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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 서서
[제2회 봉샘의 피투성이 백일장]우수 김계현
2011년 03월 09일 (수) 19:23:00 김계현 allthatk@paran.com

   
▲ 김계현
대로를 앞에 두고 멀찍이 서 있는 광화문은 참으로 아름답다. 쪽빛 서울 하늘 아래 북악산을 뒤로하고 넓게 두 팔 벌려 지켜선 모습은 장관이다. 광화문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건 유연하게 뻗은 처마의 선이다. 수난의 예수처럼 곧게 뻗은 팔이 아니라 보듬고 껴안으려는 부모의 그것과, 햇빛 향해 두 팔 벌린 나무의 가지와 꼭 닮았다. 우리는 광화문의 처마 끝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여유를 찾는다.

안도 타다오는 세계에서 인기 있는 건축가 중 한 명이다. 그의 건축은 경직된 선을 통해 대칭과 기하학을 이용한다. 그렇다고 그의 작품이 서양식 건축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빛의 교회’와 ‘물 위의 교회’로 대표되는 그의 건물은 자연과 동화하려는 동양적 건축 전통을 충실히 따른다. 원래 비어있는 공간에 인위적인 조형물이 끼어드는 것을 최대한 배제하되 건축물 또한 하나의 자연으로서 조화하는 것을 자신의 건축철학으로 삼는다. 그는 건축을 “대지가 지닌 고유의 논리를 최대한 이끌어내 표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연 없는 공간은 좋지 않다. 한국의 대표적 건축가 승효상은 타다오의 건축 철학에 간접적으로 동의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는 아파트에 대해 편리함과 생각을 맞바꾼 집이라고 표현했다. “나가서 대문을 열어주고 신발을 신고 뒤뜰로 나가 흙을 밟고 수돗가에서 발을 씻고 마당에서 불을 지피며 빗자루로 쓸고 닦으면서 '생각'이란 걸 하면서 살 수 있는 집, 그런 집이 좋은 집”이라고 평가한다. 인위적인 미가 최고였던 시대는 끝났다. 자연이 가진 최대한의 상상력을 인간이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것이 현대 건축이 지향하는 길이다.

우리는 지쳐 있다. 선사 이전부터 수천 년간 누적된 피로의 유전자가 이제는 포화상태가 되어버려 휴식을 바란다. 사람들은 자연을 향해 가고자 한다. 서양 건축이 퇴보하고 자연친화적이며 유기적인 공간을 지향하는 동양식 건축양식이 다시 유행을 이끄는 것은 사람들의 이런 욕구가 반영된 덕분일 것이다.

이제는 비워야 할 때다. 한국은 세계에서 위암 발병률이 제일 높고, 만성질병 1위가 관절염인 나라이다. 뭔가 채우기 위해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던 한국인의 몸 속에 채워진 것은 결국 병이었다. 그동안 광화문과 같은 비움의 존재를 잊은 것이 틀림없다. 하늘을 찌르는 빌딩과 바삐 쏘다니는 인간과 자동차로 가득한 서울의 도심이지만, 그래도 광화문은 넉넉한 하늘 아래 긴 세월 여유롭게 서서 비움의 철학을 일깨운다. 공간과 시간의 여유, 그리고 비움의 깨달음이 그곳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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