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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속인 ‘신공항 공약’ 책임 물어야
밀양·가덕도 경제성 없는 것 알고도 ‘할 것처럼’ 끌어
[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3월 30일 (수) 18:04:20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가 오늘(30일) 오후에 발표됩니다. 경남 밀양이냐, 부산 가덕도냐, 아니면 둘 다 백지화냐의 선택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파장이 심각하겠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그렇습니다. 경남 밀양은 대구경북과 경남 일부 지역이 밀고, 가덕도는 부산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는데, 해당지역의 정치인, 지방자치단체, 지역민들이 대거 나서서 대구경북(TK)대 부산경남(PK)간의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둘 중 한 곳으로 결정된다면 나머지 한 쪽이 반발하고 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런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해 둘 다 안하는 ‘백지화’ 가능성이 현재로선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명분은 두 공항 다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죠. 이런 움직임에 대해 영남권 정치인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친이재오’ ‘친박근혜’ 계파로 갈라져 있는 한나라당 안에서도 영남권 의원들이 계파 상관없이 똘똘 뭉쳐서 ‘백지화되면 탈당하거나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상당한 파장이 예상됩니다.   

정치권 지역이기주의에 휘말린 국책사업

홍: 그런데 영남 뿐 아니라 충청권의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들도 이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 같더군요.

   
제:
충청권의 ‘과학벨트’사업이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의 유탄을 맞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초 대선 공약으로 충청권에 과학벨트를 조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에는 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혀서 과학벨트를 꼭 충청권에만 조성하지 않고 호남, 영남 등에 분산 배치할 수도 있다는 의중을 비쳤습니다. 그러다보니 영호남 지자체들도 과학벨트 유치전에 뛰어들었고, 충청권 지자체와 의원들은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왔던 것이죠. 그런데 신공항이 백지화되면 경북 지역 무마용으로 기초과학연구원이나 중이온가속기 등 과학벨트 입주 시설 일부를 경북에 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충청권 의원들은 “절대 그래선 안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홍: 시민운동단체들도 성명을 내고 입장을 밝히던데요. 국책사업이 지역이기주의에 따라 결정돼선 안 된다는 내용이죠?

제: 전국환경단체협의회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된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중단하라”면서 “경제성이 없는 동남권 신공항 건설계획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많은 지방공항이 수요가 없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약 10조 원씩이나 되는 엄청난 돈을 들여 새 공항을 짓는다면 세금을 낭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망국적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홍:
오늘 발표결과가 ‘신공항 백지화’라는 관측이 유력한 것도 이미 지난 2009년 말 연구에서 두 곳 다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났기 때문이라고 하죠? 

제: 맞습니다. 지난 2009년 12월에 국토연구원이 정부의 용역을 받아 분석했는데요, 비용을 1 만큼 들였을 때 편익, 즉 가치가 얼마나 창출되느냐 하는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가덕도는 0.7, 밀양은 0.73이 나왔습니다. 이 비율이 1을 넘어야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한참 미달한 것이죠. 참고로 인천국제공항의 경우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1.47로 꽤 높았습니다. 이 두 지역의 경제성이 낮게 나오는 것은 일단 조성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밀양은 국제공항을 만들려면 주변 산을 최소 10개, 최대 21개나 깎아내야 한답니다. 자연파괴도 엄청나고 공사비용도 엄청날 것입니다. 또 1년에 40일이나 안개가 끼어 비행기 운행에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더군요. 부산 신항만에 자리 잡은 가덕도는 수심 30미터의 바다를 메워야 공항 건설이 가능하답니다. 인천과 비교가 되지 않는 난공사라고 해요. 또 인근에 철새 도래지가 있어 항공기가 새떼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지방 공항 11곳 적자 , 고속철 확장되면 더 심각

홍: 특히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방공항들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것도 새로운 공항을 더 만드는 데 부정적인 변수가 되고 있죠?

제: 네.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14개 국내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김포 제주 김해공항을 제외하고 나머지 11개 공항이 모두 10억에서 7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추정되고요. 양양 청주 무안 공항 등은 공항으로서 겨우 명맥만 유지할 만큼 수요가 부족합니다. 면밀한 경제성 분석이나 수요 예측 없이 정권 바뀔 때마다 한두 개씩 지역에 나눠주듯 공항을 세운 탓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더욱이 고속전철(KTX) 등 새로운 교통수단이 확장되면서 지방공항의 기능은 더욱 위축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11월 KTX 2단계 개통 후 두 달 만에 김포∼울산간 공항 이용객이 전년 대비 35.4% 줄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공항을 자꾸 세울 게 아니라 기존 공항의 활용도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 그런데도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들이 사활을 걸고 공항을 세우려는 것은 아무래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겠죠?

   
제:
‘지역 살리기’와 ‘국토균형개발’의 명분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사실 지방경제가 어려운데, 대형공사를 통해 경기부양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죠.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역민들의 이해관계가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지금 현지의 자산가나 외부인들이 공항 예정지에 엄청난 부동산투자를 해두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이런 이해가 걸린 사람들은 공항 유치에 사생결단을 할 것입니다. 일자리가 생기길 기대하는 지역주민들도 기대감을 가질 것이고요. 그러나 공항이 들어서면 농사의 터전을 잃거나 이사를 해야 하는 주민도 많습니다. 또 공항의 소음피해를 걱정하면서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어서 지역주민들이 모두 신공항 건설을 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깁니다. 

홍: 정부가 대선공약을 뒤엎고 신공항 백지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해당지역에서는 ‘대국민사기극’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는데, 이런 측면에서 책임추궁이 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 맞습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죠. 그러나 2009년 말 타당성 조사를 거쳐 추진이 어렵겠다는 잠정 결론을 내놓고도 지난해 6월의 지방선거를 감안해 발표를 미뤘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그리고도 결정을 질질 끌다가 오늘날 같은 지역갈등을 자초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은 “동남권 신공항을 타당성이 없어 포기한다면 왜 타당성 조사도 안 한 4대강 사업은 밀어붙였느냐”며 대형국책사업이 대통령의 독단에 좌우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지역 민심이 백지화 결정을 수용하지 못할 경우 내년 총선과 대선 국면에 신공항 건설 공약이 재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하겠지만, 유권자를 속이고 이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책임을 물어야 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관련기사 :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결론(종합)]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됐습니다. 방송 내용은 <손에 잡히는 경제> 3월 30일자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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