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에 쏠린 불편한 시선
[지난주 TV를 보니 3.6~ 3.13]

실력파들 ‘서바이벌 게임’에 논쟁 후끈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백지영, 윤도현, 이소라, 정엽.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실력파 가수들이 일요일 저녁의 극심한 시청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일요일 오후 5시 20분 MBC TV 전파를 타는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는 이들 정상급 가수들에게 노래 대결을 시켜 끝내 한 명을 탈락 시키는 ‘비정한’ 프로그램이다.

 ▲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출연진. ⓒ imbc

이미 가창력을 검증 받은 프로 중의 프로들에게 점수를 매기고 순위 싸움을 시키는 일을 두고 ‘예술과 가수를 모독하는 천박한 발상’이라는 비난도 나왔다. 근거가 빈약해 보이지만 ‘결과 조작설’까지 떠돌고 있다. 80분 내내 ‘맛보기’만 보여주다가 본무대는 다음 주로 넘기는 ‘애태우기’로 시청률 상승을 노리는 듯한 편성도 질타를 받고 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의 수준 높은 노래에 ‘폭풍 감동’을 받았다는 호평과 함께 가요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아이돌 가수들과 댄스음악으로 편향된 방송 가요계에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무대, 진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기획의도로 시작했다는 이 프로그램은 과연 찬반 논란을 잠재우고 성공한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찬반 논란 자체가 이미 ‘절반의 성공’

<우리들의 일밤>은 그동안 시청률 부진으로 고전해왔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간판을 살짝 바꾼 프로그램이다. ‘뜨거운 형제들’ ‘오늘을 즐겨라’ 등 새로 선보이는 코너들마다 신통한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사라지게 되자 아예 간판을 고쳐단 것이다.

 ▲ 가수 박정현(위), 이소라(아래) .ⓒ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화면캡쳐

KBS <해피선데이>의 ‘남자의 자격’과 ‘1박 2일’이 환호를 받는 동안 MBC의 일요일 저녁은 시청자들의 관심 밖에 맴돌아야만 했다. 그래서 버라이어티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리얼리티’ 포맷으로 나온 게 ‘나는 가수다’이고 아나운서 공개채용 과정을 보여주는 ‘신입사원’ 코너다.
  
시청률 측면에서 '나는 가수다'는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일요일 시청률 20위권 밖에 밀려나 있던 전작 <일요일 일요일밤에>에 비하면 큰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 6일 1회분은 10.4%(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 13일 2회분은 11.3%로 각각 16위, 13위로 성큼 뛰어 올랐다. 각종 매체들이 연일 찬반 공방을 벌이는 일 자체도 ‘나는 가수다’에게는 사실 반가운 일일 수 있다. 논쟁의 대상이 됐다는 게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빼어난 노래엔 감동, 조잡한 게임엔 눈살

오디션 프로그램이 풍미하는 오늘의 방송현실에서 그 경쟁의 주역 자리에 평범한 일반인들이 아닌 기성 가수들을 대입하겠다는 기획 아이디어는 용감했다. 가창력을 뽐내는 국내 정상급 가수들을 섭외해서 서바이벌에 참가하도록 만든 일 자체가 경이로울 정도다. 불가능한 일을 꿈꾸고 실현하는 것은 콘텐츠 종사자의 특권이자 임무일 수 있다.

하지만 가수들을 잔인한 서바이벌에 동원해서 순위에 목매게 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이 탈락의 공포에 떨고, 그것으로 긴장감을 끌어 올리려는 프로그램의 틀이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시청률에 대한 갈증 때문에 대중가요와 대중가수를 이용한다는 비난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화면캡쳐

게임은 게임으로 그쳐야 한다. 각각의 음악적 개성을 자랑하는 가수들에게 500명의 세대별 시청자 평가단이 매기는 순위는 결코 가수를 평가하는 절대적 기준일 수 없다. 그것의 무의미함을 시청자들도 모두 잘 알고 있다. 서바이벌이라는 틀은 좋은 무대에서 정말 수준 높은 노래를 들려주는 과정상의 ‘재미있고 가벼운 게임’ 정도에 그치는 게 바람직하다.  
 
‘서바이벌’ 집착 버리고 음악에 집중해야 

13일 2회 방송 마지막 부분에 나간 이소라의 열창은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소라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해 낸 ‘너에게로 또다시’에 무한 감동을 받았다면서 음반이 나오면 사겠다는 반응도 많았다. 제작진은 이에 대해 앞으로 음원을 공개하겠다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소라의 열창 장면을 감동으로 지켜봤던 사람이라면 노래 중간의 흐름을 끊는 인터뷰와 개그맨실 장면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진정 음악에 충실한 프로그램인가 의심하게 됐을 것이다.

▲ MBC <우리들의 일밤>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 화면캡쳐

긴장감을 높이려는 구성과 편집이 오히려 좋은 노래를 망칠 뻔했다. 제작진이 ‘음악’보다 ‘서바이벌’에 더 집착하는 것으로 비쳤다. 시청률을 올리는데 급급한 모습은 그들이 밝힌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단순히 명분과 구호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오직 시청률을 올리는 일이 제작진의 감춰진 속셈인가? “진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겠다”는 기획의도를 저버리는 것은 시청자를 기만하는 것과 같다. ‘나는 가수다’의 당초 취지, 즉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가수들을 경쟁시키고 희생시키고 긴장감을 끌어 올려서 시청률을 올리겠다는 단견이 오히려 시청자를 화나게 하는 역설을 제작진은 알 필요가 있다. 

시청자들은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이 ‘꼴찌만은 면하겠다’며 쩔쩔매는 모습보다 혼신의 힘을 다해 부르는 노래에서 감동을 얻고 싶어 한다. ‘나는 가수다’가 수준 높은 음악 프로그램의 본령에 충실할 때 제작진이 고대하는 시청률도 따라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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