이나 연평도 사건 이후 우리도 전쟁 위험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죠. 위험과 불안이 만성화되는 세계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그 위험을 다스리고 낮춰갈지, 정말 인류가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 저는 매일 아침 두 시간씩 생방송을 하면서 좋든 싫든 그 날 일어난 뉴스를 다루게 되는데요,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 비중이 높다보니 그만큼 제 인생에서 행복한 시간을 뺏긴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청취자 여러분께 메신저가 될 수 있다는 보람과는 별개로 라디오를 하면서 감정적인 불행이 커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조 위원님은 최근 일본에 다녀오셨는데, 재해 현장을 직접 본 느낌은 어떠셨습니까.

조용래(국민일보 논설위원): 예, 저는 지진이 난 다음 주 일본에 가서 일주일 동안 일본의 위기관리 시스템 등을 취재했습니다. 왜 망가졌고 앞으로 그것을 어떻게 고쳐나갈 것인가, 또 이 사건으로 일본 정치경제에 나타나는 변화는 무엇이고 대지진이 일본 사회에 던진 과제가 뭐냐 등을 살펴보기 위해 도쿄에 머물렀습니다. 

냉정하고 차분했어야 할 일본 지진보도

: 반면교사의 지점을 찾으셨군요.

: 네. 그런데 전체적인 느낌은 한국에서 생각했을 때보다 현지는 오히려 차분했다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한국 미디어의 보도가 지나치게 쏠려 있는 것이 아닌가, 과장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사실 우리 미디어들은 거의 1면부터 10면까지 지진 특집을 계속 보내면서 참담한 현실을 전하는 데 급급했고, 문제가 왜 발생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하는 이야기는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합니다. 일본 미디어 종사자들이 특히 한국 언론에 대해 안타깝게 이야기했던 부분은 한국 종합일간지 중 두 곳에서 '일본침몰'이라는 제목으로 톱기사를 다뤘던 것입니다.

: 사고 초기에 아주 크게 나왔었죠.

   
: 지진이 3월 11일 오후에 났고, 12일자 토요일 신문 두 곳에서 큰 사진을 1면 톱에 올리고 제목을 '일본침몰'이라고 했죠. 또 한 신문은 '일본침몰'이라는 영화가 나왔던 것을 거론하면서 '문화가 먼저 일본침몰을 알렸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더군요. 일본인들이 그것을 지적하는 걸 보면서 좀 부끄럽게 느꼈고요. 그리고 제가 아는 많은 일본의 친지, 친구들은 일본이 지금 굉장히 어렵긴 하지만 일본 열도가 망가져 내린 것은 아니니까, 열심히 복구하고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전달해 달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이번 대지진을 계기로 일본의 전후사는 ‘대지진 전’과 ‘대지진 후’로 나뉠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로 충격이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또 이번에 큰 원전 사고가 난 후쿠시마는 수도권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기지인데, 원래의 생업에만 종사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수도권 옆에 있다가 이런 사태를 맞게 됐다는 얘기도 나오더군요.

박: 대도시의 산업폐기물을 전부 지방에 가서 묻고, 지방은 환경오염으로 피해를 입는 아이러니를 연상케 하는군요.  

: 지구적 온난화의 피해도 가장 못사는 나라들이 크게 입죠. 온난화에 책임이 큰 선진국들은 산업화를 통해 돈을 벌었지만.

: 자, 이제 진짜 봄입니다. 벚꽃축제 등 봄을 알리는 소식들이 나와야 하는데, 제 교수님 어떤 이슈 주목하셨습니까?

: 네, 동남권 신공항 계획이 백지화하면서 정치권을 중심으로 후폭풍이 거세다는 소식에 주목했고요. 일본 원전 사고로 나온 방사성 물질이 소량이긴 하지만 한반도에서도 검출되면서 우리 국민들의 불안감이 막연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도 관심을 모았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이 지난 해 기준으로 2만 달러대에 재진입했는데 노동소득분배는 오히려 악화하는 등 국민들의 체감 살림살이는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는 뉴스를 꼽았습니다.

: 저도 우선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뉴스입니다. 두 번째는 정부가 이번에 2차 공정사회 추진 회의를 했는데, 핵심 사업으로 조세정의를 적극적으로 밀고 가겠다는 발표를 한 것입니다. 또 하나는 노사정위원회 산하에 베이비붐세대 고용대책위원회가 있는데요, 이 위원회가 고용 연장 문제에 대해 1년 동안 논의를 해왔는데 결국 결렬됐다는 소식입니다.

: 이번 주는 제 교수님이 저와 똑같은 세 가지를 뽑으셨어요. 제 교수님의 지혜와 혜안을 드디어 배우기 시작했나봅니다.

제: 저를 손바닥에 올려놓으신 게 아닐까요.

: 먼저 동남권 신공항, 이게 가장 핫이슈 아니겠습니까. 밀양이냐 가덕도냐, 사실 팽팽했는데 30일에 결과가 발표되었고, 정치권에선 허리케인 수준의 후폭풍이 일고 있는데요. 조 위원님, 일단 어떻게 해서 여기까지 왔습니까?

: 일단은 2006년 12월, 노무현 정부 때죠. 부산을 중심으로 한 영남권에서 인천공항에 버금가는 제2의 국제공항을 하나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어요. 그래서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 주관으로 2007년 봄부터 타당성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인 그해 7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경선 후보가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 건 것이죠. 이어 2007년 12월에 일단 타당성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만, 2차로 추가 조사를 더 하기로 했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인 2008년에 국토부가 2차 용역 조사를 합니다. 그 사이 지역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는데, 2009년도에 용역조사 결과는 나왔지만 정부가 내부 비밀로 한다며 발표를 안 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평가위원회를 만들어서 10개월 이상 논의를 했고, 이 위원회가 최근 ‘가덕도와 밀양 모두 경제성이 낮아 공항을 건설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죠.

정치권의 무책임성이 불러온 '동남권 신공항' 파문

: 경제논리로만 보면 영남권에서는 물류 등 산업계에서 인천을 거쳐 해외로 나가는 비용이 연간 4000~5000억 원이 든다는 것이고, 반대쪽 논리는 건설비용이 10조인데 그 기회비용과 운영비까지 다 포함하면 경제성이 없다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정치인들은 경제적 논쟁 보다는 공약으로 걸었냐 아니냐, 지역민의 기대에 어떻게 부응하느냐 이런 문제만 부각시키는 것 같아요. 

   
: 그렇습니다. 조 위원님께서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2009년 국토연구원 용역에서 내부적으로 결론이 났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0년 6.2지방선거도 있고 하니까 계속 미루다가 지역갈등이 엄청나게 커지고 주민들의 기대는 부풀대로 부푼 상태에서 백지화 결론을 공표했기 때문에 오늘 같은 문제가 생긴 것이죠. 경제성 문제를 보면 비용은 약 10조 원이 드는데 창출될 수 있는 편익은 7조 원 정도밖에 안 된다는 얘깁니다. 특히 가덕도 같은 경우는 수심 30m의 바다를 메워야 공항을 만들 수 있다, 밀양 같은 경우는 주변의 산을 적게는 10개, 많게는 21개까지 깎아야 한다고 하고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자연 파괴 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4년 동안이나 타당성 조사를 질질 끌다가, 이제야 발표를 했다는 부분입니다. 해당 지역 정치인이나 주민들은 큰 공사를 계기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었고, 부동산 투자를 해 놓은 사람들은 백지화를 사생결단 반대할 수밖에 없을 텐데 말입니다. 경제성에서 또 고려해야 할 게 지방공항들의 현실입니다. 전국에 14개의 지방공항이 있는데 세 곳만 빼고 지금 다 적자라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앞으로 KTX, 즉 고속철도가 더욱 확장될 텐데 그러면 지방공항의 채산성은 더 떨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경제적으로는 강행하기는 어려운 사안인데, 그래도 건설할 것처럼 유권자들을 이용하고 속이면서 지금까지 끌고 온 정치권의 무책임성이 문제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선 정말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조 위원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현 정부의 약속 위반을 문제 삼으면서 “(신공항 건설) 이대로 간다”고 새로운 약속을 했어요. 이렇게 되면 다음 대선에서 박 대표의 상대편도 안 한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 아닙니까?

   
: 박근혜 전 대표가 대선공약을 꼭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라면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다가 ‘4대강 사업’으로 바꾼데 대해서는 왜 약속 위반이라는 얘기를 안 했는지 궁금합니다. 물론 저는 개인적으로 대운하에 반대합니다만. 반면 세종시나 동남권 신공항 등 지역의 이해가 걸려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박 전 대표가 열심히 얘기한다는 생각이 들고요. 신공항 문제도 정부의 결론이 나온 후에 논평하듯 비판하고, 자신의 대선 공약으로 다시 걸겠다고 한 것이 과연 옳은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지적하는 말이 “지금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하는 것은 현재 판단이지 미래 이익이 아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그 미래의 이익이라는 것은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 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김해공항의 현재 이용률은 수용 능력에 못 미치고 있고, KTX 등 다른 교통수단도 발전하는 상황에서 어떤 근거로 얘기를 하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신공항 등 토목건설로 지역 살릴 수 있나 의문

: 제 교수님, 반대쪽 논리는 ‘지방 기업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국가적 지원을 하지 않으면 어떡하란 말이냐’ 하는 것인데, 나름대로 호소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한편으로는 ‘뉴타운’ 공약으로 당선된 국회의원들이 국고로 뉴타운 추진비용을 대주자는 법안까지 추진하고 있는데, 이런 사람들 직을 해제하는 방법은 없겠습니까?

제: 나라 전체를 위한 공약과 지역 공약이 상충됐을 때 어떻게 하느냐, 그런 고민은 분명히 있는데요, 여기서 과연 신공항이라는 대형건설 프로젝트가 꼭 해당지역을 살리는 사업인가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그 지역에 공항이 들어설 경우 소음 때문에 고통당하거나 농토를 잃거나 이사해야 하는 주민들도 있을 수 있고, 지역 주민들의 이해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10조 원이라는 돈을 썼을 때 어디에다 쓰는 것이 영남지방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효과적인가 따져봐야 합니다. 다음으로 타당성 없는 공약을 무책임하게 남발하는 정치인들은 유권자가 엄정하게 판단해서 표로 떨어뜨리는 게 최선인데, 그게 잘 안 되고 있습니다. 유권자들이 누가 무엇을 했나에 대해 잘 기억하지도 못하고요. 저는 시민단체든 유권자단체든 언론이든, 어떤 정치인이 어떤 공약을 내 걸었고 얼마나 타당성이 있는지 검증을 하고 그것을 알려주는 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내년에 총선, 대선이 있는데 또 엄청난 공약들이 나올 것입니다. 지금 뉴타운 사업이 전국 719곳에 계획되어 있다가 85퍼센트 가량 중단된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 때문에 피해 입은 당사자들도 많을 것이고요. 유권자들도 마구잡이 공약에 현혹되지 않는 분별력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 저는 선관위에서 그런 사이트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선출직 공무원들과 일정 수준 이상의 관료들 발언을 과거 10년 치부터 쌓아두고 그것과 반대되는 발언을 할 때마다 오염지수 경보 울리듯이 보여주는 사이트 말입니다.

: (웃음)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선출직 정치인만이라도 그렇게 했으면 좋겠네요.

박: 선관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몇 년 몇 월 며칠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했는데 뒤집었으니까 빨간 점수가 몇 점 올라갔다 해서 얼굴을 붉게 칠한다든지 말이죠.

: 저는 대형 국책사업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우는 자체를 좀 제약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이 한 방 터뜨려서 그 지역 사람들을 끌어 잡는 행태가 새만금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반복되고 있는데, 제동을 좀 걸어야 하지 않을까요.

조세 정의, 당국의 의지가 중요

   
: 이번에는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국가행정 실천과제 얘기를 해볼까요. 저는 모든 슬로건과 구호는 콤플렉스의 반영이라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슬로건을 내거는 사람은 거기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가 공정사회를 자꾸 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게 돌아가는 상황을 들킬까봐 그런 것일 수 있죠. 이번엔 국세청이 공정사회 구현이란 말을 들고 나왔는데, 배경이 뭔가요?

: 우리 국민들이 세무행정에 불만이 많죠. “나는 세금 많이 내는데 쟤는 왜 덜 내느냐?” 하는 생각이 고소득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많이 제기됩니다. 또 대기업들은 편법 증여도 많고요. 이번 회의 때 대통령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동안 감옥에 가장 많이 간 기관장들 보니까 그게 농협하고 국세청이다”라고 얘기했는데, 지금도 전직 국세청장들이 조사를 받고 있을 정도로 세무행정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죠. 그래서 그걸 해소해보겠다는 차원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 제 교수님, 삼성 일가의 상속세가 대한제분보다 적었다는 말이 있는데 코미디 아닙니까? (탈세로도 걸린 일이 있지만) 나중에 다 사면복권하고 결국엔 그냥 넘어가니까 불공정하다는 말에 반박의 여지가 없는 상황입니다. 공정이라는 구호만 앞세울 게 아니라 변화가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달라질 수 있을까요?

: 법과 제도만 따지면 지난 2004년 상속세에 대해 ‘포괄주의’가 적용되지 않았습니까? 법으로 세세하게 정해놓지 않아도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 나가는 편법 상속증여를 찾아 적극적으로 과세할 수 있도록 해놨습니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세정당국의 의지입니다. 박 원장님 지적하신 것처럼 문제가 되었던 몇몇 기업의 편법 증여와 상속에 대해 철저히 따져서 엄정하게 추징했다면 같은 입장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야, 이거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구나” “세금 회피했다가는 엄청나게 추징당하고 톡톡히 망신 당하겠구나” 하고 경계가 됐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세정 당국은 그렇게 못했죠. 기업 인사 나는 걸 보면 국세청에서 고위직 하시던 분들이 문제가 되었던 재벌그룹의 임원으로 많이들 갑니다. 자문역으로도 가고요. 그분들이 거기 가서 뭘 하냐면, ‘어떻게 하면 법의 구멍을 잘 빠져나가 세금을 덜 내는가’ 그런 거 자문한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그리고 국세청의 현직들은 그런 선배들의 편의를 봐 주는 것 같고요. 그래서 사실은 말로 아무리 떠들고, 구호로 ‘이거 잘 하겠습니다’ 백 번 떠들어 봤자 소용없다고 봅니다. 조용히, 행동으로, 확실히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박: 사실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금융감독원 출신, 국세청 출신들이 곳곳에 포진해서 탈법과 편법의 통로를 알려주고 또 기존 조직과 현직 간 연결고리를 찾아주고 이러는 것을 보면, 언젠가 조폭이 이런 분들을 영입하는 것도 뉴스로 나오지 않겠나 싶어요. 제 교수님, 그리고 대기업들이 새로 계열사를 만든 다음에 거기다 거래 물량을 몰아주는 일도 많죠? ‘기회 이익의 편취’라고 할 수 있는데, 원래 공정하게 입찰을 해서 회사에 이익이 되도록 해야 하는데 오너의 아들이나 딸이 광고회사 차리면 거기에 광고 몰아주고, 물류회사 만들면 자동차 운송 몰아주면서 탈세보다 더 나쁜, ‘유효 경쟁’을 억압하는 문제가 있는데 당국이 손을 못 대고 있죠. 

   

제: 이번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과세를 제대로 하겠다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를 했습니다. 이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죠. 대기업그룹 총수가 자녀들에게 돈 조금 줘서 증여세 약간 물고 회사 하나를 차려 준 뒤, 계열사의 거래 물량을 집중적으로 몰아줘서 몇 배 몇 십 배로 키우는 거죠. 그래서 아주 교묘한 기업 상속이 되는 건데, 세금은 제대로 안 내는 거죠. 현대차 그룹의 글로비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히죠. 그런데 이 문제는 현재의 상법에서도 ‘회사 기회의 유용’이라는 조항을 적용해서 문제 삼을 수 있습니다. 또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이런 것을 ‘부당 지원 행위’로 봐서 제재할 수 있도록 해 놓았고요. 지금 정부가 하겠다는 것은 상속 증여세법에 분명한 기준을 만들어서 ‘어떤 것이 불법적인 일감 몰아주기인가’ ‘과세의 기준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구에게 세금을 물릴 것인가’ 등 명확한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부가 이런 작업을 하겠다는 것은 높이 평가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제도로도 의지만 있으면 제재할 수 있는데, 지금 새로운 제도를 만들겠다고 말만 해놓고 재벌들에게서 로비 들어와 유야무야되고, 결국은 아무런 변화도 이뤄지지 않는다면 곤란할 것입니다. 정부가 법을 정비하는 것 한편으로 ‘지금 쓸 수 있는 칼’을 제대로 휘둘러서 정말 정의사회 구현, 공정사회 구현이 되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 한 가지 첨언하자면 그렇게 일감 몰아주기를 해가지고 재벌의 2세, 3세가 가진 회사가 크게 성장하고 그 회사가 다른 계열사의 주식을 사는 것이죠. 그러면서 전체 그룹을 장악하는 지배회사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거죠.   

: 대학생들이 (등록금 고민 등으로) 복권 한 장 앞에 놓고 목숨을 끊는 이런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변하지 않으니 ‘과연 (공정 사회의) 의지가 있는 것이냐’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두 분 말씀 고맙습니다. 


*이 기사는 KBS 2라디오 <박경철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일부 내용은 분량 상 생략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박경철의 경제포커스> 4월 2일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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