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쟁이 방송쟁이] 김대오 오마이스타 창간 준비팀장

“우리는 책상에 앉아서 선정적인 가십성 기사를 생산하지 않을 것입니다. 직접 찾아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할 것입니다. 연예인의 사생활 대신 연예인이란 직업을 가진 사람의 삶을 다룰 생각입니다.”

선정적 기사보단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 김대오 <오마이스타> 창간 준비 팀장. ⓒ 정혜아
오는 5월 1일 <오마이뉴스>의 연예 전문 매체로 창간되는 <오마이스타(가칭)>의 김대오 창간준비팀장(전 CBS 노컷뉴스 방송연예팀장)의 각오다. ‘열린 진보’를 추구하며 정치‧사회 이슈들을 집중적으로 다뤄온 <오마이뉴스>가 연예기사를 다룬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지난 18일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옥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 팀장은 “선정적이고 가십(소문, 험담) 위주의 연예기사가 넘치는 한국 사회에서 차별적이고 대안적인 매체를 만들어보겠다”고 밝혔다.

대학 3년 때인 1991년 한 연예전문지 기자로 입문, 여성잡지 일간지 방송 인터넷 매체 등에서 두루 일해 온 김 팀장은 최근 공채한 수습기자 4명과 함께 <오마이스타> 창간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력기자도 2명 정도 더 충원할 계획이다. 

“<오마이스타>가 <오마이뉴스>의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창간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사실과 다릅니다. 보수정권 집권 후인 지난해에도 <오마이뉴스>는 흑자를 냈습니다, 수익창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컨텐츠를 통해 젊은 층 등 더 많은 독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오마이스타>가 없어도 이미 우리 언론엔 연예 기사가 넘치지만 그 만큼 문제도 많다는 것이 그의 문제의식이다.

“언제부턴가 많은 기사가 ‘네티즌에 따르면’이란 구문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스타>에서는 이런 식의 기사를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여러 의견 중 하나로 참조할 수는 있지만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에 숨어서 다수인양 행동하는 이들의 모습을 기사화하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 <오마이스타> 상근 기자 채용공고. ⓒ 오마이스타

그는 언론이 스타의 연기력이나 가창력 논란을 다루면서 불특정 ‘네티즌’의 의견을 빌리는 것이 정당하지 않다고 본다. 연기력이나 가창력을 지적하고 싶으면 기자의 눈으로 본 것, 근거가 되는 사실(팩트)을 써야한다는 것이다. 또 스타들의 자살 등 사건사고를 다루는 태도도 이제는 달라져야한다고 본다.

“기사에서 ‘누가 어떤 이유로 자살했다’며 원인을 하나로 꼭 집어 설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인생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자살을 했다면 거기에는 단 하나의 이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유서가 없고 뚜렷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죽음에 대해 ‘우발적 충동에 의한 자살’로 쉽게 단정한 기사들, 자살 방법을 세밀하게 묘사해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모방자살)’를 부른 기사 등 경솔한 보도의 사례는 너무 많다. 한국자살예방협회나 신문윤리위원회 등에서 자살 보도 기준을 정해 ‘원인을 쉽게 단정하지 말 것’ ‘자살 방법과 사생활에 대한 자세한 묘사를 자제할 것’ 등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연예인 자살 보도 등에 예민한 것은 개인적인 충격을 크게 겪은 탓도 있다. 잡지 기자 시절 알게 된 배우 최진실과 20여 년간 친구로 지내왔는데, 그가 지난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것도 자신과 술잔을 기울이며 고민을 나눈 다음 날. 대학 후배인 배우 박용하도 지난해 6월 충격적인 기사의 주인공이 됐다. 이런 사건들은 일과 삶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연예인 인프라와 기사 통해 더 좋은 사회 만들어 싶어

“최진실 씨가 죽기 전날 ‘이제 은퇴하고 봉사활동하면서 살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느 날 그 말이 떠오르더군요. 막연히 이젠 그 친구가 갈 수 없으니 내가 대신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한 방송국에서 아프리카 차드에 봉사활동 다녀올 생각이 없냐고 하더군요. 바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 아프리카 차드에서 봉사활동에 참여한 김대오 팀장. ⓒ 김대오 제공
차드는 박용하 씨가 살아있을 때 봉사활동을 했고 빈곤아동 교육을 위해 ‘요나스쿨’을 만들기로 했던 곳이기도 하다. 고인이 남긴 뜻을 동료 박희순, 박하선이 잇겠다며 봉사활동을 떠날 때 김 팀장이 동행한 것이다.

“용하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했더니 마을의 촌장님이 ‘너네 나라에 전쟁났냐’고 묻더군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했더니 그 분이 동네의 한 고목을 가리키면서 말하더군요. 저 나무는 얼마 전에 번개를 맞았다. 그래도 그냥 살고 있다. 인생이 그런 것 아니냐. 그 때 무언가가 머리를 친 느낌이었습니다. 인생이란 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신성한 것이구나. 사는 동안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 팀장은 <오마이스타>를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한 매체’로 만들면서 동시에 사회공헌활동과 연결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창간 이후에 편집장 역할과 함께 ‘사회공헌팀장’을 맡아 연예인과 봉사활동을 연결하는 일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런 작업은 <오마이스타>의 기사를 통해 독자들에게 중계될 것이다.

“연예인들이 봉사활동을 하면 그만큼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게 사실이죠. 제가 갖고 있는 연예인 인프라와 기사쓰기 능력을 활용해 더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싶습니다.”

얄팍한 ‘뒷담화’가 아닌 연예인의 삶과 꿈, 땀에 집중하겠다는 <오마이스타>.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한’ 연예기사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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