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제천토크쇼] “나 자신이 희망...포기 말고 도전하세요”

“제 사무실엔 ‘희망의 문’이 있어요. 그 문을 열면 뭐가 보이는지 아세요? 큰 통유리가 있는데, 거기 비친 제 모습이 보입니다. 바로 나, 자기 자신이 희망이라는 거죠. 희망은 누가 가져다주는 게 아닙니다.”

▲ 왼쪽부터 김진우(제천환경연합 사무국장), 안미령 수녀(제천지역자활센터장), 정연우 세명대학교 교수(민주언론연대 공동대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김지영

‘희망 메이커’로 불리는 사회운동가 박원순 변호사가 제천 시민들과 만났다. 지난 23일 오후 3시 충북 제천장애인복지관 강당서 열린 ‘원순씨, 우리 이야기 좀 합시다’라는 이름의 ‘토크쇼’에서다. 제천환경운동연합과 제천네트워크가 마련한 이날 행사는 박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사회운동조직 ‘희망제작소’의 창립 5주년을 기념하는 지역 순회 행사의 일환이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안미령 수녀(제천지역자활센터장), 김진우 제천환경연합 사무국장 등 패널과 50여 명의 제천시민들이 지역사회 운동의 현실과 과제를 놓고 박 변호사와 두 시간 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다. 

“어제(22일) 제천 수산면 대전리 마을에 갔습니다. 영화관이 없는 마을을 보며 일자리를 생각했죠. 큰 트럭에 시청각 시설을 싣고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최신 영화를 상영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명분이 있으니 영화제작사에서 판권을 공짜로 얻을 수도 있을 거예요. 저도 워낙 공짜로 뭘 얻으려 돌아다녀 머리가 벗겨졌답니다.”

사회적 기업은 남이 가지 않은 길 걸어가야

와르르 터지는 웃음. 박 변호사는 ‘공익 목적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 과연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 대안이 될 수 있겠느냐’는 김 사무국장의 질문에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찾자’며 이렇게 답했다. 

“사회적 기업들이 대기업들과 같은 운동장에서 경기하면 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능하면 그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야죠. 재활용품을 파는 ‘아름다운 가게’를 볼까요. 외국에선 이런 사업을 기업들이 하는데 한국 기업들은 안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름다운 가게’를 차려 시장을 선점했죠.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이 쓰던 물건을 꺼린다며 실패할 거라고 한 사람이 많았지만, 이 가게는 지금 전국 114개 매장에서 연 250억 원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습니다.”

▲ 관객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 김지영

박 변호사는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아이콘’이라고 할 만큼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1980년대에는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을 맡은 인권변호사였고, 1995년부터는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부패정치인 낙천낙선운동, 소액주주권익운동 등을 이끌었다. 지난 2000년 ‘아름다운 재단’을, 2001년엔 ‘아름다운 가게’를 설립했고, 2006년부터 희망제작소를 이끌면서 ‘소셜 디자이너’이라는 직함을 쓰고 있다. 생활과 사람과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정 교수 등 패널들은 지역의 사회적 기업들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자립도가 낮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대안을 물었다. 박 변호사는 “정부의 돈을 받아 쉽게 사업을 하려고 하면 지원이 끊길 때 망하기 쉽다”며 “어렵더라도 독립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해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며 “제천의 박달재 고개만 해도 온 국민이 이름을 아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세상 모든 문제는 답이 있고 길이 있다

객석의 시민들도 ‘지역경제 회생 방안’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대안’ 등을 물었다. 박 변호사는 “산간지역에 호수도 끼고 있는 제천은 자연환경이 자산”이라며 “생태적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해보라”고 제안했다. 특히 농촌의 자연경관과 전통문화를 잘 살려 도시민에게 체류형 여가활동을 제공하는 ‘그린 투어리즘’을 예로 들며 “낡은 민박집이라도 군불을 때가며 소박한 밥상을 차리고 동네 얘기도 나눌 수 있다면 펜션 보다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농업은 식량주권을 지키는 의미도 있는 만큼 농산물이 제값을 받도록 사회가 연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박원순 토크쇼>에 참여한 출연진과 관객들과 함께한 기념사진. ⓒ 김지영

박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업을 구상하는 사람 등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에겐 현실의 장애물에 무릎 꿇지 않는 ‘용기’와 ‘도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을 가로 막은)벽이 비밀의 문일지도 몰라요. 한번 세게 밀어보세요.”

영화에 가끔 나오는 것처럼 벽으로 위장된 ‘비밀의 문’일 수도 있으니 쉽게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문제에는 답이 있고 길이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저도 처음엔 누구에게 기부해라, 돈 달란 소리를 잘 못했습니다. (소심한) A형이거든요. 그러나 지금은 잘합니다. 사람은 늘게 마련이더라고요. 세상에 보장되어 있는 길은 없다고 봅니다. 도전하면 됩니다.”

토크쇼가 끝났을 때, 참석자들은 ‘희망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환한 표정으로 일어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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