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명대 방송연예과 재학생, 공연으로 대학생활 가이드

음주 강요와 선정적 게임은 ‘저리 가라’
 
대학가는 매년 ‘술 강요하는’ 신입생 환영회로 몸살을 앓는다. 신입생 환영회는 대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각오와 우의를 다지는 모임이 아니라 대학사회에 끼어든 음주와 저급한 놀이문화에 자신도 모르게 편입되는 시발점이 되는 경우가 많다.
 
첫 행사에서, 바람직한 대학생활의 ABC 대신 폭음과 기행(奇行)을 배우고 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과음으로 신입생이 숨지는 사건도 해마다 터진다. 얼마 전 한 대학에서는 신입생들이 성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선정적인 게임을 하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술이 없어도 진짜 신나고 새내기들에게는 대학생 된 보람을 느끼면서 새 출발의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신입생 환영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방송연예학과 재학생들이 고심하며 준비한 신입생 환영회가 그것이다. 지난 15일 낮 2시 이 학과 재학생들은 때마침 준공된 ‘태양아트홀’ 개관식을 겸해 신입생 환영 공연을 가져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뽐냈다.

김유성 세명대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과 최명현 제천시장, 예술 관련 지역 인사들도 초청한 이날 환영 공연은 술 한잔 오가지 않은 자리였지만 분위기는 매우 화기애애했다.

재학생 댄스‧뮤지컬로 신입생 사로잡아

댄스, 뮤지컬, 보컬, 연극, 영상 등 5개 분야 동아리가 활동하는 학과인 만큼 ‘신입생 환영회’의 막도 색다르게 올랐다. 빛과 소리를 이용한 영상쇼가 ‘도시의 사계’라는 주제로 잠시 선보인 뒤 남녀 학생 둘이 허만길 시인의 ‘젊음’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 허만길 시인의 ‘젊음’이라는 시를 낭송하는 남녀 학생. ⓒ 세명대 방송연예과

차라리 밥을 굶을지라도
꿈을 굶주릴 수 없던 황금의 때
걸어서 걸어서 백만리 밖이라도
한 이삭 이상을 주울 수만 있다면
육신이야 아무리 헤어져도 상관 말자며
정열에 불타던 때 

큼직한 진리 향한 일이라면
쉽게 살기보다는
어렵게 살기가 달고
편하게 어울리기보다는
외로운 몸부림이 가뿐하던
태양의 나날이여

새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들의 얼굴에도 설레임이 가득한 듯했다. 댄스 동아리가 준비한 응원무 역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면서 펼쳐졌고, 재학생들의 공연을 모은 영상물도 상영돼 신입생들이 자연스레 대학생활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 학생들이 준비한 뮤지컬 ‘지킬 & 하이드’장면. ⓒ 세명대 방송연예과

재학생들이 이날 선보인 실제 공연은 모두 세 편으로 연극 ‘굿 닥터’, ‘마리오네트 & 퍼포먼스’, 뮤지컬 ‘지킬 & 하이드’였다. 공연들은 지루함을 덜면서도 재미와 유익함을 주기 위해 하이라이트만으로 짤막하게 구성됐다. 특히 뮤지컬은 많은 학생들이 무리를 이루어 강렬한 눈빛과 몸짓으로 관객을 사로잡아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 학생들이 준비한 연극 ‘굿 닥터’ 그리고 ‘마리오네트 & 퍼포먼스’. ⓒ 세명대 방송연예과

신입생 입학과 태양아트홀 개관을 축하하러 온 김유성 세명대 총장은 “여러분이 연습다운 연습 한번 하려면 서울에 가서 퀴퀴한 냄새 나는 소극장을 빌려 잠깐 연습하고 내려와야 했는데, 이제는 훌륭한 공연장을 갖게 돼 기쁘다”며 “훌륭한 예술인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축가를 부르기 위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서울에서 한걸음에 달려왔다는 1기 졸업생 가수 채환 씨는 “사람이 살면서 가장 조심하고 경계해야 하는 것이 살아있음에도 살아있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곳에서 여러분들의 인생의 맥박을 짚어보기 바란다”며 자신의 곡 ‘파이팅’ 등을 열창했다. 학생들과 교수들은 함께 손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재학생 강수현 씨는 “공연으로 후배 환영식을 해주는 것이 우리 과의 전통이 돼버렸다”고 말했고, 신입생 이현욱 씨는 “선배들이 특별한 공연을 선물해줘 감동했다”고 말했다.

▲ 1기 졸업생 가수 채환 씨 공연 모습. ⓒ 세명대 방송연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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